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 스님의 승만경 강화] 47. 멸성제 증득 못하면 사성제 의미 없어

[박정근]

[지안 스님의 승만경 강화] 47. 멸성제 증득 못하면 사성제 의미 없어

47. 멸성제(滅聖諦)

〈원문〉

“세존이시여, 이 네 가지 거룩한 진리(四聖諦)에서 세 가지는 항상함이 없는(無常) 것이요, 한 가지는 항상한(常) 것입니다. 그 까닭을 말하면, 세 가지 진리(三諦)는 유위(有爲)의 모양(相)에 들어가는 것이니, 유위의 모양에 들어가는 것은 바로 항상함이 없는 것이요, 항상함이 없는 것은 바로 허망한 법이며, 허망한 법은 진실한 것이 아니고(非諦), 항상한 것이 아니고, 의지할 데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고제(苦諦)·집제(集諦)·도제(道諦)는 제일의제(第一義諦)가 아니며, 항상한 것이 아니며, 의지할 데가 아닙니다.”

“괴로움이 없어지는 한 가지 진실한 법(一苦滅諦)은 유위의 모양을 여의었으니, 유위의 모양을 여읜 것이라야 항상한 것이며, 항상한 것은 허망한 법이 아니며, 허망한 것이 아닌 법은 곧 진실한 것이며, 항상한 것이며, 의지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괴로움이 없어지는 진실한 법(滅諦)만이 가장 으뜸가는 궁극적인 최후의 진리(第一義)가 됩니다.”

〈강설〉

사성제(四聖諦) 불교 근본 교리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불교의 인생관, 생활관, 수행관이 모두 사성제에 다 나타나 있다. 부처님의 초전 법륜의 핵심이 사성제인데 이 대목에서는 사성제를 무상(無常) 유상(有常)으로 구분하여 각 제(諦)의 성격을 밝히고 있다. 고제(苦諦)·집제(集諦)·도제(道諦)는 항상함이 없는 것이고 멸제(滅諦)만이 항상한 것이라고 말하고 또 멸제(滅諦)를 제외한 삼성제(三聖諦)는 유위의 모습이라 하여 최후의 궁극적인 진리(第一義諦)가 아니라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설명하는 사성제는 괴로움의 결과와 원인을 파악하고 그 원인을 제거해 열반을 얻는 수행의 인과관계와 방법론을 설했다고 이해하는 것이 상례임에도 〈승만경〉에서는 사성제의 참뜻이 멸성제에 있는 것이라 하여 고제, 집제, 도제는 진정한 성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사성제(四聖諦)가 설해진 동기가 멸성제(滅聖諦)를 증득하기 위하여 설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으뜸가는 궁극적인 최후의 진리(第一義)를 멸성제(滅聖諦)라고 설명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길장(吉藏)의 〈승만보굴〉에서는 유작사성제(有作四聖諦)와 무작사성제(無作四聖諦)를 합하여 팔제(八諦)라고 하면서 유작사성제는 소승의 사성제로, 완전하지 못하고 궁극적이지 않아 언젠가 다시 수행해야 하는 것이라 했고, 무작사성제는 대승의 사성제로, 완전하고 궁극적이기 때문에 더 이상 닦고 조작할 것이 없다고 하였다. 또 천태 지의(天台智?)는 교상(敎相)을 구분하여 장교(藏敎), 통교(通敎), 별교(別敎). 원교(圓敎)에 짝을 맞추어 사종사제(四種四諦)를 내세웠다.

1. 생멸사제(生滅四諦) : 장교의 설로서 유위의 생멸 현상에 대하여 사제의 인과에 진실로 생성과 소멸이 있다고 보는 것.

2. 무생사제(無生四諦) : 통교의 설로서 인연소생의 모든 법은 생성과 소멸이 없는 공(空)이라는 관점에서 사제와 미오(迷悟)의 인과가 없다고 보는 것.

3. 무량사제(無量四諦) : 별교의 설로서 모든 현상이 인연으로부터 발생하여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차별을 갖추고 있으며, 그로 인하여 사성제도 무수한 차별이 있다고 보는 것.

4. 무작사제(無作四諦) : 원교의 설로서 미오(迷悟) 그 자체가 실상이라는 주장으로 비록 대립과 모순으로 나타나는 미오의 경계가 다르지만 둘 다 실상이라고 보는 것.

〈승만경〉의 이 장(章)에서는 괴로움이 없어지는 진실한 법 한 가지를 강조하여 멸성제를 증득하지 못하면 사성제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궁극적인 최후의 진리인 제일의제(第一義諦)는 성문이나 연각의 수행으로는 완전히 이르지 못한다는 것을 밝혀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