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로 보는 경마계획
11세기께 영국 귀족사회에서 말달리기 시합을 하면서 내기로 걸었던 조건이 경마상금의 기원이다. 경주형태는 1 대 1경주(Match Race)에서 한 경주에 20명씩이나 참가하는 경주(Sweep stakes)로 발전하였고 구경꾼들 간의 내기도 성행하게 되었다. 18세기에 접어들면서 마주간의 시합 수준에서 벗어나 관중의 내기가 일반화되면서 경마시행체가 등장하게 되고, 경주를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우수마의 경주참여를 유도하기 위하여 경마상금을 내걸게 되면서 오늘날 상금제도로 자리잡게 되었다.
경마상금은 경마시행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제도적 장치 중 하나로서 계획된 경주를 실현하는 동시에 공정한 경쟁을 확보하는 주요한 수단이다. 마주에게는 경마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의욕을 고취시키고 생산자에게는 생산의 지표로서의 기능을 갖는다. 제한된 지면을 통해 복잡한 상금제도를 설명하고 이해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여기서는 개괄적으로 언급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경마상금제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경마상금 책정 경마상금을 책정한다는 것은 상금을 책정하는 개별요소에 따라 총상금 규모를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참고로 각국마다 상금을 결정하는 형태를 유형화해 보면 앞의 표와 같다. 우리의 경우는 A형으로서 개인마주제의 조기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이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와는 달리 경마선진국으로 갈수록 마주의 기초투자비인 말구입비의 상승에 따라 B형에서 C형으로 이동하는 형태이며, 현재는 C형이 주를 이루고 있다. 경마선진국에서 C형의 상금책정 형태가 가능한 것은 경주 자체가 상금을 획득하는 수단이라기보다는 말의 능력을 검증받는 수단으로서 더 큰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경마를 통해 말의 능력을 인정받게 되면 말의 종부료 수입이나 마필가의 상승으로 더 많은 부를 누릴 수 있기에 상금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는다.
‘상금을 책정하는 개별요소’라 함은 크게는 마주의 비용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현재 서울경마장 상금의 경우 말구입비, 말의 사양보건관리비, 마필관리자 인건비, 일정 수준의 마주가처분이익, 경마관련 단체 운영경비 등 5개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말구입비는 적정 말수급 규모를 결정하고 도입가격의 수준을 얼마로 할 것인가가 관건인데, 이는 경주의 질적 수준 향상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에 따라 도입가격의 지속적인 인상을 통해 우수마 도입을 유도할 계획이다. 서울경마장의 경우 연간 외국산마 도입규모는 93년 개인마주제도의 전환을 전후해 연평균 5백50~6백여두에서 점점 줄어들어 최근에는 3백50두 정도가 도입되고 있다. 반면 국산마의 경우 현재 약 3백두 도입되고 있는데,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사양보건관리비는 마주가 조교사에게 말의 조교·사양 및 보건관리에 쓰도록 지출하는 비용으로 매월 말 1두당 정해진 금액(표준위탁관리비)을 지불한다. 이것은 조교료·사료비·깔짚비·장제비·사양용구비·진료비 등 총 10개의 개별항목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러한 제요소들에 대한 비용결정은 개별요소들의 공급가를 기초로 물가인상률 등 제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마필 관리자 인건비는 조교사와 기수의 경우에는 그 신분이 개인사업자이며 일반 스포츠경주의 감독과 선수라는 점을 고려해 타 스포츠 종사자의 연봉수준, 물가인상률, 타구성원의 인건비 인상률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적정 수준에서 책정하게 된다. 관리사의 경우는 급여를 생계수단으로 하는 근로자인 만큼 정부의 인건비 인상지침, 유사업종 급여수준 등을 감안해 책정하게 된다.
