해외명산 탐방 그 뒷이야기
5월의 신록은 푸르름을 점점 더해가고 바람은 솔향기 머금은듯 싱그럽게 빰을 스치건만
매일매일 들려오는 소식들은 '굿모닝'이 아니라 '별로모닝'이다.
아들이 술집에서 폭행을 당하였다 하여 재벌총수인 아버지가 조직폭력배를
동원하여 보복폭력을 행사하는 새태에 대하여서는 할 말들을 놓아버린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한나라당은 두나라당이 되기위한 수순을 밟아 가는 듯 하고,
여당인 열우당은 한지붕세가족이 아니라 아비없는 '호로당' 인듯 나라의 장래가 심히 염려스럽다.
참으로 어처구니없이 돌아가는 세상이다.
나또한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는 일상들에서 마음은 언제나 반란을 꿈꾸어 보지만
현실은 늘 제자리에서 삐걱거리면서 돌아만 가고 있었는데...
열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의 마음은 헤아릴 수가 없다 하였던가
한이불을 덮고 한솥의 밥을 먹은지가 30년이 가까워지는데도 알 수가 없는 아내의 마음인지라...
항상 아내의 큰소리에는 부도수표같은 마음이 되어 야비하고 치사 할 수 밖에 없었는데
'포항고 ob 산악회'에서 해외명산탐방으로 일본 구주산이 계획되고 아내의 허락이 떨어지는날 부터
나의 마음은 헷갈리고 때론 헛갈리고 때론 섞갈리기 시작 하였고 오래전 고등학교때 배웠던
짧은 일본어들이 연습도 없었는데 잘도 짖어댄다.
"이~상! 오하요우 고자이마스,아리 갓도우 고자이마스, 하이 하이 소우데스까,닥상 아리마스요,
곤니찌와 곰방와"하면서 아내의 뺨에 가볍게 입술까지 포개어 본다.
"아저씨 정신 차리세요" 하면서 가볍게 흔들어 대는 아내의 얼굴이었지만 짧은 미소를 읽을 수 있었다.
함께한 오랜시간의 부부의 미운정 고운정들이 녹아내려 돌띠같은 아내의 마음이 달띠처럼
환하게 되었나 보다. 시절은 쪽박 이었지만 우리부부의 5월은 싱그로운 대박 이었다.
배낭을 꾸리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쉰세대의 중년의 나이 이지만 마음은 신혼의 밀월 같은 꿈같은
그림들을 그리기 시작한다.세월의 무게 만큼이나 처진 뱃살을 감추려는 아내의 힘겨운 노력은
애처롭기까지 하였다. 장롱속 깊이 숨어있던 바지들을 제다 입어보지만 크게 들이쉬고있던 숨을
놓아버리면 바지의 단추들은 맥없이 떨어져 버리고 만다.누구를 원망하려하지만 원망할 대상을
찾지 못하면서 아내의 뱃살은 결국 애꿎은 청바지가 힘겹게 감싸고 말지만 짙은 화운데이션에
주홍색 립스틱까지 그리고 하얀모자까지 눌러쓰고 연신을 거울을 바라보는
아내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흐른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많은 풍경을 보는 것을 아니라 새로운 시야를 가지면서 많은 것을
느낀다고 하였다.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 가는 것이 행복한 삶이란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만들어 놓는다.
5월11,12,13 일 2박3일간 일본 구주산과 온천관광지와 신사를 둘러본다.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이다. 할말 많은 일본이다.평소 일본에 대해서는 어디까지 좋아하고
어디까지 미워해야할지 모르는 알수 없는 나라였다.
자국의 야구선수 이찌로에 흥분하고 그리고 또 한국의 이승엽에게도 '승짱 승짱' 하면서 환호를
보내면서 흥분하는 일본인들, 겨울연가의 배용준에게 눈물까지 짜내는 일본의 극성 아줌마 부대를
보면서는 놀랍도록 신기하다고 여겨왔다. 그런 일본이라 이번 해외명산 탐방이 나에게는 새로운
안목을 넓혀주는 좋은 기회라 여기며 큰기대와 설레임으로 나날을 보내었다.
5월11일 12시20분
부산 제1부두 국제 여객선터미널에서 후쿠오카로 향하는 코비(KOBEE)호에 오른다.
물위를 날으면서 바닷길을 쾌속으로 달리는 제트포일(초고속선박:제트엔진과 워터제트 추진기에
의해 구동된다. 일명 보잉 929로 불리는 슈퍼여객선)로 인하여 큐슈가 새로운 주말 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2시간 50분만에 하카다 항에 도착한다.항공기로 이용하는 것 보다 비용도 가볍고
소요시간도 큰차이를 보이지 않아 배편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편도 운임이 95,000 원이다.
2박3일의 짧은 일정과 부부동반 34명의 동문가족들이 단체로 움직이다 보니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다.
부두에 내려서자 말자 일본의 전통온천마을인 유후인(湯布院) 마을로 이동하였다.
유후인온천마을은 산들로 둘러싸인 분지에서 펼쳐진 온천지, 그풍부한 자연과개성을 살린
료칸들이 인기를 불러 일으키면서 일본 전국에서만 연간 400만명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고
또한 전국 3위의 용출량을 자랑하는 풍부한온천은 물론 편안하고 즐겁게 산책할 수 있는 것이
이곳의 매력 이라고 한다.
