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바다 성산포'에서
#.언제:2011.1.31~2.1
#.어디로:전남 장흥 노력도항->제주 성산포항->게스트하우스'둥지'(1박)->
광치기해변->수미포해변->성산일출봉
긴 9일간의 설 연휴에
제주에서 보냈던 3박4일은 이제 달콤했던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그 길었던 연휴가 벌써 끝나버리다니^^
포근한 봄같은 날씨, 훈풍에 묻어나던 갯내음과
올레길 해안가의 울창한 난대림은 남국의 정취가 느껴졌고
지난번 내린 폭설로 아직도 한라산 정상 부근에는
잔설이 가득 쌓여
등산로의 계단들을 뒤덮어서 한 때 등반이 통제되기도 했습니다.
고향에서 가까운 전남 장흥에서 제주 성산포로 가는 뱃길이 열려
남쪽 사람들의 제주 여행이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한가지 아쉬웠던점은
거의 재앙 수준에 가까운 '구제역'의 여파가
이곳 청정 제주까지 위협하고 있어서 올레길까지 통제되는지경에 이르렀는데
설 연휴기간 현재 제주 올레 1코스와 9코스가 막혀있습니다.
이생진 시인이 성산포 여행을 통해 남긴 80여편의 연작 시
'그리운 바다 성산포'에서
'365일 두고 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이라고 한탄했던
바로 그 성산포 바다에서 보았던 일출의 여운이 아직도 기억속에 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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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노력도항으로 가는 길목에 천관산이 있습니다.
가을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산으로 정상으로 가는 능선길에서
바라보는 남해 다도해의 풍광이 무척 인상깊은 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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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노력도항에서 제주 성산포로 출항하기 직전의 오렌지호입니다.
오전8시30분과 오후 3시30분 (장흥->제주)
하루 두편이 운항하고 있습니다.
광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장흥 노력도항까지 무료 셔틀 버스도 운행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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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 좌석제로 운임은 장흥-성산포의 편도요금은 3만1천원입니다.
자동차도 승선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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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노력도항을 출항한 배는
멀리 천관산을 뒤로한 채 잔잔한 바다를 미끄러져 제주를 향합니다.
성산포항까지 1시간 40분!
평균시속 40노트로 운항하는데 이곳에서는
20노트<약37km>로 낮춰 서행을 합니다.
바로 옆 전복과 해산물 양식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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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속선이기 때문에 갑판을 개방하지 않지만
서행 구간에서는 날씨가 좋을 경우에 한해 약 20분 정도를 개방합니다.
화창한 날씨에 상큼한 남해의 갯바람을 맞으니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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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포행 배 객실에서 본 청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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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포항 도착(오후5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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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포항에 내려 약 10여분을 홀로 걸어와 이곳
성산포 포구에서 바라본 서쪽 하늘에는 불이 났습니다.
남한에서 제일 높은 눈쌓인 한라산이
구름과 맞닿아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는데
이제 막 배에서 내린 도보 여행자에게
제주도는 황홀하고 찬란한 풍경으로 위안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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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포 포구에는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했고
숙소를 찾아 포구의 길을 걸어갑니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여행자에게 정보를 얻어
성산포에서 조금 떨어진 온평리에 있는 '둥지'게스트 하우스로 이동합니다.
숙박요금은 1박에 1만원입니다.
올레꾼들과 여행자들이 함께 저녁 식사 파티를 하는데 참가비 1만원을 따로 내면
게스트 하우스 식당에서 식사와 술을 곁들여 자기 소개와
여행 정보도 교환하고 올레 코스의 일정이 맞으면 동행하기도 합니다.
올레 코스마다 게스트 하우스가 많이 생겨났습니다.
<둥지 황토마을 주인장 연락처 011-698-3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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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새벽 5시에 숙소를 빠져나와 헤드 렌턴을 켜고
아스팔트 길을 따라 성산 일출봉으로 아침해를 보러 갑니다.
숙소에서 도보로 약 50분 정도 걸었는데
하늘에서 반짝이고 있는 별들이 친구가 되어 동행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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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이 밝아오는 광치기 해변에 도착하니
부지런한 말 한마리가 풀을 뜯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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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포의 아침 바다는 잠잠했고 고즈넉한 분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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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걷히기 시작하는 성산포 일출봉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36호.
제주도 최동단인 성산포구 앞에 솟아 있다.
높이가 182m 정도이나 지름 약 400m, 넓이 2.64㎢에 이르는 넓은 분화구의 호마테(Homate)형 화산이다.
신생대 제4기층에 형성된 성산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는 바다 속에서 화산쇄설물들이 퇴적된 화산사암층(火山砂岩層)이다.
해저에서 분출되어 이루어진 분화구가 융기하면서 침식작용을 심하게 받아 기암절벽을 이루며,
측면에는 층리가 발달되어 있다.
