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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붕 세 쁘레시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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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스크랩 영원한 모델리스트 이승렬
아오스딩 추천 0 조회 63 09.10.14 23:39 댓글 5
게시글 본문내용

 

 

 

 

무리 과학과 컴퓨터가 발전한다고 해도 30년간의 수작업 버릇을 버리고

캐드시스템을 배운다는 자체도 놀랍지만

그 기술을 후배들에게 가르쳐 후진 양성에 마지막 열정을 쏟겠다는

업계 사랑은 많은 이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모델리스트 이승렬씨의 일과는 컴퓨터를 켜면서 시작이 된다.

내년 S/S시즌에 전개할 재킷의 패턴을 제작하기 위해

그는 지난해에 제작됐던 패턴이 저장되어 있는 디스켓을 찾아 컴퓨터에 꼽고 패턴을 불러낸다.

지난해에 비해 약간 슬림해진 실루엣에 따라 패턴을 수정하기 위해

마우스의 버튼을 누르는 그의 손놀림이 바쁘게 움직이면서

구체적인 형상들이 모니터에 하나둘씩 나타난다.


그가 컴퓨터를 처음 대하게 된 것은 92년 3월.

젊은 세대들의 패턴에 대한 인식 부족과

전문 인력 부족이라는 고질적인 업계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몇 사람 몫을 할 수 있다는 컴퓨터를 배우기로 작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때 그는 제일모직 하티스트 여성복 기획팀의 수석모델리스트였으며

정년을 불과 3년 앞둔 30년 경력의 노장이었다.


먼저 그는 어패럴캐드를 판매하는 업체와 연결,

컴퓨터를 배우게 된다.

이렇게 배우게 된 컴퓨터와의 만남은 처음 3일간의 기본교육 후

4일째 되는 날부터는 혼자서 컴퓨터를 활용해 패턴을 제작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컴퓨터라고는 평생 처음 대해 봤으나 별 부담 없이 접근이 가능했습니다.

누구나 패턴을 알고 있다면 쉽게 배울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라는

그 역시도 소위 말하는 컴맹이었다.


그러나 캐드가 손에 익어가던 2개월째가 되면서 회의가 생기기 시작했다.

즉 빨리 익숙해지리라고 생각했던 화면상에서 느껴지는 선의 감각과

실물크기의 패턴에서 느껴지는 감각의 차이를 좁히는 데에 한계를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는 화면에서 구성한 패턴을 출력하여

실물사이즈에서 수작업으로 수정, 재입력하는 지루한 작업을 시작한지 오래지 않아

화면과 실물과의 감각을 일치시키는데 성공하게 된다.

그때의 감격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는 그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역력했다.


컴퓨터를 배우던 당시 그는 제일모직에 적을 두고 있는 직장인이라

회사에 먼저 출근한 후에 어패럴캐드 회사로 다시 출근,

어패럴캐드시스템을 공부한지 10개월째인 93년 1월

드디어 자신의 작업공간에 패턴테이블 대신 캐드시스템을 설치하게 되었다.


그는 지난 7월부터 수작업이 아닌 컴퓨터만으로 모두 1천 8백여 점의 패턴을 제작했다.

“지금은 30년간 손에 익어온 수작업보다는

캐드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더 능률이 오르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많은 자료와 노하우가 축적되면

현재 제작 능력보다는 적어도 두 배 이상 효율이 높아질 것으로 확신합니다.“라며

패션계의 ‘칼퇴근’은 패턴사가 주도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는 그의 인생의 절반 세월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아름다운 실루엣을 표현할까?

어떻게 하면 좀 더 경제적인 생산을 할 수 있을까를

늘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세월을 메꾸어 왔다.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한다는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서

가끔씩 반쪽짜리 패터너가 아니었나 스스로 반성해 보기도 한다.

그 나이 또래의 패터너들은 대부분 우연한 기회에 패턴을 접하게 되었다.

워낙이 일자리가 없었고 배고픈 시절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남에게 가르쳐주면 혹시라도 자기 밥그릇이 없어질까 봐 노심초사하던 시절이라

선배들이 세심하게 가르쳐 준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어

양복점이나 양장점에서 잔심부름을 하면서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우던 시절이었다.

이런 사정인지라 패턴을 제작하는 기능만을 배우는 데만도

너무나 긴 세월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옷감이나 부자재의 특성, 유행의 흐름 등

의류산업 전반에 대한 기본적인 바탕 없이 접근하다보니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는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산업 현장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패터너의 아집은

유관업무, 즉 섬유, 패션산업 전반에 대한 기본 지식의 바탕 없이

단순 기술만을 고집하는 데서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그 나름대로의 생각이다.

