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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15
S#1. 캐나다/ 메이플 로드 (낮)
양 손에 쇼핑백 든 채로 단풍거리 거닐고 있는 은탁.
바닥에 잔뜩 깔린 단풍잎, 그리고 이제 막 떨어지고 있는 단풍잎들로 온통 붉어진 길 아름답다.
예쁘다 헤- 하고 보고 있는 그때, 앞에서 걸어오는 금발 미청년과 잠시 눈 마주친다. 오 잘생겼다.
미청년 : (영) 또 보네. (하며 스치는데)
은탁 : (반사적으로 한국어) 그러네요. (하며 걷다, 걸음 멈추고, ..?!!!) 그러네요? 나 지금 그러네요라고.. 했어? (확 돌아보면!)
미청년 뒷모습 인파 속으로 사라진다.
“(영) 잠깐만요!” 하며 사람들 헤치며 달려가는 은탁.
/이 골목, /저 골목,
S#2. 캐나다/ 쁘띠 샹플랭 거리 (낮)
헐레벌떡 뒤져보지만, 미청년 모습 어디에도 없다.
지친 은탁, 숨 헐떡이며 그래도 둘러보는데, 일각의 노점상에서,
노점상E : (영) 아가씨.
은탁 : ? (보면, 액세서리 공예 작업하던 노점상이다 /영) 저요?
노점상 : (영) 이렇게 보니 반갑네요.
은탁 : ! (영) 저 아세요?
노점상 : (영) 아뇨. 아가씨가 하고 있는 그 목걸이. (작업하던 손으로 목 가리키면)
은탁 : (목에 손 가져가며 /영) 이거요?
노점상 : (끄덕 /영) 그거 내가 만든 거예요. (E) 어떤 남자 부탁으로. 족히 10년은 됐을 텐데.
>>인서트 플래시 백
/(쪼리 신고 캐나다 거리 걷는 도깨비)
/도깨비 : (노점상에게 종이 내밀면 종이에 Destin 적혀있다) (영) 이 단어로 부탁합니다.
/다시 현재
은탁 : ..! (영) 10년.. 이요? 어떤 남자요?
노점상 : (영) 받은 사람이 더 잘 알겠지. 그거 무슨 뜻인 줄 알아요?
은탁 : (영) 아니요..
노점상 : (영) 불어로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란 뜻이에요.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절대적인 운명.
은탁 : !!!...
노점상 : (영) 그거 준 사람이랑 행복하게 잘 살고 있나요?
은탁 : (혼란스러운 눈으로 그저 노점상 보는데)
S#3.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밤)
도깨비, 책상에 가만히 앉아 무언가 보고 있다. 오래전 은탁이 코팅해 준 단풍잎이다...
캐나다에 간 은탁이 걱정되는 도깨비고...
S#4. 도깨비 집/ 거실 (밤)
도깨비, 문 열고 나갔다 들어오면
/유카타 입고 있다.
/다시 나갔다 들어오면 파리 멋쟁이 패션에 손에 종이봉투에 바게트빵 꽂혀 있고.
/다시 들어갔다 나오면 스페인 투우사 모자에 장미 들고 있고.
저승, 문 앞에 앉아서 야채음료 빨며 도깨비 들락날락하는 꼴 한심하게 보고 있다.
저승 : 그만해. 더 갈 데도 없잖아. 이제.
도깨비 : 못 간 곳이 딱 한 곳 있지. 그 아이가 있는 곳.
저승 : 그럼 거기로 가. 내가 허할게.
도깨비 : 가도 될까? 거기까지 가서 그 아이에게 혼란을 줘도 될까?
저승 : 나한테는 혼란 줘도 되냐? 정신 사납다고!
도깨비 : 마음이 허해서 그래.. (어깨 축 쳐져서 다시 나간다)
다시 들어오면서 금색 파라오관 같은 거 들고 들어오고.
저승 : (헉!!) 미친 거야?
도깨비 : 얘도 되게 오래 살았대..
하고, 다시 나가는데.. 잠잠하다. 돌아오지 않는 도깨비.
저승 : 갔군.. (쓸쓸히 앉았고..)
S#5. 캐나다/ 빨간 문 앞 (낮)
생각에 잠겨 터덜터덜 걷는 은탁. 도대체 이 이상한 상황들 뭐지? 그저 어두운 터널 속 걷듯 걷는데..
그러다, ?!! 뒷걸음질 쳐서, 방금 지나쳤던 어떤 문 앞에 선다.
그대로 돌아서 왜인지 문 한참 바라보게 되는 은탁. 기다릴 사람도 없는데 오래 기다린 기분이다.
그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문 열리고, 한 남자 나온다! 도깨비다!!
도깨비 : ..!!
은탁 : ?!! (이쯤 되자, 헛웃음 나오고) 와 오늘 너무 이상하다 진짜. 어떻게 여기서 마주쳐요?
도깨비 : 출장입니다. 가구 모서리에 참고할 품위가 필요해서, (동시에) 뭐래냐.
은탁 : (동시에) 뭐래.
도깨비 : (쑥스럽게 웃으며) 잘 지냈어요?
은탁 : 혹시 저 따라 오신 거예요?
도깨비 : 그렇다고 하면 잡혀갈까요?
은탁 : 어떻게 할까요.
도깨비 : 저 나쁜 사람 아닙니다.
은탁 : 어떻게 알아요 제가.
도깨비 : 같이 다니다 보면 알지 않을까요?
은탁 : 같이 다닐 이유 없는데요.
도깨비 : 저희 회사가 피디님 프로에 협찬도 했고 그때 분명 밥도 사신다고,
은탁 : (냉큼) 대표님 캐나다 처음이시죠. 자 그럼 이리로 가봅시다. (얼른 내뺀다)
도깨비 : (픽, 따라가는데)
은탁 : (갸웃, 딱 멈춰서서 보더니) 근데 제가 캐나다 간다고 말을 했던가요? 그냥 외국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도깨비 : (!!) 했던, 거 같은데. 막 단풍국 뭐 그런 얘기 들은 거 같아가지고.
은탁 : 아! 단풍국. 기억났어요. 이쪽이요. (가는)
후, 은탁 따라가는 도깨비. 단풍국 얘기는 십 년 전 얘기였는데..
S#6. 캐나다/ 평원 일각 (낮)
평원 일각에 앉아 끼니 때우는 도깨비와 은탁. 간단한 샌드위치 다 먹어간다.
도깨비, 은탁 목의 목걸이 흘깃 보다가 샌드위치 먹는 은탁 보며 농 건다.
도깨비 : 이걸로 되겠어요?
은탁 : 괜찮아요. 소풍 온 거 같고 좋잖아요.
도깨비 : 피디님 말고 나요. 나 이걸로 되겠냐구요. 협찬을 그렇게 해드렸는데.
은탁 : (헉! 샌드위치 마지막 한입 물다가 그대로 굳었다..) 아 제가 계획한 여행이 아니라 갑자기 오는 바람에
환전을 쪼금밖에 못해가지고.. 뭐 좋아하세요?
도깨비 : 소요.
은탁 : 아. 저는 고기 별로 안 좋아해서요. (눈 피하며 샌드위치 마저 먹는데)
도깨비 : 좋아하면서.
은탁 : 어떻게 아세요?
도깨비 : (아차) 고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요?
은탁 : 얼버무리지 마시구요. 혹시 제 뒷조사 하셨어요? 재벌이랑 걸맞는 집안인지 아닌지 뭐 그런 거요?
하. 누가 대표님이랑 사귄대요? 대표님 되게 별로거든요?
도깨비 : 그래도 고긴 사야해요.
은탁 : (끙.. 졌다) 맛있겠네요. 전화 드릴게요. 그럼 전 이만. (하며 비석 쪽으로 가려하면)
도깨비 : (은탁 팔 턱 잡는다)
은탁 : ! (놀라 보면)
도깨비 : 그쪽은.. 별 게 없어요. (다른 방향 가리키며) 이쪽. 가이드 해드릴게요. (앞서 가면)
은탁 : (싫진 않고 따라가며) 그래도 돼요? 제가 너무 폐 끼치는 거 아니에요?
도깨비 : 괜찮아요. 조금 폐 끼치더라도, 너무 신나서 그랬을 거니까.
은탁 : (픽, 웃고 따라간다)
두 사람 멀어지면, 은탁이 가려고 했던 곳에 비석들 보인다.
비석들 사이 10년 전보다 조금 더 낡아진 김신의 비석 보이고..
S#7. 캐나다/ 예쁜 거리1 (낮)
아기자기하고 예쁜 거리 거니는 두 사람.
바닥에 가득 깔린 단풍잎들 밟던 은탁.