'유후인'으로 이동하는 차안에서 차창밖을 바라다보는 이곳 마을들의 풍경들은 오랫만에 찾은
고향마을처럼 아득하고 포근하게 느껴진다. 잘 가꾸어진 산림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소박한 판자집,
기와집 함석집들이 올망졸망 한가롭게 모여있고 한산한 고속도로와 모내기를 위하여 물을 가두어
놓은 논들과 끝없이 펼쳐지는 분지의 초지에서는 말과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으면서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지진의 나라. 화산의 나라이고 미찌비시와 소니 그리고 도요다의 자동차로만 인식
되어있던 나의 뇌세포는 심한오류를 발생하여 작동불능이 되어버린다.
경제적동물이라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각인된 나의 일본에 대한 상상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새로운 일본으로 뷰팅을 하기 시작 하여야 했다. 옆에서 말없이 창밖에 시선을 보내고 있던 아내도
애써 할말을 찾으려 하지만 너무나 뜻밖이라 난감해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한마디 거든다.
생긴것은 우리나라보다 덜 도시인데 우리나라보다 더 도시인 것 같은 느낌이라 한다.
툭 던진 말이지만 가슴에 와닿았다.
'긴린코 호수' 맑고 차가운물이 솟아나는 호수이지만 따뜻한 온천이 흘러들어 겨울에도 수온이 높다
그래서 쌀쌀한 아침에는 안개에 쌓여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는 가이드의 설명이다.
안개는 볼 수 없었지만 호수주변을 거닐면서 호젓한 분위기에서 가을과 겨울 아침안개에 덮힌
환상적인 풍경을 충분히 상상 할 수가 있었다.
이름없는 작은마을 유후인이 온천으로도 유명한 곳이지만 온천보다는 마을 자체의 꾸미지 않은
소박한 모습이 나의 마음을 더욱더 사로 잡는다.
온천이라하면 우리나라에도 이름있는 온천이 많이 있다, 부곡 하와이,백암온천,울진덕구온천,..
우리나라에서는 온천관광이라하면 관광버스가 출렁이는 묻지마식 관광과 무질서하게 들어선
음식점들 그리고 천편 일률적인 기념품을 파는 바가지 상혼들이 함께 어울려 춤추는것이 연상된다.
좋은 천예의 자원을 인간의 정성스런 손길로 아름답게 가꾸어 보존하는것. 이것들 자체가 하나의
아름다운 문화로 거듭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늦은시간이다. 벳부로 이동을 하여야 한다.
벳푸(別府)의 카마도지옥이다.
아내가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입구의 안내판을 가리키면서 환하게 웃는다.
아내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 오늘밤에 치루워야 할 세레모니를 어떻게 연출 하여야
할까 하면서 즐거운 고민에 빠져 보기도 한다.
벳푸는 일본 최고의 온천고장으로 하루용출량13만7000톤을 자랑하는 온천천국이다.
그 중심이되는 8개의 온천을 벳푸핫도(別府八湯)이라 부른다.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지하에서 펄펄 끓는 온천수가 솟아 오르는 지옥을 여행하는 지코쿠메구리
(地獄 메구리) 온천으 뜨거운 열을 이용한 먹거리와 함께 지옥에 내재된 신비한 힘을 느껴보는
거란다. 벳푸는 온천이외에도 수족관과 테마파크등이 있어 일본 최고의 휴양도시라고 한다.
호텔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호텔체크인 후 자유온천욕으로 일본에서의 하루를 마감한다.
입맛에 맞지않은 색다른 맛으로 고개를 내저으면서도 이국의 정취에 물씬 취한다.
아내몰래 감추어둔 팩소주로 반주까지 겸하는 여유까지 생겼다.식사후 자유온천욕으로 종일 많은
것들을 보려고 바쁘게 다녀던 마음과몸의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 버리면서 이국의 첫날밤이 시작된다.
유가타를 입고 가부좌를 하고 아내가 녹차를 한잔 마신다. 평화로워 보인다.아내의 작은 주름살
조차도 고와 보였다.아내를 바라보고 있으니 오늘의 피로뿐 아니라 온갖 스산했던 인생고 까지
감미롭게 녹아 내리는 것 같다. 나의 허파에 바람이 들기시작하고 나는 "허파탈로치' 되어
아내에게 비오는날 풍금의 낮은음자리 '도' 의 음색과 톤으로 사랑고백을 한다.
"당신은 신이 내게 주신 최상의 선물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당신과 인생의 동반자가
된 것을 내 인생에서 최상의 선택이었다고 말 할 수는 있습니다." "소중한 당신 사랑합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지만 감동의 말 한마디는 쇳띠같은 중년의 아내의 마음까지 녹여 버리면서
쿳션좋은 물침대를 만들어 버리는 모양이다. 더이상의 사랑이야기는 예술이 아니고 외설같은
이야기들이라 더이상 하지 못하고 다음날 싱글로 따라온 외로운 후배들의 술자리에 불참한지라
후배들의 비아냥거림에는 너무 피곤하여 아무일 없이 그냥 곤하게 잠만 잤는는 이야기로 굵은
밑줄을 그어대면서 웃기만 하였다.
이틀째 아침이다. 오늘은 구주산 산행후 아소산 분화구와 타카치오협곡까지 관람이 계획되어 있는
날이다. 구주산 들머리까지 이동시간이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어 아침 일찍 서두르기 시작한다.
5시 모닝콜로 6시30분에 식사를 하고 7시에 출발 하였다.
구주산 산행 뒷이야기와 아소산 그리고 타카치오협곡까지 둘러본 이틑째 이야기는 제2부로 해서
계속해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