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하우스라고 하니까 너나없이 제일 먼저 난방에너지부터 궁금해 하는데, 사실 필자 입장에서는 난방에너지 어쩌구 하는 것은 그다지 즐겁지 않다.
집 지면서 참 많이 싸운 것 중에 하나가 오늘 거론하는 주제다.
당시에는 내 머리로도 이해가 안 갔고 시공사 현장소장 머리로도 이해가 안 갔고 패시브하우스 져 봤다는 유경험자에게 물어봐도 고개를 갸웃한 사안이기도 하다.
바로 오수/하수관 벤트 배관이다.
먼저 그림부터 살펴보자
CAD 파일인데 원도가 색상이 묘해서 화면을 스크린샷해서 그대로 올린다.
뭐지?
이거시 뭐지??
설비도면인데 1.2층 오/하수배관도면이다.
그런데, 뭐가 어쨋다는 것이냐? 이것인데, 이 도면 때문에 시공사와 참 많이 싸웠다.
상세도를 봐야 필자가 뭔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먼저 1층 주방 쪽 도면을 확대해 본 것이다.
*정수기라고 표기된 부분을 보면 주방과 보조주방을 구분하는 벽체가 보이고 그 벽체 한가운데를 뚫고 주방쪽의 1층 바닥배관이 보조주방쪽의 1층 천장배관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천장으로 연결되는 배관이니 당연히 하수배관은 아니다.
이렇게 보조주방에서 천장배관으로 연결된 배관은 손님화장실에서 화장실 오수배관과 만난 후에 수직관을 타고 이층으로 올라간다.
손님 화장실의 배관도 공기조화실과의 격벽을 타고 바닥배관이 천장배관과 연결되는 구조다.
이 후 이 배관은 수직배관을 타고 이층으로 연결된다.
당췌 이 배관이 왜 필요한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전부 격벽의 중간에 매입되는 형태로 바닥 배관과 천장배관이 연결되는데다 보조주방쪽 벽은 내력벽이라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이고 공기조화실 격벽은 시멘트 조적조라서 이 배관을 하려면 설비팀이 공구리 칠 때도 와야하고 조적할 때도 와야 하는데 설비팀에서 하는 말이 사람이 기계도 아닌데 당췌 이유를 알아야 몸이 고달파도 손발이 움직일거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내가 알 턱이 있나? 왜 나한테 묻는겨? "
필자라고 다를 것이 없다.
글타고 공사하다 말고 시방 설계자는 독일에서 디비자고 있을 것인데 깨워? 아니면 철근배근 일 하다 말고 독일에서 홍 뭐시기가 답변을 줄 때까지 손 놓고 있을겨? 날 더러 어쩌란 말이여?
이리된 것이다.
그러니까. 시공사 얘기는 딴게 아니다.
"이거 안 하면 않될까? 살다살다 이런거는 첨봤어 이거시 뭐하는 짓거리여? 이거 없어도 암 문제 없어 내가 책임질게 문제되면 하물고 집 다시 져줄테니까 빼고 갑시다"
미처 파악을 못하고 있다가 철근 배근하다가 이 도면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니 이거 하려면 설비업자 지금 불러와야 한다.
필자의 대답은 단호했다.
'택도 없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계약서 도면에 당신 싸인 있잖아. 잡소리 치우고 도면대로 하시요"
사실 필자도 후에 홍도영건축가에게 이 배관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들을 때도 긴가민가 고개를 갸웃했었다.
그래도 명색이 돈주고 부른 전문가인데 필자의 조상이 매국노라는 증거도 없고(독립운동 했다는 증거가 없기도 하지만) 내 평소 나라 세금 떼묵은 것도 없을진데 괜시리 홍가가 나 괴롭히려고 손발 고생해가며 도면 작업을 했을리는 만무하니까 시공사가 뭐라해도 고집을 피워서 도면대로 시공을 했다.
이 배관은 최종적으로는 이층 천장 슬라브를 관통하고 외부로 나가는 벤트용 배관이다.
이런 구조는 람다하우스에 총 두곳이 있다. 이층 도면을 보면 확인이 되듯이 1층과 2층 화장실 두곳을 묶어서 밖으로 연결되는 벤트가 하나 더 있다.
옥상 슬라브를 관통시킨다.?
단열도 걱정이 되고 방수도 걱정이 안 될수가 없는 문제다.
도면에 있으니까 하긴 하는데 뜻도 모르고 하다가 천장으로 물 떨어지면 이거이 끝장나는거다.
찬바람 들어와서 배관에 결로가 생겨도 낭패다.
집 좀 져 봤다는 말 많은 자칭 전문가라는 분께서
"천장 관통은 안 하는게 좋다. 곡 벤트를 해야 한다면 옆꾸리를 뚫어 수평 배관으로 건물 외부로 빼도 충분하다. 다 그렇게 한다."
하면서 필자의 간담을 들었다 놨다 한다.
'시바 이걸 어쩌지??? '
이런 생각 안 들면 인간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필자는 도면대로 했다.
결론은 나를 믿었고 홍가를 믿었다.
이것을 위해 옥상 천장을 관통하는 벤트용 부품을 독일에서 수입해 온 것이 있었다.
루프드레인과 함께 들여온 것인데 슬라브 상부면의 아스팔트 방수층과 접착으로 연결되는 벤트용 부품이다.
아스팔트 수지가 경계면에 부착되어 있어서 옥상 방수층에 접착하여 연결하게끔 되어 있다. 방수 문제를 해결해준다.
살아보니 이 배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다.
냄새 안 난다.
싱크대에서 하수도에서 냄새 올라오면 살 수 있을 것 같나?
우리집 많큼 냄새 안 나는 집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보이지 않고 살아보기 전에는 그 작은 차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이런 부분들이 필자는 더욱 애정이 가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참 알아채기 어려운 부분이다.
평생 집을 몇채나 지어 보겠는가?
잘해야 딱 한번 져 보는데 이런 것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데 그 차이가 뭔지를 어찌 알아낼 수가 있을까?
대체 이것을 이떻게 알려서 보편적인 기준이 되도록 해야하지?
필자의 고민은 패시브하우스 그 자체 보다는 이런 것에 더 많이 쏠려 있다.
해서,
뭐라도 조언을 들을까 싶어 필자의 집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패시브 얘기는 듣지 못하고 맹 이런 얘기만 듣다가 가게된다.
한국패시브건축협회에 올린 글에 전문가들이 이에 관하여 논한 여러 고급 정보가 담긴 댓글들이 올라와 있어 관심있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타고 가보시라!
http://www.phiko.kr/bbs/board.php?bo_table=z4_04&wr_id=555
첫댓글 아파트에서도 자주 겪는 일이라 더욱 공감가는 글입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집짓는건 진짜 어려운 일인거 같습니다
그러게요. 두번째 집 지르면 다 잘 할 수 있을거 같다하는데 지금 지은 것도 대단할 뿐입니다.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