은탁 : 퀘벡 잘 아시나 봐요. 와보셨어요?
도깨비 : 첫사랑과 왔었죠. (가만히 은탁 보며) 같이는, 네 번째네요.
은탁 : (실망) 아.. 여자 친구 있으시구나.
도깨비 : 지금은 (사이) 헤어졌어요.
은탁 : 왜 헤어지셨어요?
도깨비 : 제가 되게 오래, 되게 멀리 떠나 있었거든요. 많이 힘들었는지 절 다 잊었더라구요. (은탁 보면)
은탁 : 첫사랑은 안 이루어지는 법이니까.. 많이 사랑하셨나 봐요.
도깨비 : 그런가 봐요. 이렇게 참기 힘든 걸 보면.
은탁 : 뭘 참으시는데요?
도깨비 : 손잡고 싶고, 안고 싶고, 그런 거요.
은탁 : (치) 여자 분은 다 잊었는데 대표님은 아직 못 잊으셨구나. (기분 별론데)
도깨비 : (그런 은탁 귀여워 웃으며) 네. 단 하루도. 단 한순간도.
은탁 : (치..) 좋겠네요. 그 분은. (괜히 빈정 상해 떨어지는 단풍잎 애꿎게 툭 치는데)
도깨비 : 혹시 그거 알아요? 떨어지는 단풍잎을 잡으면 같이 걷던 사람과 사랑이 이루어지는 (거?)
은탁 : (말 끝나기도 전에 일부러) 미친 거 아니야? (사이) 첫사랑 그 분이 얘기해 주셨나 봐요.
도깨비 : 네. 단풍잎도 잡았구요.
>>인서트 플래시 백
10년 전, 은탁의 머리 위로 단풍잎 잡았던 모습...
/다시 현재
은탁 : (보자보자 하니까, 빡!) 근데 그걸 믿어요? 잡아도 안 이루어졌네. 지금 저랑 걷고 계시잖아요. 안 이루어져서.
저한테 호감 있으시구요. 남자는 원래 호감 있는 여자한테 옛 여자 얘기하거든요. 바보처럼.
도깨비 : 그런가요?
은탁 : 아닌가요?
서로 오래 마주 보고 선 두 사람인데..
S#8. 캐나다/ 호텔 욕실 (낮)
손 씻으며 새삼 빡치는 은탁.
은탁 : (기막혀서 열 내는) 나참. 바보야? 고딩이야? 단풍잎 잡는다고 사랑이 이루어지는 걸 믿어?
여자 작업에 딱 걸린 건데 그것도 모르고. 어휴. (절레절레)
S#9. 캐나다/ 호텔 방 (낮)
은탁, 침대에 누워 (중간의 대사와 상황 모두 omit) 천장 보며 멍한데...
>>플래시 백
/(14부) 빗물 번진 노트에 쓰여 있던 [그 사람 이름은 김신이야. 기억해. 기억해야 해. 넌 그 사람의 신부야.]
/(15부) “(영) 그거 준 사람이랑 행복하게 잘 살고 있나요?” 노점상 말 떠오르고..
/다시 현재
은탁 : (마치 대답하듯) 기억이.. 안나요.. 무슨 기억이 어디서부터 없는지도 모르겠어요..
멍하니 계속 천장만 보는데 그때, 삑삑- 핸드폰 배터리 없는 알림소리에,
“아 귀찮아.” 일어나 창가 둔 가방에서 충전기 꺼내는데, 엇? 창밖으로 보이는 중간 정원에 도깨비 거닐고 있다.
또 그 남자다. 도대체 저 남잔 뭘까. 저 남자가 나타난 후로 자꾸 내 상태가 이상한 것 같고..
뭔가 떠오르는 듯 도깨비 한참 내려다보던 은탁.
은탁 : (뭔가 떠오른 듯) 세상에!! (반전) 아무것도 안 떠올라.. 안 떠오르네.. 그냥 가서 물어보자. 그게 빠르겠다.
은탁, 가벼운 외투 하나 챙겨 들고 방문 향한다.
S#10. 캐나다/ 호텔/ 중간 정원 (낮)
중간 정원 거닐고 있는 도깨비.. 은탁 문 열고 나오면, 문소리에 도깨비 돌아본다.
은탁 : 왜 여기 계세요? 이 호텔 묵으세요?
도깨비 : 네.
은탁 : 아. 근데 저기 혹시요, 우리 혹시 만난 적 있어요? 한.. 십년 전에?
도깨비 : (보면)
은탁 : 아 멘트가 좀 그렇긴 한데 작업 거는 거 아니구요, 그냥 자꾸 이상한 기분이,
도깨비 : 나 맘에 들어요?
은탁 : 아뇨 진짜 작업 아니고, (사이) 네.
도깨비 : !
은탁 : 맘에 든다구요. 참고로 저 남자친구 없거든요. 이번 생엔 남자랑 연이 없나 봐요.
도깨비 : (보면)
은탁 : (보는)
도깨비 : (그저 보는)
은탁 : (왜 암말도 없어.. 민망해져서) 그렇다구요. 저는 이만. 산책 잘 하세요.
도깨비 : (그런 은탁 보내기 싫어서 잡고) (동시에) 저기.
은탁 : (그냥 가기는 싫고) (동시에 돌아서며) 저기.
도깨비 : 먼저 얘기해요.
은탁 : 역시 샌드위치로는 안 되는 거였어요. 혹시 배 안 고파요? 이른 저녁 어때요? 제가 살게요.
도깨비 : (픽) 나도 밥 먹자 그럴라고 한 거였어요. 소 맛있는 집 알아요.
S#11. 캐나다/ 레스토랑 화장실 (낮)
도깨비, 세면대 거울 앞에서 페이퍼 타월로 손 닦으며 빙긋 웃는다.
도깨비 : 내가 본 미래가 맞았구나.. 넌 기어이 대표님이란 자식을 만났구나. 웃음을 감출 수 없으니 퍽 난감하구나. (웃는데..)
자신이 봤던 미래 속 그 레스토랑에 그 시간 속에 닿은 도깨빈데...
은탁F : 생각이 짧았어요.
S#12. 써니 집/ 거실 (밤)
퇴근한 써니. 노트북 켜며 어깨에 핸드폰 끼고 은탁과 통화 중이다.
은탁F : 운동화 안 갖고 와서 발 아파 죽겠어요.
써니 : 발은 아파도 꼴은 예뻤겠네. 괜찮아. 담엔 꼭 운동화 챙겨야지 깨달았잖아.
은탁F 하하. (까르르 웃고)
S#13. 캐나다/ 레스토랑 (낮)
유니폼 입은 웨이터의 뒷모습 보이고, 나이 들어 있다.
어느 테이블에 물 리필해 주는데.. 앉아 있는 사람, 29살의 단발머리 은탁이다. 혼자 자리 잡고 앉아 통화하고 있다.
은탁 : 그니까요. 뭐 외국엘 와봤어야죠.
써니F : 그니까 하필 아홉수에 뭔 해외야. 나 스물아홉 땐 집 앞 슈퍼도 안 나갔어.
은탁 : 진짜요? (하며 고개 돌려 올려다보며 웨이터에게) 땡큐.
써니F : 어. 약속이 없어서.
은탁 : (풉) 저 그래도 외국 처음 온 사람 안 같게 엄청 잘 다녔어요. 조금 헤매고 밥도 안 굶고요. 소 한 덩이 크게 먹을게요.
(소곤) 저 어떤 남자랑 멋진 레스토랑 왔거든요.
써니F : 레스토랑이 멋지면 어떡해. 남자가 멋져야지. 졸려. 끊어.
은탁 : 하하. 네. 주무세요. (끊고, 일각 보더니, 누군가 향해) 대표님 여기요.
(누군가 향해 활짝 웃으면, 마주 앉는 듯 끝까지 시선 봐준다)
5부 엔딩에서 보이지 않던 대표님 얼굴 보이는데, 역시나 도깨비다!
Cut to.
은탁과 도깨비 마주 앉아 있다. 은탁은, 메뉴 넘기며 가격표 본다.
도깨비는 그런 은탁이 새삼 신기하다. 29세의 은탁이 그렇게 환했던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은탁 : (메뉴 넘기며) 여기도 혹시 첫사랑과 함께 오셨나요?
도깨비 : (끄덕하면)
은탁 : (끙) 디게 비싼 거 먹이셨네요.
도깨비 : (픽) 근데 아무 소용없더라고요. 다 까먹고.
은탁 : (!) 헤어진 다음에도 보신 거예요?
도깨비 : 네.
