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균형발전이 필수적이다. 이번 호에는 유망 중소기업의 성장 토대를 제공하고 있는 벤처캐피탈리스트에 대해서 알아본다. 편집자
경제위기 이후 지금까지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말이 있다면 단연 「벤처」라는 단어일 것이다. 경제 분야에서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벤처의 열풍은 「벤처 강국」이라는 말을 넘어서 「벤처 민족」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냈다.
전세계적으로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새로운 경제 환경이 펼쳐졌었고, 경제위기라는 한국경제의 특수한 상황으로 대기업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진 상황과 함께,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까지 겹쳐져서 그야말로 불에 기름을 부은 격으로 엄청난 열풍이 일어난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으로 보인다. 벤처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설은 외국어가 아닌 신생기업의 대명사가 되었다. 진취적이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벤처기업 경영자의 꿈을 가져봤을 것이다.
벤처캐피탈(Venture Capital)이란 유망 중소기업에 대하여 자금을 공급하고, 경영관리 등 종합적인 지원을 통해 이들 기업을 육성하여 높은 자본이득을 획득함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 또는 투자가 그룹을 말한다. 벤처캐피탈의 경쟁력은 무엇보다도 우량기업을 발굴하고 이를 사후적으로 잘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우수심사인력의 확보 및 안정적으로 투자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들이 바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발전 토대를 만드는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며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생활과 업무를 살펴보자.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의 전공을 보면 경영, 경제, 공학계통 출신들이 주류를 이룬다. KTB네트워크 반윤국 이사는 『경영마인드를 가지며 기술의 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로 탄탄한 전문지식을 강조한다.
한편으로 산은캐피탈 김인중 팀장은 『세부적인 기술에까지 자세히 알 필요는 없고 모르는 분야가 있으면 해당 전문가에게 물어보면 되고, 이해할 수 있으면 된다』며 사후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구동성으로 전공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각 분야에서의 실무경력이라는 점을 빼놓지 않는다.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선발과정의 특징은 다양한 각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검증된 전문가들이 이전해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기술투자 윤건수 상무는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로서 증권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거나 신용평가회사, 금융기관 등에서 기업심사 경력이 있는 사람 또는 대기업에서 기술 분야 경력을 쌓은 사람들 중에서 선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한다.
그들은 팀별로 활동을 하는데 일반적으로 한 팀은 2명 정도 각각 경영과 기술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보통 직급은 각각 사원, 대리, 과장, 부장, 이사 직급에 해당하는 심사역과 선임, 책임, 수석, 본부장(이사급) 등으로 나뉘며 보통 한 직급에 3년 정도 경력을 쌓지만 능력에 따라 기간에 차이가 나며 업무와 급여가 달라진다. 그들의 연봉수준을 살펴보면 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사원의 경우 2,000~3,000만원, 대리는 4,000~6,000만원, 과장 5,000~7,000만원, 부장 7,000~9,000만원, 본부장 1억 이상의 수준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그들의 업무를 알아보자.
한마디로 벤처캐피탈리스트의 기본업무는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하여 투자하고 키워서 시장에 내어 놓는 것이다. 그들의 업무를 주기별로 나누면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유망 기업 발굴에서부터 기업심사후 투자여부결정에 이르기까지의 투자단계와 투자이후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를 키우는 사후관리단계, 마지막으로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단계이다.
먼저 투자단계를 살펴보자. 투자대상기업이 그들에게 포착되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 경로가 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직접 유망기업을 찾아 발굴하는 경로가 있고 다른 하나는 여러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서 소개받는 방법, 마지막으로 대상기업 스스로가 찾아와서 투자유치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직접 찾아오는」 기업들은 한 마디로 「돈 안 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한국기술투자의 윤건수 상무의 귀띔이다. 기술력 있고 정말 유망한 기업이라면 벌써 다른 벤처캐피탈들이 찾아내 투자를 했지 스스로 찾아오게까지 만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동의하는 생각이다. 『남들이 외면한 것을 내가 반길 리가 없다』는 이치이다. 독자들 중에 벤처창업을 생각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아무리 자금이 욕심나더라도 행여나 직접 벤처캐피탈을 찾아가시지는 말기 바란다. 가봐야 「찬밥」이고 서로 시간 낭비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투자에 이르고 성공적인 투자 성과를 가져다주는 벤처기업들은 직접 발굴한 기업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기업 발굴 과정을 보면 일반적으로 톱다운 방식을 취한다.
