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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b Fosse's Musical "PIPPIN"
날짜: 2006년 1월 14일 4시
장소: 충무아트홀
프로듀서: 설도권
연출: 한진섭
안무: 서병구
음악감독: 김문정
캐스트: 최성원, 임춘길, 김진태, 김소현, 박준혁, 김현숙, 김명희
공연 없는 일주일을 채우지 못하고 결국 하나 보고 왔답니당... ㅋㅋ 한달처럼 길었던 일주일이었기에, 너무나 지친 나 자신에게 뭔가 하나 선물을 해주고 싶었기도 하구요... 내 맘속의 열기와 갈증을 만져줄 무언가가 필요했거든요... 지난 한주 동안 너무 고생했어... 수고했어... 이렇게... ^^;;
프로듀서스를 볼까.. 피핀을 볼까.. 고민하다가 결국 프로듀서스쪽으로 마음이 칠십프로 정도 기울었다가 이건 25일날 예정되어 있기도 하구... 피핀은 이번 주가 지나면 당분간 볼 수가 없으니... 그래서 마침내 피핀으로 확정... ㅋㅋ 지난 11월달에 두 번 보고선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작품인데... 다들 아시다시피 제가 너무나 좋아했던 작품이잖아용...ㅎㅎ 설레는 마음이 넘치지 않게 꼭꼭 다잡으면서 공연장으로 향했답니다... ^^
막이 오르면 환상의 세계로 떠나자고 리딩 플레이어가 관객들을 안내합니다.. 여러분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가장 신기하고 기적적인 이야기를 선사해드리겠습니다... 라고... ^^ 그 신기하고 기적적인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떤 결말로 향하는지 뻔히 다 아는데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기대가 되는 걸까요? 며칠 뮤지컬을 못봤다고 제가 너무 굶주려 있었나봐요.. ㅋㅋ
첫 장면에서 리딩플레이어와 앙상블들은 화려한 안무를 보여주고는 ‘피핀의 일생’이라는 커다란 플랜카드를 무대중앙에 펼칩니다. 이제 무대안의 또 다른 무대가 시작되는 것이죠. 굳이 극중극이라기 보다는 피핀의 여정자체가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마지막에 멋진 클라이막스를 강요하는 리딩 플레이어의 대사를 듣고 있으면, 아.. 이게 전부 극중극이었던거구나.. 하고 새삼스레 깨닫게 되죠.. ㅋㅋ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는 최성원 피핀이 무대에 등장합니다. 잠깐 서재경 피핀이 떠올랐죠.. 제가 두 번째 피핀을 볼때 서재경씨가 아니라 최성원씨였다면... 그랬다면 아마도 그동안 피핀을 몇 번은 더 봤을테죠.. 두 번을 끝으로 더 안보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가 서재경씨때문이었거든요.. ㅡㅡ;;
누구나 살아가는 이유가 있는 법.. 난 아직 그 이유를 찾지 못했네~~~
...내 영혼이 자유로울 수 있는 그곳을 찾아서 갈 거야..
누구나 꿈있지만 이루긴 어려워... 하지만 난 절대 포기하지 않겠어~~~
너무나 기분좋은 멜로디의 넘버가 흐르고.. 가슴이 쿵닥거리기 시작했답니다... 아.. 너무 행복했거든요... 어쩜 이렇게 음악들이 하나하나 주옥같은지 말이죠... ^^
누구나 자신의 삶은 특별할꺼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이구요.. 이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즉 관객들의 대리인으로써 피핀은 여러 가지 경험을 합니다. 군인이 되어서 전쟁영웅을 꿈꾸고, 힘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지도자를 꿈꾸고, 혹은 누군가와 로맨틱한 사랑을 나누는 연인이 되기도 하지요... 뭐 결국은 이런 것들 속에서도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되지만 말이죠.
전쟁에 참여하게 되는 피핀의 여정을 그리는 음악과 안무가 참 재미있잖아요. 앙상블들이 일렬로 앉아서 쿵짝 쿵짝 끊어지는 리듬에 맞춰서 마치 인형처럼 안무를 하는 장면... 대부분의 앙상블들의 얼굴에 분장이 마치 가면처럼 하얗게 되어있거든요. 자신의 표정을 드러낼 수 없는 광대나 삐에로처럼.. 그들이 ‘배우’라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장치중의 하나겠죠.