은탁 : 아... (다시 메뉴만)
도깨비 : (웃음 참고 보는데)
은탁 : (뜬금없이) 첫사랑이란 본디 추억 속에서 미화되고 보정돼서 다시 보면 별로라던데.
도깨비 : 안 그래요. 여전히 예뻐요.
은탁 : (말 끊으며, 큰 소리로 웨이터 부른다) 익스큐즈 미! (하고 도깨비 보며) 주문할라고요. 고르셨어요?
도깨비 : (메뉴 보며) 나는, (하는데)
은탁 : (더는 못 참고) 여전히 예쁜 거 말고 이제 막 예쁜 건 싫으세요?
도깨비 : ??
은탁 : (인상은 험악한데 하는 말은) 저 요새 이제 막 예쁜데. 물론 제 생각이구요.
도깨비 : (너무 귀여워 웃음 머금고) 우리 내일도 볼까요?
은탁 : (좋은 거 감추며) 저 내일 오후 비행기라.
도깨비 : 가기 전에요. 가서도.
은탁 : !... (끄덕, 하고 메뉴로 얼굴 가리고 행복하게 웃는데)
도깨비 : (그런 은탁 웃으며 보는데...)
S#14. 써니 집 (밤)
써니, 노트북으로 매장 CCTV 화면 보고 있다. 예전 화면이다.
화면에, 여러 날 찾아온 저승이 있고, 결국 알바생에게 편지 건네주는 저승이 있다.
써니 : (저승의 얼굴에 딱 멈춰 놓고, 보다가) 어쩐지 출근하고 싶더라.
S#15. 천우그룹/ 로비 (다음 날 낮)
덕화, 누군가 찾아 왔다는 소리에 로비 나오며 두리번거리는데, 저만치 써니 서 있다.
덕화 써니에게 다가가, “혹시,”하면, 써니, 돌아보는데 슬로우 걸린다.
덕화 : 아 깜짝이야. 저 찾아오셨다는 분이,
써니 : 네. 유덕화씨죠. 전 건물주. 9년 전에 그 건물 일층에 있던 닭집 기억하세요?
덕화 : 물론이죠. 월세를 자주 밀리셔서. 근데 무슨 일로.
써니 : (저승 캡쳐 보여주며) 이 사람 통해 편지 전해주셨죠. 이 사람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
덕화 : 이 사람이요? 제 연락처가 아니구요?
써니 : 저 좀 바쁘거든요?
S#16. 도깨비 집/ 거실 (낮)
저승, 빨래 넌 듯 빈 바구니 들고 테라스에서 거실 들어온다.
그때, 일각의 핸드폰 울리자, 손 뻗어 염력으로 휙- 당겨서 핸드폰 보다가, 바구니 툭 떨군다. 표정 굳는다..!
액정 보면, ‘선희아니곳서니’ 떠 있는 것이다!!!
믿을 수 없어, 오래오래 액정 들여다보는 저승인데...!!!
S#17. 캐나다 호텔 전경 (밤)
S#18. 캐나다/ 호텔 방 (밤)
거울 앞에서 가져온 옷 다 꺼내놓고 이거 입었다 저거 입었다 해보는 은탁. 그러다 하나 딱 맘에 든다.
기분 좋게 거울 보고서는, 일각의 관광책자 휙 당겨들고.
은탁 : (소파에 푹 눌러 앉아 휙휙 넘겨보며) 보자. 막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한 막 으슥한 곳이.. (하다, 문득 손 멈춘다.)
보면, 묘지 사진이다.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히는 은탁. 문득, “그쪽은.. 별 게 없어요.” 하던 도깨비 떠오른다.
그리고 순간 머릿속으로,
/김신의 오래 된 비석이 휙 지나간다.
/언덕에서 민들레 불었던 앳된 자신의 모습도 훅- 지나간다!
방금 뭐지? 혹시..! 뭔가 느낀 은탁, 그대로 외투 하나 들고 나가는데.
S#19. 캐나다/ 평원 (밤)
머릿속에 있던 그 비석 그대로 있다. 10년 전보단 낡았지만 김신인 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그때 비석에 길게 그림자 생기고, 돌아보면, 도깨비 서 있다.
은탁 : ...! (보다가) 이 사람.. 대표님이에요?
도깨비 : (대답 못하고 보면)
은탁 : 대표님 혹시, 귀신이에요?
도깨비 : ?!
은탁 : (비석 가리키며) 이때 죽은 거고? 그래서 내 눈에 계속 보였던 거고?
도깨비 : (...!) 아직도 죽은 자들을 보는 거야?
은탁 : (?!) 아직도..? 나 귀신 보던 거 어떻게 알아요? (이미 “보는 거”로 찍었지만 낙인이 없어진 관계로 더빙 요함.)
도깨비 : !!! (보면)
은탁 : 당신 뭐야. 진짜 귀신이야? 내가 귀신 봤던 거 어떻게 아냐고.
도깨비 : ...
은탁 : 혹시 이름이, 김신이에요?
도깨비 : !!
은탁 : 십년 전에 나랑 여기 왔었고? 맞아요?
도깨비 : !!!
은탁 : 근데 난 왜 기억이 하나도 안 나요? 대답 좀 해봐요 첫사랑 얘기할 땐 따박따박 잘만 대답하더니.(삭제)
도깨비 : ...
은탁 : 누구냐고 당신!! 나는 왜 당신을 잊지 말라고 써놓은 건데. 내가 왜 당신 신부라고 써 놓은 거냐구요. 당신 김신이죠. 맞죠!
도깨비 : (아프게) ..아니야.
은탁 : !!!
도깨비 : 늦었어. 호텔로 돌아가.
도깨비, 잡을 틈도 없이 돌아서 저벅저벅 멀리 걸어가 버리고,
은탁 잠깐만요! 하면서 쫓아가 보지만, 도깨비 이미 저만치 앞에서 휙 사라지고 없다.
황망해 그저 서 있는 은탁인데...
S#20. 카페 (낮)
저승, 카페 안에서 누군가 기다리고 있다. 초조한 모습 역력하다.
그때, 저만치 문으로 들어오는 누군가. 써니다.
써니, 천천히 걸어온다. 그 순간이 영원 같다.
그렇게 저승과 써니는, 9년 만에 처음으로 만났는데..
저승 : (울지 않으려 안간힘 쓰며 보는데)
써니 : (저승 앞에 와 앉더니) 왜 안 놀라요?
저승 : (!!!) 네?
써니 : 나 다짜고짜 여기 앉았는데 왜 안 놀라냐구요. 나 누군지 알아요? 꼭 아는 눈빛인데?
저승 : 아.. (당황) 아니요. 처음 뵙는... 그냥 앉으시길래..
써니 : 저희 가게 오셨었죠. 지피디 편지 가지고.
저승 : 네.
써니 : 길에서 울었구요.
저승 : !!!..
써니 : 날도 추운데 다 큰 남자가 울면서 걷길래 기억에 남았어요.
혹시 나 보고 운 건가? 놀라는 사람은 많아도 우는 사람은 잘 없는데.
저승 : 어떤 여인과 닮아서.
써니 : 그렇게 흔한 얼굴 아닌데 나. 암튼 통성명이나 하죠. 성함이.
저승 : (보다가) 왕여.
써니 : 무슨 왕 이름 같네요? 저는 써니예요. 에쓰유엔엔와이.
저승 : ... (기억.. 못하는구나 싶은데)
써니 : 보고 싶었어요.
저승 : !!!
써니 : 씨씨티비 봤거든요. 너무 잘생기셔서 실물은 어떻게 생겼나 엄청 궁금했거든요. 근데 화면이 낫네요.
저승 : (픽, 웃으면)
써니 : 편지 전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덕분에 우리 지피디 해외도 가보고. 실물 뵀으니 그만 가볼게요. 장사해야 해서.
날 추운데 울면서 걷지 말아요. 얼굴 얼어. (일어나는데)
저승 : !.... (슬프고) 만나서, 반가웠어요.
써니 : (묘하게 보더니, 방긋) 네. (나가는)
저승 : (그제야 참았던 눈물 툭... 눈물 속으로 멀어지는 써니의 뒷모습 하염없이 보는데..)
S#21. 거리 (낮)
또각 또각 앞만 보며 걷는 써니. 그러더니 어느 순간,
써니 : (슬픈 눈빛 되더니) 나도... 반가웠어요. 김우빈씨.
써니,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슬픈 눈빛으로 무언가 떠올린다.
“우르릉 꽝!”하는 천둥소리 선행 되면서,
S#22. (과거회상) 9년 전, 치킨 집 (밤)
창밖으로 번개 치며 비 엄청 내리고 있다. 도깨비가 무로 돌아간 그날 밤이다.
