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에 대하여 (최백호)
1977년 '내 마음 갈곳을 잃어'로 데뷔해
'입영전야' '영일만 친구'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고
1983년 '고독'으로 MBC 10대 가수상,
KBS 가요대상 등을 수상하며 최정상에 올랐던 최백호.
이후 음악 활동 부진과 이민 등 개인사로 가요계를 잠시 떠났던
최백호가 1995년 '낭만에 대하여'를 발표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낭만에 대하여'는 발표 당시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95년부터 96년까지 방영된 김수현 극본의 KBS2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에 사용되며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김수현이 어느 날 차를 탔을 때 들려 온,
"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라는 대목이 가슴에 팍 꽂혀 드라마에 넣었단다.
낭만(浪漫)의 사전적 의미는
" 실현성이 적고 매우 정서적이며
이상적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심리 상태.
또는 그런 심리 상태로 인한 감미로운 분위기" 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낭만(浪漫)이라는 용어는
감성적이고 환상적인 사랑에 관련된 의미로 쓰인다.
그런데 가사의 각 구절에 나오는 단어는
궂은 비, 옛날식 다방, 도라지 위스키, 짙은 색소폰 소리...
구질구질하고 촌스럽지만, 왠지 그리운 '옛것'들이다.
어느 비오는 날, 그가 몹시 힘들 때,
우산도 쓰지 않고 헤메다 들어간 부산 동래의 허름한 다방.
거기서 하염없이 듣던 '에이스 캐논'의 색소폰 연주곡, ‘Laura’ !
그 기억을 끄집어내서 만든 것이 '낭만에 대하여'란다.
사람들이 '옛것'에 쏠리는 것은
" 모든 사라지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 그리움"이라고 하지만,
최백호가 깊이 있고 남성적인 목소리로 노래하는 '옛것'에는
구질구질함을 넘어 과거를 상기하고 그것에서 뭔가를 찾아내는
'의미의 새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묘한 힘이 있다.
최백호의 노래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그림 세계'를 들여다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최백호의 꿈은 원래 화가였으나,
어머니의 이른 죽음이 그의 인생 행로를 바꿨단다.
나이 스무살에 홀로 된 그는 미대 진학을 포기하고
직면한 생계난을 해결하기 위해 가수로 나섰단다.
중학교 때 미술반 활동을 한 것이 그림 공부의 전부였으나,
이후로 틈날 때마다 독학으로 그림을 그려왔고
전시회도 몇 차례 열었다
그는 어린 시절 나무에 얽힌 추억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그린다고 한다.
그래서 최백호는 “아직 나무 밖에 그리질 못한다.
어쩌면 영영 나무만 그릴 지도 모르겠다”며
그의 오랜 창작 화두가 오로지 나무임을 밝혔다.
어느 평론가의 말대로, 최백호에게 나무는
"생의 비의(秘義)를 드러내는 은유(隠喩)의 상징이고.
안식처이자, 존재의 결핍을 깨우치게 하는 화자이며,
무상한 생으로부터 건너가야 할 피안"이다.
최백호는
“시시때때로 변해가는 세상과 무관하게
변함없고 묵묵한 나무를 사랑한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나무의 침묵과 고요로부터 최백호는 시심(詩心)을 얻는다.
그의 그림은 ‘나무의 시(詩)’다.
또한 어린 시절 혼자 나무에 올라가 놀기를 좋아하던 그에게
나무는 결핍과 그리움이 한 몸임을 알려준 친구이기도 하다.
그의 회상에 따르면 나무에서 종종 혼자 잠이 든 그를 찾아
어머니가 그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다고 한다.
그의 노래에 비치는 고독과 그리움이 나무에 녹아 있는 것이다.
[낭만에 대하여 - 최백호]
1.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새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던지는 농담 사이로
짙은 섹소폰 소릴 들어보렴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만은
왠지 한곳이 비어있는 내가슴에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2. 밤 늦은 항구에서
그야말로 연락선 선창가에서
돌아올 사람은 없을지라도
슬픈 뱃고동 소리를 들어보렴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지는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렴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만은
왠지 한곳이 비어있는 내가슴에
다시 못올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 '내마음 갈 곳을 잃어' 이곡도 감상 바랍니다.
" 가을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
이 노랫말, 한 세월 지난 지금도 뭇 사내들의 가슴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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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에 대하여' (최백호)
nk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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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6.26 12:4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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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친구의 부탁을 받고 이 게시물을 만들었다.
늘 느끼는 일이지만 부족하여 채울 수 없는 게 있다.
허기사 사람이 하는 일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