마주가처분이익의 경우에 있어서는 마주가 경마에서 얻는 이익을 통해 우수한 말을 지속적으로 구입하려는 의욕을 느낄 수 있도록 말구입가를 기준으로 일정 수준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마주와의 경마상금협의시 마주의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나타나는 부분으로 우수마의 도입시스템 미비, 경주에서 말의 능력검증장치 미흡과 이에 따른 생산으로의 환류가 불가능한 경마환경에서 마주의 경마참여에 대한 메리트는 당연히 상금인상 요구라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향후 우수마가 도입되고 경주에서의 능력검증과 더불어 생산으로의 환류장치가 정착되면 상금을 통한 마주이익증대 요구는 다소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 경마상금 배분 상금을 배분하는 것은 개별요소에 의해 결정된 총상금을 경주라는 수단을 통해 이전시키는 작업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결정된 총상금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착순상금이니 출주료니 하는 상금 항목으로 옮겨놓는 작업을 뜻한다. 현재 서울경마장의 경주상금 항목은 착순상금, 출주료, 부가상금, 경주협력금, 경주보상금, 야간경마장려금 등 총 6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상금을 이러한 상금 항목별로 배정하는 데에 있어서는 기본적인 원칙과 기준이 있다.
첫째, 우승열패의 원칙으로서 가장 중요시 되는 기준이다. 그러나 경쟁성이 너무 지나치면 적자 마주의 이탈로 인한 경주마 수급의 애로 등 경마불안정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둘째, 형평성의 원칙으로서 지나친 경쟁에 따른 단점을 보완하고 계획된 경주의 안정적 실현장치로서 기능한다. 예를 들면 출주료나 경주협력금 등을 지급하는 것 등이다.
셋째, 정책반영의 원칙이다. 이는 시행체 경마정책에 있어서의 특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서 예를 들면 국산마 생산활성화를 위한 생산자상금, 국산마 경주에 대한 우대상금, 또는 기타 지원성 상금 등을 말한다.
이러한 배분작업을 통해서 마주·조교사·기수·관리사 등 마필 관계자간 상금 항목별 배분기준이 결정된다. 그래서 고객들이나 다수의 직원들로부터 “제외국의 상금제도를 보면 배분기준이 정형화되어 있는데 우리는 왜 매년 바뀌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듣곤 하는데, 이는 우리 경마시행제도가 개인마주제의 원리에 따른 당사자간 계약에 의거해 구성원간 배분이 결정되는 방식이 아니라 상금책정시 판단한 개별요소(인건비는 마필관리자 몫, 마필구입비 및 가처분이익은 마주 몫이라는 기준)에 의해 이미 결정되는 등 현재의 경마상금 책정방식에서는 불가피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상금책정 방식이 정형화되어 구성원간 배분기준이 안정되고 당사자간 사적 계약에 따라 상금배분이 결정되는 그 때가 우리의 경마시행 틀이 제대로 갖춰지는 때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해결하고 풀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기도 하다.
○ 경마상금 지급 상금지급은 상금책정 과정을 통해 결정된 총상금을 경마시행 계획에 따라 경주상금 항목별로 다시 안분한 것을 경주결과, 즉 경주성적에 따라 실제 집행하는 것을 말한다. 경마상금은 경주성적에 따라 지급되므로 마필의 개체별 특성 및 마필 관계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상금수득에 격차가 발생하며, 따라서 소위 흑자마주와 적자마주가 생기는 것이다.
상금은 월단위로 경마가 종료되면 그 달의 각 경주별 경주성적을 기초로 상금지급 기준을 적용해 지급액을 결정하고, 구성원별 배분기준에 따라 다시 배분하여 익월 5일까지 마주에게 지급한다. 그러면 마주는 다시 조교사 등 마필 관리자에게 상금을 지급하는데, 마필 관리자에게는 이 날이 바로 월급날이 되는 것이다.
○ 상금제도의 발전을 위하여 경마발전은 경마상금이 어떻게 운용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마상금제도는 경쟁성 제고 및 공정성 확보를 가능하게 함은 물론 경주질 향상을 통해 고객들에게 질높은 경주 제공 등을 가능하게 하는 만큼 경마시행에 있어서 그 역할이 실로 대단하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개인마주제의 역사가 짧고, 마필 관계자간 자율적 상금배분 제도가 정착되어 있지 않고, 마주가 생산에서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상금제도의 역할은 더욱 큰 만큼 이에 대한 해법을 지속적으로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와 검토로 상금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동시에 마필 관계자들의 경마상금에 대한 인식전환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오택봉 / 경마협력팀 대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