써니, 창밖 보며 전화 건다.
써니 : 뭔 비가 이렇게. 알바생은 왜 안 오고..
F : 고객님의 전원이 꺼져 있어..
써니 : 무슨 일이야 대체.
S#23. (과거회상) 9년 전, 건물 옥상 (밤)
도깨비도, 은탁도, 저승도 없는 옥상에, 비만 쏟아지고 있고...
S#24. (과거회상) 9년 전, 치킨 집 일각 골목 (밤)
써니, 쓰레기 내놓으려 나오는데, 일각에 장풍소년, 비 맞으며 덜덜 떨며 쪼그려 앉아 있다.
써니 : 깜짝이야. 얘. 왜 그러고 있어.
소년 : 할머니가.. 안 들어오셔갖구요..
써니 : 그럼 너라도 들어가야지. 너 은탁이 친구지. 일단 들어와. 은탁이 누난 없어. 알바를 쨌어 오늘.
소년E : 잘 먹었습니다.
S#25. (과거회상) 9년 전, 치킨 집 (밤)
소년, 담요 덮고 있고, 다 먹은 그릇 일각에 보인다.
써니, 핫 초코 한잔이랑 뻥튀기 그릇 가져와 아이 앞에 앉는다.
써니 : 뜨거워. 후- 해서 마셔. 할머니는 언제 오시니?
소년 : 이따 밤에요. 돈 벌어서요. (후 불어 마시는데)
써니 : (뻥튀기 먹으며) 니 팔자도 참 춥다.
소년 : 저보다 추운 사람 많댔어요 할머니가.
써니 : 착하네. 하여간에 신이란 작자가 문제야. 고루 좀 나눠 줄 것이지. 추운 사람만 완전 춥게. 그지? 싹퉁머리가 없어 하여튼.
소년 : (걱정) 그런 말 하면 벌 받는데.
써니 : (웃으며) 괜찮아. 아줌마는 도깨비 내외에, 저승사자에, 별별 거 다 겪어서 욕 좀 해도 돼.
전생도 기억나게 했다가 지울라고 했다가 도대체 몇 사람이 그 작자한테 당하는 건지 몰라.
소년 : (눈빛 묘해지더니) 망각은 신의 배려 아닐까요? 괴롭지 말라고.
하는데, 화면 넓어지면, 소년의 어깨위에 흰 나비 팔랑 팔랑!!
써니 : 지가 뭔데. 누구 맘대로. 저거 보여? (가리키면 “물은 셀프” 종이다) 내 가게에선 신도 물은 셀프야. 내 인생도 셀프고.
내 기억이고, 내 인생인데, 물어보지도 않고 왜 지 맘대로 배려야. 내 인생 내가 알아서 할라니까
그 작자가 제발 좀 꺼져줬으면 한다 이 아줌만.
소년 : (삐져서) 네. 잘 알겠어요.
써니 : (픽 웃고) 넌 뭔데. 니가 왜 알겠어.
소년 흥! 하는 얼굴이고, 소년 어깨 위 나비, 부들부들 날갯짓하고 있고...
S#26. (과거회상) 5년 전, 옥탑 (낮)
써니, 출근하러 나왔는데 인부들 단출한 짐들 갖고 왔다 갔다 하는 등 복작복작하다. 옥탑방 이사 나가는 날이다.
그때 목장갑 끼고 계단 올라오는 민재와 마주치고.
써니 : 이사 가요?
민재 : 네. 돈 열심히 모았거든요. 그래도 치킨은 거기서 먹을게요. (꾸벅하고 올라가면)
써니 : (그 뒤에 대고) 오세요 할인해 줄게요. 고된 일 하시니까.
계단 내려가는데, 대문 앞에 있는 낯익은 얼굴에 우뚝 굳는다.
대학 졸업한 24살의 은탁이다. 가구들 옮기는 거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써니 : !!..
은탁 : (인부에게) 그 상자는 제가 따로 옮길게요. (하고 써니 발견했다)
써니 : (기억하려나? 긴장해서 보는데..)
은탁 : ?.. (써니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안녕하세요. 오늘 이사 왔어요. 옥탑이요. 잘 부탁드립니다.
써니 : 아.. (얼른 표정 지우고) 그럼 오늘부터 우리 1일이네요. (웃는)
은탁 : (그런 써니 보며) ?...
S#27. (과거회상) 치킨 집 (낮) (14부 30씬에 이어)
테이블 정리하고 돌아서던 써니, 저만치 창밖의 도깨비 발견하고 눈이 마주친다.
도깨비와 써니, 그렇게 9년 만에 서로를 바라보는데...
그때, “여기요” 손님이 부르자, “네 잠시만요” 하고 돌아봤다 다시 도깨비 보면, 도깨비 온데간데없다...
써니, 손에 힘 풀리더니 들고 있던 접시 툭 떨어뜨리고.
알바생 : (달려오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손님들에게 사과하고 써니 보면, ?!) 사장님?
(E) 괜찮으세요? 쓰레받기 가져올게요. (가고)
써니 : (도깨비 사라진 자리 보며) 오라버니..? 하..! (웃으며 눈물 핑 도는데)
S#28. (과거회상) 거리 (낮) (14부 55-1씬에 이어)
사람들 사이에 섞여 안 보일 때까지 써니 보며 눈물 떨구는 저승이고..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또각또각 걸어가던 써니, 저승의 시야에서 안 보일 골목으로 들어와
가슴께 아프게 부여잡고 숨도 못 쉬고 오열한다. 부자연스러운 숨 간헐적으로 터지고, 눈물은 떨어지고..
9년을 매일, 항상, 너무 보고 싶었던 얼굴이었다. 그 사람 또한 그랬구나.. 저 사람도 기억하고 있구나...
그래서 우린 이렇게 모르는 척 스쳐야 하는구나..
지나가던 사람들, 그런 써니 흘긋거리고.
모두 바삐 움직이는 거리에, 오로지 써니만이 우두커니 멈춰 울고 있는데..
그렇게 써니는 신의 배려(??)로 모든 걸 기억하고 있었는데..
S#29. (과거회상) 도깨비 집/ 저승 방 (낮)
써니 마주치고 돌아온 저승, 방 구석에서 둘둘 말린 김선의 족자 끌어안고 앉아서 오열하고 있다.
책상 위엔 옥반지 고이 놓여 있고.
9년 만에 본 써니의 얼굴 잊히지 않아, 울음은 점점 깊어지는데...
써니NA : 나의 망각이 나의 평안이라고 생각할 당신에게.
S#30. 다시, 현재. 써니 집/ 써니 방 (낮)
노트북으로 청취자게시판에 글 쓰고 있는 써니 위로..
써니NA : 눈 마주친 순간 알았죠. 당신도 모든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는 걸.
때문에 이 생에서 우린, 각자의 해피엔딩 속에서 이 비극을 모른 척 해야 한다는 걸.
부디 다음 생에서 우린, 기다림은 짧고 만남은 긴 인연으로... 핑계 없이도 만날 수 있는 얼굴로...
이 세상 단 하나 뿐인 간절한 이름으로... 우연히 마주치면 달려가 인사하는 사이로... 언제나 정답인 사랑으로...
그렇게 만나지길 빌어요. 얼굴 봤으니 됐어요. 어쩌면 김우빈, 어쩌면 왕여인 당신... 부디, 오래오래 잘 가요...
영원히 부치지 못할 편지 써보는데.. 흐흑, 울음 터져 울음 깊어지는 써니고...
S#31. 도깨비 집/ 거실 (낮)
거실 서성이는 덕화. 생각 골똘하다.
덕화 : 그 닭집 사장은 왜 끝방삼촌 번호를 물었지? 그 편지에 써 있던 지은탁은 또 누구지? 왜 나만 모르는 것 같지?
물론 재벌이라 함은 응당 기억상실 정도는 겪어줘야, 아 근데, 그 사이에서 내가 뭔가 되게 중요한 사람이었을 거 같은데?
(갸웃 하며 계속 생각해 보는데...)
S#32. 캐나다/ 메이플 로드 (밤)
혼자 터덜터덜 메이플 로드 걷는 은탁. 대체 뭐지.. 왜 이렇게 슬프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지..
붉게 물든 단풍잎들이 하늘하늘 떨어지고 있다.
은탁, 가로등 조명 받아 예쁘게 빛나며 떨어지는 단풍잎들 올려다본다. 멍하니 손 내밀어 떨어지는 단풍잎 잡아 보려하는데.
(이하 시간 멈춘 상황 omit)
S#33. 캐나다/ 레스토랑 (밤)
맥주 한잔 놓고 홀로 앉은 도깨비. 마음이 아픈데...
