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자 : 2007. 2. 19(월)
2.
장소/시간 : 수리산
[수리산 약수터(09:00) -> 관모봉 쉼터(09:25)
-> 관모봉(09:45) -> 태을봉(10:10) -> 병풍바위(10:40)
-> 칼바위(11:05) -> 밧줄바위(11:20) -> 슬기봉
앞 갈림길(11:40)
-> 임간교실(12:00) -> 용진사(12:10) -> 수리산
한양아파트(12:20)]
3.
동행 : 대식, 성우
4.
뒤풀이 : 하산
후 평촌 삼김삼겹살
5.
산행일기
설날 연휴 마지막 날이다. 설날 음식을 과하게 먹어서 그런지 몸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어제부터 오늘 등산이 기다려지는 것은 등산이 이제 내겐 일상화된 습관이 되어서일까? 아침에 일찍 눈이 떠지고 기상 후 바로 등산가방을 챙기는 것을 보니 앞으로도 등산은 내게 오랜 습관으로 남을
것이다. 지난 신정 때 새벽 산행을 다녀 온 이후 꾸준히 주말 산행을 실시하고 있으며 오늘은 구정이라, 신정 때 마음속에 다짐한 약속들을 되새겨 보고자 한다.
명동 엄마가 수리산 약수터까지 차로 데려다 주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 길에 오른다. 성우는 초행길이나 관모봉까지의 길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아침을
과하게 먹어서인지, 몸이 조금 무겁다. 관모봉 정상에는 벌써 10여명의 사람들이 보이나 안개로 정상의 시야는 제로이다. 정상부근
소나무에 서리가 내려 눈꽃이 피었다. 일명 고상대라는 현상이다. 지난
겨우내 눈을 맞으며 산행을 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오늘 나무에 내려앉은 눈꽃을 보니 제법 근사한 경치에 위안이 된다. 일부는 녹기 시작하여 비처럼 떨어진다. 올 겨울은 이상기온으로 눈을
밟으며 걸어본 날이 몇 번 되질 않는다. 덕분에 아이젠은 꺼내 보지도 못했고 등산 가방에 고이 모셔져
있다. 태을봉을 지나 슬기봉 능선으로 길을 잡는다. 지난 11월 명동이와 왔던 길을 반대로 걷고 있다. 그 때장시간에 걸친
산행에 지겨워 투덜거리던 아들이 모습이 떠오른다. 또래에 비해 연약하고 내게 자기 주장을 잘 하지 않는
우리 아들, 며칠 전 졸업식 날 늦게나마 참석하여 사진 찍고 식사 할 때 기뻐하는 녀석의 모습에 다시금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 진다. 어렵게 강아지를 사달라고 했건만 처음에 내가 단호한 거절을 하니 실망하는
모습에 나도 마음 상했지만, 이내 아빠를 이해하던 우리 아들. 늦게
나마 선물한 희동이는 너에 대한 아빠의 사랑이란다. 부디 잘 키우고 약속한 공부도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슬기봉으로의 능선은 초입에 바위지대와 꽤 긴 가파른 내리막을 지나게 되고 이후로는 포근하고 경치 좋은 능선 길로
변한다. 첫 바위지대(병풍바위)에서 잠시 쉬면서 건너편 수암봉을 바라 본다. 망원경으로 보니 정상의
희미한 움직임이 등산객들 이었다. 400m대의 나지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일대의 겹겹의 능선과 계곡이
제법 웅장함을 자아 낸다. 산이 크고 높아야만 등산이 즐거운 것은 아닐 것이다. 사물은 나의 몸과 마음을 통해 재해석되기 마련, 지금의 경치는 안개가
거쳐지는 날씨처럼 밝게 다가 온다. 병풍바위 근처에서 백두대간을 종주한다는 등산객들을 만났다. 커다란 배낭, 옷에 깃든 느낌 등에서 고수 산사람들의 풍모가 보여진다. 새삼 지금 읽고 있는 ‘백두대간’이란
책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슬기봉 능선길이 지겹게 느껴질 때 목표로 했던 갈림길에 닿았다. 완만한 내리막을 지나 오늘 산행의 종착지에 도착했다. 끝 지점에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도심 한가운데 괜잖은 산을 가진 산본 사람들은 행복할 것이다. 여러 의견 끝에 평촌역으로 오게 되고 삼겹살, 당구 그리고 뒤풀이. 성우 말대로 신나는 하루였고. 색다른 경험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