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 지도 자료 1. 한국화의 意義 ◆한국화란 우리 민족에 의하여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독자적인 양식으로 형성된 회화 표현의 정신이나 기법, 재료, 원리 등으로부터 이루어지는 일련의 표현활동과 그 결과물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한국인의 사상과 정서와 美意識을 전통적인 재료와 기법으로 표현한 회화를 지칭한다. ◆동양 회화권에서 중국의 '國畵', 일본의 '日本畵'와 대등한 개념의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화'라는 명칭은 1981년 제4차 교육과정과 1982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정식으로 채택, 사용되고 있지만 그 타당성에 대하여 많은 논란의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 ◆넓은 의미로서 동양화는 구미지역의 회화와 대응하는 개념으로 한국, 중국, 일본 등 극동 지방에서 발달한 독특한 화풍과 화법의 그림을 말하는데 가장 큰 특징은 자유로운 먹의 운용과 여백과 선을 활용함으로써 멋과 생명을 준다는 데 있다. ◆최근에는 세계 미술 조류에 편승하여 변천함으로써 동·서양화라고 하는 지역적인 개념의 구분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2. 한국화의 역사 ◆선사시대 : 주술적 성격의 암각화 ◆삼국시대 : 채색 위주의 고분 벽화가 주류를 이루면서 지역마다 서로 다른 특성으로 발전 ◆고려시대 : 사찰 건축의 도식적인 채색 단청과 섬세한 수법의 탱화와 도화원 출신의 화원(畵院)화가나 승려, 문인들에 의해 채색화와 수묵화가 성행 ◆조선시대 : 한국화의 전성기, 도화서의 화원 화가와 일반 직업 화가들뿐만 아니라 문인, 서민들까지 한국화를 발전시킨 주체로 폭넓은 층을 형성하며 이들은 소재나 구도뿐만 아니라, 공간 처리, 필묵법(筆墨法), 준법( 法) 등에서 한국화 현상을 뚜렷하게 드러냄. 후기 실학사상의 영향을 입은 진경산수화의 등장은 우리 회화의 역사를 더욱 풍부하게 함 ◆근현대 한국 : 서양화의 유입과 일제의 한국화 찬탈로 한동안 위축되었지만 서화협회 등 여러 단체의 창설로 한국화의 맥이 이어 져 오다가 오늘날에 와서는 재료와 양식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민족정서를 강하게 반영하는 추세로 국제적인 회화의 사조에 발맞추어 새롭게 발전하고 있음
3. 한국화의 특징 가. 한국화의 상징성 ◆동양의 그림은 보는 그림이 아니라 읽는 그림 ·서양화-자연을 하나의 존재태(存在態)로 보고 그것의 외형적 아름다움을 사실적, 객관적으로 묘사하여 자연을 재창조하려고 함 ·동양화-동양화는 인간의 사유를 통해서 형성된 사상이나 정서를 자연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상징적으로 표현하고자 함 *독화법(讀畵法) 1) 그려진 사물 이름을 동음이자(同音異字)의 문구로 바꾸어 읽는 법 ·기러기(鷺雁圖)→老安(노년의 안락), 고양이와 나비(猫蝶圖)→ (장수) ·백로와 연꽃(一鷺蓮菓)→ 一路連科(한 걸음에 鄕試와 殿試에 연속 登科) ·백록(白鹿:흰사슴) → 백록(百祿:온갖 복록) ·장탉(公鷄) → 장탉 울음(公鳴) → 功名(이름을 떨침) ·오리(鴨)와 쏘가리( 魚) → 장원급제(甲)하여 대궐(闕)에 들어가 벼슬하다. 2) 그려진 사물이 갖는 우화적(寓話的) 의미를 그대로 읽는 법 ·석류도 → 多子圖(자손 번창) ·포도도 → 子孫萬代 *덩굴(蔓帶)→萬代 ·장닭과 박덩굴 → 功名萬代 ·모란꽃(富貴)과 매화(梅)와 수석(壽石) → 富貴眉壽 ·학(鶴) → 千壽圖 ·학과 소나무 → 鶴壽松齡(長壽) ·잉어 → 登龍門, 과거급제, 출세 3) 그려진 사물과 관련된 고전적 문구를 상기하여 읽는 법 ·松下問童子圖(소나무 아래에서 동자가 구름깊은 산을 가리키고 있는 그림) : 가도(賈島, 唐)의 詩(松下問童子 言師採藥去 只在此山中 雲深不知處) ·3마리 물고기 그림 →三餘圖(冬者歲之餘, 夜日之餘, 陰雨時之餘) ·渭水釣魚圖 → 위수에서 낚시질하다 주나라 문왕의 스승이 된 太公望 呂尙의 일화
나. 한국화의 조형성 1) 선(線)의 예술 ◆동양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을 이해해야 한다. ◆선(線)은 필(筆)의 용묵법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을 할 수 있다. 필묵(筆墨)을 이용하여 대상의 형체뿐만 아니라, 정신(精神), 기백(氣魄), 전신(全身) 등도 표현할 수 있다. ◆선은 사의적(寫意的)인 표현으로서 무한한 정신세계의 영역을 표출하는 수단이 되며, 유(儒), 불(佛), 선(禪)의 사상과 우주관(宇宙觀)을 통찰하여 추상적 영역으로 확산된다. ◆선은 대상의 형체와 작가의 정신적인 면을 함축하면서, 그 속에 기(氣)를 내포할 것을 강조한다.
2) 餘白의 美 ◆그림에서 의도적으로 남겨진 공백이 여백(餘白)이다. ◆단순한 공백(空白)이 아니라 기(氣)를 전달하는 대기인 동시에 많은 것을 함축하고 상징하는 은유적인 공간이다. 그것은 때로는 하늘이 되고, 바다나 강, 호수가 되고, 안개나 구름이 되기도 함으로써 보는 이에게 무한한 공간감과 자유로운 해방감을 준다. ◆그려진 부분과 여백의 관계는 심안(心眼)을 통해 체험되어야만 한다. ◆여백(餘白)은 동양 특유의 미의식이 이루어 낸 조형적 산물이다.
