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일상
자유는 구속을 구속은 자유를 그리워 한다.
일상이 이렇게 소중한 줄 예전에는 몰랐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해지는 삶이다.
“유통기한이 3일 남은 상황의 단기 목표는 쾌락이고, 3개월의 중기 목표는 일상에서의 탈출 여행이고, 3년의 장기 목표는 변함없는 일상이다.<공복으로 리셋하라(나구모 요시노리, 황소연 번역, 주.미래엔, 2014년 4월)> 중에서”라고 한다.
대구에서 2월 18일 화요일 처음 환자 발생 후 3월 17일 화요일까지 확진자 6,098명(전국 8,320명의 73%), 퇴원(소) 958명, 사망 54명이다.
정부에서 대구, 경산, 청도, 봉화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대구시는 대시민담화문을 발표하며 “코로나19 종식 ‘328 대구운동’을 제안”했다.
3월 28일까지 대구 발생 환자를 한자릿수로 줄여 방역 대책 통제 하에 두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코로나19 사태, 대구 시민의 의지로 극복할 것이다.
1907년 국채보상운동이 대구에서 비롯되었고, 1960년 2.28 대구 학생의거가 3.15 마산의거와 4.19 혁명으로 이어지는 자랑스런 시민정신이 깃들어 있다.
지금까지 모임과 외출 자제, 이동 최소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마스크 쓰기는 기본이다.
지난 1개월 일상에서 체력단련, 인간관계, 독서를 빼앗아 갔다.
첫째, 제1의 목표는 헬스다.
10년째 헬스장에서 근력운동 위주로 하고 유산소 운동도 겸한다.
나이에 맞게 탄력있는 몸을 유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한다.
둘째, 인간관계(아내, 친구, 존경하는 지인, 옛 동료, 긴급 미팅)다.
아내와 생이별 중이다.
유치원, 학교 개학 연기로 손자 돌본다고 서울에 있다.
아내와 수목원 앞 삼거리칼국수, 대곡동 청도추어탕에서 가끔 점심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사문진 주막촌에서 국밥, 잔치국수를 먹고 주막카페에서 카페라떼,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조용히 흘러가는 낙동강 물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한 없이 편하다.
아내 친구와 셋이 생고기는 퇴근길, 회는 어사출도, 산곰장어는 동해해산물에서 소맥 한 잔 하며 재미난 시간을 보낸다.
보고 싶은 친구도 만날 수 없다.
매월 첫째 주 화요일 번개팅하는 친구, ‘방랑시인 김삿갓, 용두산 엘레지’를 부르며 둘째 주, 넷째 주 월요일 1시에 만나는 5인회 친구, 청도 고향 고우회 친구와 톡으로 안부를 주고 받는다.
존경하는 지인에게 좋은 말씀도 들을 수 없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장찌게는 삼락식당, 정식은 행복식당, 회덮밥은 삼삼구이, 짜장면은 현대백화점, 비빕밥은 대백프라자에서 먹고 단골 카페 행복을 주는 집 펠리체에서 커피를 마시며 삶의 경험 담을 듣고 지혜를 깨닫는다.
옛 동료의 웃음도 못 본다.
첫째 주 목요일 5시 청도 출신 동료, 마지막 주 목요일 6시 호적상 같은 해에 태어난 동료, 동네에서 정담을 나누는 만원의 행복 동료, 1979년 산격동 전입 동료도 보고 싶다.
긴급 미팅 기회도 없다.
‘시장님!, 군수님!, 형님! 뭐하세요’라고 폰이 오면 생고기는 양지식당, 안주 만 원짜리는 밀밭식당, 잡어매운탕은 나루터어탕에서의 만나 소소한 행복을 맛보는 낭만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돈이 없다
술 취해서 신세 한탼해보지만
가만 보면
술 사먹을 돈은 있다.”는 이환천 시인의 시가 술 생각나게 한다.
지난 주에 네명이 한 모금 하자며 불시에 전화 왔지만 연기했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문상 갈 엄두도 못 낸다.
부산에 친척, 친구가 상을 당해도 부의금만 전할 뿐이다.
셋째, 독서다.
두류도서관에 2주마다 책을 빌려 읽고 있지만 문을 닫았다. 연간 150권 목표 달성에 차질이 있을까?
변화된 일상을 돌아보면 헬스장에 못가는 대신 수목원에서 산책하며 사진을 찍고, 외식을 할 수 없어 집으로 배달 시켜 먹는 일이 많다.
사람 사는 게 맞는가?’ 생각해보지만 답이 없다.
‘함께 한다는 것은 속박을 동반한다.’라고 하나 만나지 못한 사람과 그 시간들이 그립다.
위기는 기회라 허투루 하루하루를 보낼 수 없어 애주가가 15일간 술을 먹지 않았다.
금복주 공장 문 닫을까?
모임과 만남이 없으니 지출은 조금 줄었다.
“인색한 사람은 돈을 아끼지만 유대인은 낭비를 아낀다.<탈무드와 유대상술(이상길, 도서출판 한글, 2019년 8월)> 중에서”고 한다.
낭비를 줄이는 유대인의 지혜를 배운다.
아침 일찍 누군가로부터 ‘당신을 알게되어 행복합니다.’라는 글이 있는 동영상을 받았다.
배경음악은 ‘박일남의 마음은 서러워도’이다.
“미련에 울지 말고 웃으면서 가거라
어차피 맺지못할 너와 나의 사랑을
누구에게 원망하리
너무나 짧은 행복 끝나버린 이 순간
마음은 서러워도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갈길이 따로 있구나”
(이하 생략)
‘맺지못할 사랑 짧은 행복’이 아닌 ‘아름다운 사랑 알콩달콩 행복한 날’이기를 빌며 코로나 사태로 답답한 마음에 흘러간 노래 한 곡 듣는다.
살기 위해 먹느냐! 먹기 위해 사느냐!
아침은 ‘호두 2개, 바나나 1개, 사과 한 쪽, 마늘빵 1개, 양상추 샐러드’를 먹었다.
헬렌켈러는 “행복의 한 쪽 문이 닫힐 때 다른 쪽 행복의 문이 열린다. 하지만 닫힌 문만 오랫동안 바라보기 때문에 새로 열린 문은 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그저 감사했을 뿐인데(김영미, 주.원앤원컨텐츠그룹, 2018년 12월)> 중에서”라고 했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86,400초의 행복한 시간, 열린 행복의 문을 찾아 떠난다.
사람은 누구나 일상 속에서 사랑과 이별과 꿈을 품고 살아간다.
딱 한 번뿐인 인생 잘 놀다 가자!
2020년 3월 17일
화요일
코로나19 한 달 되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