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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아동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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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연재(신문), 방송 스크랩 비파꽃은 지금이 한창
사무국 추천 0 조회 27 08.12.24 23:5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어제는 수능일이라 시험 보러 들어가는 학생들을 안으로 보내놓고 그 동안 밀어두었던 건강검진 받으러 병원으로 갔다. 나처럼 바쁜 척하느라 미루고 미루었던 사람들이 너무 몰려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내시경 검사를 받는데, 거북하기 짝이 없었다. 이번이 세 번째인데 앞전에 마취 환자를 검사해서인지 내시경을 마구 들썩거린다. 다행히 식도와 위(胃), 십이지장이 깨끗해, 반백년 술타령을 해온 사람의 위 않같다.


 하지만 혈당 수치와 고지혈 증세가 위험수위에 달했다고 술을 끊으라 한다. 6월에 검사한 거보다 월등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하긴 전날 12시까지 음주하고 물 한 잔 안마셨으니 그럴 수밖에 없고, 요즘 게을러 주중에 한두 번 하는 운동도 바빠 몇 달째 거르고 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차를 몰고 돌아오며, 운동도 꾸준히 하고 일주일에 사나흘은 술을 입에 대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그러나 주위가 나를 붙잡고 흔든다. 바로 저녁에 모임 가서 2차까지 마구….   

 


 비파나무는 장미과(薔薇科)에 속하는 아열대산 교목으로 사과를 비롯해 온대지방에서 자라는 다른 과수들과 유연관계가 있다. 전체 모양이 보기 좋고 키가 거의 10m를 넘지 않는 상록수로 공원과 정원 등에 많이 심는다. 가지 끝에 모여 나는 잎은 두껍고 뻣뻣하며 타원형 또는 창 모양으로 길이 200~250㎜이고 잎가장자리에 굵은 톱니가 있다. 꽃은 작고 향기가 나며 가지 끝에서 원추(圓錐)꽃차례로 빽빽하게 핀다.


 열매는 성기게 모여서 큰 덩어리를 이루는데 열매 하나하나는 둥글거나 달걀을 세운 모양 또는 배 모양이며 길이 25~75㎜이고, 노란색에서 청동색까지 다양한 색의 껍질은 단단하고 서양자두 같다. 과육은 흰색을 띠거나 오렌지색을 띠고 즙이 많으며 그 안에 3~4개의 큰 씨가 들어 있다. 상큼한 신맛은 같은 과에 속하는 다른 과일과 비슷하다. 비파나무는 원래 중국 중동부에서 자라던 것이지만 일본으로 도입된 뒤 많은 원예품종들이 만들어져 아직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의 몇몇 우량품종들이 유럽 지중해 지역과 그밖의 여러 지역으로 퍼졌다. 많은 아열대지역에서는 소규모로 재배해 시장에서 팔기도 한다. 비파나무는 대개 씨로 번식하지만, 상업용으로 쓸 경우에는 우수한 품종을 접붙여서 심는다. 나무는 어린 싹을 T자 눈접과 짜개법으로 접붙여 번식하는데, 이때 대목(臺木)으로는 꺾꽂이로 자란 비파나무의 어린 식물이나 마르멜로를 이용한다. 키가 작은 나무를 원할 때는 마르멜로가 더 좋다. 이들은 사질양토에서 점토까지 여러 종류의 흙에서 잘 자라며 3~4년이 지나면 열매를 맺는다.                                                                    (다음 백과)


 

♧ 비파꽃을 보다 - 김종제


창가의 주렴珠簾을 걷으니

이른 봄이

불쑥 발을 내밀어

비파나무, 밀애密愛가 길다

문밖에 소낙비 쏟아지니

동박새 날아온

한 여름 정분情分이 짧다

마당의 정원을 바라보니

불현듯 늦가을의 별리別離가

낙과落果 같은데

어느새 가슴 시린 초겨울이라

열이틀 보름달이 훤하고

어슴푸레 숲에서

굽은 목에 배부른

비파琵琶를 비껴 안는 순간

구름 타고 내려오는

천상의 꽃 마중 나갈 시간이다

 

 

