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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계보 (Theogony)
by Hesiodos
그리스 교훈시의 아버지 !
헤시오도스와 무사. 들라크루아 작.
출처: 위키백과
정보 제공 :교보문고
우주와 신들의 탄생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문헌
그리스 신들의 족보를 원전으로 만나다
그리스 신들의 이야기를 집대성한『신들의 계보』. 이 책은 삼라만상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인간의 본성과 복잡한 사회의 특징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계통적으로 서술한다. 그리스 로마의 고전을 원전 번역으로 소개하는 ≪원전으로 읽는 순수 고전 세계≫ 시리즈로, 그리스 문학의 원전 번역에 각고의 세월을 바친 천병희 교수가 번역을 맡았다.
헤시오도스는 신들의 계보를 정의의 구현이라는 특정한 관점에서 서술한다. 그에 따르면 제우스가 신들과 인간들의 왕으로서 최고의 신으로 우뚝 서게 되는 것은 정의로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우스가 티탄 신족들과 벌이는 전쟁은 자신의 야심 때문이 아니라 불의에 대항한 정의로운 전쟁으로 그려진다. 이는 삼라만상의 생성과 제우스의 권력 쟁취로 이루어지는 정의로운 세계 질서의 구축 과정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관점은 다음 작품 <일과 날>로 이어져 노동의 신성함으로 연결된다.
그리스 신화의 가장 큰 특징은 신들로부터 영웅들에게로 이어지는 세밀하고도 방대한 계보에 있다. 단순한 민담이나 전설들을 여느 민족의 신화와 달리 서사 체계를 갖는 형태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단편적으로 구전되어오던 복잡한 신들의 이야기를 헤시오도스가 일찍이 체계적으로 정리한 덕분이라고 한다. 개별적이고 산만하던 개개의 설화들이 이 책을 통하여 유기적 관계를 맺는 하나의 통일체로 발전할 수 있었다.
☞이 책은 2004년 출간되었던 <신통기>의 개정판으로, 일본식 번역의 제목을 바로잡았을 뿐만 아니라 서사시의 리듬과 미학을 최대한 살렸다.
헤시오도스
헤시오도스(Hesiodos, 기원전 740년경~기원전 670년경)는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인이다. 헤시오도스가 스스로 진술한 바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는 소아시아 출신으로 해상무역을 하다 실패하여 그리스 중부 보이오티아 지방의 아스크라에 정착했다. 어린 헤시오도스가 헬리콘 산에서 양 떼를 치고 있을 때 무사(Mousa) 여신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시인의 지팡이와 목소리를 주며 ‘낭랑한 노래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고 한다. 아마 객지로 떠돌아다니는 음유 시인들에게 시와 수사법을 배운 것이리라. 나이가 들어서는 아주 조금 물려받은 농토를 갈아 힘겹게 생계를 유지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신들의 계보』 『일과 날』 『여인들 목록』 『헤라클레스의 방패』 등이 있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그리스인에게 신을 만들어준 것이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라고 주장했는데, 이처럼 두 사람은 같은 시대를 살면서 서양 문화의 위대한 창시자가 되었다.
천병희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에서 5년 동안 독문학과 고전문학을 수학했으며 북바덴 주정부가 시행하는 희랍어검정시험(Graecum) 및 라틴어검정시험(Gro쬼 Latinum)에 합격했다. 지금은 단국대학교 인문학부 명예 교수로, 그리스 문학과 라틴 문학을 원전에서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원전 번역으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아폴로도로스의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아이스퀼로스 비극 전집』,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아리스토파네스의 『구름』 『새』 『개구리』, 헤로도토스의 『역사』,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아리스토텔레스 및 호라티우스의 『시학』 등 다수가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그리스 비극의 이해』 등이 있다.
