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님의 침묵
한용운/ 신원문화사
읽기 2023.3.23~3.29
시로 승화된 종교적 깨달음과 '님'에 대한 사랑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
이 '님'은 깨달음, 연인, 조국, 심오함의 어떤 방향... 등등이 될 수 있다.
시를 읽노라면, 시인이 영향을 받았다는 인도의 라빈드라나트 타고르가 떠오른다.
시인의 인생여정을 함께 들여다보면 시를 더 넓게 바라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
**알 수 없어요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루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적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님의 침묵>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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