먼저 향후 성장가능성이 높은 산업에 대한 분석을 통해 유망산업을 선정하고, 해당분야의 여러 전문가들이나 여러 정보망을 통해 기술력이 높거나 핵심경쟁력을 가졌거나 가질 수 있는 기업을 찾아낸다. 투자 대상기업의 사업설명회를 들어보고 여러 가지 검토사항 등이 포함된 체크리스트 평가 후 심사위원회를 거쳐 해당기업의 실사단계에 이르게 된다. 『실사 단계까지 왔다는 것은 거의 내부적으로 투자를 염두에 둔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산은캐피탈 김인중 팀장은 전한다. 이후에는 해당기업의 경영자와의 면담을 통해 자금투자규모와 가격 등을 정하는 단계만 남는다.
벤처기업의 가치평가는 향후 기업의 성과에 대한 추정에서부터 시작한다. 향후 상장을 통해서 자금을 회수할 시점에서의 본질가치를 산정하고, 유사업종과의 상대가치분석, 기술력과 핵심인력가치 및 시장 지배력 확보 가능성 등의 주관적인 가치 분석 등을 통해 기업가치의 범위를 산정한다. 이렇게 산출된 자금회수시점에서의 기업가치를 기대수익률로 현가화해서 투자시점에서의 적정한 기업가치를 평가하게 된다. 이때 기대수익률은 투자시점에 따라 다르다. 보통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은 3~4년을 보고 투자하는데, 기업의 설립초기 설립자금 성격은 70%, 창업이후 초기운영자금은 50%, 첫 번째 증자시 40%, 두 번째 증자시 30%, 최종 상장을 위한 증자자금일 경우에는 20%정도 등의 연간 기대수익률을 이용하여 기업가치를 계산한다. 상장이전으로 갈수록 기대수익률이 높아지는 것은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보통 벤처기업의 투자요청신청서 작성에서부터 최종 자금이 투입되기까지의 시간은 1개월에서 3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그 이상 기간이 길어진다면 투자가능성이 낮다고 봐도 된다. 괜히 시간 끄는 것은 바로 거절하지 못하는 관계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판단은 1개월 이내에 모든 것이 끝난다』고 ㄱ 캐피탈의 ㅂ 캐피탈리스트는 말한다.
사업성과 기술성 등의 평가와 수익성과 안전성의 평가과정에서 가장 중시되는 것은 바로 경영자의 자질과 능력이다. 한국기술투자의 윤건수 상무는 『경영자의 능력에 따라 기업이 산으로도 갈 수도 있고 바다로 갈 수도 있다』며 경영자 자질의 중요성을 말한다.
스틱아이티벤처캐피탈 도용환 사장은 『경영자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도덕성이 최우선이다. 아무리 뛰어난 자질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믿을 수 없으면 같이 일 못한다』며 경영자의 자질과 함께 정직성, 신뢰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한다. 경영자의 정직성은 벤처캐피탈리스트라면 모두가 강조하는 사항이다.
KTB네트워크 반윤국 이사는 모 벤처캐피탈 업체가 사기 당했던 사건을 소개한다. 『사업계획서부터 자금조달 계획 등 모든 것이 완벽했으며 수출입관련 서류까지 다 갖추고 법인세 납세 증명서까지 있었고 실사까지 마쳤다. 지방에 있는 공장은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을 확인했고, 종업원들의 사기도 높았다』며 말을 이었다. 문제는 자금을 투입한 이후에 발견되었다. 그 경영자 아닌 「사기꾼」은 업무상 해외 출장 등으로 바쁘다며 한동안 만나길 꺼려하더니 모든 자금을 빼돌려 해외로 도피해 버렸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모든 서류는 전문가들도 못 알아볼 정도로 정교하게 위조된 것이었으며, 공장의 근로자들은 실사나올 때를 대비해서 인근 주민들을 사서 훈련시킨 것』으로 감쪽 같이 당한 것이었다. 반윤국 이사는 『좀더 재고나 원자재 등의 실사에 신중했어야 했다』며 실사와 사전검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경영진이나 재무담당자가 자주 교체되거나 융통어음이 늘어나는 등의 여러 부실 징후 등을 파악하고 미리 대처할 수 있어야한다고 강조한다.
