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덮힌 겨울언덕은 사막이다
날카로운 칼날능선과 계곡의 황홀한 설경
이번주 전국에 눈이 많이 내린다는 예보다. 12월 23일의 경우 제주도 사재비 산지는 적설량이 75.9cm, 전라북도 임실군 강진면은 53.2cm의 적설량을 기록했다고 한다. 기온도 급강하하여 12월 23일 08시 현재 서울 종로의 경우에도 체감온도가 영하 23도까지 떨어졌다.(전북 순창군에는 21-24일 나흘간 적설량 67.7cm 기록)
2017년 1월 선자령 설경등산이 생각난다. 당시 대관령에 영하 14도의 혹한과 함께 밤 사이 25cm 정도의 폭설이 내렸다. 대관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추위가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대관령은 해발 832m.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인 함백산 만항재(1,330m)에 비하면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대관령 자체가 눈이 많이 오기로 유명한 곳이다. 수년 전 능경봉을 오를 때 이곳에 폭설이 내려 시야 몇 미터도 보이지않을 정도였던 기억이 난다. 대관령까지 제설작업은 제대로 돼 있을까? 영하 14도라면 도로는 얼지않았을까? 하지만 걱정보다 모험과 도전감이 오히려 마음을 설레게 했었다. 어려운 코스가 아니니 일단 가보자. 전인미답의 눈쌓인 산길을 걷는다면 이 또한 멋진 트레킹이 아니겠는가? 당시 내 걱정은 기우였다. 서울에서 3시간 쯤 걸려 아침 일찍 도착한 대관령 고개는 이른 제설작업으로 눈이 거의 치워져 있었다. 어느새 도로의 그 많은 눈을 치웠을까?
대관령에 위치한 선자령과 양떼목장은 겨울 설경을 즐기기에 최적의 트레킹 코스요 여행지다. 가기가 쉽고 오르기도 어렵지않다.
겨울시즌 대관령의 적설량은 대단하다. 선자령, 능경봉이나 양떼목장 인근의 경우 내린 눈이 녹지않고 계속 쌓여 조금 과장하면 마치 히말라야 고산같은 설경이다. 대관령의 거센 바람이 자연스럽게 멋진 계곡과 능선을 만들어준다. 높은 언덕이나 비탈지역에 눈이 쌓이면 바람의 칼날이 날카로운 곡선을 만들어 마치 사막 능선처럼 보인다. 쌓인 눈의 질감도 세세하고 선명하기 그지없다.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떠오른다. 하얀 설경 색을 붉은 사막 칼러로 바꿔보면 어떨까? 또, 그 이미지에 낙타를 끌고 가는 카라반 행렬을 삽입해보면 어떨가?
설경이 모래사막으로 바뀐다. 눈 쌓인 비탈과 사막의 모래언덕 질감이 매우 비슷하다. 나무도 물도 없는 대지 위에 오직 모래로만 덮혀 있는 사막, 마찬가지로 들판과 언덕이 눈으로 덮혀 있고 겨울바람이 그 눈발을 밀어올려 칼날같이 날카로운 능선과 계곡을 만들어낸 자연현상. 대지를 온통 눈으로 덮고 있는 설경은 곧 사막의 모래언덕과 너무도 흡사하지 아니한가?
202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