3) 色彩의 美 ◆전통미술에서 색채 감각은 그 민족의 자연 환경과 민족성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우리민족은 빼어난 자연과 사계절의 뚜렷한 변화 속에서 살아 왔기 때문에 오방색(五方色)으로 대표되는 화려한 색채로 소박한 조형적 이상을 실현하였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부터 고려 불화, 그리고 조선시대의 민화로 이어지면서 우리의 전통으로 자리잡음. ◆한 편 중국에서 도래한 도가(道家), 유가(儒家), 불가(佛家)의 삼가사상(三家思想)에 근거하여 화려함을 지양하고 담백하고 절제된 색채미를 추구하기도 함.
4) 視點과 構圖 ◆동양의 회화에서는 시점이 이동되는 다시점(多視點)의 방식을 취한다. 마치 비디오 카메라로 어느 한 쪽에서부터 다른 쪽으로 훑어가며 촬영하여 보여 주는 화면처럼 시점이 어느 한 곳에 머물어 있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동양화를 감상할 때에는 제작자가 의도했던 방향으로 눈을 따라가며 감상함으로써 점점 그림 속으로 마음을 쏟아 넣을 수 있다. 또한 시점(視點)을 이동하기 때문에 앞쪽의 산뿐만 아니라 첩첩이 쌓인 산과 계곡, 그 사이의 바위까지도 묘사가 가능하다. ◆이러한 조형적 특성은 두루말이 그림을 낳게 하였다. 두루말이를 펼치면 한 화면 속에 산 넘고 다리를 건너 강을 바라보는 등 여러 자연의 모습이 끊임없이 전개된다. ◆한 편의 문장이 기승전결(起承轉結)의 구조로 되어 있듯이 시점 이동으로 그린 그림에는 이와 같은 원리가 적용하고 있다.
4. 전통회화의 분류 가 미의식(美意識)과 사상적 배경에 따른 분류 1) 민화(民畵) ◆민화란 우리겨레의 소박한 미의식과 정감이 가시적으로 표출된 백성의 그림이다. 즉, 우리 민족의 하부 구조에 해당되는 일반 서민, 평민, 천민, 백성 등 민중들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여 그들의 정서와 신앙, 소망 등이 소박하게 표현되어 있는 미술을 말한다. ("민중에서 태어나 민중을 위해 그려지고 민중에 의해 쓰여진 그림을 민화라고 부르자.") ◆주로 사회의 교화용으로, 또는 주거 공간의 장식용으로, 종교적 의식용으로 사용되었으므로 순수한 창조적 예술 작품이라기보다는 대중적인 실용화의 성격을 지닌 미술이라 할 수 있다. ◆민화는 흔히 서명과 낙관이 없다. 이는 곧, 직업화가가 아닌 체계적인 그림 수업을 받지 않은 비천한 신분의 떠돌이 무명 화가들의 그림임을 말하는 것이다 ◆작화에 있어 어떤 격식이나 기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발상과 체질적인 감각으로 제작된 것들이기에 그 속에는 서민들의 때묻지 않은 순수한 감정이 천진난만하게 표출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조선시대 민화는 도화서 출신의 직업 화가들의 기교를 중시한 양반 취향의 문인화적 회화의 표현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2) 문인화(文人畵) ◆문인화(文人畵)란 일반적으로 직업적인 화가가 아닌 시, 서, 화에 능한 사대부계급의 문인(文人)들이 여기(餘技)로 그들의 내적인 사상과 감정을 사의적(寫意的)인 형태로 표현한 그림을 말한다. ◆문인화는 외적인 형태보다는 내면의 정신성을 더 중요시하는 동양의 독특한 시각예술의 한 장르로서 그 작가는 대부분은 비전문가적인 화가이며 지식계급이라는 점에서 문인들이 가지는 교양, 특히 문학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었다. ◆직업적 화가들이 객관적 묘사에 의한 사실(寫實) 혹은 형사(形似)를 중요시하는 데 비해, 이들 문인화가들은 그림을 통하여 그들의 내면적인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寫意的인 분야에 관심을 기울여, 그림 그 자체의 예술적 가치보다는 그 내면에 있는 문기(文氣), 서권기(書卷氣)를 더욱 중요시하였다. ◆흉중일기(胸中逸氣)의 사의성(寫意性)을 중히 여겨 화격(畵格)이 높고 고답적(高踏的)이어서 청아(淸雅)하고 고고(孤高)한 향기가 화면에 풍겨 작가의 인품과 사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직관에 의한 감동이 만들어 낸 일필일회성(一筆一回性)의 예술로서, 추상성이 강하고 즉물적(卽物的)인 현실 세계와는 다른 고차원의 정신주의가 표현되는 예술이다. ◆군자의 담담하고 품격 높은 기개를 상징하는 사군자(四君子)나 선비의 굳은 의지와 절개의 상징인 세한삼우(歲寒三友)를 주제로 하고 있다.
나. 화제(畵題)에 따른 분류 1) 산수화(山水畵) : 산과 물, 나무 등 자연을 소재로 그린 그림 2) 인물화(人物畵) : 초상화, 신선도, 미인도 등 인물을 소재로 그린 그림 3) 화조화(花鳥畵) : 꽃과 새를 소재로 그린 그림 4) 화훼화(花卉畵) : 꽃을 그린 그림 5) 어해화(魚蟹畵) : 물고기(魚), 게(蟹) 등 물 속의 생물을 그린 그림 6) 기명절지화(器皿折枝畵) : 기물이나 꽃, 과일, 나뭇가지 등을 그린 그림 7) 영모화(翎毛畵) : 새와 고양이, 호랑이 등 깃털(翎)과 털(毛)을 지닌 짐승을 그린 그림 8) 풍속화(風俗畵) : 그 시대의 생활상을 그린 그림 9) 초충도(草蟲圖) : 풀(草), 벌레(蟲) 등을 그린 그림
다. 기법(技法)에 따른 분류 1) 수묵화(水墨畵) 먹으로만 그리는 그림으로, 묵화(墨畵)라고도 한다, 먹색은 오채(五彩)가 승화된 최상의 색이라는 사상이 뒷받침되면서 먹만으로 농담의 깊은 효과를 얼마나 잘 나타내느냐에 따라 높은 격을 따지는 문기(文氣)의 화풍이 생겼고, 곧 당(唐) 이래로 채색화보다 검은 먹만의 오묘한 효과에 의한 수묵화에 대한 숭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2) 수묵담채화(水墨淡彩畵) 수묵과 옅은 채색으로 함께 그리는 기법을 말한다. 수묵으로 바탕의 기본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나뭇잎이나 산등성이, 물의 표면 따위를 옅게 채색하는 기법이다. 담채화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수묵과 채색의 중간 효과를 나타내는 특징을 보이며 너무 무미건조하거나 현란하지 않은 담담한 화풍의 특징을 지닌다.