안무랑 음악이 재미있긴하지만, 사실 뭐 절대적인 왕인 찰스대제의 전쟁에 대한 사상을 비롯해서 노래의 가사가 그다지 공감되지는 않죠.. 내일 전투에서 승리를 바라오니, 우리에게 약탈한 권리를 주시옵고, 강간을 권리를 주시옵소서... 이렇게 말하니까요... ㅋㅋㅋ
실제로 전쟁이란 걸 겪어본 피핀은 끔찍한 살육전을 보면서 회의를 느끼죠... 자신의 머릿속에 있던 전쟁이란 것과 실체가 많이 달랐던 거겠죠.
이제 피핀의 할머니인 '여전히 매력적인' 버싸가 등장합니다. ^^ 주어진 삶속에서 즐거움을 맘껏 누리며 살자... 인생.. 그거 뭐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 없어... 이런 인생관을 가지고 있는 여인이죠..
니가 나만큼 나일 먹으면.. 상상은 안되겠지만.. 어느날 걸음 멈추고.. 이런 생각을 할 거야~~~
왜 아웅다웅 살았는지... 이제 남은 너의 삶을 소중히 시작해... 걱정한다고 되는 건 없어...
자.. 이제 시작해.. 후다닥 시간이 가기전에.. 정신차려.. 세월이 가는 건 눈깜짝할 사이~~~
이 예쁜 멜로디와 경쾌한 가사와 리듬을 듣는데 순간 눈물이 나더라구요... ^^;; 거참.. 피핀을 보다가 울었다고 하면 아무도 안믿겠죠.. 이 작품에 울만한 장면이 어디있냐구.. ㅋㅋ 지난 한주 동안 뮤지컬이 너무나 그리웠었거든요.. 겨우 한주동안인데.. 뭐 그걸 가지고 오버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한테는 한달보다 더 길게만 느껴졌던 힘들었던 한주인지라... ㅡㅡ;;
피핀은 버싸의 충고를 듣고 이렇게 생각을 바꿉니다. 이제 걱정 그만하고 인생 즐기면서 살 거야... 작은 행복을 찾는 것... 그러면서 순간의 쾌락만을 즐기는 섹스에 탐닉하게 되죠... 그 장면이 시작되면서 피핀이 부르는 넘버... 곧이어 이어질 적나라한 안무가 펼쳐질 무대를 생각하면, 시작하는 넘버가 안어울리게 너무나 아름답죠... 하여간에 피핀의 곡들은 어느 것 하나 빼놓을게 없이 좋은 거 같아요.. ㅎㅎ
화려한 안무로 가득 채우던 무대가 끝나고.. 그래 이제 좀 기분이 어때? 라는 리딩 플레이어에게.. 피핀이 말하죠.. 허전하고 허무해요.. 인생엔 이것보다 뭔가 더 가치 있는 일이 있을거라구요. 내가 할 수 있는 그 무언가... 이건 아니에요...
리딩 플레이어는 또 다시 피핀을 충동질하고, 피핀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백성의 선봉에 서는 지도자로 갑자기 바뀝니다.. ㅋㅋ 이것을 이용해서 파스트라다의 계략으로 피핀이 자신의 아버지인 찰스대제를 암살하게 되는 거죠... 정말 볼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파스트라다는 김선경씨로 봐야하는 건데.. 지지리도 운없는 저는 어째 두 번이나 김선경씨의 커버인 김명희씨로 보게 되었지요.. 거참.. 도무지 캐릭터를 살려 놓지를 못하시더라는... 김선경씨가 할땐 귀여운 캐릭터가 김명희씨가 하면 그냥 푼수같기만한 캐릭터가 되어버리거든요... ㅡㅡ;;
왕이 된 피핀... 백성들에게 무자비한 권력을 휘둘렀던 찰스대제와는 달리 백성들을 배려한 정책을 시행하지만, 정치라는게, 지도자라는게 그렇게 쉬운일이 아니죠... 결국 자신의 아버지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게 되어버리고... 다시 살아나서 무대로 걸어 나온 찰스대제에게 사과를 하고 왕관을 돌려주죠.. ㅋㅋ
피핀은 절망합니다. 생각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나도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그래서 예술과 종교에 헌신해 보기도 하지만 이것도 저것도 아니야... 난 절대로 못찾을 거야... 그러면서 버려진 걸레처럼 길바닥에 널부러집니당.. ㅋㅋ 덕분에 캐서린을 만나게 되구요..
