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유난히도 좋던 지난 어느 가을 날, 칠갑산으로 유명한 충청남도 청양을 들른 적이 있습니다.
예산 가는 길에 청양읍을 경유해 광케이블 두 드럼을 갔다 주는 일이었는데, 우회 거리가 그리 멀지는 않았습니다.
청양가는 길이 얼마나 정겹던지요. 계절도 계절이었지만 처녀의 속살처럼 수줍기가 짝이 없는 환상적인 시골길이었습니다.
이럴 경우, 수입도 덤으로 챙기기 때문에 기분은 최상의 상태로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차를 몰았습니다.
평소 운전하면서 노래는 잘 안 부릅니다만 칠갑산을 눈앞에 두고 그냥 있을 수 없어 걍 한 곡조 땡겼습니다.^^
노래를 부르며 가사를 곱씹으니 눈시울이 뜨거워져왔습니다. 운명처럼 한을 가슴에 품고 살아야만 했던 우리네 어머니들...
콩밭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사연 그리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
홀어머니 두고 시집 가던 날~ 칠갑산 산마루에~ 울어주던 산새 소리만 어린 가슴 속을 태웠소~
저 산이 칠갑산 자락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조금만 더 가니 터널이 나오던데 터널 이름이 '대치터널'이었습니다.
대치는 우리말로 큰고개란 뜻이죠? 진짜 높은 고개 보지도 못했는지. 터널을 통과하니까 바로 청양읍 시가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칠갑산엔 과연 베적삼을 입은 아낙네가 콩밭을 매고 있더냐고요?^^
그럼요! 포기마다 눈물까지 심고 있던 걸요. ㅋㅋ
청양읍 시가지 풍경입니다. 전형적인 소읍이었는데,
전국체전이 벌어지고 일부 경기가 청양에서 열려서인지 말끔하게 단장을 했더라고요.
그런데 멋은 내기는 냈는데 강렬한 원색을 쓰는 등'촌티패션'을 벗지는 못했습니다.그러나 시골 다방 마담 화장한 것 같은
니나노집 작부 입술 바른 것같은 촌티 패션도 패션의 한 유형이기에 그 나름대로 멋이 있어 그렇게 눈에 거슬리지는 않았습니다.
가로등을 고추를 형상화해 만든 게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지금 청양고추는 한창 원조 논쟁이 벌어지고 있죠?
백과 사전에도 청양고추의 유래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다고 했을 뿐 명시는 하지 않았습니다. 보실까요?
'청량고추'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알칼로이드의 일종으로 고추의 매운 맛을 내는 성분인 캅사이신이 다른 고추에 비해 월등히 많이 함유되어 있고, 미네랄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다. 또 향기가 강하고 과피가 두꺼워 오래 저장해도 맛이 변하지 않는 장점이 있으나, 온도가 낮고 빛이 적으면 수확이 줄어드는 단점도 있다.
청양고추의 원산지와 명칭 유래에 대한 주장과 학설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전국적으로 청양고추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각지에서 그와 관련된 상표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원산지와 명칭 유래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역에 따라 지적재산 등록을 추진하고 있어 지역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유래에 대한 주장을 살펴보면, 우선 충청남도는 1968년 중앙종묘(주)에서 청양농업기술센터를 찾아와 종자선발을 위해 청양고추를 요구했고, 청양농업기술센터는 30여 종의 고추를 주면서 신품종으로 선발되면 청양고추로 명명할 것을 약속받았다고 한다. 이에 반해 경상북도 영양군 지역에서는 1980년 중앙종묘(주)에서 경상북도를 방문하여 당시 맵기로 유명한 '땡초'라는 고추를 채취하고 이를 개량하여 오늘날 단맛이 가미된 청양고추가 탄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종묘(주)의 홈페이지에는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에, 소과종이 대과종보다 가격이 높고 특히 국내 최대 주산지인 경상북도 북부 지방의 청송, 영양지역에서 소과종이 주로 재배되어 이 지역에 적합한 품종을 육성하고자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육성목적에 비교적 근접한 품종을 육성하여 청송의 '청(靑)'과 영양의 '양(陽)'자를 따서 '청양고추'로 명명하여 품종등록하였다”고 되어 있다.
그밖의 주장으로는, 경상북도 청송군과 강원도 양양군에서 이 품종의 고추 재배를 많이 했고 그때부터 유명세를 타다 보니 두 지역의 앞글자를 딴 '청량'이 나왔다는 주장이 있고, 비싸고 고귀한 고추라는 뜻을 가진 `천냥고추'에서 변화되었다는 설도 있다.
