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가로수의 가지를 치는 시기가 돌아왔다. 보통 매년 2월부터 3월까지 가로수의 새순이 돋아나기 전에 가지를 잘라주고 올해 생장량을 고려해 전선과 간판과 많은 경합을 벌이지 않도록 가지를 정리한다. 이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는 것과 흡사하다.
가지치기는 무조건 좋지 않고 가로수를 있는 그대로 둬야 한다는 사회적 주장도 있으나 가로수의 뿌리와 나무를 세심하게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도시의 좁은 공간을 두고 가로수는 위로는 전선과 옆으로는 간판 및 다른 나무와 다퉈야 할 뿐 아니라 가로수를 든든하게 떠받쳐 줘야 하는 토양의 양분과 건강 상태 역시 열악하다.
단계적인 가지치기로 수형이 형성된 가로수
외롭게 홀로 서 있는 가로수는 도시민의 삶과 언뜻 비슷한 면이 있다. 숲에 있는 나무들은 뿌리를 서로 얽힘으로써 영양분을 나누기도 하고 작은 나무들과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가로수는 많은 사람과 차가 지나다니는 도로 한 켠에 있다보니 자신의 삶을 돌보기도 어렵다. 한여름에는 그늘을 내어주기도 하고 도시 풍경을 아름답게 장식해주지만 때로는 강한 비바람에는 꺾여 재산상 손실 및 인명 피해를 내기도 한다. 도시에서 시민과 공생하기 위해서 가로수를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약한 가지치기와 강한 가지치기의 생장량 비교
국립산림과학원은 “건강하고 안전한 가로수 관리를 위한 가지치기 작업 시 강한 강도보다 단계적인 가지치기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굵은 가지를 제거하는 방식의 강한 강도의 가지치기를 하면, 가지의 절단면 주변에서 새로운 가치가 크게 자란다. 1년 동안 가로수 키의 증가량을 비교해 보니, 약한 강도의 가지치기를 한 것보다 은행나무는 5.6배, 느티나무는 2.7배 더 높았다.
가로수 키가 단기간에 빨리 크면 강한 가지치기를 자주 할 수밖에 없고 이는 관리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증가 등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가로수가 큰 크기에 도달한 후 강한 가지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크기에서부터 단계적으로 가지치기를 하면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에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과도한 가지치기 방지를 위한 제한 기준 및 전문가 분석 절차를 마련했으며 이는 가로수 조성·관리 지침(고시)에 반영돼 있다. 단계적인 가지치기로 큰 절단면을 생성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가지치기 시기가 지연돼 강한 가지치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몇 회에 걸친 가지치기로 목표 크기에 도달해야 한다.
가로수의 가지치기는 법적 절차가 마련됐지만 우리의 관심이 닿지 못한 공간도 있다. 아파트 단지의 수목이다. 우리나라 인구 중 절반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것을 참작하면 출근길과 등굣길에서 국민이 만나는 나무는 대부분 아파트 즉 공동주택의 나무다. 국립산림과학원의 가로수 연구 결과는 공동주택의 수목에도 적용할 수 있다. 강한 가지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몇 회에 걸쳐 가지치기를 한다면 시민들이 원하는 나무의 모습으로 가꿀 수 있다.
강한 가지치기 후에는 가로수 키 증가량이 커지고, 다음 해에 자르고 나면 또 자라고 다시 자르고 하는 악순환은 나무에게도 부담이 된다. 건강한 가로수보다는 쇠약한 가로수를 만들고 쇠약한 가로수는 도시의 극한 기후 조건에서는 오히려 위험 요소가 된다. 가로수는 환경적 혜택도 주지만 재해위험 측면에서는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국가 및 지자체 단위에서 탄소중립 실현 등을 위한 가로수의 역할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가로수는 국가 단위에서 도시 생활환경 개선 및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서, 지자체 단위에서 탄소중립·미세먼지 저감·도시환경 개선을 위한 실행 정책의 수단으로서, 시민에게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자연물로서 중요하다.
단계적인 가지치기로 수형이 형성된 가로수
가로수의 가지치기를 하는 이 시기를 ‘가로수 돌봄 주간’으로 정하고 가로수의 고충을 떠올리며 한 번씩 안아보자. 어떤 가로수는 못이 있는 등 인공구조물들로 이미 상처를 경험했다. 아파트 숲의 나무도 한 그루씩 안아보면서 찬찬히 살펴보자. 가로수의 건강 상태를 살피며 이들이 도시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정조대왕의 효심을 읽을 수 있는 수원 노송지대의 소나무, 여름철 큰 그늘을 주는 청주 양버즘나무 가로수 등 우리 가까이에 있는 가로수에 이야기를 담아보자. 가로수를 당연한 존재로 여기기 보다는 숲의 울창한 크고 작은 나무들처럼 우리가 도시에서 함께 어울리고 싶은 가로수의 모습을 상상하며 올해는 가로수를 돌보는 마음으로 대해보자.
첫댓글 한번에 싹~~~~뚝 하는 것이 민원과 비용적인 측면이 아닐까 생각 해 봅니다.
아름다운 수형을 유지하기 위해 늘 관심과 돌봄이 답은 맞는데
어려운 현실이 많은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