도깨비NA : 생각이 짧았다. ...잊었으면, 잊어도 되는 사람이다. 그저 많이, 보고 싶었다..
S#34. 캐나다/ 분수대 있는 거리 (밤)
단풍잎 든 채 분수대 일각에 물끄러미 앉아 있는 은탁.
기억에 발목이 붙잡힌 것만 같은데.. 아무리 기억을 헤집어 봐도 누군가 그 부분만 잘라버린양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데..
결국 떠오르는 게 없는지 무연히 일어나 분수대 등지고 걸어 나간다. 한 걸음, 두 걸음..
그 순간, 무언가 이상한 느낌에 멈추고. 뭐지..?
그때, 분수대 물방울 부서지는 소리에 섞여 “거의 천년이야. 난 뭐 천년이나 슬퍼?” 뜨문뜨문 들린다.
확 돌아보면, 어.. 잠깐만.. 여기..! 그때..! 아저씨랑..!
(4부 47씬의 도깨비와 대화하듯)
/도깨비 : (회상) 천년만년 가는 슬픔이 어딨겠어. 천년만년 가는 사랑이 어딨고.
은탁 : !!! (가만히) ..난 있다에 한 표.
/도깨비 : (회상) 어디에 한 푠데. 슬픔이야, 사랑이야.
은탁 : !!!... (떠오른다.. 눈물 핑 돌아..) ...슬픈 사랑..!!
/도깨비 : (회상) !!!...
/은탁 : (회상) 못 믿겠음 내기 할래요?
/도깨비 : (아놔) 내기 얘긴 또 어디서, 너 자료조사 어디까지 했어. 더 아는 거 뭐야.
은탁 : !!!! (그대로 울며 뒤돌아 달려가며) 오랫동안 혼자 지내다보니 외로움을 잘 타고.. 흐흑.. 변덕이 심하고, 괴팍하고..
(눈물 훅 터지고) 으아아악!
심장이 찢어지는 울음.. 달려가는 은탁 위로, 그간의 인상적인 기억들 화르륵 들어온다.
>>인서트 플래시 백
/(14부) 첫눈 내리던 날, 29살의 은탁과 재회한 도깨비.. 와락 안고 눈물 떨구는 도깨비..
/(13부) 사라지며 “비로 올게... 첫눈으로 올게... 그것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께 빌어 볼게.”
/(13부) 여행 가서 즐거운 시간 보내는 도깨비와 은탁
/(10부) 시간 멈춘 포장마차 안에서 예쁘게 키스하는 도깨비와 은탁..
/(8부) 주방에 누워있는 도깨비.. 곁에 모로 누워 도깨비 바라보는 은탁..
/(7부) 검 움직이는 통증에 밀쳐낸 은탁이 붕- 날아갈 때, 뒤에서 확 나타나 백허그 하던 도깨비..
/(6부) 눈 내리는 메밀꽃밭에서 사고처럼 했던 첫 뽀뽀..
내가 이 사람을 잊다니.. 10년을 잊고 살았다니.. 당신을 몰라봤다니..!
눈물은 차올라 떨어지고, 숨은 가쁘고, 무릎 훅 꺾여 꺽꺽 눈물 떨구다 이내 또 뛰다시피 걷고, 무언가 찾아 하염없는데..
>>인서트 플래시 백
/(4부) 술 취한 도깨비의 취중진담. “나 몇 번째 신부예요?” “처음이자 마지막.”
/(1부) 은탁 생일에 첫 소환돼 메밀꽃다발 주는 도깨비. “근데 메밀꽃은 꽃말이 뭘까요?” “연인.”
흐흑 울며 두리번거리다, 저만치 전구 환하게 밝힌 크리스마스트리 발견했다!
은탁 : (죽어라 달려가며) 보고 싶었다구요!!!
비명 같은 울음 외치며, 반짝이는 성당(혹은 상점)의 크리스마스트리 향해 후~ 불면
영업 끝난 듯 안쪽부터 탁, 탁, 꺼지던 전구, 드디어 크리스마스트리의 불도 탁 꺼지고,
은탁, 제발.. 제발 나타나줘요.. 벅찬 숨과 울음 삼키며 미친 듯이 주위 둘러보는데
그런 은탁 확 돌려세우는 누군가의 손!
은탁 : !!!!!!
그대로 놀란 은탁의 입술에 닿는 따뜻한 입술!! 도깨비다!!!
그런 둘의 키스에서,
S#35. 캐나다/ 호텔 방 (밤)
긴 소파에 가까이 마주 앉은 도깨비와 은탁.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 나누고 있다.
은탁, 대화 나누면서도 믿기지 않는 듯 도깨비 실체 확인하듯 여기저기 만지고.
은탁 : 생각해보니까 너무 신기하다. 비로 온댔잖아요. 눈으로 온댔잖아요. 진짜 눈으로 왔네. 첫눈 오는 날.
도깨비 : (보다) 을은 매년 첫눈 오는 날에 갑의 소환에 응한다. 갑이 기다릴 것이기 때문이다.
은탁 : 진짜 그 서약서 때문이었을까요?
도깨빙 : (끄덕하면)
은탁 : 하.. (새삼 눈물 핑) 내가 그렇게 가지 말랬는데. 어떻게 갈 수가 있어. 그게 암만 최선이었어도 어떻게 내 손으로.
도깨비 : 미안해.
은탁 : (고개 젓고) 약속 지켰으니까. (손 뻗어 도깨비 얼굴 만지고) 무로 돌아간다는 건 뭐였어요?
도깨비 : 너를 못 보는 거.
은탁 : ...이유도 모르게, 비만 오면 미친년 같았어요. 아프고, 울고, 혼자 중얼거리고, 약 먹어도 안 듣고.
받은 사랑에 대한 예의로 씩씩하게 잘 살았어야 했는데, 미안해요.
도깨비 : (고개 젓고) 이제부터 계속 행복하게 해줄게.
은탁 : (크게 끄덕)
도깨비 : 자각이 없는 것 같아 하는 말인데 왜 자꾸 만지는 것인지. 몹시 곤란하군.
은탁 : 확인하려고. 얼떨떨해서. 꿈 아닌가 해서.
도깨비 : 꿈 아니야.
은탁 : 이런 꿈 너무 많이 꿔봐서. (흑, 눈물 터지고)
도깨비 : ! (역시 눈가 붉어져서 너무 마음 아파서 은탁 안고 토닥인다. 그러다 몸 떼고 눈 마주치며) 꿈 아니야.
은탁 : (끄덕하고) 계속 안 믿어져서. 너무 놀라서. 아직도 심장이 뛰어서.
도깨비 : (그런 은탁 짠하게 보다가 기분 전환해주려) 더 놀라운 거 해줄까?
은탁 : ??
염력으로 냉장고 문 여는 도깨비!
도깨비 : 저기서부터 저기까지 다 사줄 수도 있어. 일시불로.
은탁 : 오~ (까르르 웃고, 냉장고로 달려가며) 그럼 술! 아저씨두요?
도깨비 : (끄덕하면)
은탁 : (맥주 두 병 가지고 오며) 근데 호칭을요. 이제 아저씬 좀 그렇지 않나?
오빠는 좀 그렇고, 하긴 10년 뒤엔 우리 동갑인데. 그냥 지금부터 야 너 하는 건 어때요?
도깨비 : 아니야.
은탁 : (또 까르르 웃고) 아 맞다. ..사장님은요. 만났어요?
도깨비 : 그저. 멀찍이서. 나 혼자만.
은탁 : (짠하고..) 사장님 돈 많이 벌어서 건물주도 되셨어요. 부신 오라버니가 왔다간 덕인가. 암튼 잘 지내세요.
도깨비 : (끄덕..)
은탁 : ..저승아저씨는요? 만났어요?
도깨비 : 여전히 내 집에서 살고 있지. 잘 지내는진.. 모르겠고.
이젠 진짜 우정이 생겨버려서. 사실 그런 지는 너무 오래 됐지. (맥주 홀짝)
은탁 : (끄덕..) 두 분의 운명도 참.. (맥주 홀짝 마시는데)
도깨비 : (그런 은탁 물끄러미)
은탁 : (그런 도깨비 물끄러미, 그러다 또 손 꼭 잡고)
도깨비 : 나도.
은탁 : ?
도깨비 : 보고 싶었다고. 아주 많이.
은탁 : ..사랑해요.. 아주 많이.
도깨비 : (비로소 행복하게 웃는데)
그렇게 수다 떨며 밤 하얗게 새는 두 사람인데.
Cut to. (아침)
날 밝았고.. 은탁, 떠날 준비 마쳤다.
