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2.
더위 맛
Body Condition(몸 상태)이 별로다. 머리에는 미미한 통증이 있는 둥 마는 둥 하고 가슴은 매스꺼운 듯 아닌 듯하다. 하늘과 땅은 잠깐 균형을 잃고 회전하다 멈추기를 반복한다. 아랫배에서 싸늘한 통증과 함께 아는 느낌의 소식이 전해진다.
몹시 급하다. 서둘러 가야 하지만 빠른 걸음으로 걸을 수도 없다. 뛰기는 더 힘들다. 텃밭에서 교육생 숙소동까지는 고작 200m 정도의 거리지만 몸이 허락되는 시간의 문제이다. 항문을 향해 밀려오는 어마어마한 흐름이 무섭다. 아무리 튼튼한 댐이라도 한계에 도달하기 전에 반드시 수문을 열어야만 더 큰 피해를 줄일 수 있음을 안다. 우여곡절 끝에 창피당하지 않고 모두 쏟아냈다. 식은땀으로 온몸이 흠뻑 젖었다. 엉금엉금 기어서 자리를 보존하고 누웠다. 몸 상태는 더 나빠졌고 회복의 기미는 멀어 보인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배추와 무를 심을 텃밭을 트랙터로 갈아엎고, 관리기로 이랑을 만든다고 한다. 똑같은 간격의 이랑 스무 개를 만들 예비 작업에 힘을 보탤 사람은 오후 1시에 작업장으로 나오라고 연락이 왔다. 희생과 봉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다. 하지만 습도는 높다. 더군다나 트랙터로 뒤집은 텃밭에는 숨었던 습한 지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금일 구례군 폭염경보 발효 중. 야외활동을 자제하세요, 충분히 물을 마시고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 건강관리에 유의하세요.”
군에서 보내는 안전 안내 문자이다. 올여름에는 유독 잦아 하루에 1회 이상 울렸다. 개인의 안전을 위해서 뜨거운 한낮에는 논이나 밭에서 일을 잠시 멈추고 휴식을 취하라고 권고하는 내용이다. 이런 권고를 무시하고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높은 시간대에 밭일했으니 참으로 무모했다고 할 만하다. 안전불감증이라 해도 달리 변명할 말이 없다.
더위를 먹었나 보다. 두통과 매스꺼움을 시작으로 설사까지 했으니 말이다. 두어 시간 누웠지만 기력은 회복되지 않고 몸은 자꾸만 방구석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미열이 있으나 등짝은 구멍이 뚫렸는지 찬바람이 들어온다. 오한(惡寒)에 시달리니 신음(呻吟)이 절로 토해진다. 이러다 죽는 건 아닌지 의심하면서도 병원에 갈 생각조차 못 한다. 힘이 너무 없어 몸은 한없이 축 처지기만 한다. 더위 맛이 고약하다.
난생처음 겪는 일이다. 60년 살아온 삶이 참으로 포시랍다. 좋은 부모 만난 덕에 몸고생 없이 무난하게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고마운 일이다.
첫댓글 증상이 장염이구만
병원가야 개선되는 병이다
아니여. 더위먹고 과로였던거여. 새벽 3시에 별보러 또 갔었걸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