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사랑해?
반려동물, 반려인, 반려가구, 반려견, 반려묘, 댕댕이, 냥집사... 등 주변에서 자주 접하는 단어들이다. 인생의 동반자를 뜻하는 반려(伴侶)로서 인간과 더불어 사는 동물을 뜻하는 말이다. 반려동물 가구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24년 반려인구 1,500만 시대다. KB금융그룹이 발표한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존 604만 가구 1,448만명이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려견 가구가 483만가구, 반려견 양육자가 1,161만명, 반려묘 가구 154만 가구, 반려묘 양육자 370만명이다. 향후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인구는 계속 증가가 예상된다.
‘나 홀로 혼밥족(1인가구)’이나 ‘자녀가 없는 부부가구’가 늘어나면서 동물을 좋아한다는 주된 이유도 있겠지만 외로움과 우울을 달래기 위해서도 상당하다. 우울과 고독, 불안에서 누구도 의지할 데가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비반려인은 ‘동물사랑’보다는 ‘사람사랑’을 강조하는데,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반려인에 대한 사랑이 사람 사랑의 시작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상대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비반려인들이 반려인을 향해 “왜 나와 같지 않느냐”라고 냉소적 반응을 보일 것이 아니라 그들의 존재 방식을 이해하려 한다면 반려동물문화도 수용해야 할 하나의 새로운 문화현상이다. 이미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감정을 지닌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하는 현상인 ‘펫 휴머나이제이션(Pet Humanization)’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반려인구의 88.9%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고, 80.8%는 주변에서 펫티켓(펫+에티켓)을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비반려인과 반려인의 인식 차이와 함께, 사람이나 개를 물어 상해를 입히는 사고나 배설물 방치로 인한 갈등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인근 공원에는 반려견과 산책 나온 반려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산책 나온 반려인들의 손에는 비닐봉지가 들려 있지만 아무것도 소지하지 않은 반려인들도 눈에 띈다. 일부 반려인들은 인적 드물거나 시야가 가려지는 곳에서 반려견이 배변하더라도 아무런 조치 없이 떠난다. 심지어 뒤처리용 휴지조차 그 자리에 버리고 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 배설물에 벌레가 생기고 악취가 코를 진동하게 되면 그 공원을 산책하기란 쉽지가 않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반려인의 펫티켓 준수는 더 필수적이다. 하지만 공원, 해변 등에선 애완동물 인프라를 누리는 반려인들의 기본적인 에티켓이 지켜지지 않아, 인프라 확충과 함께 펫티켓 제고 등 성숙한 시민의식이 병행돼야 한다.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과 반려동물과 공존 방식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일반 유기동물보호센터 등 1차 보호소에서는 오래 입양이 안되면 안락사를 한다. 한해 약 70만 마리의 반려동물이 우리 곁을 떠난다. 현재 동물의 사체는 국내법상 생활폐기물로 분류돼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려지거나 주변의 산과 들에 몰래 불법 매립되는 현실이다. 반려동물도 화장시설을 이용해 처리해야 하지만 반려동물 중 화장을 하는 비율은 절반도 안 된다. 일부 지역은 화장시설이 없거나 게다가 반려동물 테마파크나 화장시설도 혐오 시설로 인식돼 주민들의 반대와 민원의 단골 소재가 된다. 지난 해 연말 정부는 반려동물 장례지도사가 직접 방문해 화장과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식 반려동물 화장서비스’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차량 화장시설 도입으로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고 서비스 접근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국내 반려동물 인구 1,500만명 시대에 전국 지자체들의 관심이 펫팸(Pet-Family)족 잡기에 공을 들이고 반려동물 건강문화센터, 테마파크 등 애완동물 인프라 구축에 힘쓰지만 비반려인들의 인식 부족으로 난항 중이다. 몇해전 남양주시의 다산문화예술진흥원은 다산중앙공원에서 반려동물패션쇼를 가진 바 있다. 버려진 유기견들에게 아름다운 한복을 맞춰 입혀 반려인들과 함께 무대를 산책케 하였다. 시민들의 반응도 상상 더 이상이었지만 아마 유기견들과 함께 한 패션쇼는 최초일 것 같다. 반려동물인구가 3만에 이르는 남양주에서 이런 반려동물 페스티벌 등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경기도에서도 지난 연말 화성에서 ‘반려마루’가 문을 열었다. ‘반려마루’는 국내 최대 반려동물 테마파크다. ‘반려마루’는 지난해 도민 명칭 공모를 통해 ‘반려동물이 모여 이야기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반려동물 문화가 경기도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