각 지역의 분분한 주장 속에서, 충청남도와 청양군은 청양고추를 향토지적재산으로 내세우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고, 2000년부터 청양고추축제를 개최하는 동시에 2001년에는 청양고추와 관련된 상표권 등록에 나서 '청양고춧가루 푸르미'라는 상표권 등록을 마쳤다. 또한 2003년에는 '청양고추' 관련 상표명에 대한 지적재산 등록을 추진하고 있는데, 충청남도의 지적재산 등록이 인정되면 다른 지역에서는 상표 사용이 제약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생산량은 경상남도 밀양과 진주가 제일 많아서, 밀양에서만 320ha의 면적에서 한 해에 1만 4000톤을 재배하여 전국 생산량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에서 발췌 두산백과사전)
종자를 개발한 중앙종묘에서 청송의 '청' 영양의 '양'자를 땄다고 하니 청송과 영양이 맞은 것 같은데
저렇게 가로등에까지 청양고추를 넣고 청양군이 원조라고 우기니 청송 영양 사람들은 미치고 환장할 일이겠습니다.^^
언제나 정의는 진실편이라고는 하지만 방심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사필귀정이란 말이 있기는 하지만 짝퉁이 정품을 이기는 경우도 요즘은 흔히 있는 일입니다.
'억지춘양'이라는 말도 억지춘향이라는 말에 밀린 지 오래됐죠?
원래의 뜻이 왜곡되었다고 인정되어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쓰면 그게 표준이 되고 만답니다.
경우가 다르기는 합니다만'로망'이란 말 있죠? 로망스를 줄인 말로 우리가 흔히 쓰는 로맨스와 같은 말인데
이제는 완전히 와전이 되어 공공연히 꿈, 희망 이런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와전의 범인은 아마 영화 포스터 카피라이터들이 아닐까 싶군요.
영화 포스터에 스펙타클 어쩌고 대서사시 저써고 'OO의 대로망'이라고들 많이 썼죠?
뭔 화물차 기사가 그런데 관심이 많으냐고요? 전 국어에 관심이 많답니다.
그냥 운전이나 잘 할까요?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벼라별 일에 다 관심이 간답니다.^^
햐~ 저 길 보십시오! 얼마나 정감이 가는 길입니까?
청양읍에서 신양IC로 가는 길인데 저 길을 대형화물차로 지나가기가 미안할 지경이었습니다.
길을 다니다보면 낯선 곳임에도 언제가 한번 와 본 것같은 정감이 가는 길을 만나게 되는데요.저 길이 바로 그랬습니다.
저 길을 가면서 작은 초등학교도 만나고 소담스럽게 가꾼 길가 화단도 만나는 등 참으로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저런 길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차 톤수가 커지는 바람에 기동력이 떨어져 무거운 짐을 싣고 큰길로만 다닐 뿐 국도로는 거의 다니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전에 몰던 차는 질도 잘 나 있고 고속데후로 튜닝을 해서 속력이 엄청났습니다.
120킬로로 고속도로를 바람을 일으키며 달리면 작은 차들은 옆으로 밀려나곤 했었는데.
사실 대형화물차는 새차 출고시 속도를 100킬로 이하로 제한을 하는 장치를 부착합니다.
중고차들은 그걸 빼내버리죠. 대형화물차가 100킬로 이상 달리면 달리는 차는 괜찮지만 다른차들이 위험합니다.
새로 산 차는 전에 타던 차와 같은 엔진이라도 같은 RPM에서 10킬로 이상 속도가 덜 나오게 설계되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몰 때는 답답하기 짝이 없었는데 이제는 서서히 적응해 갑니다.
더 많은 중량을 싣고 더 많은 운임을 받게는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저렇게 운치있는 길을 만날 수 없다니 아쉽기가 짝이 없습니다.
저는 단순히 돈만 벌러 다니는 기사가 아닙니다. 드라이브의 묘미도 알고 눈맛도 즐길 줄 아는 '낭만파 운짱'인데 쩌업!
불과 두어 달 전의 일이지만 이젠 아련한 옛날이 되고 말았군요.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
볕이 유난히도 좋던 지난 가을의 그 어느 날은 제 카메라도 기억하고 있지만 저의 뇌리에도 오래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