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전남문학 봄호에 동화 '태양풍을 이겨라' 가 실렸습니다.
<동화>
태양풍을 이겨라
정혜진
“나는 절대 겁먹지 않을 거야.”
“여기까지 와서 무서워하면 당연 안 되지.”
다누리와 새컴이는 밤이 깊은 줄도 모르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눕니다.
“근데 너 새컴이라 불러도 괜찮지? 진짜 이름 알고 있지만 너무 길잖아.”
“좋아! 그렇게 불러. 그래도 좀 억울하다.”
“새도우캠인줄 알고 있으니까 됐지 뭐가 억울해? 친구사이에.”
새컴이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누리도 마주보며 웃습니다.
“새컴아, 여긴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우주기지국이라고 그랬는데 맞아?”
“아, 맞다! 우주기지국! 아리조나 주립대학 연구팀이 나를 개발할 때 여러 번 말했거든. 우주기지국으로 가서 한국에서 온 달 탐사선을 타게 된다고 그랬어.”
새컴이는 다누리가 자기 꿈을 이루어 줄 것이라고 말합니다. 진짜 미국에 있는 우주기지국 이름은 플로리다주 케이프 캐너배럴입니다.
“새컴이 넌 참 영리하구나. 들은 이야기를 다 기억한 걸 보니.”
다누리 칭찬에 새컴이는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근데 넌 언제 여기 왔니?”
“한 달이 다 되어가. 그동안 점검하고 발사 준비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어.”
“그럼 여기까진 어떻게 왔어?”
새컴이는 다누리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지난 2022년 7월 5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특수 콘테이너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왔어, 거기서 발사장 비행기를 타고 올랜도공항에 도착했거든. 그곳에서 다시 이곳 기지로 실려 왔지.”
“그랬구나, 힘들었겠다.”
“돌봐주는 연구원들이 있어서 괜찮았어.”
이야기를 하던 다누리는 새컴이에게 다짐을 받습니다.
“너 꼭 성공해서 반짝이가 되어야 해! 반짝이 별 말이야. 꼭이다. 약속!”
새컴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합니다.
“나도 단단히 각오하고 있거든. 그러니까 우리 둘이 다 정신 바짝 차리자!”
둘이는 마주보며 굳게 약속을 합니다. 새컴이는 다누리가 부럽습니다.
“다누리 너는 총알보다 빠르다면서? 나는 너만 믿는다.”
“그건 사실이야. 총알은 시속 3,600km로 날아가지만 나는 8,000km까지 날아갈 수 있어.”
다누리 말을 들은 새컴이가 다시 깜짝 놀랍니다.
“그렇게나 빠르게 날아간다고? 생각만 해도 어지럽다. 머리가 빙글빙글 돈다.”
새컴이는 말을 해놓고 쓰러지는 시늉을 합니다.
“나는 우리 대한민국이 개발한 한국최초 달 탐사선이라 책임이 무거워. 내 몸에는 우리나라에서 준비한 장비도 여섯 가지나 실려 있어.”
새컴이 표정이 무거워 보입니다.
“그뿐만이 아니지. 여기 미국 대표로 새컴이 너도 나한테 실려서 갈 거잖아?”
다누리 말을 듣고 있던 새컴이가 갑자기 소리를 꽥 지릅니다.
“걱정 마! 나는 널 믿거든! 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센 힘을 가졌잖아!”
새컴이 소리가 얼마나 크던지 다누리가 뒤로 넘어질 뻔했습니다.
“야! 이제 긴장해야 돼. 원장님 소리 들리지?”
날이 밝아오면서 둘이에게 ‘다시 확인’이라는 말이 들립니다.
다누리는 몸에 장착되어 있는 카메라, 측정기, 센서, 우주인터넷 관측장비들을 돌아봅니다.
가만히 보고 있던 새컴이가 입을 엽니다.
“다누리 넌 어떤 숙제를 해야 하니?”
“나의 최종 임무는 첫째, 달 정거장 후보지 탐색, 둘째 달과학연구와 우주인터넷 기술 검증,”
다누리가 말하고 있는 사이에 스르르 출발자세로 자리가 바뀝니다. 곧 이어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습니다.
“파이브! 포! 쓰리! 투! 원! 제로! 발사!”
그 순간 땅을 흔드는 폭음과 함께 다누리가 쏜살같이 우주 속으로 튀어 올랐습니다. 뭉게구름연기가 하늘을 뒤덮습니다.
“2022년 8월 5일 8시 8분! 다누리호가 발사되었습니다!”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순간입니다.
다누리는 정신이 혼미해질 만큼 빠르게 날아올랐습니다.
“이제 발사되었으니까 135일 만에 달 궤도에 진입해야 해! 오직 진입하는 것만이 나의 목표야! 무조건 진입해야 돼!”
다누리는 쉬지 않고 이 말을 되풀이합니다. 완전히 최면을 걸었습니다. 벌써 몇 백만 km를 넘어섰지만 계속해서 이 말만 중얼거립니다.
“다누리 넌 진짜 대단하다. 지치지도 않니?”
지켜보던 새컴이가 너무 놀라서 다누리에게 묻습니다.
바로 그때입니다. 대꾸조차 하지 않고 달리던 다누리 귀에 기계음성이 들립니다.
