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대형컴퓨터 시장의 70%를 차지한 IBM의 통찰
PC가 나오기 전, 세상에는 대형 컴퓨터가 있었다. 그 시장의 주인은 IBM이었다.
이때 IBM이 선택한 순간을 바이오코드로 살펴보자.
1,000만 달러의 실패를 50억 달러의 성공으로 바꾼 믿음의 승리
밥 에반스(0340, Bob Evans)와 토머스 왓슨 주니어(0105, Thomas Watson Jr.) 사이에 얽힌 이 이야기는, IBM의 운명을 걸었던 모험이자 현대 컴퓨터 역사에서 가장 큰 모퉁이를 돌아선 '시스템/360(System/360)'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 서로 통하지 않는 컴퓨터들의 혼란과 위기
1960년대 초, IBM은 컴퓨터 세상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강자였지만 속으로는 커다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당시 IBM이 팔던 7가지가 넘는 크고 작은 컴퓨터 종류들은 저마다 사용하는 명령어 체계와 운영체제, 덧붙여 쓰는 장치가 전혀 달랐다.
손님이 조금 더 큰 기종으로 바꾸려면 쓰던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했고, IBM 엔지니어들도 기종마다 따로따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고쳐 쓰느라 엄청난 돈과 힘을 헛되이 썼다.
■ 밥 에반스의 결단과 1,000만 달러의 실패
이때 젊은 엔지니어링 책임자이던 밥 에반스는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졌다.
"크기나 가격은 다르더라도 모든 컴퓨터가 똑같은 명령어와 프로그램을 함께 쓰는 하나의 틀(서로 통하는 컴퓨터 체계)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훗날 '시스템/360'을 만들어 낸 첫 구상이다.
하지만 길은 험난했다.
잘 팔리던 기존 제품을 하나씩 고쳐 쓰려던 개발 일과 서로 통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이 기술의 한계와 잘못된 설계, 부품의 흠집에 막혀 모조리 어그러졌다. 개발 일정은 한없이 늘어졌고, 허공으로 날려 버린 손실만 당시 돈으로 1,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1,000만 달러는 오늘날 가치로 따지면 수천억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 사직서와 왓슨 주니어의 거절
개발을 앞장서서 끌어가던 밥 에반스는 회사에 큰 손해를 입혔다는 자책감과 기술 장벽에 대한 좌절감으로 책임을 지고자 사표를 써 들고 왓슨 주니어 회장의 집무실을 찾았다.
"회장님, 제가 회사에 씻을 수 없는 큰 손해를 입혔습니다. 책임지고 회사를 떠나겠습니다."
하지만 왓슨 주니어는 사표를 받아 들지 않았다. 왓슨 주니어는 이를 단순한 실패로 여겨 담당자를 잘라내고 벌을 주는 순간, 회사 안에 도전하는 기운이 사라지고 엎드려 눈치만 보는 몸 사리기가 판을 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껄껄 웃으며 사표를 도로 그를 향해 밀었다.
"자네 제정신인가? 방금 자네 교육비로 1,000만 달러를 썼는데 왜 그만둬? 수업료는 이미 냈으니 어서 돌아가서 일이나 하게."
0105 왓슨 주니어는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었다. 0105는 목표가 생기면 반드시 끝을 봐야만 한다.
■ 50억 달러의 사운을 건 모험, 그리고 대성공
왓슨 주니어의 한없는 믿음과 힘을 다시 얻은 밥 에반스는 주저앉지 않고 실패한 원인을 하나하나 파헤쳐 시스템의 뼈대를 새로 세웠다.
왓슨 주니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IBM이 한 해 버는 돈의 몇 배나 되는 자그마치 50억 달러(원자폭탄을 만든 맨해튼 프로젝트보다 더 큰 자금)를 시스템/360 단일 프로젝트에 쏟아붓는 역사적인 결단을 내렸다.
이 거대한 모험을 총괄하는 지휘봉을 밥 에반스에게 온전히 맡겼다.
0340은 상황을 두루 파악하고 S40으로 문제를 푸는 법을 찾아낸다.
과연 1964년 4월 7일, 마침내 'IBM 시스템/360'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주 작은 것부터 커다란 컴퓨터까지 완벽하게 소프트웨어가 서로 통하는 놀라운 제품이었다. 발표되자마자 전 세계 기업과 정부 기관의 주문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IBM은 전 세계 컴퓨터 시장의 70% 이상을 단숨에 차지하며 홀로 컴퓨터 세상을 이끄는 절대 강자로 올라섰다.
밥 에반스는 훗날 이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기술계에서 가장 큰 영예인 '미국 국가기술메달(National Medal of Technology)'을 받았다. 1,000만 달러의 뼈아픈 실패를 인재를 키우는 가장 값비싼 '수업료'로 품어 준 지도자의 커다란 배짱과, 그 믿음에 뛰어난 성과로 답한 엔지니어의 끈기가 이루어 낸 역사적인 승리였다.
이로부터 애플 PC가 나오던 1976년까지 IBM은 단독 컴퓨터 제국을 굳건히 지켰다. 물론 지금도 대형컴퓨터 시장은 IBM이 쥐고 있으며,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으며, AI 왓슨의 수준은 엄청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