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사과하고 철거민대책 수립하라”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사람들은 대장동만 문제인 줄 알지만 다른 지역도 같은 문제에 처해 있다. 거주민들의 주거권을 고려하지 않고 진행되는 무분별한 재개발에 강제로 쫓겨나는 지역민들은 오늘도 갈 곳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11시부터 서울시청 앞 동편 광장에 모이기 시작한 철거민들이 오후 2시 무렵이 되자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전국철거민협의회에 따르면 과거부터 이어온 무분별한 개발과 강제철거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고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해당 지역 거주민들이 살 곳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대화의 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낮 최고 기온이 7도를 채 넘지 못했던 이날은 오전 내내 가을비가 내리며 체감온도 3~5도 수준에 머물렀으나 집회 참가자들의 의지까지 식힐 수 없었다. 자그마한 체구의 엄익수 전철협 공동대표를 비롯한 참가자들은 오랜 시간 비를 맞으면서도 대열을 흩뜨리지 않았다.
엄익수 대표는 단상에 올라 “주거안정과 주거환경개선을 이룬다며 개발 사업은 추진됐으나, 주거취약계층과 재산권침해를 당하는 철거민은 늘어났다”면서 “철거민들의 무고한 희생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군사정권서 시작된 토지 및 개발 관련법 여전히 존재
2002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왕십리, 길음, 은평 3곳을 시범뉴타운으로 발표한 뒤, 본격 밀어붙이기식 사업추진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드러난 바 있으나 전임 시장부터 현재 오세훈 시장에 이르기까지 개선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
한 철거지역 주민이라는 A씨는 일요서울 취재진에게 “추워진 날씨도 차가워진 비도 우리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며 “이미 강제로 내쫓기는 상황에 처해지던 때부터 끝까지 우리의 생각과 의견을 전달하고 반드시 해결책을 얻어내겠다는 생각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전철협이 주최한 ‘오세훈 서울시장 사과 및 서울시철거민대책촉구 전진대회’에는 총 13개 지역 100여명의 서울시 및 경기도 재개발 지역 주민들이 참석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거세지는 빗속에서 우산도 없이 비옷만 걸쳐 입은 채 묵묵히 버티며, 단상에 오른 지역 대표들의 서울시와 경기도의 각종 재개발 사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는 함성으로 화답했다.
주최 측은 날씨가 비록 추워지고 있으나 서울시 등이 대화 저리에 나올 때까지 집회를 지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엄익수 대표는 취재진에게 “주위의 여러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라며 “많은 이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책임지는 오세훈 시장이 우리의 입장을 들을 수 있는 대화의 창구를 마련하고 토론의 장이 열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이 지난 4월 서울시장에 취임하면서 적극적인 재개발과 재건축 등의 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주택을 가진 지역 주민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으나, 오갈 곳 없는 세입자들은 말 그대로 쫓겨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졌다.
이날 이호승 전철협 중앙회 상임대표는 “과거 군사정권에서 제정된 토지 및 개발 관련법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며 “성남시 대장동같은 잘못된 개발이 전국에 산재해 철거민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 정치권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오세훈 시장을 향해 “서울시의 잘못된 철거민 관련 정책을 시정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서울시 철거 대책 토론회 요청에 외압 행사
또 주최 측은 그간 서울시를 향해 강제 철거 반대와 철거민 대책을 요구해 온 엄익수 대표를 향한 압력도 있었다고 밝혔다. 전철협은 “서울시 소속 공무원들은 ‘서울시철거민정책토론회’를 요구하며 이에 대한 실무 책임을 맡고 있는 엄익수 대표를 무시하고 외압을 가하기도 하며 나아지는 모습 없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시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행했던 반민주·반인권적 행태를 답습하며 故박원순 전 시장 재임기간에도 행해졌던 철거민 사망사건과 대책 없는 강제철거는 개선되거나 나아지지 못하고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시가 압박하며 침묵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고뇌하며 합법적인 요구에 나선 철거민들의 의견을 수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철협은 서울시의 편향적 재개발 정책이나 철거민 정책이 아닌, 진심으로 개발지역 주민들의 재산보호와 주거권을 위한 뉴타운 및 재개발 정책, 철거민 정책을 만들기 위한 공동 토론회 개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한편 전철협은 근본적인 철거민 대책을 위한 논의의 장을 열어달라며 2016년 서울시 조례에 근거한 ‘서울시철거민정책토론회’를 주최를 요구하며 서울시민 약 86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서울시에 정식으로 전달한 바 있다.
서울시 및 경기도 철거지역 주민들이 재개발 정책에 의해 주거권을 침해 당하고 사유 재산까지 잃어버리게 되는 어려운 상황을 호소하고 대안 마련 촉구에 나섰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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