산 전체가 하나의 움푹한 분화구로 이루어져 있으며,
분화구의 주변에는 구구봉이라 불리는 99개의 바위들이 솟아 있다.
그 모습이 거대한 성과 같아 성산이라 하며, 일출을 볼 수 있어 일출봉이라고도 한다."
-출처:제주특별자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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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1코스 광치기 해변길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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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성산읍 터진목 해안가
이곳 성산 사람들은 이곳 해변에 잘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성산 일출봉을 마주하고 있는 절경이지만
지난 4,3사건 당시 성산지역 희생자 400여명이 바로 이곳에서 학살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넋을 기리는 위령비 앞에 '섬의 우수'라는 시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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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포의 아침 바다는 우수에 가득찬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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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진목 해안가에서 바라본 광치기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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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정설교 시인
아비규환 절규의 목소리
어둠을 필사적으로 몰아내는
물까치 떼들의 지즐거림
잔잔한 물안개가 밀리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
남몰래 웅크린 연둣빛 평화가
조용하게 허리를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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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포 광치기 해변의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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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여섯시
어느 동쪽에도
그만한 태양은 솟은 법인데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다고 부산필거야
아침 여섯시
태양은 수 만 개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나와서 해를 보라
하나밖에 없다고 착각해 온
해를 보라
<그리운 바다 성산포> 18 '수 많은 태양'/이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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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살
미끌리는
가슴
성산포
이른
아침
뒹구는
햇살
부스러기
어둠
삭히고
그리 붉게 솟아
오른
음험한 대지의 욕정
차암
아름답도다
힘차게
솟아오를
불
불을 잉태하는
자궁
성산포
성산포여
성산포/강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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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島
최춘희
그곳에 가려면
신발도 벗고
화장기도 색기도 지워야하리
아무 것도 못 본체
세상의 재미란 모두 잊었다는 듯
바람결 물결 따라 가야하리
주기만 하고 받은 것 없는
헐한 여자 같은 섬
그곳에 가려면
파도가 절벽을 삼키기 전
바다와 한 몸이 되어야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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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포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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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으로 통제된 제주 올레 1코스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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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1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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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 일출봉으로 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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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 일출봉으로 오르면서 내려다 본 성산읍과 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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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 일출봉으로 오르는 길에 바라본 광치기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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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 일출봉에서 바라본 성산포 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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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에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이생진/그리운 바다 성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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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 일출봉에서 내려다 본 성산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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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보는 해돋이는 성산일출이라 하여
예로부터 영주12경(瀛洲十二景) 가운데 제1의 절경으로 손꼽힌다.
본래는 육지와 떨어진 고립된 섬이었으나,
폭 500m 정도의 사주가 1.5㎞에 걸쳐 발달하여 일출봉과 제주도를 연결했다.
분화구 안은 넓은 초지가 발달하여 소·말·양 등의 방목지로 이용되며,
띠와 억새풀 등이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
이것들은 연료로 쓰이며,
특히 띠는 초가지붕을 잇는 데 이용되었다."
-출처:제주특별자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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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전체가 하나의 움푹한 분화구로 이루어져 있으며,
분화구의 주변에는 구구봉이라 불리는 99개의 바위들이 솟아 있습니다.
그 모습이 거대한 성과 같아 성산이라 하며,
일출이 장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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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 일출봉 분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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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 일출봉에 오르면 한라산과 제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조망이 활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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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 일출봉 벼랑에는 풍란과 춘란을 비롯한 15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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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돌아오면
가질 것이 무엇인가
바다에선 내가 부자였는데
바다에서 돌아오면
가질것이 무엇인가
바다에선 내가 가질 것이
없었는데
날아가는 갈매기도
가진 것이 없었고
나도 바다에서
가진 것이 없었는데
바다에서 돌아가면
가질것이 무엇인가
연작 詩<그리운 바다 성산포> 중 /이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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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포에서 바라본 우도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 해서 '牛島'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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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에서 바라 본 우도
한알의 모래에서 하나의 세계를 보고,
한 포기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 볼레이크 -
사진,글:윤선한
첫댓글 남도여행길에 장흥 노력항에서 오렌지호 타고 제주까지 가는 여행코스를 잡아봐야 겠군요...^^
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 홀로 떠날 수 있는 윤이사님이 항상 부럽군요...^^ 즐감하고 갑니다.
한가롭던 어촌마을 노력도항이 제주행 뱃길이 열리면서 북적거리더군요.
지기님의 사진에는 겨울냉기가 안보이는것이 봄은 오고있나봅니다. 노력항에서 차량운송비가 5만원정도로 알고있는데 사람운임이 3만원이라니 좀 비싸다는 생각이~~ㅎㅎㅎ
맞아요 배삯이 좀 비싼편이더군요.^^장흥군민과 제주도민들에게는 25% 할인을 해주는것 같습니다.
와우~~~부럽슴다.~~~멋진연휴즐기고 오셧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