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동남아 삽질 여행 48 1/3
태국 치앙라이
나는 태국 남부보다 북부 쪽을 좋아한다. 예전에 처음 갔던 태국 여행 때 치앙마이의 매력에 흠뻑 빠진 다음부터, 태국을 가면 푸른 바다 펼쳐진 남쪽보다는 첩첩산중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북쪽 지역을 즐겨 찾게 됐다. 그렇다고 딱히 트레킹을 한다거나, 고산족을 찾아 다니지는 않는다. 굳이 그런 걸 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 하기 때문이다. 그냥 가만히 조그만 마을을 돌아다니기만 해도 충분히 매력적이니까.
이번 여행 때, 방콕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만나 잡담을 나눴던 한 태국인이 말하길, 방콕 쪽과 태국 북부 지역은 종족 자체가 아예 다르단다. 그래서 성향도 많이 차이가 난다고. 어쩐지 그래서 그랬구나. 그 말을 듣기 전에도 북쪽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방콕이나 남부 지역 사람들에 비해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좀 더 차분하고 조용하고 침착하달까. 어떻게 보면 무관심하고 쌀쌀맞고 무뚝뚝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알 수 없는 매력으로 난 태국 북부지역을 좋아하고,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 처음 가 본 치앙라이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뭐가 마음에 들었냐고 묻는다면 딱히 집어 말 할 게 없긴 하다. 기껏해야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정도라고 말 할 수 있을 뿐이니까.
어떤 이에게 치앙라이는 라오스로 넘어가거나, 골든 트라이앵글을 보러 가기 위해 잠시 들르는 곳일 뿐이다. 치앙라이 자체는 트레킹 말고는 할 것도, 구경할 것도, 유명하다고 내세울 만 한 것도 딱히 없는 곳이기 때문. 하지만 치앙라이는 분명히, 떠들석한 다른 관광도시들과는 다른 매력이 있는 곳이다.
치앙라이 버스터미널. 치앙라이의 버스터미널은 딱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시내를 잠시 둘러보기에도 좋다. 다른 소도시들도 버스터미널 위치가 이렇게 돼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정도. 치앙라이는 태국 북부지역에서 치앙마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가는 버스편도 다양하게 있는 편이다. 특히 방콕 가는 버스는 터미널만 가면 거의 기다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자주 있다.
터미널 앞 경찰서(파출소?). 건물 장식한 센스. 태국 경찰들 모자도 딱 저 모양과 똑같다.
주차장엔 차보다 오토바이가 많다. 태국 어디서나 비슷한 모습. 태국엔 못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알고 있는데, 얼핏 보기엔 웬만하면 오토바이 하나 정도는 다 장만해서 타고 다니는 듯 하다. 오토바이가 싼가...?
처음 도착하면 지도를 봐도 방향 잡기 어려운 치앙라이. 버스터미널 주변이 지도에 이상하게 그려져 있어서 그렇다. 처음에는 가고자하는 방향에 따라 왓 쨋욧(Wat Jet Yot)이나 시장(Bazaar)을 현지인들에게 물어서 가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방향 잡고 가다보면 대충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도시라서, 정말 빨리 적응할 수 있다.
치앙라이의 시계탑. 시계탑을 사이에 둔 로터리. 큰 의미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방향 잡을 때 이정표로 삼으면 좋은 곳이다.
시계탑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꽤 큰 시장이 나온다. 숙소를 잡기 위해 일단은 그냥 스쳐 지나갔다.
시청인지 경찰서인지, 뭔가 관공서이긴 한데... 관공서 앞 꽃밭이 예쁘게 잘 꾸며져 있다.
태국 관광청. 오후 5시 까지 문을 여는데, 여기서 지도나 책자를 얻을 수 있다. 치앙라이 지도를 얻기 위해 들어갔더니, 한국어를 아주 잘 하는 직원이 하나 있었다. 계속 배우는 중이라고 하던데, 일상적인 대화에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한국어를 구사했다. 치앙라이에서 뭔가 정보를 얻고 싶다면 관광청을 찾아가보면 큰 도움이 될 듯.