3) 채색화(彩色畵) 색깔 있는 물감으로 그리는 기법을 말한다. 채색은 오행설을 바탕으로 한 백에 적, 청, 흑, 황의 오채(五彩)를 중심으로 하며 관념성이 강하다. 입체적인 채색법보다는 대강의 색감에 따른 평면적인 채색중심으로 이를 진채, 청록, 금벽 나아가 단청이라고 부른다. 우선 대상의 윤곽을 선으로 먼저 그리고 그 안을 채색한다. 수묵화, 수묵담채화보다 강한 전통적, 규범적, 장식적, 도식적인 화풍으로 불화나 민화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가. 전통회화의 재료와 용구의 종류와 사용법 1) 종이(화선지, 한지 등) 일반적으로 화선지가 가장 많이 사용되며, 그 사용 방법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화선지는 얇고 부드럽기 때문에 수분을 잘 흡수하므로 스며듦과 번짐이 좋으나 물에 약하고 잘 찢어지기 때문에 보관과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한지는 우리 나라의 전통 종이로 흔히 순지, 또는 닥종이라고도 하는데 화선지에 비해 질기고 표면이 거칠며 약간 누른빛을 띠고 있다. 한지는 세월이 가면 갈수록 결이 고와지고 수명이 길며 자연현상과 친화하는 성질이 있어서 바람을 보온성과 통풍성이 뛰어난 아주 우수한 종이이다. 전통회화의 바탕 재료로서 종이 외에 광목(廣木)이나 비단(絹)과 같은 천이 사용되기도 한다.
*종이의 가공을 이용한 질감의 표현 방법 ·물 뿜어 그리기 : 먹이 엷고 부드럽게 번지는 효과를 낼 때에는 분무기로 물을 곱게 뿜어서 종이가 약간 젖게 한 다음 그리는 것이 좋다. 안개나 구름 등 의 표현에 적합하다. ·구겨서 그리기 : 화면에 거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종이를 구긴 다음 다시 살짝 펴서 그린다. ·솔질하여 그리기 : 또 다른 거친 효과의 표현법으로 두꺼운 순지나 장지의 표현에 칫솔 등으로 문질러 종이의 섬유질이 피도록 한 다음 그 위에 그리는 방법이다. ·뒤에서 그리기(배염법, 背染法) : 종이의 뒷면에 먹이나 색으로 그려서 앞면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나타나도록 그리는 기법이다.
*화지의 규격 화지의 규격은 일정치 않으나 전지(全紙)는 일반적으로 폭이 65cm 내외, 길이가 125cm내외로 제조된다. 전통 한국화의 전지 생산 규격은 보통 59×123cm이며 중국의 옥판선지의 규격은 70×145cm이다. 그러나 주문자 생산에 의하여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도 있는데 시중에는 장지(長紙)라 하여 135×167cm 정도로 양화 캔버스의 100호 크기와 맞먹는 화지도 생산되고 있다. 전지를 세로 혹은 가로로 똑같이 양분한 것을 반절지라 부르며 3등분한 것을 3절지, 4등분한 것을 4절지라 한다. 또 수묵화의 화지는 자르는 모양에 따라 '현판'과 '내리'로 구분하는데 가로로 긴 모양을 '현판'이라 하고 세로로 긴 모양을 '내리'라 한다. 현판 전지를 가로로 반 잘라낸 것을 '2절 현판'이라 한다. 또 현판 전지를 세로로 반 잘라 낸 것을 '현판 반절'이라 한다.
2) 붓(筆) 동양의 모필(붓)은 서예와 수묵화의 발달과 더불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모필은 토끼, 너구리(raccon), 양, 말, 고양이, 쥐, 담비(marten), 늑대, 돼지, 닭, 학 등의 털과 깃털로써 만들며, 그 종류에 따라 표현의 효과도 각각 다른 맛으로 나타난다. 붓은 통풍이 좋고, 습기가 적은 곳에 두어야 잘 보존할 수 있으며, 한번 사용한 붓은 반드시 물로 씻어서 두는 것이 좋다. 또 보관할 때에는 붓털을 반듯하게 잘 다듬어서 두어야 한다.
*붓의 종류 ·선묘필(線描筆) : 유연한 선묘에 적합한 것으로 양모필(羊毛筆)이나 황모필(黃毛筆)이 좋다. ·채색필(彩色筆) : 붓촉이 굵고 짧은 것으로 채색하기에 적합하다. ·평필(平筆) : 한꺼번에 넓은 면을 칠할 때 적합하다.