 

“이론적인 배경을 가지고 업무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무지향의 교육기관이 전무하고,

실무에서도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기술이전을 꺼리는 것이

오늘날까지의 한계였습니다.”라며

이러한 여건들은 그가 처음 패턴을 배웠던 시절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같은 그의 고민은

그동안 몸담아 왔던 제일모직의 수석 모델리스트 직을 그만두고

서울모델리스트아카데미라는 패터너 전문 양성학원 개원이라는

또 다른 형태로 귀결되어 진다.

 

그는 앞으로는 후진양성을 위해 실무에서 익힌 생생한 경험에

독학으로 이룩한 이론적인 배경을 더해

한국패션의 밑거름이 될 후진양성에 힘쓰겠다는 각오를 다시금 새긴다.

 

특히 현업에서의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제일모직의 기술고문을 맡아 수업이 없는 시간은

제일모직에서 계속 근무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의 기술고문 위촉은 한국인으로는 최초라는 점에서

앞으로 모델리스트도 능력만 있다면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다가오는 21세기에는 국내에 패터너 출신의 임원도 탄생할 수 있다고 기대해 봅니다.

이미 일부 대기업에서는 패터너 채용 시 고학력인력을 선호하고 있고

대우 역시 M/D나 디자이너와 동등한 수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디자이너만 있으면 옷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던 경영인들도

이제 서서히 그 마인드가 바뀌고 있기 때문에 후진들이 활동하게 될 가까운 미래는

그리 어둡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라며

낙관적인 패터너의 미래를 점쳤다.


10대의 어패럴캐드를 보유하고 국내 최초의 패터너학원 개원이라는 큰일을 치러낸

이승렬 원장은 원래 중앙대 국문과를 다니던 문학도였다.

그러나 그 역시 내면의 끼를 뒤늦게 발견하고

우연한 계기로 패터너의 길에 입문하게 되었고

30년간 오직 외길만을 걸어온 한국 패터너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비록 그가 걸어온 길이 힘들었다고 해서

굳이 후배들에게도 그 희생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식이 당신들보다 편한 삶을 살아주기를 바랬던 우리 부모님들의 심정처럼

그 역시 모델리스트를 꿈꾸는 후배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보다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창조적인 활동을 하기를 염원하는 패션계의 원로이다.

 

다만 그날은 어느 한 영웅을 통해서 성취될 수 없고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기에 그 긴 여정에 있어 동지를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승렬.

이제 모델리스트 이승렬보다는

이승렬 원장이라는 타이틀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그에게서

스페셜리스트의 프로정신과 패션사랑을 느낀다.

자신이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화려한 디자인계의 뒤안길에서

묵묵히 자기 일에만 열심히 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그였지만

후배들은 더 이상 뒤안길이 아닌 밝은 곳으로 나오길 바라는지도 모른다.


얼굴 깊숙이 파여 있는 주름살 속에서 30년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워낙이 조용하고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라 유난히 주름살이 많은 얼굴이지만

그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게 된다.


그에게는 자기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했던 어려웠던 시절의 선배 모습을 찾을 수 없다.

다만 스승의 자애로움이 엿보일 뿐.

 

 



출처 : FASHION TODAY 1995년 10월호

필자 :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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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09.10.20 10:13

    첫댓글 벌써 15년전의 패션잡지에 실렸던 내 기사입니다. 그냥 자랑할려고 옮겨봅니다. 실은 내가 하는 일이 무언지 정확하게 알려드리고 싶어서 올렸습니다.

  • 09.10.15 15:30

    존경하는 이승렬(아오스딩) 원장님!..윗글을 읽고 가슴속에 감동의 물결이 잔잔하게 느껴짐은..여전히 지금도 열정적으로 일하시는 모습에서 저희들에 많은 교훈을 주고계십니다~신앙과 믿음을 바탕으로 한 삶의 긴 여정을 지금도 오로지 한길만을 가시는 이승렬(아오스딩)원장님께서 저희들과 함께 할수 있다는것이 영광이고 기쁨입니다..더욱 날로 번창하시고 아울러, 영육간의 건강을 성모님의 전구를 통해 기원합니다~더욱 건강 하세요

  • 09.10.16 13:08

    잘보아씀니다 역시미남이시고 하시는일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게되었꼬요 언제나 건강하시고 주님의 은총 듬뿍받으소서...그리고 어제는 당구 너무 잘치시데요 다윗의탑 홧...팅

  • 09.10.19 15:35

    저도 전시회때 가보았지만 정말대단하시다는걸 몸소 느꼈구요 항상건강에 유의하시어 계속쭈욱 하셨음 하는바램입니다

  • 09.11.09 14:01

    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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