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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메리와 같이 항해를 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한다.
메리와 미호는 미얀마에서 2년간 코이카를 통하여 국제봉사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봉사활동에 대한 이야기와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이야기등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새벽 1시경 제이가 교대를 해주러 나왔다.
바로 윌슨도 나온다.
두 사람에게 요트를 맞기고 나는 다시 선실로 들어갔다.
제이도 윌슨님이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하여 윌슨님에게 조타 및 요트 항해를 부탁하고, 새벽 3시경 제이가 휴식을 취하기 위하여 선실로 들어왔다.
나는 3시 30분경 교대를 해주러 칵핏으로 나왔다.
윌슨과 메리가 조타를 하고 있다.
두 사람에게 들어가서 쉬라고 했다.
이윽고 미호가 나왔다.
이번 항해에서 첫날 멀미로 고생한 두 사람이 한조가 된 것이다.
나는 빈속을 달래기 위하여 빵을 조금씩 뜯어먹고 있었다.
음식이 들어가니 속이 조금 가라앉은 느낌이다.
그래서 미호에게도 빵을 주면서 나와 같이 조금씩 먹어보라고 했다.
미호도 요트에 승선한 이후에 처음 먹는 음식이다.
다행이 파도는 조금 약해져 있다.
1.5~2미터 내외의 파도가 정면에서 밀려오고 있다.
바람도 거의 정풍이여서 세일도 감아 들였다.
저 멀리 울릉도 불빛이 조금 보인다.
앞바람에 앞 파도 이다보니 요트의 속도가 좀처럼 나지 않는다.
5노트를 넘기기 어렵다.
속도계는 3노트에서 5노트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바다에 비치는 달 빛이 아름답다.
하늘에는 별도 총총이 떠있다.
얼마정도를 더 가야지 울릉도에 도착을 하는지 미호가 물어온다.
보통 날이 맑을 경우 울릉도 불빛을 보고 8시간을 더 달려야 울릉도에 도착을 한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오늘은 구름도 많고 바다가 거칠어서 시야가 많이 가려져 있어서 울릉도 불빛이 늦게 보였을 테니 아마 앞으로 6시간은 더 가야 울릉도에 도착할 거라고 했다.
하늘을 쳐다보던 미호가 별똥별을 보았다고 한다,
나도 같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수많은 별들 사이로 별똥별이 작은 꼬리를 끌며 잠시 보였다가 사라진다.
미호에게 얼른 소원을 빌라고 했다.
미호도 깜빡 잊었던 소원을 마음속으로 빌었을 것이다.
아침 6시정도에 저 멀리 울릉도 뒤에서 붉은 기운이 퍼져 나온다.
일출을 보면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하기 위하여 가스레인지에 주전자를 올렸다.
조금 있으면 일출이 시작되려나 보다.
그런데 울릉도가 해가 솟아오르는 지점을 가리고 있다.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기 위하여 항로를 동으로 틀었다.
그리고 속도도 올렸다.
선실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일출을 봐야하니 다 나오라고 했다.
낮게 깔린 구름 때문에 동해바다에서 힘차에 솟아오르는 일출을 보지 못하고 멀리 울릉도 위로 솟아오르는 해를 맞이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아쉬움을 가지고 모두 향긋한 커피 한잔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모두 모인 김에 선상에서 긴급회의가 열렸다.
현재 상황으로는 울릉도 도착 예정시간이 늦어져서 오전 10시가 넘어서 도착을 할 것 같다.
원래의 계획대로 독도까지 가려면 추가 10시간이 걸리고 독도를 한바퀴 둘러보는데 1시간, 다시 돌아오는데 8시간 정도가 더 필요하다.
그러면 10시에 울릉도를 통과 한다고 해도 최소한 20시간을 더 항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제 기상이 좋지 않아서 다들 식사도 잘 하지 못하였으며 지쳐 있기에 오늘 항해 일정 중 독도 방문은 포기하고 일단 울릉도에 입항하여 체력을 회복하자고 제안하였다.