옮긴이 서문/우주와 신들의 탄생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문헌
신들의계보
일과 날
헤라클레스의 방패
여인들의 목록
그리스 신화의 주요 신들
주요 신들과 영웅들의 가계도
헤시오도스 작품의 이해/천병희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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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들에게 신들의 족보를 만들어준 <신들의 계보>가 원전번역으로 출간되다
우리나라에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관심이 폭넓게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정작 그런 이야기가 어느 책에 실려 있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고, 그것을 1차 문헌으로 읽어본 독자도 드물다. 정말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런 방대한 신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집대성했을까 궁금해진다면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를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그리스인들에게 신을 만들어준 것은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라고 주장한다. 이 두 시인은 같은 시기(기원전 8세기)에 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서사시를 썼는데, 호메로스는 신들보다 영웅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인간에게 롤모델을 제시한 반면, 헤시오도스는 신들과 영웅들의 계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런데 호메로스의 방대한 서사시 <일리아스>나 <오뒷세이아>에 견주면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나 <일과 날>은 분량도 짧고, 세련되지 못한 느낌마저 든다. 그렇다면 그리스인들은 왜 헤시오도스를 호메로스와 같은 반열의 독보적인 시인으로 경탄해 마지않았을까.
그리스 신화의 가장 큰 특징은 신들로부터 영웅들에게로 이어지는 세밀하고도 방대한 계보에 있다. 단순한 민담이나 전설들을 여느 민족의 신화와 달리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서사 체계를 갖는 형태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단편적으로 구전(口傳)되어오던 복잡한 신들의 이야기를 헤시오도스가 일찍이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신들의 계보>로 남긴 덕분이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신들의 계보>가 없던 시절에는 개별적이고 산만하던 개개의 설화들이 그 후로는 유기적 관계를 맺는 하나의 통일체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인 헤시오도스의 독보적인 업적인 것이다.
그리스 신화의 인물들은 이런 통일된 족보 안에서 고유의 이름과 활동하는 시공간을 얻어 마치 현실 속 인물들처럼 살아 움직이게 되는데, 이들은 정교한 족보에 따라 여러 친족 집단으로 나뉘고, 서로 관계를 맺으며 하나의 거대한 사회를 형성하였다. 이리하여 신들과 영웅들로 이루어진 그리스 신화의 사회 조직은 오늘날까지 면면히 전해오면서 인류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원천이 되어주고 있다.
이 책은 헤시오도스의 대표작 <신들의 계보> <일과 날>과 <여인들 목록> <헤라클레스의 방패>가 수록되어 있다.
<신들의 계보>에는 삼라만상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인간의 본성과 복잡한 사회의 특징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계통적으로 서술한다. 독특한 깊이와 근원적인 힘으로, 우주의 생성과 생명의 기원, 특히 인간이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해 노래한다. 그가 다양한 비유와 상상력으로 우주의 생성 원리를 설명해줌으로써 주변의 모든 것은 인류에게 낯선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체계로 변했다.
<일리아스>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신화의 원형이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에는 고스란히 들어 있다. 소위 최초의 여자인 판도라의 상자나, 크로노스를 죽인 제우스의 이야기, 크로노스의 정액에서 태어난 아프로디테와 세상을 창조하는 하나의 근원이 되는 에로스(후대로 오면서 아프로디테의 아들이 된다), 인간을 위해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의 신화에 관해서는 <신들의 계보>가 가장 오래된 문헌이기도 하다.
헤시오도스는 신들의 계보를 정의의 구현이라는 특정한 관점에서 서술한다. 그에 따르면 제우스가 신들과 인간들의 왕으로서 최고의 신으로 우뚝 서게 되는 것은 그가 그야말로 정의로운 신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들의 계보>에서 제우스가 티탄 신족들과 벌이는 전쟁은 자신의 야심 때문이 아니라 불의에 대항한 정의로운 전쟁으로 그려진다. 헤시오도스가 굳이 신들의 계보를 그리려 했던 의도는 삼라만상의 생성과 제우스의 권력 쟁취로 이루어지는 정의로운 세계 질서의 구축 과정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그렇게 생겨난 세상에서의 ‘인간의 윤리적 태도’를 기술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그의 다음 작품 <일과 날>로 이어진다.
<일과 날>에서는 <신들의 계보>의 주요 테마인 ‘정의의 구현’이라는 관점을 ‘노동의 신성함’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헤시오도스는 우주의 생성과 신들의 질서를 언급한 후에 이제 시선을 인간의 삶으로 돌릴 필요성을 느꼈다.