*붓 쓰는 법(用筆法) 일반적으로 붓을 쓰는 법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중봉(中峰) : 붓을 단정하게 잡고 붓대를 수직으로 세워(直筆) 그리는 법으로 붓끝은 언제나 중심을 유지하여 필선(筆線)이 장건(壯健)한 맛이 있다. ·측봉(側鋒) : 붓끝이 한 쪽으로 치우침으로 편봉(偏鋒)이라고도 한다. 붓대를 80도 정도의 각으로 기울여서 운필하는 방법으로 대나무의 줄기를 그리거나 부벽준(斧劈 )을 그리는데 적합한 필법(筆法)이다. 면(面)과 준( )을 표현함에 예리하고 경쾌한 맛과 비백(飛白)을 나타내는 효과는 질감이나 긴장감까지 자아내게 한다. ·역봉(逆鋒) : 습관화 된 운필의 방향과는 상반되게 진행하는 운필법(運筆法)으로 이 법을 익힘으로써 상하·좌우 어느 획이든 자유자재로 그을 수 있게 된다. ·산봉(散鋒) : 혹은 파봉(破鋒)이라고도 하는데 붓끝을 거칠게 흩으려 운필(運筆)하는 법으로 한 획에 여러 갈래의 가는 선이 그려진다. 잡초나 돌, 바위 등의 거친 질감이나 짐승의 털, 또는 머리카락 등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
3) 먹(墨) 먹의 맑고 깊고 그윽한 세계는 동양인의 마음과 미의식을 가장 잘 나타내 주므로 문인 묵객들부터 오래 동안 사랑을 받아 왔다. 서예와 수묵화의 세계는 곧 먹에 의한 '유현(幽玄)'의 세계이다. 먹을 만드는 주요 성분은 그을음과 아교, 향료인데 원료에 따라 송연묵(松烟墨), 유연묵(油煙墨) 등으로 나눌 수 있으며, 오래될수록 광택이 없고 깊은 색감이 나는 좋은 먹이 된다. 특히 소나무 기름에서 채취한 송연묵은 먹중에서 가장 선명한 광채를 가지고 있는 고급품이다. 아교는 그을음을 고착시키는 접착제로서 그 성분은 단백질이며 동물이나 물고기의 뼈, 가죽에서 나오는 액체를 건조한 후에 가공한 것으로 좋은 아교는 먹의 질을 높여 준다. 향료는 아교의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쓰는데 사향노루의 사향을 최고로 여긴다.
*먹의 사용법(墨法) 먹을 갈 때는 깨끗한 물을 사용해야 하며 먹을 벼루 바닥에 수직으로 세워 차분한 마음으로 조용히 갈아야 한다. 다 갈고 난 먹은 젖어 있는 끝 부분을 휴지로 닦아 두어야 균열이 생기지 않는다. 학교 수업에서는 먹을 가는 시간의 절약을 위하여 묵즙(墨汁)을 쓰는 것이 효과적이다. 수묵화에서 중요한 것 중위 하나가 먹색의 짙고 옅음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다. 물과 먹을 배합하는 정도에 따라서 그 변화가 수없이 많다.
*일필(一筆)에 의한 농담의 표현 한 붓에 세가지 먹색이 나오도록 하려면 먼저 붓을 엷은 먹에 적시고, 그 다음 붓끝에 짙은 먹을 묻혀 접시 가장자리에서 적당히 문질러서 혼화(混化)하면 붓끝으로부터 모세관 현상의 작용으로 짙은 먹, 중간 먹, 옅은 먹 순으로 먹색을 고르게 갤(調墨) 수 있다.
*먹을 개는 방법(調墨法) ·초묵(醮墨) : 먹을 갈아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수분이 증발된, 벼루못(硯池)에 고여 있는 가장 짙은 먹색. ·농묵(濃墨) : 초목 다음으로 짙은 먹으로 수분이 전혀 증발하지 않은 상태. ·중묵(重墨) : 회색이라고도 할 수 있는 中間層의 먹색. 산수화에서 가장 많이 쓰인다. ·담묵(淡墨) : 진한 먹물에 물을 섞어서 조절한 옅은 먹색. 준문( 紋)이나 선염(渲染) 등에 쓰인다. ·청묵(淸墨) : 담묵 보다 더 묽고 맑은 먹색으로 無色에 가깝다. 구름이나 안개의 표현에 많이 쓰인다. 또한, 붓에 함유된 수분의 정도에 따라 ·건묵(乾墨) : 마른 먹 ·습묵(濕墨) : 젖은 먹 ·퇴묵(退墨) : 아교 성분이 없어진 오래된 먹
4) 벼루(硯) 벼루의 종류로는 돌의 산지와 재료, 모양에 따라 그 명칭이 다르며 돌 이외에 도자기, 와당, 은, 동, 철, 자기, 옥, 수정, 나무 등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대부분 실용성이 없기 때문에 주로 돌로 만든다. 이름난 벼루로는 중국의 단계연, 용미연 등이 대단한 명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 나라에서는 충청남도 보령군 남포면의 남포석과 평안북도 위원의 청석이 유명하다. 벼루는 강도가 중요한데 먹보다 강하면서도 수분을 적당히 흡수하여야 하며 먹이 잘 갈리면서 붓털이 상하지 않고 물이나 먹이 마르지 않는 것이 최상이다. 벼루는 사용한 후 맑은 물로 여러 번 씻어야 하며 묵적이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벼루(硯)의 사용법 좋은 벼루는 먹을 갈아도 소리가 나지 않고 먹이 잘 갈리며 물이 줄거나 먹물이 겉돌지 않으며 벼루 바닥이 부드러워서 붓이 상하지 않는다. 벼루를 쓰고 난 후에는 먹물의 찌꺼기가 남아 있지 않도록 반드시 깨끗하게 씻어두는 것이 좋다.
5) 물감(彩色) 물감은 크게 천연물감과 인조물감으로 구별한다. 천연물감 중에는 석채(자연원석)와 천연 수간 물감이 있다. 석채는 자연 원석을 분쇄, 정제하여 추출한 뒤 입자의 크기별로 분류한 것을 말한다. 수간 물감은 흙이나 진흙을 정제하여 추출한다. 인조석채는 산화금속물로부터 만들어내는데, 천연 석채와 거의 흡사한 모든 색을 만들어 낸다. 또한, 인조 수간 물감은 화학 안료를 정제하여 생산한다. 최근에는 정제법의 발달로 인하여 색상의 톤(tone)이나 그 가지 수에 있어서 인조 석채가 천연 석채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6) 깔개(모전·毛氈) 모전은 얇고 잘 스미는 화선지에 먹을 사용함에 있어서 종이를 통과하여 바닥으로 스며 나오는 먹물을 흡수함으로써 젖은 화지(畵紙)가 바닥에 접착되지 않도록 하며 부드러운 감촉으로 작업의 진행을 편리하고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 용구이다. 흔히 표면이 부드러운 융이나 담요 등을 사용한다.