모두 제안에 동의를 해 주어 울릉도에 바로 입항하기로 일정을 변경 하였다.
아침 6시 30분, 나는 다시 선실로 들어와 달콤한 잠에 빠져 들었다.
한참을 자다 시계를 보니 아침 9시 30분이다.
거의 다 울릉도에 도착한 것 같다.
밖으로 나오니 울릉도가 바로 눈앞에 있다. 그래도 1시간은 달려야 사동항에 입항을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저 멀리 우측에 포항에서 울릉도로 오는 쾌속선이 보인다.
그 쾌속선은 우리보다 먼저 울릉도 도동항으로 들어갔다.
울릉도 산비탈에 급격한 경사지에 펼쳐져 있는 파란 잔디밭 같은 경사지가 여러 곳 눈에 들어왔다. 전에 울릉도 택시 기사분이 설명해주신 명이나물 밭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우리는 10시 30분경에 울릉도 사동항에 입항을 했다.
사동항 계류 장소는 언제나 같은 곳이다.
육지 접안 호안에 접안해 있는 낚시배에 2중 계류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단점이 있다.
좌우로 커다란 유람선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이 배들이 움직이면 커다란 물결이 만들어지고 이 물결들이 요트를 사정없이 흔들어 댄다.
이번에도 낚시배에 붙여서 접안을 하다가 요트 옆구리에 생체기를 내었다.
낚시배의 선측 높이가 달라서 요트 펜더가 보호해주지 못하는 위치가 낚시배의 선미 높은쪽 구조물에 긁히고 말았다.
속이 조금 아프다.
그래도 제이와 윌슨님이 도와주어 안전하게 계류를 할 수 있었다.
계류후 바로 사동항 해경 출장소에 들려 입항 신고를 했다.
그간 사동항 출장소에 계시던 소장님은 다른 곳으로 전출가시고 새 소장님이 와 계셨다.
근무하던 의경도 제대를 하고 다른 의경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소장님이 요트에 와서 승선원 확인 및 입항확인을 해주셨다.
통보받은 일정은 내일 입항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찍 입항을 했다고 하신다.
그래서 기상상황과 우리의 컨디션상 독도 항해가 무리라서 포기하고 조기 입항을 했다고 설명을 드렸다.
요트에 돌아오니 제이가 식사를 준비 중이다.
항해 때는 부선장으로, 식사 때는 조리장으로, 나에게는 안사람으로 쉬지도 못하고 주위사람을 챙기는 소중한 보물이다.
제이가 아침겸 점심으로 매콤한 육개장을 준비해 준다.
어제부터 아침까지 흔들리는 배에서 속들이 울렁거렸을 테니 매콤한 육개장으로 속을 잘 눌러주라는 의미다.
그런데 반찬이 어마어마 하다.
제이가 챙긴 반찬과 더불어 준원이 할머님이 챙겨주신 반찬이 있으며, 거기에 윌슨님 딸이 손수 따서 챙겨준 상추까지 밥먹는 테이블이 비좁을 지경이다.
육개장과 불고기를 곁들인 메인과 준원이 할머님이 손주를 생각하고 챙겨주신 환상적인 반찬으로 아침겸 점심을 배불리 먹었다.
이 글을 빌어 준원이 할머님과 상추를 챙겨준 준원이 동생이자 윌슨님 딸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오후에는 울릉도 투어를 하기로 했다.
울릉도 여행사에 전화를 하여 6명의 버스투어를 신청했다.
관광버스 투어는 1인당 2만원이며 도동항에서 출발하여 나리분지까지 다녀오는 일정이며 시간은 4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투어를 하기 위하여 2시 30분까지는 도동항에 도착을 해야 한다.
다들 준비를 하고 사동항 버스 정류장으로 행했다.
도착하고 보니 버스가 오려면 20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통상 울릉도 버스는 시간 차이가 있지만 한 시간에 한 대 꼴로 다닌다.
버스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낭패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이 제이와 사동항 몽돌 해변으로 가보았다.
