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표 출정식
매일 2~3판 빡빡한 일정 태릉선수촌서 체력 훈련… 여자대표도 오늘 확정
광저우(廣州)아시안게임까지 앞으로 4개월. 험난한 선발전을 통과한 바둑 '대표선수'들이 16일 첫 소집과 26일 대표출정식을 신호탄으로 본격 '종합우승' 작전에 돌입한다. 11월 20일 시작될 바둑경기 금메달 총수는 남자단체, 여자단체, 페어(pair) 등 3개. 스포츠 진입 후 처음 국제종합대회에 동참한다는 점에서 훈련방식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아시안게임 출전국은 20개국 안팎으로 예상되지만 사실상 한·중·일·대만 등 4개국의 싸움이다. 특히 종합우승은 한-중 대결로 결정될 게 확실하다. 대표팀 양재호 감독은 "금 3개를 모두 따올 수도, 하나도 못 딸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양국의 전력이 팽팽한 만큼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각오도 비장하다.
8월 중순까지 처음 한 달은 기초 탐색기, 10월 중순까지의 2개월은 본격 단련기, 11월 18일 출국 전까지의 마지막 한 달은 최종 조정기로 잡았다. 대부분의 훈련을 한국기원서 실시하지만 9월경 약 1주일간 태릉선수촌서 입촌훈련도 갖는다. 새벽 기상(起床), 달리기와 체력훈련 등 촌내 모든 시간표를 스포츠선수들과 함께 맞추는 것.
1주일간 매일 2~3판씩 소화해야 하는 빡빡한 경기 일정이어서 체력의 중요성은 특히 강조된다. 김승준 남자팀 감독은 "대회가 시작되면 '체육대회'에 출전 중임을 피부로 실감하게 될 것"이라며 체력이 승부의 결정변수임을 강조했다. 한국기원도 출전기사들이 헬스센터·테니스·요가 등의 회원으로 등록할 경우 무조건 지원할 방침. 8월과 10월엔 두 차례 국내 전지훈련도 잡혀 있다.
3개 종목 중에서도 가장 주력할 분야는 혼성복식(複式), 즉 페어 경기다. 각국 출전자 대부분이 단식에만 익숙해 있는 상황에서 이 종목이 최대 승부처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 대표팀은 8월 중순까지 한 달간 남녀 각 4명이 짝을 바꿔가며 풀리그를 치러 최상의 조합 2팀을 찾아낼 계획이다(이창호 조한승은 남자단체전만 출전할 전망). 페어종목엔 각국별 2팀까지 출전할 수 있다.
페어 팀이 결정되면 흑·백 2가지의 포석 구상과 상대 대응에 따른 응수법 등을 공유하기 위해 남성 고수 1인을 상대로 반복훈련에 들어간다. 경쟁국들도 호흡 일치를 목표로 같은 방식의 훈련을 실시 중이란 소문. 중국은 류싱(劉星)-탕이(唐奕) 조, 대만은 일본에서 최고 남녀기사로 활약 중인 장쉬(張木羽)-시에이민(謝依旻) 조를 일찌감치 대표로 확정했다.
여자 선수 4명은 자체리그도 치르고 외부 비공식 리그전에도 참가시킬 예정이다. "상비군 훈련 결과 여성기사들은 대국을 거듭할수록 실력이 향상되더라(윤성현 여자팀 코치)"는 것. 여자선수들은 남자 정상급 기사에게 복기(復棋)도 받는다. 반면 남자 선수들은 폭주하는 공식대국만으로도 훈련효과가 충분해 별도의 자체리그는 생략키로 했다. 대표팀은 10명 전원이 매주 1회 모여 연구회를 갖고 각종 과목을 함께 학습한다. 사활(死活) 시험까지 본다.
이번 대회에 적용될 중국 룰에 대한 대비훈련도 흥미롭다. 중국규칙을 번역해 반복 숙지시키는 한편, 모든 훈련 대국에 적용할 계획. 물론 대국용 시계도 중국산을 사용한다. 중국어에 능통한 김승준 九단을 코치로 선임했던 것도 본 대회 때 이의 제기가 필요할 경우에 대비해서였다.
대표 팀은 이 밖에 해병대 등 특수부대 파견을 통한 정신력 강화훈련, 특수분야 인사초청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검토 중이다. 양재호 총감독은 "4개월이 남았다지만 정규기전이 빽빽이 잡혀 있어 목표한 훈련량을 채울 수 있을지 걱정"이라면서도 "금메달 2개 이상을 따내는 데 도움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 반드시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시안게임 남자대표 선발전이 지난 주 모두 종료, 강동윤 九단이 막차로 합류했다. 이로써 이창호 이세돌 최철한 박정환 조한승 포함 남자선수 6명이 모두 결정됐다. 여자부는 상비군 리그를 통과한 이슬아 김윤영 2명 외에 13일 2명을 추가 선발, 엔트리 4명이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