치앙라이 오토바이는 이렇게 생겼다. (오토바이도 예쁘네) ㅡㅅㅡ/
화교들이 있기 때문인지, 치앙라이의 이정표들은 태국어, 영어, 한자가 모두 다 표기되어 있었다.
치앙라이 시내에서 좀 떨어져 있는, 꼭 강(Mae Nam Kok) 근처의 아파트 단지. 아파트 앞에 보이는 허름한 집은 다세대 주택. 한 눈에 보기에도 많이 허름해 보이는데, 가까이서 보면 곧 무너질 것 같다.
싼 숙소를 찾아서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곳으로 갔다. 로터스(Lotus) 게스트하우스. 싱글룸이 하루에 150 밧. 물 한 통과, 수건, 화장지를 무료로 준다 (물론 수건은 돌려줘야 한다). 이 바로 옆에는 매홍쏜 게스트하우스가 붙어 있고, 그것 말고도 이 근처에는 많은 숙박업소들이 있다.
치앙라이 버스터미널 서쪽에 여행자 거리가 있고, 그 곳을 기점으로 버스터미널 주변에도 많은 숙박업소들이 있지만, 꼭 강 주변보다는 비싼 편이다(물론 시설은 좋다). 싼 숙소를 원한다면 꼭 강 근처로 가는 것이 좋은데, 한 가지 문제는, 이 동네는 개가 좀 많다는 것. 낮엔 괜찮은 편이지만, 밤에는 정말 물릴 지도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
방 내부는 대충 이런 분위기. 나름 화장실 겸 욕실도 안에 있고, 이불같은 것도 깨끗한 편이었다. 태국에서 150 밧에 이 정도면 꽤 괜찮은 편. (150 밧은 4~5 달러)
외부는, 좋게 보면 방갈로, 나쁘게 보면 포로수용소. ㅡㅅㅡ; 모든 방이 다 꽉꽉 차면 옆 방 소리가 들릴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묵었을 때는 손님이 세 명 밖에 없어서 다들 뚝뚝 떨어져 있어서 아주 조용했지만. 방은 이래도 넓은 마당에 잔디가 깔려 있고, 주위가 뻥 뚫려 있어서 낮에도 시원하다. 참고로, 태국 북부지역은 남부처럼 그렇게 많이 덥지 않고, 오히려 밤에는 쌀쌀한 편이다.
101호, 102호가 아니라, g방, h방 이렇게 알파벳으로 방을 구분해 놓았다. 트윈과 더블도 문 앞에 다 적어놓고. 시내와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한 만큼, 식당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3분 거리에 한 시간 30밧 짜리 피씨방도 하나 있다.
숙소 뒷편에 강이 있다고 해서 가 봤더니... ㅡㅅㅡ;;; 꼭 강의 지류인데, 지도에는 꽤 큰 것 처럼 표시되어 있다. 낚인거다. 조금 더 나가면 꼭 강을 볼 수 있는데, 황량하긴 하지만 나름 강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산책하기는 좋은 코스. 개가 좀 문제지만.
한 눈에 딱 와 닿는 그림. 아, 정말 딱 와 닿는다. 훌륭해! ㅡ.ㅡb
아까 봤던 그 아파트단지. 태국에서는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하던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았다. 아파트가 좀 오래돼서 을씨년스러워 보이긴 했지만, 주차된 차들 보면 꽤 고급이었다. 하지만 에어컨 있는 집은 별로 없는 걸 보면 또, 잘 사는 동네는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어쨌든 아파트가 있는데도 동네 주민들 지나다니는 건 거의 못 봤다.
아파트 뒷편, 어느 집 앞의 허름한 쉼터. 밤에 이 곳에 가족들과 동네 사람들 몇몇이 둘러앉아 밥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더우니까 그런 것일 수도 있고, 함께 밥 먹기를 즐기는 것 일 수도 있고. 밤이라 사진은 못 찍었지만, 그렇게 떠들썩하게 밥 먹는 모습이 참 즐거워보였다. 아, 인생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싶기도 하고.
로터스 게스트하우스 근처에 있는 어느 골목의 당산나무(?). 나이가 꽤 많아 보이는데, 자세히 살펴볼 순 없었다. 이 근처는 동네 개들의 아지트인 듯. 나무에 다가가면 잡아 먹을 듯 짖어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