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세관, 국제거래관행 무시
- ‘억지’ 보석류 표준품명 및 규격신고 강행 -
기사입력 : 2009년 12월 10일
우리나라 보석류 수입의 85%이상을 통관하고 있는 인천공항본부세관(세관장 이대복)이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될 보석류 『표준품명 및 규격신고 기준』을 공개했다.
그러나 공개된 『표준품명 및 규격신고 기준』이 국제 거래관례에 맞지 않고 보석류 수입업자에게 지나치게 불필요한 행정절차를 강요하고 있어 관련 수입업자들의 불만과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1월 3일 인천공항본부세관은 보석류 『표준품명 및 규격신고 기준』에 대하여 보석수출입업체, 관세사, 보석감정원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60여개 업체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설명회에서 세관은 “이번 『표준품명 및 규격신고 기준』은 보석류 수입 시 등급과 규격을 일부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로 신고하는 등 수입업체별로 신고내용이 달라 수입가격 심사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올해 말까지 시범운영 후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세관이 올해 7월부터 4개세관 6개부서 18명으로 T/F팀을 구성하여 마련한 『표준품명 및 규격신고 기준』이 전문성과 국제적인 거래관계를 몰이해한 허점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관은 “다이아몬드와 유색보석(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나석의 경우 수입신고 시 개당 표준 품명을 기재하여야 하고 전체 캐럿 및 수입 수량만을 신고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불허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이아몬드 수입에 있어서 꾸러미(Parcel) 표기를 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예를들어 5부짜리 50개 다이아몬드의 한 Parcel을 수입할 경우 50개 다이아몬드에 대해 모두 개별 중량과 등급을 기재하여야 하고 개별 가격을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규격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통관을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공인감정기관 등에 수입 물품의 감정을 의뢰하여 보석류의 개별 규격 및 등급이 확인되는 경우에만 수입통관이 허용된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이때 소요되는 비용은 모두 화주 부담이다.
이는 세계 어디에도 관례가 없는 억지 요구이며 무지에서 오는 강권이다. 실제로 세계 어느나라도 그렇게 개별중량과 개별등급, 개별가격을 송장상에 표기해주는 곳은 없을 뿐더러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세관측은 “수출지에서 한국 규격신고에 맞춰 송장을 만들어주지 않을 경우 수입업자가 그 같은 서류를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인천공항세관 TF팀이 만들었다는 보석류 『표준품명 및 규격신고 기준』은 몇가지 나타난 오기만 보더라도 얼마나 전문성이 없는가를 보여준다.
기초적인 보석공부만 해도 알 수 있는 캐럿중량(Carat Weight)의 약자표기를 CT가 아닌 CR로 표기했다든지, 루비의 영문 표기를 Ruby가 아닌 Rubi로 표기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보석류 『표준품명 및 규격신고 기준』를 만들면서 전문적인 이해도가 없었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다이아몬드 수입업자들은 “최근 다이아몬드를 수입 통관할 때면 부쩍 세관 담당자들과의 마찰이 많아졌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수입가격을 산정하는데 라파포트 가격표로 기준을 정해 놓고 할인율이 40% 이하라고 통관을 안해주는가 하면 심지어 멜리 다이아몬드 조차도 라파포트 시세표를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입업자들은 보석류가 사전세액심사 대상에 해당되기 때문에 세관측이 요구하는 서류도 최근들어 부쩍 많아졌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수입업자는 “세관이 자기들 빠져나갈 궁리만 하지 정상적으로 수입통관하는 사람들의 말을 전혀 이해하려들지 않는다. 오히려 수입통관을 까다롭게 해 아예 밀수를 조장하는 것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감정원 관계자도 “다이아몬드 수입 시 개별 중량과 등급을 표기하게 하는 것은 모든 다이아몬드를 해외에서 감정서를 떼서 수입하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결국 외국 감정소만 좋은 일 시켜주는 것 아니냐? 이대로 가다간 국내 감정소가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보석 수입업자들이 대놓고 세관에 항의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밉보이면 통관을 보류시킬까봐 불안해하고, 실제로도 통관을 보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통관을 보류할 경우 창고료를 고스란히 수입업자가 물어야 하고 통관 지연에 따른 업무상 피해도 크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불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세관의 비위를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이번 인천공항세관의 보석류 『표준품명 및 규격신고 기준』 마련은 지난 2007년 정부가 발표한 ‘귀금속보석발전방안’에 기초하고 있다.
△산업경쟁력 강화 △품질관리 및 소비자보호 △거래양성화 및 시장투명성 제고 등 3가지 정책과제 중 품질관리 및 소비자보호의 추진과제에 해당된다. 그 하위 추진과제로 수입 귀금속, 보석제품에 대한 품질표시 등 통관심사 강화가 제시되었었다.
김태수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