파도가 밀려왔다가 빠져 나가면서 몽돌이 움직이는 ‘짜라락’ 하는 소리가 매우 아름답게 들려온다.
그간 울릉도를 3번이나 다녀갔으면서 이러한 여유를 가져보기는 처음이다.
독도를 포기하고 울릉도 투어를 하면서 느끼는 호사려니 생각한다.
저 멀리 버스가 오는 것이 보인다.
다가온 버스는 이미 만원이다.
우리 일행은 끼이듯 버스에 올라 도동항으로 이동을 한다.
도동항에 가까워질수록 차가 막힌다.
이번 연휴에 많은 사람들이 울릉도에 방문을 하였고 여행자들의 집합소인 도동항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이며, 이들을 실어 나르는 차들이 뒤엉키어 교통지옥이다.
도동항으로 진입하는 길은 편도 1차로이며 구불구불 하기도 하는데, 인도도 없고 주변의 상가들도 있어 사람들도 많이 걸어 다니고 있어서 더 혼잡하다.
우리가 탄 버스는 목적지를 앞에 두고 더 나아 갈수가 없어 기사님이 내려서 걸어가는 것이 더 빠를 거라고 내리라고 하신다.
차에서 내려 도동항 만남의 광장으로 이동을 한다.
광장에는 차령과 사람들이 뒤엉키어 엉망이다.
여행사를 통하여 예약을 하였기에 우리가 탈 차량인 8501호 관광버스를 찾는데 차량이 보이지를 않는다. 여행사에 전화를 해보니 길이 막혀서 그러니 기다리라고 한다.
다행이 차량이 2시 32분 정도에 도착하여 차량에 올랐다.
바다를 바라보며 여행을 하라는 정보가 있어 우리 일행은 버스좌측에 자리를 잡았다.
8501호 버스는 45인승 버스로 김기사님이 운전하는 차량이다.
투어 중 울릉도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지명들에 얽힌 사연들과 관광지들에 대한 설명을 해주신다.
우리가 여행할 코스는 도동항에서 출발하여 나리분지까지 울릉도를 좌측으로 돌아가는 육로 관광이다.
버스는 만석이 되어 도동항을 출발한다.
우리의 요트가 정백해 있는 사동항을 지나 거북바위에서 첫 번째로 차량에서 내렸다.
거북바위에는 6~7마리의 거북이 형상이 숨어 있다고 한다.
한 켠에는 예전에 울릉도와 독도에서 자생했다고 하는 강치의 조형물도 있다.
거북바위를 지나면 울릉도에 2개 있다는 신호등이 있다.
(신호위반시 단속한다는 경고문도 붙어 있다)
그런데 이 신호등은 사거리를 지키는 신호등이 아니다.
울릉도 해안도로는 폭이 좁고 구불구불하며, 군데군데가 터널로 이루어져 있다.
폭이 3미터 정도 되는 터널에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이 신호등은 좌우 교행용 신호등인 것이다.
이 신호등도 해안도로 공사가 마무리되는 4년 후에는 없어진다고 한다.
현포항을 가기전에 잠시 호박엿 공장에 들린다.
투어 버스의 특징이리라 기사님의 알바일 것 같다.
나도 호박엿을 몇 개 샀다, 을릉도에 와서 처음 사보는 호박엿이다.
주차장에 널려있는 수많은 호박들이 인상 적이다.
다음은 현포항이다. 현포항은 예전에는 오징어 잡이 기지였다고 한다.
요즘은 오징어도 잘 잡히지 않아서 오징어잡이 어선들은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고 대부분 폐선 처리하였다고 한다.
그만큼 현포항은 쓸쓸해 보였다.
다음에는 현포항에 대하여 좀 더 잘 조사를 해봐야 하겠다.
울릉도에 들어올 때 사동항 말고 현포항에 정박을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현포항을 지나 들린 곳은 예림원이다.
울릉도에 4개 있는 유료 관광지라고 한다.