“드디어 발사 135일 만에 달 궤도 진입!”
나누리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새켬이에게 한마디 합니다.
“그러니까 벌써 12월 15일이 되었다는 거네.”
새컴이는 처음으로 입을 연 다누리가 반갑습니다. 그래서 맞장구를 칩니다.
“그렇지. 너는 우주에서 594만km를 날아왔어. 새벽 2시 45분이 되었을 때 그 어려운 달 궤도에 들어선 거지.”
그러나 새컴이 말을 들은 다누리는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더욱 더 정신을 바짝 차렸습니다.
“넌 안 기뻐?”
답답한 새컴이가 슬그머니 물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속도를 줄여야 해. 안정적으로 궤도를 그리며 공전해야 되니까 더 어려운 일이 남았어.”
다누리가 긴장하며 대꾸했습니다.
바로 그때, 지구에서 조정신호가 왔습니다.
“13분간 추력기를 가동한다. 시속 8,000km에서 7,500km까지 속도를 줄인다.”
신호를 들은 다누리가 바짝 긴장합니다.
“속도! 속도를 줄인다. 속도를 줄인다. 속도를...!”
다누리는 최선을 다해 속도를 줄여나갔습니다.
“1차 진입 성공! 앞으로 4차례, 네 번 달 궤도 진입이 더 남았다.”
다누리가 중얼거리고 있을 때 다시 기계음이 들립니다.
“그래, 맞아, 총 5차례니까 아직 네 번이 남았지.”
다누리가 2차, 3차, 4차 궤도를 차근차근 진입하는 동안 새컴이는 쉬지 않고 사진을 찍어댔습니다.
“이제 마지막 5차 관문만 남았어!”
다누리가 결심을 굳히며 마지막 진입을 시도합니다.
“라그랑주점 5개 통과! 통과! 통과!”
놀라운 반응을 보인 기계음과 방송이 울려 퍼졌습니다.
라그랑주점은 프랑스 천문학자 라그랑수가 발견한 태양과 지구사이의 5개의 점을 뜻합니다. 태양과 지구사이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는 곳으로 중력 영향을 받지 않는 지점입니다.
“지금부터는 가장 긴장해야 돼. 정신 바짝 차려야해.”
다누리가 굳게 굳게 결심을 합니다. 새컴이는 다누리 표정이 궁금합니다.
“왜 그래야하는데?”
“지구를 보호하고 있는 자기장 자폐막을 통과해야 할 때 태양풍이 들이치거든. 우주공간으로 넘어가야 하니까 이태양풍이 가장 두려워.”
“태양풍?”
“응, 지구를 둘러싼 보호막 안팍에서 일어난 현상이라 꼭 이겨내야 해.”
새컴이가 고개를 갸웃 거립니다.
“그걸 어떻게 알아? 태양풍이 들이친 것을 알아낼 수 있다고?”
다누리가 눈을 크게 뜹니다.
“그게 바로 우리 대한민국 기술로 확인에 성공한 거라고! 우리 기술로 확인했다고!”
“참 대단하구나.”
새컴이는 다누리가 너무 좋아서 자랑한 것을 보고 기가 꺾입니다.
바로 그때 방송에서 기계음성이 흘러나옵니다.
“12월 17일 다누리호는 달 궤도에 도착했습니다.”
깜짝 놀란 새컴이가 다누리 앞에서 펄쩍펄쩍 뛰었습니다.
“와! 와~우! 성공이 눈앞에 보인다. 눈앞에 보여!”
새컴이가 까불거려도 다누리는 흔들림이 없습니다.
“조용히 해! 마지막 한 순간이 가장 중요한 거 몰라?”
다누리가 새컴이에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리고 침착하게 하던 일을 계속합니다.
“12월 31일. 다누리는 임무궤도인 고도 100km에 안착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발표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후우~ ! 드디어 태양풍을 이겨냈구나.”
다누리가 안도의 숨을 내쉽니다.
“이것 봐, 나도 달 표면 관측사진 완벽하게 찍었잖아!”
새컴이가 자신만만하게 말합니다.
“그래, 새도우캠 너는 반짝이가 되었구나. 반짝이 별! 그러니까 우리는 가장 완벽한 단짝이다. 우리가 우주산업의 첫발걸음이 됐어.”
다누리 말에 새컴이도 맞장구를 칩니다.
“그치? 우리 때문에 달착륙선 후보지를 탐색할 수 있게 될 거야.”
“달과학연구와 우주인터넷 기술 검증도 속도를 내게 될 걸,”
둘이는 성공의 기쁨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멀리 보인 지구별이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정혜진 약력
광주일보 신춘문예(1991) 동화, 아동문예(1977) 동시로 등단
한국아동문학상, 전라남도문화상 수상, 전라남도명예예술인
저서 『우리 곁엔 병원이 있어』외 23권 발간
초등국어교과서와 초등음악교과서에 동시작품 실림
첫댓글 회장님! 태양풍을 이겨라. 작품 게제를 축하드립니다.
소재도 신선하고, 내용도 좋아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끌고가는 힘이 큽니다.
동화를 읽으며 뿌듯하고 대한민국이 자랑스럽습니다.
좋은 동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