헤시오도스가 이 작품을 집필하게 된 배경은 동생 페르세스가 상속하여 형 헤시오도스와 나눈 아버지의 재산을 탕진하고 재판관들과 결탁하여 부당하게 자신의 재산을 빼앗으려고 일으킨 상속 분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게으르고 부정한 페르세스라는 동생에게 부지런하고 정의롭게 살 것을 권고하고 훈계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당시로선 시인의 ‘개인사’가 작품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독특하지만, 인간의 삶에 정의와 노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파하는 보편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정의롭게 살 것을 권하며, 동시에 남의 재산을 탐내기보단 자신의 일을 통해 벌어들이라고 충고한다. 더불어 농사짓는 법, 사회생활 하는 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
그리스 문화에 대한 또 다른 보고이자 각 문헌에서 수없이 언급되는 <여인들 목록>에서는 신들의 사랑을 받아 영웅들의 어머니가 된 여인들을 이야기한다. 고난을 이겨낸 영웅의 힘찬 면모를 과시하는 <헤라클레스의 방패>도 함께 묶었다.
거대한 우라노스가 밤을 끌어올리며 다가와 사랑을 바라고
사방으로 뻗으며 가이아 위에 자신을 펼치자,
그의 아들이 매복처에서 왼손을 내밀며
오른손에 쥐고 있던 길고 이빨이 날카로운 거대한 낫으로
친아버지의 남근을 재빨리 자르더니
아무 데나 날아가라고 등 뒤로 던져버렸다.
그러나 그것이 무익하게 그의 손을 떠난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거기서 떨어지는 핏방울들을
가이아가 모두 받아 해가 다 차자
강력한 복수의 여신들과, 무구들을 번쩍이며
손에 긴 창(槍)을 든 거대한 기가스들과,
끝없는 대지 위에서 멜리아들이라고 불리는 요정들을 낳았기 때문이다.
한편 남근은 처음에 크로노스가 아다마스의 낫으로 잘라
그것을 육지에서 파도치는 바닷속으로 던지자
오랫동안 그렇게 파도 위를 떠다녔다.
그러다가 그 주위로 불사(不死)의 살점에서 흰 거품이 일더니
그 안에서 한 소녀가 자라났다. 그녀는 처음에 신성한 퀴테라로
다가갔다가 그 뒤 그곳으로부터 바닷물로 둘러싸인 퀴프로스로 갔다.
그리하여 존경스럽고 아리따운 한 여신이 밖으로 걸어 나오니,
그녀의 날씬한 발밑에서는 사방으로 풀이 자라기 시작했다.
그녀를 신들과 인간들이 아프로디테〔거품에서 생겨난 여신이자
고운 화관의 퀴테레이아〕라고 부르는 것은 그녀가 거품에서 자랐기 때문이고,
퀴테레이아라고 부르는 것은 그녀가 퀴테라로 다가갔기 때문이며,
퀴프로스 출신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녀가 파도에 둘러싸인 퀴프로스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며,
남근을 좋아한다고 부르는 것은 그녀가 남근에서 출현했기 때문이다.
에로스와 아름다운 애욕(愛慾)이 그녀가 태어날 때 배석했고,
그녀가 신들의 종족에게 갈 때 배행(陪行)했다.
그리고 이것이 인간들과 불사신들 사이에서 처음부터
그녀의 몫으로 정해진 명예였으니,
소녀들의 밀어, 미소, 속임수,
달콤한 쾌락, 애정, 상냥함이 그것이다.
_<신들의 계보> 176~206행
/ 출처: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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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기(그리스 신들의 계보)
by Hesiodos
정보 제공 :교보문고
그리스 신화로 가는 첫걸음, 그리스 신들의 계보를 완성한 최초의 책. 서양 문학 사상 처음으로 역사와 철학, 노동과 정의의 본질을 제시한 고전이다. 세상의 생성과 제우스의 권력쟁취로 이루어지는 정의로운 세계 질서의 구축 과정을 설명하고 있으며, 인류 역사를 처음부터 저자 자신이 살던 당시까지 서술하면서 인간의 삶에 정의와 노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파하고 있다.