예림원은 문자조각공원이 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들어가지 않고 주변만 들러 보았다.
다음은 최종 목적지인 나리분지로 간다.
나리분지로 가는 도중 해안가의 사자바위, 멍개바위, 코끼리바위등 울릉도 해안가에 산재한 여러 명물 바위들을 차안에서 스쳐지나간다.
나리분지로 가기 전에 울릉도에 처음 정착민들이 자리를 잡았다는 천부를 지난다.
정착민들이 겨울에 먹을 것이 없어서 굵어 죽을 지경에 눈속에서 산마늘을 캐먹고 연명하였다고 한다.
나리분지에 오르는 길은 가파른 편이다.
굽이굽이 20구비를 돌아 울릉도에서 유일한 평지인 나리분지로 들어간다.
나리분지는 화산분화구이다.
2번의 분화가 있었다고 하며 사람이 살며 밭을 일구는 곳과 2차 분화하여 더 위쪽에 형성된 분지에서는 밭농사만 한다고 한다.
우리는 나리분지에 있는 산마을 식당을 찾아 갔다.
이 식당을 찾은 이유는 나의 환자분 중에 한분이 울릉도 분이시다.
내가 이번 연후에 울릉도를 방문하니 꼭 들리라고 이야기 해준 곳이다.
이 식당은 그분 사촌 여동생이 운영을 하신다고 한다.
방문하고 보니 민박도 같이 운영을 하고 계신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민박을 하며 나리분지를 여행해 볼만 하겠다.
산마을 식당에서 산채비빔밥과 감자전, 산채전, 씨껍데기 막걸리를 시켰다.
음식들은 전체적으로 정갈스럽고 맛깔스러웠다.
너무 자극적이지도 않고 명이나물이나 부지깨잉 나물등 울릉도 특산물로 만든 반찬들이 입맛에 잘 맞았다.
그런데 버스기사님이 다른 분들이 다 버스에 올랐다고 식사를 빨리 마쳐달라고 하신다.
남은 음식들을 맛도 음미하지 못하고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게 배속으로 쑤셔 넣듯 식사를 마쳤다.
환자분이신 한회장님이 전화를 해주시어 사장님이 산나물회를 써비스로 주시고 식사비도 받지를 않으셨다.
처음 방문한 곳이데 민폐를 너무 많이 끼친 것 같다.
(제이가 이곳 사장님에게 자그만한 선물을 보내라고 한다, 나는 생각도 못했는데, 역시 남자는 여자가 만드는 것 같다)
이미 해는 져서 주위는 어둠이 내려 앉아있다.
이제 출발지인 도동항으로 돌아가야 한다.
나리분지를 내려오는 도중 향이 천리를 간다는 천리향 차를 마시는 곳에 들였다.
이곳에서는 천리향을 이용한 다양한 상품들이 판매되는 곳이다.(패키지 투어의 단점)
우리일행은 저녁 7시 정도가 다 되어 사동항 입구에서 내렸다.
사동항은 완전히 어둠에 감싸여 있다.
다행이 사동항 여객선 터미널이 열려 있어 화장실에 다녀오고 씻기를 할 수가 있었다.
요트에 돌아오니 다들 몸이 천근만근 이다.
각자 요트 선내에서 잠을 잘 곳을 정하고 자리를 잡는다.
계속 불어오는 바람에 사동항 항내에 바람이 일어 계류하기 위하여 묶어 두었던 계류 줄들이 요트 갑판에 있는 클리트와 마찰을 이루어 계속 삐그덕 거리는 소리를 낸다.
바우룸에 잠자리를 잡은 미호와 메리가 그 소리에 신경이 많이 쓰이나 보다.
어제 수산항에서 출발하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상태에서, 울릉도 도착 후 진행한 투어에 다들 피곤하고 여행에 지쳐서 밤 9시를 전후하여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첫댓글 나리분지는 꼭 보고싶은 곳인데...현포항은 꼭 한번 조사를 해봐야겠군요 ㅎㅎ 혹시 요트헤븐이 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