도깨비 : 또 가네. 치.
은탁 : (그런 도깨비 귀여워 머리 헝클) 나도 김신씨랑 더 있다 가고 싶은데.. 휴가도 며칠 안 냈고
저는 인간인지라 여기서 택시 타고 공항 가서 출입국 기록 남겨야 하거든요. 안 그럼 쇠고랑 차요.
도깨비 : 면회 갈게.
은탁 : 이 냥반이. 아님 같이 비행기 타고 갈래요?
도깨비 : 와 신선하다.
은탁 : 싫어요? 나와 함껜데?
도깨비 : 그러고 싶은데 여권이 없어. 급히 오느라 경황이 없어서.
은탁 : (픽) 대략 17시간 후에 한국에서 만나요. 아 언제 가.. (고개 푹)
도깨비 : (그런 은탁 머리 쓰담쓰담) 가자. 늦겠다.
은탁 : (고개 확 들더니, 도깨비 입술에 쪽!) 일분만 더.
도깨비 : (미소) 한번만 더. (은탁 입술에 가볍게 쪽!)
그렇게 마주보며, 행복한 두 사람이고..
S#36. 인서트
하늘을 나는 비행기.
S#37. 인천공항 (다음 날 낮)
은탁, 캐리어 끌며 출국 게이트 나오는데, 저만치 도깨비 딱 서 있다.
그대로 달려가 확 안기는 은탁. 따뜻하게 안아주는 도깨비고.
S#38. 인천공항 일각 (낮)
한 손엔 은탁의 손을 잡고, 한 손으론 은탁의 캐리어 끌며 가는 도깨비.
은탁 : 많이 기다렸어요?
도깨비 : 열 일곱시간. 죽는 줄 알았어. 게이트 문 열리고 너 딱 보이는데, 와.
은탁 : 하하. 천사가 따로 없죠?
도깨비 : 천사는 따로 있지.
은탁 : (빡!) 손 놔 봐요. 놔 보시라고.
도깨비 : 절대 안 돼.
하며, 일각 문 열고 들어가면,
S#39. 캐나다/ 호텔 방 (밤)
캐나다 호텔 방 문 열리고, 도깨비와 은탁 들어온다. 다시 온 것이다.
은탁 : (!!) 어? 어어?
도깨비 : 남친이 도깨빈 거 잊었어?
은탁 : (기막혀) 와 이건 반칙이죠! 나 지금 너무 신나는데?
아저씨 문 뒤엔 항상 멋진 곳이 있다는 걸 깜빡했네요 내가? (신나서 돌아보면)
그런 은탁 볼 감싸 키스하는 도깨비. 잠시 떼고 눈 마주치는 두 사람.. 이내 열정적으로 키스..!
은탁도 도깨비 목에 팔 두르고.. 외투도 안 벗고 침대로 향하는 두 사람.
지난한 비극적인 운명을 지나와, 이제야 제대로 된 사랑을 시작하는데..
S#40. 치킨 집 (다른 날 낮)
딸랑- 은탁, 조금 떨리는 얼굴로 면세점 쇼핑백 들고 들어서는데.
알바생 : (테이블 정리하다) 어서오세요~ 어 피디님.
은탁 : 사장님은요?
알바생 : 전화 해보시지. 오늘 안 나오셨거든요.
은탁 : 돈 벌만큼 버셨나보네. 알겠어요. 고생해요. (가는)
S#41. 옥탑/ 써니 집 앞 (밤)
불 다 꺼진 써니 집 앞.
쇼핑백 든 은탁, 통화중이다. 신호음만 가고 곧 자동응답으로 넘어간다.
은탁 : 어디 가신 거야. 바쁘신가..? (잠시 닫힌 집 문 보다가, 올라가는데)
S#42. 저승의 찻집 (밤)
차 준비하는 저승. 찻잔 두 개다.
테이블엔 쪽진 머리에 단아하게 차려 입은 소녀(17세). 홀로 앉아 있다.
소녀, 뭔가 설레는 표정에 계속 머리, 손등 매만지고 있고..
저승, 그 앞에 찻잔 내려놓는다. 소녀, 북한 말씨 쓴다.
소녀 : (단장하던 손 감추고) 좀 떨려서. 나이 먹고 주책입니다.
저승 : 먼 길이라. 곧 오실 겁니다.
소녀 : 70년 세월도 지금보다 더디 가딘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때 딸랑- 찻집 종소리 울리고, 소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난다.
모자 벗으며 걸어오는 군복 차림의 소년병(17세) 역시, 그런 소녀 뭉클하게 보는데..
소년병 : 내래... 많이 늦었다.
소녀 : (눈물 핑 돌아, 끄덕하면)
소년병 : 우리 몇 년 만에 만났니.
소녀 : 73년.. 혼인하고 처음 맞는 생일이었는데. 훈련만 마치면 온다더니. 금방 갔다 온다더니.
소년병 : (눈물 고여) 휴전선이 그어졌디 않니.. 금방 걷힐 줄 알았는데.. (뭔가 내미는데, 오래된 삔이다) 이리 오래 걸렸구나야..
소녀 : 이제 늙어 꽂지도 못합네다..
소년병 : (꽂아주고) 여전히 ..곱다.
소녀 : (눈물 쏟아지고) 당신 기다리다가 다 상했는데 뭣이 고와요. 이리 오래 기다리게 할 거면 금방 온다 말이나 말지.
저승 : (등 돌린 채 듣고 있다가, 내주려던 차 두 잔-김 나는-일각에 놓고) 앉아서 말씀 나누세요.
차가 식어서 다시 데워야 할 것 같습니다. 날이 추우니까요.
소녀 : 고맙습네다.
소년병E : 이렇게라도 얼굴 보고 가니.. 여한 없다.
소녀E : 그래 어디 묻혔어요. 따뜻한 데 묻혔어요?
소년병E : 북에 묻혔지. 봄엔 그 산에 진달래가 지천이다.
저승, 그저 조용히, 눈부신 햇살 들이치는 창밖 내다보며 서 있어주고...
저승의 앞엔 김나는 찻잔 두 개 놓여있고...
S#43. 도깨비 집/ 거실 (밤)
근무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저승인데.
도깨비 : (주방에서 나오며) 늦었네?
저승 : 예상치 못한 망자가 와서.
도깨비 : 넌 예상치 못한 손님도 왔어.
저승 : ? (해서 보면)
은탁 : (주방에서 뿅 나오며) 저승아저씨! 아, 이제 저승씬가?
저승 : (!) 기타누락자? 정말 예상치 못한 전개군.
도깨비 : 기억을 다 해냈어. 날 알아봐 줬어.
저승 : (끄덕)
은탁 : 히, 기타누락자 그 말 진짜 간만에 듣는다. 얘기 다 들었어요. 어떻게 다 알면서 한번을 안 찾아와요?
저승 : 인간이 저승사자를 만나 좋을 일이 뭐 있다고. 오랜만이야. 기타누락자. 라디오 잘 듣고 있어.
은탁 : 오랜만이라기엔 너무 심하게 오랜만인데요. 제가 벌써 스물아홉이라구요.
저승 : ..스물아홉. ..그렇군. (눈빛 깊은데)
도깨비E : 밥 먹자. 손만 씻고 나와.
S#44. 도깨비 집/ 저승 방 (밤)
무거운 얼굴로 방 들어서는 저승. 10년 전 어느 날 떠올린다.
>>인서트 플래시 백
저승 : 내가 비밀 하나 알려줄까?
은탁 : 네.
저승NA : 넌 스물아홉 살에도 저승사자와 만나질 거야. 내가 아니더라도. 그게 기타누락자의 운명이야.
이승엔 질서가 필요하고 아홉은 신의 수이자 완전수인 열(10)에 가장 가까운 미완의 숫자니까. 이 또한 잘해봐.
/다시, 현재.
저승 : 결국 넌, 스물아홉에도 나를 만났구나. 저승사자를.
결국 기타누락자의 운명은 변하지 않았고, 은탁이 만날 저승사자는 자기였음을 깨닫는 저승인데..
S#45. 정신과 (다른 날 낮)
은탁, 다니는 정신과 찾아왔다.
상담의 : 지은탁씨? 아직 한 달 안 되지 않았어요? 혹시 증세가,
은탁 : 아뇨. 인사 드리려구요. 그간 감사했다구요.
상담의 : ??
은탁 : 감사했습니다. 저, 살아있게 해주셔서. 안 그랬으면 저 진짜 불행할 뻔 했거든요. 행복해지는 방법이 이제야 기억나서요.
상담의 : (웃으며) 잘 됐네요. 근데, 그 방법이 뭔데요?
