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엔 만인구원론에 빠져
지난 90년대부터 카톨릭은 물론, 한국 개신교계마저 헨리 나웬의 영성적 가르침에 깊이 천착해 왔다. 바로 이 시간에도 수많은 개신교인들과 교계언론이 나웬을 대단한 영성신학자로 부각시키거나 존중하고들 있다. 그의 서적과 글에 감동 받아 펑펑 울기까지 한다.
일찍이 나웬의 영성에 감화받아 본 적이 없는 필자로서는 이런 현상이 퍽 우려스럽다. 대부분 겉으로 나타난 그만 알고 있지 숨겨진 그를 모르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은 나웬의 영향력을 기독교 작가 C.S. 루이스나 카톨릭의 저명 신학자 토머스 멀튼에 비견한다.
솔직히 말해서, 현 교계 서점들이 나웬의 책을 팔아 남기는 이익이 그 영성보단 비중이 더 크지 않나 싶다. 알고 보면, 나웬은 어릴 적부터 죽기까지 동성애자, 동성애 옹호론자였고, 말년에는 보편구원론 내지 만인구원설을 주장하며 내리막길을 걸어 갔다.
그의 '안식여정-최종일기'(Sabbatical Journey, The Diary of His Final Year)를 보면, 그가 중심 삼는 여섯 주제 중 보편론적 구원사상이 나타난다. 즉 "(로마) 카톨릭 밖에는 구원이 없다"는 전통적 신념으로부터 "나는 개인적으로, 예수님이 하나님의 집의 문을 열려고 오실 때, 모든 인간들이 예수님을 알든 모르든 그 문을 통과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썼다.
카톨릭 밖엔 구원이 없다는 믿음도 우리가 볼 때 문제지만, 예수님을 알든 모르든 누구나 구원받는다는 보편구원 사상도 가히 이단적이다. 바로 다름 아닌 로마 교황 요한 파울로 2세 자신이 2000년 12월 6일 성 페트로 광장에서 한 말과 거의 같은 내용이다.
그 즈음 나웬은 자신이 봉사하던 라르슈 공동체에서 신자든 아니든 누구나와 '성체성사'를 나눈 까닭도 이것. 그러나 이것은 참 기독교의 모습이 아니란 사실을 우리는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그는 또 일기 속에서 자신의 깊은 속비밀에 대한 동성애공포증(homophobia)으로부터 모든 '선천적' 동성애자들과의 강한 결속에 대한 확신으로 전이돼 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네덜란드 출신의 석학이자 명문대학교 교수, 카톨릭 사제였던 나웬은 명석한 사고의 작가이자 탁월한 연사였다. 흔히 '상처 입은 예언자'로 불린 그는 훗날로 갈수록 이성 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편이었다. 그의 글을 보면 자신의 정서적인 말들이, 깊이 있는 성경 인용과 성경 풀이를 능가하고 있음을 금방 느낄 수 있다.
웨인 홀스트가 지적한 대로, 그는 창의적이기보다 기존개념을 대중화시켰다. 자신의 아픔을 솔직히 노출시키는 감정이입 내지 공감대 형성에 뛰어났다. 자신은 해답을 모르지만, 체험과 규명을 통해 더 잘 파악할 수 있다는 식의 제언가였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심리학자였다.
나웬은 1932년 화란에서 태어나 1957년 사제서품을 받은 뒤 심리학 연구에 몰두한다. 1964년부터 81년까지는 메닌저 클리닉, 노틀데임, 니메건, 예일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했다. 50세를 지나서는 '그리스도의 내리막길'을 좇아 6개월간 볼리비아, 페루 빈민선교를 거쳐 멕시코, 니카라과, 온두라스에서 사역한 뒤 잠시 교수 생활로 되돌아왔다가 말년까지 정신장애우들을 위한 카나다 라르슈 공동체에서 일했다.
나웬은 자타가 시인하는 소극적/비공개적 동성애자였다. 단적으로 마이클 포드가 쓴 전기 '헨리 나웬의 초상'에 명기돼 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자신이 '타고 난 동성애자'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평생 동성애적 애욕에 내적인 갈등을 겪었지만, 외적인 선행과 인고로써 극복해 나갔다. 그래서 더욱 역설적/반사적으로 사목 생활에 침잠했던 것이다.
어느 정도 믿어야 할 지는 모르나, 1996년 9월 21일 그가 숨지고 난 뒤, 동성애 옹호단체 '의식있는복음주의자들'의 뉴스레터인 '레코드' 96년 가을호는 "지난 4반세기 동안 나웬은 '두 남성들, 또는 두 여성들 사이의 강한 상호 애착에 바탕을 둔 깊은 대인 관계에 대해 옹호적이었다"면서, 1971년 나웬이 "동성애 감정을 지니지 않은 척 하는 사람은 심장없이도 살 수 있는 척 하는 사람과 같다"고 썼다는 글을 인용했다.
매우 불행한 일이다. 성경적으로 볼 때, '타고 난 동성애자'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성애자란 누구나 강한 의지로써 크리스토 앞에 마음 문을 열고 나오기만 하면 고침 받을 수 있다. 스스로 못 말리는 동성애자라고 믿게끔 만드는 것은 성경이나 하나님이 아니라 사탄과 악령들이다. 바로 사탄의 졸개인 '동성애의 영'(spirit of homosexuality)이 그렇게 만드는 장본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