짧은 시간에 사람의 자질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실제로 최종 경영자 면담 후에 투자자금을 더 늘리거나 취소했던 경험을 들려주고 『경영자와의 면담을 통해서 자질과 신뢰성을 평가하는 능력이 바로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오래 경험을 통한 노하우』라며 스틱아이티벤처캐피탈 도용환 사장은 말한다. 『가지급금의 처리과정이나, 비용부분의 전표일치여부와 허위매출이나 부외부채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살펴야한다. 실사의 강도는 회계감사수준보다 더욱 엄격해야한다』고 전한다. 회계분식을 적발하기 위해 해당분야 실무에서 분식을 주도한 담당자들을 데려와 실사 담당자들에게 강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
벤처기업에 투자를 했다고 해서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업무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투자 이후에는 실질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한 사후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기술력은 뛰어나더라도 조직을 운영하는 경영능력이나 판로개척, 상품화 등에서 부족한 면이 있을 경우 조언을 아끼지 않고 능력 있는 사람을 소개시켜주거나 파견하는 방식으로 어떤 면에서는 경영자보다도 더 애착을 가지고 기업을 키워가는 것이다.
투자한 기업은 자신의 재산이나 다름이 없기에 어쩌면 당연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지만 『기업이 커가는 것을 보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산은캐피탈의 김인중 팀장의 말에서 그들의 업무에 대한 애착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투자자금의 회수방식은 투자 대상이 된 벤처기업의 증권시장상장을 통해 시장에서 직접 회수하는 방식이나 그 이전에 인수/합병 등을 통한 자금 회수 방식 등이 있다.
종합적으로 볼때, 벤처캐피탈리스트는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져, 경영컨설턴트의 업무를 복합적으로 하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애널리스트보다 더 멀리 내다봐야하고 펀드매니저보다도 위험관리에 신중해야하며 컨설턴트보다 더 애착을 가지고 기업가치증대에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스틱아이티벤처캐피탈 도용환 사장은 벤처캐피탈리스트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당연한 일을 당연히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많은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도덕성과 경제의 원동력인 꿈을 현실화 시키는데 앞장선다는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정재욱 기자
벤처캐피탈의 양극화와 경쟁력 강화
중소기업청 자료에 의하면 2002년 3월말 현재 11,058개의 벤처기업이 등록되어 있으며, 벤처캐피탈이라 불리는 창투사는 139개(2002년 5월 18일 현재)가 활동하고 있다.
지난 98년부터 2002년 3월까지 중소기업들이 벤처캐피탈을 통해 지원받은 자금의 규모가 3조 7천 5백억원에 이른다.
벤처캐피탈은 벤처기업의 상장을 통한 자금 회수가 주된 업무이므로, 투자자금회수를 위한 자본시장의 발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전반적인 경기변동 및 증시환경 등의 외부요인에 따라 실적이 크게 연동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특성상 경제위기 이후 벤처열기가 시들해지고 코스닥 시장의 침체로 인해 자금조달의 어려움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벤처캐피탈의 구조조정이 이제 시작 되고 있다는 걱정이 많다. 하지만 벤처기업은 어느 한때의 유행이 아니다. 흐르지 않는 물은 썩듯이 기존의 기업들만으로 경제가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경제에 활력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기업의 재생산과정은 장래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어디에서나 지속될 것이다.
상장에 치중하던 투자자금 회수방식에서 인수합병을 통한 자금회수 등 투자자금 회수시장의 다양화와 투자조합결성에 의한 자금운용 등으로 투자재원조달의 변화와 함께 운용 수익성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더욱더 벤처캐피탈들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위험 분산과 투자자금 회수기간을 늘릴 수 있는 측면에서,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인적인프라의 양과 질 측면에서, 투자조합결성에 있어서의 용이성 측면에서 대형벤처캐피탈이 상대적으로 더욱더 유리해지고 있다.
따라서 경쟁력 있는 벤처캐피탈을 중심으로 규모를 키우고 강점이 있는 분야의 전문화와 업무영역의 다양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한다.
벤처가 어렵다고 하는 이때가 오히려 벤처기업의 옥석을 가리는 기회가 되며, 국제화된 자본시장에서 외국계 벤처캐피탈의 본격적인 국내 진출에 앞서 벤처캐피탈업계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힘들더라도 머지않아 벤처캐피탈들이 경제의 균형발전을 위한 견인차 역할을 다시 되찾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