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션이라는 것을 해본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6년 이사들어간 분당 동원동에 있던 학교 임대료도 너무 비싸고 (거의 매달 2천만원), 근처에 야심차게 만든 수영장도 저를 줄기차게 노리고 음해하던 그 악랄 고압산소업자의 끈질긴 민원으로 인해 원상복구해야 하는 난처한 사정에 빠지자 정말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당시 동원동 학교는 시내와 떨어져 외진 곳에 있는데다 수영장은 우리 학교 아이들 전용 이용시설이라 굳이 체육시설로 신고할 필요가 없었는데, 그 악랄업자놈은 제가 하는 일을 족족 파악해서 무조건 민원부터 넣었습니다. 제가 학교를 시작하고 그 때까지 늘 그 작자로부터의 민원으로 인해 할애해야 하는 시간이 너무 많고 그럴수록 미움은 커져갔지만 그저 당하고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2012년부터 다 쓰러져가는 회사 회생시켜줄만큼 기계를 많이 사주다가 제가 중도에 업체를 바꿨다는 이유로 악심을 갖고 달려드는 사람의 원한은 제가 고스란히 당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그 악질업체의 기계에 결함이 꽤 있었는데 그것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저도 곱지않게 따지고 항의했던 것도 그런 원한을 부추겼는지 모릅니다. 암튼 다시 상기하고 싶지 않은 기억입니다.
2018년 마침 고기동의 부지가 좋은데가 있어 이사를 감행하게 되었는데, 800평이라는 넓은 부지에 비해 임대료는 500만원이라 높은 임대료 때문에 헉헉대던 저에게 너무 적게 느껴지는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을 것입니다. 그 때 결정한 것이 성인그룹홈의 조기설립이었고 이를 위해 근처 1500평 대규모 펜션과 음식점을 겸하던 장소의 추가임대였습니다. 태균이 때문에 늘 성년이 된 자폐친구들의 보금자리 사업은 제게 의무같이 인식되어있었고 이건 제가 기획한 발달장애 일의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사업이 그렇지만 사업은 3년 버틸 수 있는 자금만 있으면 성공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떤 사업이든 처음부터 수익이 나는 것도 아니고 자리를 잡는데 적어도 3년은 걸리니까요. 3년을 버티는 끈기,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자금줄 이건 모든 사업의 기본이 됩니다. 이런 점에서 2018년 저의 새로운 도전은 불행한 해체의 과정이자 지금 생각해보면 저에게는 정말 새로운 기술을 배웠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1500평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닥치는대로 진행했던 다양한 일들, 펜션, 베이커리카페, 요리, 고객접대 등등 거의 6개월을 주말도 없이 풀가동하며 그야말로 전천후 업무를 하기도 했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성인그룹홈은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기도 했고 당시 이 프로그램에 합류한 아이들도 도저히 제가 돌보기에는 심한 단계라서 이런 아이들을 위한 인력가동을 위해서라도 정말 열심히 일해야했는데요...
펜션경험 하나 쓰기위해 먼 기억을 돌아왔네요. 이 때 닥치는대로 했던 일 중에서 가장 수익이 좋았던 것은 역시 펜션일이었습니다. 단체손님에게 식사까지 제공해주는 예약을 받으면 그야말로 하룻밤새 백만원 단위의 수익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 때는 대의를 위한 일이라 힘든 줄도 모르고 했지만 이런 생존게임에서 몰입은 학교운영에 어려움을 가져오게 하고... 그 때를 어떻게 버텼나하는 생각이 지금까지도 아프게 다가옵니다.
암튼 그 때 짧은 시간 펜션일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주 우연히 손자손녀를 데리고와서 며칠 묵어갔던 한 할머님의 조심스런 고민상담도 결론은 ADHD며느리에 대한 고통의 하소연이었습니다. ADHD증세에 전혀 지식이 없던 그 할머님께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며 갑자기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고 할머님이 오히려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고 조언했던 기억도 납니다. 요리하다말고 단체로 단합대회 1박을 했었던 이우학교 부모님들 대상으로 한 '자녀들과의 성공적인 의사소통방법' 특강을 진행했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촤고의 대안학교인 이우학교 학부모님들이 최고의 강의였다고... 다양한 강사를 초빙해서 특강을 들었지만 제 강의만큼 유익한 것은 없었다고 하는 후기담에 기분이 아주 좋았지만 너무 바쁜 나머지 조리때 입었던 허름한 티셔즈복장 그대로 강단에 나섰던 겻은 지금도 마음에 걸립니다.
그 때 이런 기억들이 펜션일도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 때 경험이 있기에 지금도 어럽게 느끼지 않고 받아들이는 지도 모릅니다.
영흥도에서 지낸 4개월, 대략 20팀정도 만났는데요, 한결같은 것은 모두 바베큐에 목숨걸고, 술을 너무 마시며 그저 떠들고 먹다가 다음날 서둘러 간다는 것입니다. 제가 여기 오는 팀들에게 항상 국사봉등산을 꼭 하고가라고 권유하지만 등산을 하는 사람은 보질 못했습니다.
드디어 어제 건전한 한 팀이 오늘 아침 처음으로 국사봉가는 길을 물어봅니다. 반가운 마음에 소상히 알려주었는데요... 이 팀은 어젯밤에 저에게 윷놀이 도구가 없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이 팀은 새로운 펜션 투룸 큰 거를 배정했는데 거기 싫다고 우리 집 이층 거기를 바라고 왔다고 옮길 정도로 자연을 생각하고 여행온 듯 합니다. 우리 집 2층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정말 환상적이죠. 시설만 조금더 좋으면 참으로 제 마음도 좋을 것 같습니다.
수 많은 여행을 통해 숙박업소를 이용해보았던 기억을 토대로 저는 이용하는 분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려고 합니다. 펜션일이 제 본업이 되었던 부업이 되었던 이용자 마음을 헤아려보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일 것입니다. 자연 속의 휴식공간이 되는 숙소를 영흥도에서 만나게 되는, 마치 로키산맥이나 미국 서부를 여행하다 만나게 되는 자연속 오두막같은 그런 숙소, 제가 꿈꾸는 숙소입니다. 지난 날 무수히 날려버린 자금들이 아쉽습니다. 제가 꿈꾸는 그런 장소를 만들 수가 없으니까요. 그러나 생각과 마음이 있으니 언젠가 가능해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