7) 접시 조묵(調墨)과 조색(調色)에 필요한 용구로서 서양화의 팔레트에 해당된다. 먹의 농담과 색의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하여 흰 것이 적합하며, 조묵용(調墨用)과 조색용(調色用)으로 구분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다.
8) 물통 서화 제작에 필요한 물을 담는 그릇으로 일정한 것은 없으나 작업의 수행에 적절한 형태와 크기의 것을 사용한다.
9) 분무기 물을 미세한 물방울로 고르게 뿜는 기구로 먹이 부드럽게 번지는 효과를 살리는 데 사용된다.
이상 열거한 것 외에도 종이를 안정되게 고정시키는 문진(文鎭), 붓을 걸어 두는 붓걸이, 붓을 휴대하기에 편리한 붓말이 등이 있으며 먹의 사용 시에는 가급적 작업복을 착용하는 것이 좋으며 걸레와 약간의 휴지도 필요하다.
나. 전통적 표현 기법의 탐색 1) 먹과 붓에 의한 기법 가) 선묘법(線描法) ·절로묘(折蘆描) : 날카로운 갈대의 잎이 부러져 꺾인 듯한 선 ·유엽묘(柳葉描) : 버드나무의 잎처럼 시작과 끝이 중간보다 가는 유연한 선묘 ·죽엽묘(竹葉描) : 대나무 잎과 같이 그리는 묘법 ·구인묘( 蚓描) : 지렁이와 같은 선 ·철선묘(鐵線描) :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두께로 예리하고 팽팽하게 그리는 필선 ·정두서미묘(釘頭鼠尾描) : 시작은 못의 머리처럼 넓고 끝은 쥐꼬리 같이 가늘게 빠지는 선
나) 발묵법(潑墨法) 엷은 먹으로 대략 그린 다음 그 위에 짙은 먹으로 그림을 분해해 가면서 화면을 죄어가며 대담한 필치로 그리는 수법이다. 이것을 선담후농(先淡後濃)이라고도 한다. 화가 자신의 의도에 따라 필의(筆意)에 얽매이지 않고 종이의 예민한 습윤성(濕潤性)과 먹물의 유동적(流動的)인 성질을 이용함으로써 짙음과 엷음이 혼화(混和)되는 자연스러운 운치를 얻을 수 있는 기법이다.
다) 파묵법(破墨法) 짙은 먹으로 준( )이나 윤곽선을 그린 후 물기가 마르기 전에 재차 엷은 먹으로 덧칠함으로써 먹번짐이 생기도록 하는 묵법(墨法)이다. 그림이 대략 완성된 다음 엷은 먹으로 물체의 윤곽,·세부 명암 등을 그려가며 마무리한다. 발묵법과는 반대로 先濃後淡의 순서로 그린다.
라) 적묵법(積墨法) 담묵(淡墨)과 重墨, 그리고 濃墨이 층층히 겹쳐지게 그림으로써 산수화를 그리는데 중후한 맛을 내는 묵법(墨法)이다.
마) 지묵법(漬墨法) 먹물에 아교를 타서 쓰거나 아교가 칠해진 화지(반수지·礬水紙)에 먹물을 약간 두텁게 칠해 놓으면 천연적인 윤곽선이 형성되는데 이것은 획이 아니라 젖었다가 마름으로써 생긴 거품자국처럼 자연스런 형상으로 나타나는 묵법(墨法)이다. 바위의 이끼나 강이나 바닷가의 젖은 모래톱, 또는 수풀이 무성한 산의 능선을 표현하는데 많이 쓰인다.
바) 비묵법(飛墨法) 붓질을 하는 도중에 비백(飛白)이 생기게 함으로써 요철을 강조하거나 흑·백의 대비로 긴장감을 더해 주는 효과로 그림에 생동감을 가져다준다. 또한 우유나 백반물로 비백을 살려 거칠게 그린 다음 완전히 마른 뒤 그 위에 먹을 가하면 비백의 효과가 더욱 재미있게 나타난다.
사) 갈필법(渴筆法) 용필법(用筆法)으로는 산필법(散筆法)과 비슷한 방법으로 먹물을 적게 묻힌 붓(乾筆)으로 그려 건조하고 거친 효과를 내는 기법이다. 암석(巖石)의 거친 표면 등을 그리기에 좋은 방법이다.
아) 아교를 섞은 먹물을 이용한 기법 먹물에 아교를 섞어 화선지에 칠한 다음 소금을 뿌려서 말리면 소금 뿌린 자리는 먹물을 밀어내어 하얗게 남게 되어 재미있는 얼룩이 형성된다.
2) 수묵채색법(水墨彩色法) 채색의 기법을 두 가지로 나누면 칠(漆)하는 기법과 염(染)하는 기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수묵 계열의 그림에서는 염(染)의 방식을 따르고 진채(眞彩)계열의 그림에서는 칠(漆)하 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따라서 수묵 계열의 그림은 화선지의 스며들고 번지는 성질을 이용하는 선염법(渲染法)을 중요시하지만, 진채(眞彩)계열의 그림에서는 반대로 먹이나 물감이 스며들거나 번질 수 없도록 아교포수도막(阿膠泡水塗膜)이라고하는 표면 처리를 해 놓고 그린다.