몸에 묶인 흰색의 다섯 꽃잎이

현絃이라

푸르고도 은은한 절개를 품은

소리가 향기롭다 

화병에 꽂힌

허상虛像의 꽃이 아니라

겨울 화분 속 들판에 피어있어

참으로 따뜻한 얼굴

남쪽 나라에 핀다는

12월에 눈이 내려야 핀다는

비파枇杷꽃 보시지 않을래

눈꽃하고 제 몸 견주는

비파琵琶 소리 들어보시지 않을래


 

♧ 비파나무로 서서 - 도광의

  --어머니 산소 앞에서


해거름 해서 산소에 갔다

가시던 날에는 눈이 왔는데

익은 벼 이삭들이

머리 숙인 무덤 앞에 서니

자욱한 안개비 풍경을 가린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넓은 잎 떨구며

울고 섰는 것이 비파나무라더니

칠순을 겨우 넘기고 가실 일을

엇길로만 가던 자식이 비파나무로 서서

울고 우는 것이다

마른 손으로 평생 일 못 놓으시고

돌갓, 돌미나리 보자기에 싸서

회나무 서 있는 동구까지 따라와

무명 밤물 들인 동저고리 바람에

수척한 얼굴로 서 있는

어머니 산소 앞에 서서

비파나무로 울고 있는 것이다


 

♧ 아쉬운 이별 - (宵火)고은영


언제부터였나

마른 줄기로 서기 시작한 것은….

가뭄처럼 타들어 갔다

법처럼 여겼던 룰이 깨지고

욕망을 양산할 줄은 알아도

욕망을 제대로 사육시키지 못하던 그것은

가난처럼 조금씩 찢겨 갔다

그리하여 거만한 직립으로 섰던 섬들이

어느 날 하나 둘 허공으로 사라져 갔다


불새처럼 활활 타오르던 정열이나

그녀의 서글픈 침묵이나

비상을 원하던 날갯짓이 허물어진 원안에서

서러운 자리를 고수하는 그녀의 비애를

그는 어느 만큼 가늠할 것인가

그는 언제고 그녀를 제대로 읽어 준 적이 있었던가

그러므로 가난은 교만하지 않은 눈빛을 익히는

지름길이었다

 

두물머리에 봄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리움을 꿈꾸던 침묵들이 수면 아래서 깨어나고

황홀한 빛의 출구로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그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은 어김없이

뭉툭한 아픔이 그녀 가슴에 획을 그어 놓았다

늘 아쉬운 이별이었다

헛헛한 외로움이나 안쓰러운 슬픔은

그를 다시 만날 때까지 오래도록 강물처럼 흘렀다

검불같이 그는 언제나 위태로워 보였다


만남은 시작과 끝이 분명한 흑과 백이다

헤어짐이 두려운 그녀의 가슴에서

그는 그녀의 영원한 슬픔이 될 것이다

그는 그녀의 유일한 안식이 될 것이다

먼 곳에 있으나 가장 가까운 곳에 좌정하여

깊고 견고한 신앙처럼 영혼의 강변에

뿌리 깊은 비파나무로 서 있을 것이다


 

♧ 물안리 매표소 - 김혜경


  연육교가 생겼을 때 나룻배 팔고 매표소 차린 옥생이 삼촌 거친 풍랑 밀던 손으로 표를 판다 그을린 하루는 구겨진 표처럼 아프다 기다림에 지친 매암섬처럼 삼촌의 눈은 뭍을 향해 젖어 있다  바닷사람이던 삼촌이 매표소 차렸을 때 두 다리는 삼촌의 것이 아니었다 

  사 년 전 여름밤 숙모는 강에 어린 조개 뿌리고  캐지도 못하고 바다에 빠져 죽었다 삼촌의 이름 같은 생이 시작되었다 모래밭에 해당화 피어나면  기억도 함께 자랐다 숙모 떠난 담 너머로 비파나무가 집 내력을 읽는 듯 해풍에 흔들린다 삼촌은 안다, 발붙이고 사는 집들도 쓸쓸히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을 하루에 세 번 들르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읍내로 나갈 때마다 작은 토큰이 되어  떠나고 싶어진다 아니, 포말을 일으키며 바다 속 달리던 건장한 나룻배가 된다


                                  * 저 꽃들은 내년 6월이 되면 이런 열매를 맺을 것이다. 

 

♬ Moonlight serenade - 남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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