서사 I 무사이 여신들에 대한 찬가
제1부 I 세상의 생성과 자연신 그리고 티탄 신족
1. 카오스와 가이아 그리고 우라노스
2. 제1세대 신들
3. 제2세대 신들
4. 제3세대 신들
제2부 I 올림포스 신족 제우스의 권력 쟁취 과정
1. 아틀라스와 메노이티오스
2. 프로메테우스와 제우스의 대결
3. 제우스와 티탄 신족과의 전쟁
4. 지하 세계의 모습
5. 제우스와 튀포에우스의 싸움
6. 제4세대 신들
노동과 나날
서사 I 무사이 여신들에 대한 찬가
제1부 I 인류의 고통의 생성 원인과 대처 방안
1. 선한 에리스와 악한 에리스
2. 프로메테우스와 판도라
3. 인류의 다섯 시대
4. 대처 방안으로서의 정의와 노동
제2부 I 노동과 계절
1. 서언
2. 가을
3. 겨울
4. 여름
5. 항해
제3부 I 이웃과 신에 대한 올바른 행동
제4부 I 노동과 나날
작품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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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콘 산의 음유시인, 헤시오도스의 삶과 문학
헤시오도스는 호메로스와 같은 시기에 활동하였던 음유시인이다.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기원전 740년에서 670년 사이에 살았고 기원전 720년경에 음유시인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즈음에 호메로스와 10년 내지 20년쯤 같이 활동했는데, 시인 경연대회에서 호메로스를 이겨 1위를 차지하기도 한다. 헤시오도스는 '노동과 나날'에서 자신의 가족사를 단편적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이처럼 작품 속에 자신의 전기를 기록하고 있는 작가는 세계 문학 사상 헤시오도스가 처음이다. 그것에 따르면 헤시오도스는 젊었을 때엔 헬리콘 산의 기슭에서 양치기 노릇을 하였으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엔 물려받은 땅을 경작하며 열심히 살았다. 헤시오도스는 '노동과 나날'에서 한낱 목동에 불과한 자신에게 헬리콘 산의 무사이 여신이 시인으로서의 소명을 주었노라고 쓰고 있다. 따라서 헤시오도스가 시인의 길에 접어든 것은 헬리콘 산에서 목동 노릇을 할 무렵 만난 방랑하는 음유시인을 통해서였던 것 같다.
그의 대표 작품은 '노동과 나날' 및 '신통기'가 있다. '신통기'의 마지막을 보면 우리는 그가 신들과 인간 여성들과의 결합을 다룬 책을 썼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 책은 헬렌 족의 세 가계로 이어지는 최초의 인간들을 서술한 것인데, '여인들의 목록'이라는 책 이름만 전해지고 있다. 최근 '헤라클레스의 방패'라는 작품도 일부가 발견되었다.
오르코메노스에는 비문이 있는 그의 묘가 있으며, 테스피아이 시장에는 그의 입상이 세워져 있다.
서양 문학사상 처음으로 역사와 철학, 노동과 정의의 본질을 제시한 고전.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와 '노동과 나날'에는 동시대의 시인 호메로스와 견주어 볼 때, 저자만의 독특한 점들이 있다. '오뒤세이아', '일리아드'가 집단 구연된 신화를 호메로스가 기록하였다고 보는 것이 정설인 데 반해, 헤시오도스의 저작들은 저자의 작품임이 확실하다. 물론, 당시의 이야기(신화)들을 어느 한 개인의 저작물만으로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단지 헤시오도스는, 당시의 이야기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을 구현해 낸다. 그것은 <정의의 구현과 노동의 신성함>이다. 이 점이 있기에, 이 책의 가치가 있는 셈이다.
헤시오도스의 저작들의 독특한 점은, 첫째, 당시까지 사람들의 입으로 단편적으로만 전해 내려오던 복잡한 신들의 계보를 그리스 문학사상 최초로 그리고 서양 문학사상 최초로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신들의 가계를 족보처럼 단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연대기적으로 정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특징적인 것은, 신들의 가계를 정의의 구현이라는 특정한 관점에서 서술한다는 점이다. 헤시오도스에 의하면 제우스의 할아버지인 우라노스나 아버지 크로노스는 노쇠해서가 아니라, 우라노스는 자기 아내 가이아에게, 크로노스는 자기 아버지 우라노스와 자식들에게 불의를 저질렀기 때문에 권좌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으며, 마지막에 제우스가 신들과 인간들의 왕으로서 최고의 신으로 우뚝 서게 되는 것은 그가 그야말로 정의로운 신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통기'에서 제우스가 티탄 신족들과 벌이는 전쟁은 자신의 권력욕과 야심을 채우기 위한 추악한 전쟁이 아니라 불의에 대항해서 싸우는 정의로운 전쟁으로 그려진다. 그렇기 때문에 '신통기'에서 모든 이야기는 그런 정의로운 제우스가 모든 갈등을 아우르며 난공불락의 확고한 권력 체계를 갖추게 되는 부분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이 부분 또한 거의 정확히 신통기의 중앙 부분을 이루고 있다. 이 점에서 바로 헤시오도스의 '신통기'는 신화를 넘어서 도덕적인 교훈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신통기'의 두 번째 독특한 점은, 사랑의 신 <에로스>를 <카오스>나 <가이아>처럼 태초부터 있었던 원초적인 존재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헤시오도스에 의하면 태초의 <카오스>와 <가이아>에게서 모든 신들이 나왔지만, 그것은 모든 것을 생성하게 하는 원초적인 힘인 <에로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헤시오도스는 <아프로디테> 또한 크로노스에 의해 잘린 <우라노스>의 남근이 바다에 떨어져 생긴 거품에서 생겼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후 <아프로디테>가 신으로 승격되자 자연스럽게 <에로스>가 그녀를 따라 다니기 시작했다고 쓰며 아프로디테와 에로스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있다.