가) 구륵법(鉤勒法) 선으로 물체의 윤곽을 그리는 법으로 선의 강약, 굵기, 농담의 변화를 살린 여러 가지 성질의 선으로 그린다. 선으로 만 그리는 백묘법(白描法)이 있고, 윤곽 안 쪽에 채색을 하는 구륵진채법(鉤勒眞彩法)이 있다. 그리는 이의 의지가 분명하고 뚜렷한 골격을 가진다. 필선의 묘법과 화려한 색채로 이루어지는 극사실적인 양식의 화풍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나) 몰골법(沒骨法) 윤곽선으로 형태를 그리지 않고 대상의 형·명암·색채 등을 직접 폭이 있는 수묵 또는 채색의 면으로 그리는 수법으로 먹물만을 사용하는 방법과 먹과 색을 병용하는 방법, 색깔만을 사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이것은 선이 가지는 의지적인 힘은 없으나 부드러운 감정의 표현을 가지고 풍만하고 탄력성이 있다. 주관적인 사의표현의 남화에서 많이 쓰이는 침윤법(浸潤法)이다.
다) 운선법(暈渲法) 진한 빛깔부터 칠하기 시작하여 점점 흐리게 바림하는 방법이다 칠하고자하는 부분에 먼저 물을 바르고 물이 마르기 전에 먹물이나 물감을 칠하여 부드럽게 바림하는 방법도 있다. 그려진 형체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한 기법으로 구름이나 안개 등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
라) 아교포수도막법(阿膠泡水塗膜法) 두꺼운 한지나 배접된 종이에 흰색과 아교물, 명반을 혼합하여 도막을 형성하여 번지고 스며드는 성질을 없앤 다음 그리는 기법이다. 작업과정이 복잡하므로 초중등학교 수업에서는 이용하기에 어려움이 따르지만, 아교포수(阿膠泡水)로 표면 처리한 종이 대신 처음부터 흡수성이 없고 양지를 사용하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3). 준법( 法) 준법( 法)이란 산수화를 그릴 때 산이나 바위, 토파(土坡)의 입체감과 명암, 질감을 나타내기 위해 표면을 처리하는 기법. 중국 진한시대의 산악문을 구성하는 평행곡선에서 비룻되어, 성당대에 일어난 산수화의 자연주의적 경향에 의해 다양화되었다. 오대(五判·북송(北宋) 무렵에 남북 각지에서 출현한 산수화가들이 실경에 입각하여 작품을 제작하면서 나름대로의 준법을 창안하였다. 표현 대상이 되는 지형의 특성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가) 점준(點 ) ·우점준(雨點 ) (그림16) 우점(雨點)준은 말 그대로 그 모양이 빗방울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우점준은 준법이라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점법(點法)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산과 바위의 양감을 표현하기 위하여 마치 비가 내리는 것처럼 점을 찍어가며 표현한다.
·미점준(米點 ) 준법이라기 보다는 측점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숲이 우거진 산수 또는 우경(雨景)을 그릴 때 많이 사용되는 기법이다. 송대(宋代)의 미불 부자가 사용한 화법으로 선(線)보다는 점(點)의 사용으로 먹의 중요성이 두드러지는 기법이다.
나) 선준(線 ) ·피마준(披麻 ) (그림17) 토산의 표면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시작과 끝의 변화가 적은 평행한 선으로 그린 준인데, 이것은 차분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좌우 같은 방향으로 일정한 굵기와 리듬을 가지고 마치 베를 짜듯 긴 선을 그어간다.
·난마준(亂麻 ) (그림18) 피마(披麻)준이 평행선(平行線)인 것과는 달리 선이 교차(交差)하는 것이지만 요령을 대체로 피마준과 같이 부드럽고 가라앉게 하는 것이다. 난마(亂麻)준은 삼이 흐트러진 것과 같은 모양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절대준(折帶 ) (그림19) 측필로 횡선(橫線)을 긋고 선의 끝을 직각으로 짧게 그어 'ㄱ'자와 비슷한 모양으로 하고, 다음에는 그와 반대로 하여 길다란 'ㄴ'자 모양의 형태를 반복시키면서 'ㅁ'자 모양으로 그려가는 것이다. 이 준법은 띠가 꺽인 것 같은 형태로 네모진 돌이 쌓인 것을 그릴 때 사용한다.
·하엽준(荷葉 ) (그림20) 하엽(荷葉)준은 준의 줄기와 줄기가 연결된 선들이 연잎줄기와 같아서 '연꽃 하(荷)'자를 써서 지어진 이름이다. 이 준법은 산맥과 산봉우리를 그리는데 주로 사용되었고, 특히 물이 흘러내려 고랑이 생긴 산비탈과 같은 효과를 내며 남종화가들이 잘 사용하였다.
·우모준(牛毛 ) 소의 털 모양인 호선(弧線)으로 된 준이다. 짧고 끈끈한 털 같이 가는 선이 수백 수천 겹으로 그려 산림의 무성함을 나타낸다. 소의 등을 부드럽게 감싸는 듯한 모양으로 바위의 윤곽선(輪郭線)과 같은 호선(弧線)을 가볍게 반복(反復)해 가면서 그리기 때문에 둥근 느낌을 주는 바위를 그릴 때에 가장 적합하다.
다) 면준(面 ) ·부벽준(斧劈 ) (그림21) 이 준은 도끼로 나무를 찍어낸 자국의 모양같은 것을 말한다. 터치가 큰 것은 대부벽(大斧劈), 작은 것은 소부벽(小斧劈), 긴 것은 장부벽(長斧劈) 등으로 나눠진다. 남성적이고 힘찬 느낌을 준다. 북화에 많이 쓰였다.
·몰골준(沒骨 ) 몰골(沒骨)준은 동양화 표현에 있어서 선(線)을 사용하여 형태를 정의하지 않고 먹이나 채색만을 사용하여 그린 몰골화(沒骨畵)와 대치되는 기법을 말한다. 산석이 중첩하고 바위의 괴량감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필선으로 구륵(鉤勒) 윤곽을 긋지 않고 먹물로만 나타낸 준법이다.
·운두준(雲頭 )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한 모양의 준을 말한다. 기암괴석이 있는 산을 그릴 때 흔히 사용한다. 산세를 영웅적으로 그리고 사철의 변화를 민감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산봉우리를 구름으로 휘감아 그리는데 사용한다.