S#46. 방송국/ 라디오국/ 사무실 (밤)
후- 하고 촛불 끄는 은탁의 입술.
일각에 확 소환 된 도깨비. 앞치마 두르고 주걱으로 허공에 막 볶는 시늉하다, 빡!
은탁 : 오, 고기 냄새. 식성 안 바뀐 거 봐.
도깨비 : 불에 프라이팬 올려놓고 왔잖아! (가려다) 밥 먹었어? 안 먹었음 같이 먹고.
S#47. 방송국/ 라디오국/ 비상계단 (다른 날 낮)
성냥 후- 끄고 보면, 완벽한 패션으로 <대장부의 삶> 들고 서 있는 도깨비 나타나고.
은탁 : 오, 9년 전에 들고 있던 책 또 들고 있는 거 봐. 도대체 그 책 언제 다 읽는 거예요?
도깨비 : 무릇 대장부란 같은 책을 백번 읽고 백번 쓰며..
은탁 : 오.. 거짓말 하는 거 봐. 귀여워.
S#48. 옥탑/ 은탁 집/ 은탁 방 (다른 날 밤)
후- 촛불 불면, 도깨비 허리에 수건 두른 채다. 빡!!
은탁 : (앗! 손으로 눈을 가리지만, 손가락 사이로 빤히)
도깨비 : 뭘 봐. (하면서도 근육 힘주면)
은탁 : 보게 되네요.
도깨비 : 그만 봐. (자세 바꾸며 근육 힘주면)
은탁 : 보게 하네요.
S#49. 카페 (다른 날 밤)
은탁, 구석진 자리에 앉아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촛불 훅 불어 끄는데.
도깨비 어디서 나타날까 싶어 두리번거리는 은탁.
은탁, 반대쪽으로 고개 돌리는 순간 확- 도깨비 입술 들어온다. 그대로 입 맞추는 도깨비와 은탁이고!
은탁 : !!!
도깨비 : (떨어지고) 그 놈의 입. 그만 좀 해.
은탁 : (베시시)
S#50. 옥탑/ 은탁 집/ 은탁 방 (다음 날 새벽)
식은 땀 흘리며 “아..!” 얕은 비명 지르며 일어나는 은탁. 나쁜 꿈 꾼 듯, 덜덜 떨며 책상 위 라이터 집어 들어 후 불고 눈 꼭 감고,
은탁 : (울먹거리며 간절히) 하나. 둘. 셋. 넷. 다섯. (빠르게 세는데)
도깨비 : 무슨 일이야. (잠옷 위에 나이트가운 차림이다)
은탁 : (확 껴안고) 너무 무서웠어요. 이게 다 꿈일까봐.. 아직도 꿈 속일까봐..
도깨비 : (그런 은탁 마음 아파 토닥여주고) 꿈 아니야. 놀랐잖아. 이 새벽에.
은탁 : 다음부터는 셋만에 나타나요. 알았죠.. 어디 가지 말고.. 알았죠..
도깨비 : (은탁 침대에 눕히고 옆에서 머리 쓰다듬으며) 그래. 어디 안 갈게..
은탁 : 갔으면서..
도깨비 : 미안해..
그렇게 도깨비 품에서 다시 잠드는 은탁이고.
도깨비, 일어나 나가려는데 뭔가 리모컨 눌려서 침대 움직인다.
은탁, 움직임에 다시 뒤척거리려고 하자 도깨비, 다시 옆에 누워 토닥거려주고.. 다시 안정적으로 색색 숨소리 내는 은탁인데..
도깨비, 그 순간 무언가 떠올린다.
/저승 : 어찌 된 일인지 써니씨 집 옥탑으로 이사를 가서 둘이 이웃 주민으로 잘 지내더라고.
도깨비 : (아래층이 누이의 집이구나... 싶고...)
S#51. 옥탑/ 은탁 집 앞 (아침)
은탁 집에서 나와 내려오던 도깨비. 그러다 써니 집 앞에 걸음 멎는다. 불 꺼져 있다.
잘 지내고 있는 것이냐.. 불 꺼진 써니 집 물끄러미 보는데.
써니E : 거기 오라버니.
도깨비 : ! (돌아보면)
써니 : (운동복 차림으로 올라오며) 왜 지피디 집에서 나와서 내 집을 뚫어져라 보고 있죠?
(노골적으로 훑더니 알아보고) 혹시 그 레스토랑? (도깨비 바로 앞까지 오면)
도깨비 : (?) 레스토랑? (하는데, ?!! 써니의 근 미래 보인다!)
>>인서트 플래시 포워드
밝은 햇살 비추는 어느 카페. 예쁘게 차려입은 왕여와 김선. 평범하게 행복한 연인의 한 때 보내는 두 사람이다.
마주 보며 활짝 웃고, 왕여 옆에 머리 기대고 앉아 책(대본) 넘기며 읽기도 하고,
왕여의 무뚝뚝한 얼굴 양쪽으로 쭉 늘려보기도 하고, 그러다 쪽! 입도 맞추고..
사람들, 그런 왕여와 김선 흘끔흘끔 신기한 듯 부러운 듯 쳐다보고..
근 미래의 모습 같지만, 사실 도깨비는 써니의 저 먼 생을 앞서 본 것이다!
/다시, 현재.
도깨비 : (!...) 그렇게 되는구나.. 결국 너는.. 그 길을 가는구나. 웃고 있으니, 그럼 되었다. (마음의 짐을 던 듯 표정 편해지고)
써니 : (인상 쓴 채) 누가 웃어요. 나 지금 웃어요?
도깨비 : (피식 웃고) 어찌 이리 성품이 꾸준히. 지금이 아니어도, 결국 웃으니 되었단 뜻이다. (가는데)
써니 : 그 꼴로 어딜 가요. 대문을 왜 나가. 이봐요!
도깨비 모습 보이지 않고... 써니 그대로 한참을 서 있다가...
써니 : 우리 알바생 행복하게 해주세요 오라버니. 이 못난 누이도.. 행복해질게요. (쓸쓸히 웃는데)
S#52. 도깨비 집/ 주방 (아침)
저승, 식사 준비하고 있다. 흰 셔츠 소매 걷어붙여서 손목시계 드러나 있고.
덕화, 잠 덜 깨서 그런 저승 돕고 있다. 현관 문소리 멀리 들려오고.
저승 : 아침부터 어디 갔다 오는 거야. (하고) 메스. (손 내밀면)
덕화 : (빵칼 주고. 시선 시계만 따라가며) 끝방삼촌. 그 시계 뭐예요? 탐난다.
저승 : 일 할 땐 좋은 시계를 차. 우리 일이 시간이 정확해야 하거든. (훗..) 저승사자는 시크한 블랙이지. (손목 흔들어 보이면)
덕화 : (저승 빤히)
도깨비, 잠옷에 나이트가운 차림으로 오며,
도깨비 : 저봐 저. 어? 예나 지금이나 부주의한 저승사자. 니가 뭐라고 떠드는진 알고 떠드냐? 너 방금 덕화한테 딱 들켰어!
저승 : (헉! 덕화 보면)
덕화 : (도깨비 빤히) 삼촌이 더 먼저 들켰는데요 나한테. 그때 우리 집 왔을 때 몸에서 푸른 불이 막.. 난 자연발환 줄.
저승 : 으이구 칠칠치 못한 도깨비. 덕화야, 믿기 힘든 얘기겠지만.. 이제는 너도 알아야,
덕화 : 뭐요, 삼촌은 도깨비고 끝방삼촌은 저승사잔 거요?
도깨비 : 너 어떻게 알았어!
저승 : 방금 우리가 말했잖아..
도깨비 : 아, 그치.. (하고, 덕화에게) 근데 넌 왜 놀라지도 않는지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덕화 : 저 여섯 살 때부터 할아버지가 하도 말씀하셔서요. 삼촌이 한 분 계신데 도깨비라고.
유씨가문은 대대로 도깨비를 모셔온 집안이라고. 그래서 난 그냥 뭐 되게 특이한 종굔가 그랬지
말 그대로 진짜 도깨비일 줄은 상상도 못했죠.
도깨비 : 그래. 이해한다. 잘 상상이 안 갈 거다.
덕화 : 그러니까 증명해 보세요.
도/저 : ???
덕화 : 증명 좀 해보시라구요. 기왕이면 두 분 다.
저승 : (순간이동 하고) 어떠냐.
도깨비 : (염력으로 접시 들어올리고) 어떠냐.
덕화 : 그런 건 인간도 해요. 데이빗 카퍼필드 몰라요?
도깨비 : (자존심 상해) 나가.
덕화 : 딴 거 더 없구나?
