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왕의 주치의인 어의들은 왕의 소변을 보고 건강의 이상 유무는 물론, 식단 조절까지 판단했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소변에는 많은 건강 정보가 담겼다는 뜻. 간혹 자녀가 소변 색의 변화를 얘기할 때 무심히 넘기면 안 되는 이유다. 변기 물, 함부로 내리지 말고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취재 김지민 리포터 sally0602@naeil.com
도움말 이승렬 교수(분당차병원 비뇨기과)·문선유 원장(청라문내과)
Reader’s Letter
“더운 날 운동하고 온 중2 아들이 소변이 주황색이라며 깜짝 놀라더군요. 붉은 기가 도는 소변은 피가 섞여서 그런 것이라는 말을 들을 적이 있는데… 아이가 특별히 아픈 데도 없고, 먹고 마시는 것도 평소와 다르지 않은데 뭐가 문제일까요? 바로 병원에 가야 하나요?” _ 김수형(46·서울 서초구 반포동)
Q1 건강한 소변의 범위는?
소변의 성분은 90%가 물. 그밖에 요소와 요산, 아미노산 등의 성분이 있는데, 소변이 노란색을 띠는 것은 우로크롬이라는 색소 때문이다. 분당차병원 비뇨기과 이승렬 교수는 “정상적인 소변은 옅은 노란색이나 노란색을 띠지만, 건강 상태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나타내기도 한다”고 전한다.
소변이 무색투명하면 소변이 많이 희석된 상태거나 음료를 많이 섭취한 경우. 반대로 진한 노란색이나 주황색을 띤다면 탈수 상태일 수 있으므로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요하다.
청라문내과의 문선유 원장은 “물을 지나치게 적거나 많이 마셔도 몸의 밸런스가 깨질 수 있으므로 하루 1.5~2ℓ가 적당하다”며 한꺼번에 많이 마시기보다 조금씩 나누어 마실 것을 권한다.
Q2 소변 색으로 질환을 알 수 있나?
붉은색 소변 이 교수는 건강한 사람도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떨어질 경우 혈뇨가 비칠 수 있다. 하지만 “혈뇨는 소변이 이동하는 통로인 신장이나 요로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안토시아닌 색소나 블랙베리 같은 음식을 섭취하거나 마라톤 사이클 등 같은 격렬한 운동 뒤에도 붉은색 소변을 볼 수 있다.
녹색이나 푸른색 소변 소변이 녹색이나 푸른색을 띠는 경우는 대부분 약물이나 인공색소가 함유된 식품을 섭취할 때 발생한다고. 하지만 녹농균 같은 특정 세균에 감염되거나 대변으로 배출되는 답즙에 발병한 경우 유해 세균이 소변으로 배출되면서 녹색을 나타낼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탁하고 하얀색 소변 문 원장은 “평소보다 거품이 심하게 많은 뿌연 소변은 우리 몸에서 단백질 성분이 빠져나온다는 뜻으로 신장 기능 이상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운동 뒤 땀을 많이 흘렸을 때나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경우, 단백질을 과다 섭취했을 때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신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단백질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Q3 소변 색으로 응급 상황을 판단할 수 있을까?
이 교수는 정상적인 소변 색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우선 전문의 진단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한다. 자녀에게도 정상 범위 소변 색을 알리고, 평소와 다른 소변을 볼 경우 바로 부모에게 얘기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특히 붉은색 혈뇨가 복통이나 옆구리 동통과 같은 증상이 동반될 경우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