다. 현대적 감각의 표현 기법 1) 수묵에 의한 추상적(抽象的) 표현 기법 가) 먹물 번지기 (그림 5) 분무기를 사용하여 화선지 위에 물을 뿌린 다음 물기가 많은 붓끝에 진한 먹물을 듬뿍 묻혀 종이 위에서 이리저리 끌고 다니거나, 먹물을 여기저기에 뚝뚝 떨어뜨리면 먹이 사방으로 순식간에 퍼져 인위적으로 그릴 수 없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무늬를 나타낼 수 있다.
나) 먹물 흘리기 (그림 6) 화선지를 경사지게 하여 먹물을 덤뿍 묻힌 붓으로 먹물을 흘려 내리면 그 흐르는 속도와 먹물의 양에 따라 다양한 선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 접어 그려 펼치기(decalcomanie) (그림 7) 물감과 먹물을 반으로 접은 종이의 한 면에 흘린 다음 접어 문지른 다음 다시 편다. 대칭형의 추상적 무늬를 얻을 수 있다. 얼굴이나 나비 등 좌우 대칭형의 이미지를 표현 할 수도 있다.
라) 먹물 뿌리기와 떨어뜨리기 (그림 8) 붓에 먹물을 듬뿍 묻혀서 화선지 등 종이 위에 뚝뚝 떨어뜨리거나 뿌리면 먹물의 양에 따라 작은 먹물방울이 튕겨 종이 위로 떨어져 크고 작은 다양한 형태의 점묘를 나타낸다. 헌 칫솔이나 머리빗 등 여러 가지 도구를 이용하면 더욱 재미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마) 종이 구겨서 먹물 찍기 (그림 9) 신문지 등을 아무렇게나 구긴 다음 한쪽에 먹물을 묻혀 화선지에 여러 각도로 반복하여 찍음으로써 같은 무늬가 겹치면서 재미있는 표현이 된다. 또는 종이를 원하는 모양으로 찢거나 오려서 구긴 다음 다시 펼쳐서 그 위에 먹물을 흠뻑 칠한 다음 화선지에 위에 엎어서 찍어낸다.
바) 먹물 배여 내기 (그림 11) 화선지 위에 또 한 장의 얇은 화선지를 얹어 그 위에서 먹물을 덤뿍 묻힌 붓으로 천천히 그려 먹물이 아래의 종이에 배여 나오도록 한다. 간접 표현의 방법으로 인위적인 붓 자국을 없애고 자연스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 먹줄 기법 (그림 12) 전통 목수가 사용하는 재래의 먹줄처럼 실에 먹물을 듬뿍 묻혀 양쪽에서 팽팽하게 잡고 퉁기는 기법으로 직선의 효과를 내기에 좋다.
아) 실(絲)로 그리기 (그림 13) 면사(綿絲) 등에 먹물을 흠뻑 묻혀 반으로 접은 종이의 한쪽 면에 의도된 곡선으로 늘어놓고 다시 종이를 접에 손으로 누르면서 실의 두 가닥 끝을 잡고 슬며시 잡아당기면 먹물 실이 끌리면서 좌우 대칭의 궤적선(軌跡線)이 기괴한 무늬를 그리면서 나타난다. 이러한 그림은 옛 날에는 부적의 일종으로 사용되었으며 매우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자) 수채화지를 이용한 발묵법(潑墨法) (그림 14) 구름이나 파도 폭포 등을 그릴 때는 인위적인 기법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부자연스럽다. 따라서 재료의 성질을 이용한 우연적인 기법인 발묵법으로 그리되 흡수성이 없는 수채화지 등을 사용한다. 먼저 지면에 물을 뿌리고 곧 바로 굵은 붓으로 농담(濃淡)의 먹을 덤뿍 묻혀 지면에 흘려 표현하고자하는 의도에 따라 두 손으로 종이를 움직여 먹물을 유동시킨다. 마른 다음 산이나 바위, 인물, 기물 등을 첨가시키면 대자연의 공기와 물의 변화무쌍한 흐름을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다.
차) 실물에 묻혀 찍기(printing) (그림 15) 여러 가지 자연물이나 인공물에다 먹물을 묻혀 찍는 방법으로 다양한 질감의 효과를 내기에 좋다. 엠보싱 벽지나 신발 밑창, 또는 전통 떡살 등 요철이 있는 물체 위에 먹물을 묻혀 찍거나, 손바닥, 발바닥 등 신체의 일부에 먹물을 묻혀 찍는 것도 재미있는 방법이다.
2) 종이를 가공한 새로운 표현 기법 우리 전통미술의 소재인 한지를 이용하는 새로운 조형 실험은 기성 작가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한지가 자연친화적이고 가장 한국적인 종이로 '한국성'과 '세계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또한 종이는 다루기 쉽고 친근감 있는 재료로 초중등학교 미술수업에 활용함으로써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우리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좋은 소재이다. 종이를 가공한 새로운 표현 기법을 몇 가지 들면 다음과 같다.
가) 종이 뜨기 (그림 22) 전통적인 종이 뜨기의 방법을 응용한 것으로 종이죽을 접착성 재료(CMC,바인더 등)와 섞은 다음 물에 풀어 사각틀에 망사나 샤를 팽팽하게 친 틀을 이용하여 뜨 내면 수제 종이가 된다. 이와 같이 간편한 종이 뜨기를 응용하면 색한지나 자연물을 이용한 다양한 질감의 종이를 만들어 조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나) 종이 부조 뜨기 (그림 23∼26) 비교적 흡수성이 좋은 신문지나 화장지, 한지, 등을 이용하여 종이죽을 만들고 자신이 선택한 실물을 짜임새 있게 구성하여 그 위에 종이죽을 부어 말린 다음 실물을 떼어낸다. 부조 뜨기를 할 때 부조 면을 형성하는 것으로 여러 가지 기성품의 소품들뿐만 아니라 나뭇잎 등 각종 자연적인 사물들도 활용할 수 있는데 비교적 부피가 크지 않고 평면성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는 실물이라야 적합하겠다. 떼어낸 작품은 그대로 완성작으로 할 수도 있지만 부조 면에 먹이나 색으로 형태를 첨가해서 그릴 수도 있다.