평범한 삶속에서 사랑을 꿈꾸는 캐서린에게 동화되어 테오와 함께 그들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피핀... 그런데.. 어째 이건 그가 꿈꾸던 삶이 아닌거 같죠?
가장 행복한 순간에 그는 깨닫죠... 인생엔 이것보다 뭔가 더 있다고... 난 이런 걸 꿈꾸던 게 아니라고.. 난 여기 눌러앉아서 매일 똑같은 일만 하면서 살진 않을 거야... 라며 그곳을 박차고 나옵니다.
피핀을 부추기면서 그을 이리저리 끌고 다녔던 리딩 플레이어는 작품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얘기합니다. 피핀... 우리가 공연 전부터 알고 있었던 걸 넌 이제야 알게 되었구나... 인생에 특별한 게 어디있냐고... 그런 건 없다고... 하지만 야비한(?) 그는 마지막으로 한번 더 피핀에게 제안을 하죠.. 아직 하나더 남았다고... 마지막 피날레가 남아 있다고... 불꽃 그 자체가 되어 눈부심으로 남을 수 있다고.. 그리고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그를 이용해서 관객들에게 최고의 피날레를 보여주려는 거죠.. ㅋㅋ 그걸 거부하는 피핀에게 화를 내다가 그와 앙상블들이 관객들에게 손을 내밀잖아요. 당신들 중 한명이 이 피날레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고... 오늘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렇게 손을 내밀때 정말 관객석의 누군가가 무대로 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정말 마지막 피날레의 주인공이 될까.. 그런 예상치 못한 관객이 없었기에, 배우들이 좀 당황하긴 하겠죠.. ㅋㅋ
아직까지도 다른 작품과는 좀 다른 피핀의 결말에 대해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관객들도 있어 보였지만, 저는 처음 볼 때부터 지금까지.. 이들의 결말이 마음에 드는군요.. 뮤지컬 결말이 이정도면 됐죠 뭐... ㅋㅋ 그리고 재밌잖아요. 계속 무대위의 배우로 있던 누군가의 의상도 가발도 벗기고. 음악이며 조명, 마이크도 꺼버리고... 그리고 엔딩을 하는 것이... ㅎㅎ
피핀은 마지막에 이렇게 노래합니다. 난 화려한 기적을 원했어.. 그 신기루를... 인생의 작은 기쁨 모른 체.. 달려만 왔어.... 자신이 꿈꾸던 그 뭔가 특별한 것을... 화려한 신기루라고 바꿔서 표현하더라구요. 물론 그런 허상들보다는 자기 주변의 작은 기쁨들이 소중하다.. 뭐 이런 걸 말하고 싶은 거겠지만... 글쎄... 우리가 꿈꾸던 그 이상들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과연 신기루에 불과한 걸까요...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나날들... 나는 남들과 달라... 뭔가 특별한 게 내 인생에 있을 거야... 그래서 꿈을 꾸는 것이고,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서 현실에 타협하고.. 그래.. 꿈이란 게 실현될 가능성이란 게 아주 희박하다는 것도 깨닫게 되고 말이죠...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 꿈을 꾸는 그 순간만으로도 완벽하게 충족되는 행복감을 맛볼 수 있잖아요. 항상 어떤 목표에 도달하기 전에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더 많은 걸 깨닫고 배우는 거구요. 그러니.. 이루어지든 그렇지 않든 간에 꿈을 꾸는 것을 잡을 수 없는 허상을 바라는 거라고 볼 수는 없는 거 같아요.
공연을 보고서 나오면서 이런 저런 생각...
이렇게 순수하게 재미있는 작품이.. 탄탄하고 빈틈이 없는 작품이 더 많은 관객들에게 호응을 받지 못해서 참 아쉽다고... 그래도 막공 즈음에 한번 더 보게 되어서 나는 정말 다행이라고... ^^
그리고 또 드는 아주 간절한 생각...
아... 아무것도 안하고 매일 뮤지컬만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ㅋㅋ 너무 비현실적인 생각이라구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삶이 사막같거든요. 제 눈엔 온통 사막만 밟히고, 그 사막의 한복판에서 날지도 못하는 남루한 카펫같은 기분에 탈진할 것만 같을 때... 유일하게 나를 구원해 주고, 격려해주는 것이니... 좀 비현실적일지라도 꿈꿀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항상 중요한 것은 순간이잖아요. 그 모든 시간을 전부 버틸 수 있는 찰나의 시간.. 그 순간을 결정짓는 진정한 계기가 저에겐 뮤지컬이구요.