'신통기'가 나온 지 300여 년 이후에 쓰인 플라톤의 '향연'에도 이 두 가지 입장이 나타난다. <에로스에 대하여>라는 부제를 붙인 이 책을 보면 <에로스>에 대해 여러 철학자가 토론을 하는데, 그중 파이드로스는 하나의 에로스만을 이야기하는 데 비해, 파우사니아스는 <아프로디테>나 <에로스>가 원래 둘이었다고 말하고 있다.(해설 참조, 173~175쪽)
이상의 점들에서, 헤시오도스는 '신통기'에서, 세상의 생성과 제우스의 권력 쟁취로 이루어지는 정의로운 세계 질서의 구축 과정을 설명하였다는 점이 드러난다. 단지 족보를 그리려는 의도가 아니라,< 세상의 생성>을 다룸으로써, 그렇게 생겨난 세상에서의 <인간의 윤리적 태도>를 기술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관점은 그의 다음 작품 '노동과 나날'로 이어진다.
헤시오도스의 세 번째 독특한 점은, '노동과 나날'에서 '신통기'의 주 테마인 <정의의 구현>이라는 관점을 <노동의 신성함>으로 연결시킨 데 있다. 헤시오도스는 세상의 생성과 신들의 질서를 언급한 후에 이제 시선을 인간의 삶으로 돌릴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이 개인적으로나 공적으로 살아갈 때 정의와 노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파하고 있다. 헤시오도스가 이 작품을 집필하게 된 배경은 동생 페르세스가 상속하여 형 헤시오도스와 나눈 아버지의 재산을 탕진하고 재판관들과 결탁하여 부당하게 자신의 재산을 빼앗으려고 일으킨 상속 분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게으르고 부정한 페르세스라는 동생에게 부지런하고 정의롭게 살라고 권고하고 훈계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헤시오도스의 슬픈 가족사를 뛰어 넘어 인간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헤시오도스 작품의 본질은 그가 호메로스 이후 서양에서 처음으로 후세 철학의 근본 주제를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에 있다. 그것은 바로 세상의 생성과 인간의 윤리적 문제이다. 왜냐하면 헤시오도스는 '신통기'에서는 세상의 생성과 제우스의 권력 쟁취로 이루어지는 정의로운 세계 질서의 구축 과정을 설명하고 있으며, '노동과 나날'에서는 인류역사를 처음부터 자신이 살던 당시까지 서술하면서 인간의 삶에 정의와 노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류의 다섯 시기에 대한 헤시오도스의 성찰을 보면 그는 역사 철학과 인류학의 선구자다. 그는 또한 시 문학에 처음으로 교훈을 도입하여 교훈시라는 새로운 장르도 개척하였다. 더 나아가 그는 서양 문학 사상 최초로 유토피아를 기획하였으며, 정의의 본질을 파헤침으로써 최초의 법 철학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의 '노동과 나날'에서 엿보이는 자연에 대한 깊은 통찰은 후세의 자연문학의 출발점으로 여겨질 만하다.
옮긴이 김원익
연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였고, 독일 마부르크 대학에서 수학하였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에 대한 논문으로 연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와 배재대에서 독문학과 신화학를 강의하고 있다. 그리스 고전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과, 그리스 신화를 일반 독자가 알기 쉽게 접근하도록 신화 책을 쓰는 일, 그리고 독문학 연구와 가르치는 일 등을 하고 있다.
/ 출처: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