다) 종이 노끈을 이용한 표현 (그림 27) 전통적으로 종이 노끈(지노)은 일상 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어 왔다. 종이 노끈을 이용한 조형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 색상의 종이 노끈을 바탕 재료에 촘촘하게 접착제로 붙여 가면서 사물의 형태를 표현하는 방법과, 종이 노끈을 엮거나 짜는 방법, 대지(臺紙) 위에 노끈으로 형태를 그려가면서 붙여 선적인 미를 표현하는 방법 등이 있다.
라) 태우기 종이의 둘레나 중간의 일부를 불에 태우면 타서 없어진 부분과 타다 말고 남은 부분과의 경계를 이루는 가장자리는 독특한 색감과 우연적인 형태로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이처럼 태운 종이를 다른 바탕 종이 위에 붙여서 조형적으로 구성한다. 또는 먹으로 그 위에 그림을 곁들이기도 한다.
마) 색 한지를 이용한 표현 (그림 28) 다양한 색상과 질감의 한지가 다양하게 개발되어 시판되고 있다. 이러한 색 한지의 색상은 전통 염료로 염색한 듯한 맑고 온화한 느낌을 주고, 물에 잘 풀어지고 질긴 섬유질의 특성을 지니고 있어 민속적인 감각의 공예품을 만드는데 널리 사용되며, 이를 찢거나 오려 붙여 회화적인 표현을 할 수도 있다.
바) 젖은 한지 찢기 (그림 29) 표면이 비교적 매끄럽고 두꺼운 대지(臺紙) 위에 풀로 한지나 화선지를 부리고, 마르기 전에 손가락이나 여타 도구로 긁거나 문질러 찢어서 평면 위에 낮은 요철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3) 다양한 선의 효과를 내기 위한 기법 가) 손가락으로 그리기(指頭畵) (그림 30) 지두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온 기법이나 오늘날 미술 수업에 이용함으로써 학생들로 하여금 색다른 표현의 흥미를 맛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손톱과 손가락 피부를 이용하여 가늘고 날카로운 선과 부드럽고 굵은 선, 넓은 면 등을 자유롭게 나타낼 수 있다. 중국에서는 당나라 때부터 생겼으며, 靑代의 고기패(高其佩)가 양식화시켰으며 우리 나라에서는 18세기 심사정(沈師正), 최북(崔北), 허유(許維) 등의 그림에서 볼 수 있다.
나) 나무 붓(木筆)로 그리기 (그림 31) 버드나무의 연한 가지나 나무젓가락 등의 끝을 뾰족하게 다듬거나 망치질하여 부드럽게 한 다음 먹물을 묻혀 선을 그림으로써 모필로 그렸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의 선을 얻을 수 있다. 펜이나 연필선의 효과와도 흡사하면서 최초에는 먹물이 덤뿍 묻어 굵고 힘찬 선으로 시작되었다가 먹물이 빨리 없어지므로 금방 끊어지면서 다양한 굵기의 변화를 낼 수 있다.
다) 대나무 붓(竹筆)으로 그리기 대나무 붓(竹筆)은 연한 참대의 끝을 망치로 두들겨서 만든 것으로 강직한 선묘를 하기에 적합하다. 고구려의 고분벽화에서 볼 수 있는 힘찬 선들은 이 竹筆을 이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다) 가죽 붓으로 그리기(革筆畵) (그림 32) 혁필화(革筆畵)는 가죽 붓을 사용하여 그리는 그림을 말한다. 조선 초기 유학자인 유덕공 선생이 맨 처음 혁필화를 그렸다고 전해진다. 가죽의 흡수성과 탄력성을 이용하여 일획에 수많은 색상을 동시에 표현함으로써 독특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우리 나라의 고유한 조형 양식이다. 주로 문자도(文字圖)를 그리는 데 많이 사용되었다. 가죽 대신 고무판이나 두꺼운 종이 등을 이용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라) 배수성(排水性)을 이용하는 기법 우유나 양초 등의 유성 재료로 그린 다음 그 위에 먹으로 그리면 배수성으로 인하여 먼저 그린 형태가 뚜렷히 남게 된다.
3) 오브제(object)를 활용한 표현 기법 (그림 33) 전통적인 표현 재료와 용구에 탈피하여 현대회화의 오브제를 이용한 다양한 회화의 표현 양식을 응용하여 학생 수준에 맞는 현대적 감각의 창의적인 표현이 되도록 하며, 이러한 활동을 통하여 새로운 미술 표현의 경향을 이해하고 종래의 기능 중심의 재현적인 표현과는 다른 조형적 흥미를 느끼도록 한다. 특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자연적인 물상들이나 각종 생활 폐기물 등을 미술 표현의 재료로 활용함으로써 자연과 환경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도 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적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자연물과 전통 재료를 활용한 민속적인 이미지의 표현 방법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나무 가지나 돌 등의 표면에 한지, 또는 화선지를 감거나 접착하여 그 위에 먹물 따위로 그린다. ·통나무 토막이나 널빤지 위에 부분적으로 종이를 찢어 붙이고 다시 먹이나 색으로 첨가하는 과정을 거쳐 여러 가지 추상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바가지나 나무 주걱, 부채, 문살 등 민속적인 자연물이나 공예품을 바탕 재료로 하여 그리거나 종이를 첨가한다. ·종이 위에 마른 꽃잎이나 나뭇잎 따위에 먹물을 묻혀 찍어 판화적 효과를 내거나 직접 붙이기도 한다. ·바탕화면에 먹이나 색으로 수묵화나 채색으로 민화풍의 그림을 그린 다음 그 위에 각종 자연물이나 폐품 재료 등을 첨가한다. 이 때 바탕 화면은 자신이 직접 그릴 수도 있으며, 고서(古書)나 신문, 잡지 등에서 추출한 전통회화의 사진 이미지 등을 꼴라쥬 하는 방법도 있다. |
출처: 작은 휴식공간 원문보기 글쓴이: 마이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