어느 책에서 본 구절인데요.. 나비 문신 하는 걸 좋아하는 이에게 물었죠. 왜 나비 같은 것을 붙이는 걸 좋아하냐고... 그랬더니 이렇게 대답하더라구요. 왜냐하면, 우리는 날 수 없으니까... 라구요...
아마도 제가 뮤지컬을 꿈꾸고 지극히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지도 모르겠네요. 내가 뮤지컬을 할 수는 없으니깐... 그러니깐 이렇게 보고 즐기는 걸로라도 만족하려 하는지도..
살다보면, 느리게 천천히 다가와서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것들이 있게 마련이죠.. 저한테는 뮤지컬이 바로 그런 것 인거 같아요. 하지만 주어진 만큼만 누리는 것.. 허락된 만큼의 욕망이란 게... 저에게는 언제나 힘든 일이네요... 그래서 언제나 참지 못하고 지르는 것일테구요.. ㅋㅋ
또 이번에 절실히 깨닫게 된 점... 제게는 뮤지컬을 보고 싶어 하는 욕망이 사치가 아니라, 생존본능에 버금가는 절박한 욕구라는 것... ^^
암튼... 뮤지컬 한편으로 지난 한주의 그 모든 피로를 말끔히 씻어버렸으니.. 시작되는 한주도 기운내서 달릴 수 있을꺼 같아요... 게다가 이번 주 주말엔 정말 간절히 기다리던 작품이 시작되거든요... ^^
첫댓글 피핀의 할머니 버샤의 연기가 지금도 아련합니다^^ 한 주, 아니 하루의 피로를 무엇으로 푸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집에서 다 늦게 저녁을 잔뜩 먹고 쇼파에 몸을 기대어 11시 뉴스를 즐겨보는 것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고
일주일의 피로는 늘어지게 잠을 자면서 혹은 사람들과 운동하면서 풀기도 한답니다
너무 무책임한 것 같아요 그쵸? refration님은 피로를 공연보고 피로를 푼다고 하는데...아, 나의 무능이시여~
우리 한번 꼬리말에 적어서 비교해봅시다 ㅎㅎㅎ 우리 회원님들은 어떻게 하루의 피로를 풀고 일주일의 피로를 푸는지? 나아가 한달도 좋고 일년도 좋고....
쉬엄쉬엄님,까미니님,게릴라님,민정님,빨간여우님,오타짱님,권미정님,엔튜비쥬님,푸른잎님,cojette,pinkmom,zhenya님,수정님 등 어찌 피로를 푸시나요?
ㅎㅎㅎ 좋아 좋아^^ 일주일은 어찌 푸나요?
전 요새 일주일의 피로는 '마이걸'을 보면서 풀어요..ㅡ.ㅡ;; 이동욱,이준기..ㅋ 드라마 보고 나면 너무 '샤방샤방~'해져서는 ㅋ 이다해는 너무 깜찍해요...ㅋㅋ
왠 강퇴? 별 말쌈을...
아니 이런 피핀 후기 댓글에 공연이랑 전혀 상관없는... ㅋㅋㅋ 저는 정말로 피로를 공연을 보면서 푸는 거 같아요... 그래서 웬만하면 주말에 공연을 뭐라도 봐야지 그 다음 한주를 힘차게 시작할 수 있는 거 같다는... ^^;;
하루의 피로는... 공연이 있었던 날은 그날 새벽에 글쓰면서 풀구요... ㅋㅋ 그 다음날 오전엔 좀 힘들지만... ^^;; 공연이 없었던 날은 어떻게 풀지... 그래도 일찍 자는 편이 아니라서 항상 늦게 자는 편인데... 요즘엔 블로그하면서 푸는 거 같기도 한데..피로는 잠같은걸루 풀어야 되는데... 제가 좀 이상하죠? ㅋㅋㅋ
음~ 제 예상이 딱 맞아습니다 그려^^
하루의 피로와 일주일의 피로를 푸는 방법에 대한 생각을 적는 곳이 이벤트란 메뉴로 옮겼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