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괜찮은 목사님 두 분을 알게 됐는데, 하시는 말씀이 비슷했다. 더 이상 들을 것이 없는 이상한 느낌이 생겼다. 물론 신앙 생활은 반복이라는 것을 알기에, 목사님들의 설교는 계속 들을 것이다.
종교에 관심이 생기면서 이상한 의문이 들었다. 난 좋게 말하면 괴짜고, 나쁘게 말하면 비상식적이다. 이런 내가 종교에 관해 글을 썼는데, 기존 기독교인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티비를 켜고, 유튜브로 ‘종교’라는 검색어를 넣어 봤다. 가장 먼저 내 눈에 들어온 것이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이었다. 해당 영상은 미국에서 강연한 것으로 30분 분량이었다. 법륜 스님이 유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외곬 성향인 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에 흥미를 잘 갖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관련 영상이 떠서 처음으로 즉문즉설을 듣게 됐다.
결과는 놀라움이었다. 한마디로 법륜 스님이 뭘 좀 아는 분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깨어 있는 지성인으로 봐도 충분할 듯하다. 그만큼 스님은 열려 있고, 시대에 맞는 사고를 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열려 있으려면 끊임없이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시대에 맞는 사고를 하려면 끊임없이 보편성에 맞춰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려면 끊임없이 사랑과 자비의 마음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스님은 균형을 갖춘 분이고, 한국의 지성이다.
즉문즉설로 돌아가면, 어떤 분이 종교를 왜 믿어야 하냐고 물었고, 어떤 종교를 믿어야 하는지 질문했다. 여기에 관해 스님의 답변이 놀라운데, 헌법에 종교와 믿음의 자유가 수록되어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어떤 종교에 관해서도 자신의 선택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열려 있을 수는 없다. 불교를 따르는 스님이 이렇게 답변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사건이다.
지금까지 불교계에는 인물이 있었다. 3천배를 해야 만날 수 있었다던 성철 스님이 유명했다. 그 다음으로 맑은 수필로 유명했던 법정 스님이 계셨다. 마지막이 오늘 알게 된 법륜 스님이다. 난 오늘 처음으로 알게 되었지만, 스님은 한국 불교계를 이끌어갈 분으로 여겨진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강연하셔서, 스님이 융합을 강조한 면도 있겠지만, 다른 한 분의 질문도 비슷했다. 자신은 기독교를 믿었는데 유일신 개념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했다. 그래서 불교의 가르침이 좋아 따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면 자신은 어느 종교를 믿어야 하느냐는 종교 다원화와 관련 된 물음이었다.
여기에 관해 스님은 요즘 시대는 변화의 물결이 훨씬 크다고 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옛날 시대만 해도 이혼하고 새로운 배우자를 만나 다시 결혼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 다른 종교를 믿는다는 것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요즘에는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지만, 가르침은 불교를 따르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즉 크리스찬부디스트의 탄생이다.
내가 자주 읽었던 법정 스님의 책에서 깨어 있으라, 라는 말씀을 항상 들었는데 법륜 스님의 강연을 들으니 이분이 그렇게 살고 계셨다. 종교인이어도 성경 안에만 머물지 말고, 끊임없이 종교를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살아온 대로 살게 되어 있다. 즉 최선을 다한 자에게, 인생은 보답하기 마련이다. 하나님만 외친다고 믿음이 저절로 생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삶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자세로 살아감이 마땅하다.
김신웅 심리상담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