저승 : 일단 나 좀 따라와야겠다. 가보면 알 거야. 좋은 곳은 아니란 걸.
덕화 : (헉!) 사.. 삼초온! (도깨비에게 도움 청하면)
도깨비 : 그게 니 명이면 할 수 없지. 애는 참 착했는데... (절레절레)
S#53. 도깨비 집/ 테라스 (낮)
씩씩거리며, 핸드폰에 뭔가 검색하고 있다.
덕화 : 복수할 거야. 정들기 전에 해야 해 정들기 전에.
보면, 검색창에, ‘미국 NASA 전화번호’라고 치고 있고. 검색 버튼 딱 누르는데,
핸드폰 콰직! 하더니 그대로 얼어버린다. 헉! 핸드폰 넣으며,
덕화 : 삼촌들 오해야. 나사 성북동 지점 어떻게 내나 그거 물어 볼라 그랬지 나는. (E) 삼촌드을~
S#54. 옥탑/ 은탁 집 앞 (낮)
은탁, 출근 하려는 듯, 문 닫고 나오다 놀라 굳는다. 보면, 옥탑 평상에 이모가 딱 앉아있다.
은탁 : (!!) 이모...
이모 : 뭘 그렇게 귀신 본 것처럼 놀래. 밥 있냐?
은탁 :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모 : 밥 없어?! 너 그럴 줄 알았어. 기집애가 돈 좀 번다고. 다 시켜먹지 또?
은탁 : ...들어오세요. 차려드릴게요.
이모 : (냉큼 일어나며) 대충 차려. 뭐 구울 거 있으면 좀 구워보든가.
은탁 : 경미랑 경식이 오빤요. 보셨어요?
이모 : 몰라 그 연놈들. 무소식이 희소식인지 오래 됐어. 잘됐지 뭐. 아유 그 새끼들 없는 게 나아.
근데 너 돈 벌어서 겨우 이 집 사냐? 공부 잘해도 다 개똥이구만. 여긴 월세야 전세야?
은탁 : (말없이 집안으로 들어가는데)
이모 : (따라 들어가며) 그래. 밥이나 빨리 차려. 너도 바쁠 텐데.
S#55. 방송국/ 라디오국 (낮)
은탁, 부스 앞에서 컨트롤 하고 있다. 이모 생각에 그저 표정 어둡다.
반장은 부스 안에 패널로 DJ와 함께 앉아있다.
반장 : 그럼 다음 시간에는 퇴직금, 산재 등 근로자 관련사건, 배상과 보상, 행정소송 등
생활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사고 대처용, 생활과 밀접한 판례들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DJ :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토막 법률 자문에 김윤아 변호사님이었습니다.
반장 : 법 필요 없는 상식적인 주말 보내세요.
DJ : 자 그럼 노래 한곡 듣고 광고 보내드린 후에 다시 3부에서 만나요.
노래 나가고. 은탁, 부스 밖에서 오케이 싸인 보내면.
반장 : (부스 나와서) 나 오늘 어땠어?
은탁 : 직업 바꿔라. 너 방송 너무 잘한다.
반장 : 듣지도 않던데 뭘. 왜 똥 씹은 얼굴인데. 낮술 한 잔 해?
은탁 : 아니. 닭집 사장님도 뵈야 하고 약속도 있고. 담에 하자.
반장 : 그럼 먼저 간다. 수고.
은탁 : 어. (손 흔들고, 다시 근심 가득한 얼굴 되는데....)
S#56. 치킨 집 (낮)
부동산 업자랑 창가에 앉아 대화중인 써니.
써니 : 그럼 이번 주말까지 정리하는 걸로 하죠.
부동산 : 알겠습니다. (E) 임대인에게도 그렇게 연락하겠습니다.
써니 : 네.
하며 시선은 창밖에 있다. 은탁이 오며 반갑게 손을 흔든 것이다.
써니 그런 은탁 눈으로 쫓는데, 그대로 가게 안으로 달려 들어오더니, 일어서는 써니 와락 와서 끌어안는 은탁.
써니 : 왜 이래? 외국 한번 다녀오더니 다짜고짜 외국식 인사야?
은탁 : 사장님.. (뭉클) 보고 싶었단 말이에요. 가게 와도 없고, 집에도 없고. 뭐했어요. 그동안.
써니 : 이사 준비.
은탁 : (확 떨어져) 이사요? 집이요? 가게요?
써니 : 둘 다. 새집증후군을 극복해보려고.
은탁 : 그 뜻 아니라니까요. (가방에서 메이플시럽 꺼내 주고) 이거 캐나다 선물이요. 만나면 드리려고 내내 싸들고 다녔어요.
써니 : (받고) 그래서. 찾으러 간 건 찾았어?
은탁 : 완전. 다요. 전부 다. 말해도, 못 믿으실 걸요.. 찾다 못해 남친까지 찾아온 거 있죠. 무려 퀘벡에서요. 운명인 거죠.
써니 : 그 운명 잘생겼어?
은탁 : 심하게요. 눈이 맑고 크고 나랏일 했었고요..
써니 : 똥고집이겠네.
은탁 : 네. (응?) 네?
써니 : 지피디 눈 낮은 거 내가 아는데. 뭐 그 멋진 레스토랑이랑?
은탁 : 하하. 나중에 그 레스토랑분 소개 할게요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장님한테.
써니 : 됐어.
은탁 : 네?
써니 : 나 봤어. 옥탑에서 내려오는 거. 너 알아서 해.
은탁 : (보면)
써니 : 왜.
은탁 : 그냥요. 옛날 생각나서요.
써니 : 그래 그 생각도 너 알아서 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은탁 : 왜 그래요. 영영 안 볼 사람처럼. 그럼 계세요. 저 약속 있어서요. (히, 웃으며 간다)
써니 : (그런 은탁 보며, 쓸쓸히 웃는데..)
S#57. 카페 (낮)
먼저 와서 도깨비 기다리고 있는 은탁. 창밖 보다가, 문득,
/캐나다 귀신의 “또 보네요?”
/19살 때 갔던 캐나다에서 마주쳤던 캐나다 귀신.
은탁 : ...그 남자 귀신이었구나. 한참을 안 보이더니 왜 다시 보이지.. (어딘지 불길한데)
도깨비 : (옆에 어느 문 열고 나오고)
은탁 : (골똘한데)
도깨비 : (앞에 와 앉으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은탁 : 왔어요? 히. 캐나다 생각이요.
도깨비 : 내 생각한 거 아니고?
은탁 : 캐나다 생각을 하다보니까 김신씨 생각이 당연하게 나서.. 첫사랑이랑 네 번 갔고, 첫사랑한테 소도 먹였고,
첫사랑이 여전히 예쁘다고 했는데..
도깨비 : 근데.
은탁 : 그럼 그 첫사랑이 내가 아닌가.. 그런 생각으로 이어진 건데.
도깨비 : (픽) 근데.
은탁 : 근데 좀 이상한 거죠. 그럼 조선 후기 철종 때 만났다던 그 첫사랑은 뭐지?
도깨비 : 너지.
은탁 : 거짓말.
도깨비 : 우리가 만나기도 전에, 나도 몰랐던 그때 머물다 갔더라. 니가. 철종 12년 어느 겨울에, 널 봤어. 먼 미래에 있는 너를.
은탁 : 거짓말..!
도깨비 : 진짜 거짓말처럼. (웃는데)
S#58. 책방 골목 (낮)
커피 들고 거니는 도깨비와 은탁.
은탁 : 아 신기해. 아 신나. 진짜 거짓말 같다. 그 모든 첫사랑이 나였다니. 아 맞다. 그럼 그때요. 첫눈 오는 날 소환 됐을 때요.
그 모습이 혹시 무신 김신의 모습이에요?
도깨비 : 음.
은탁 : 아. 그랬구나. 진짜 궁금했는데. 내가 모르던 시간 속의 당신. 그렇게 봤네요.
도깨비 : 이상했어?
은탁 : 아뇨? 멋있었어요. 고려남자. (웃으면)
도깨비 : (깊게 보며) 그래 그래서 말인데.
은탁 : (보면)
도깨비 : 오늘 날이 좀 적당해서 하는 말인데.
은탁 : (보면)
도깨비 : 니가 계속 눈부셔서 하는 말인데.
은탁 : ? (보면)
도깨비 : 그 모든 첫사랑이 너였어서 하는 말인데.
은탁 : ?..
도깨비 : 또 날이 적당한 어느 날... 이 고려 남자의, 신부가 되어줄래?
은탁 : !!!...
날이 적당한 어느 날.. 첫사랑이었다, 고백할 수 있기를 바랬던 도깨비의 고백과 청혼에서.. 15부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