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한 해가 시작되는 1월의 초입, 우리는 인천불교회관의 108산사 성지순례에 동참하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렀다. 새로운 사찰을 참배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설렌다. 아마 이런 두근거림 때문에 혹은 다양한 이유들 때문에 꾸준히 108산사성지순례에 동참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삶의 무게 속에서 내 생활의 전부를 책임지고 있던 인천이라는 땅을 잠시 벗어나 낯설지만 내 인생의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통탄 만의사로 달려가고 있다.
이제 25번째의 성지순례를 가면서 나는 내 뒤로 뭘 남겼는지 생각해 본다. 한 달에 한 번 의무적으로 행하는 사찰 성지순례의 의미인지, 내 인생의 족적에 또 다른 추억과 의미로 남을 성지순례인지 버스를 타고 내려가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특히 이번 만의사는 성지순례의 3년의 시작이기에 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10년이 지나고 나의 도반들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그런 생각만으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춥다는 생각에 옷을 많이 켜 입었다. 이 육신을 생각하는 마음조차도 버려야 하는 것인데도... 버스에서의 예불시간이 끝나자마자 만의사에 도착했다. 서둘러 내려 사진을 찍고, 천불전에서 부처님 전에 마음을 다해 삼배를 올리고 오백나한전으로 장소로 옮겨 금강경과 백팔참회를 했다.
부처님나라라 불리는 오백나한전에 들어선 순간 환희로움이 온 몸을 감싸 안았다. 정락 큰스님과 만의사 대중들의 숭고한 열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이었다. 극락정토에 계실 정락 큰스님께 합장인사로 대신하고, 금강경 독송에 들어갔다. 내 자신을 돌아보고 참회하는 108참회를 끝내고, 만의사 재무스님으로 계시는 스님의 설법을 들었다.
오랜만에 참으로 한 사람의 삶의 모습을 보여준 진실한 법문이었다. 불자라는 인연으로 수 십년 동안 많은 법문 중에 남는 것은 그 분의 인생고백과 더불어 자신이 추구하며 살았던 수행자의 모습을 우리는 오백나한전에서 경험했다는 점이 우리를 고개 숙이게 만든다.
수원의 봉녕사는 깨끗함의 극치였다. 어떻게 스님들이 정진하고 공부하시는지 사찰의 품격으로도 알 수 있는 사찰이었다. 그렇게 의미 있게 다가온 갑오년의 첫 성지순례는 늦게 들어차는 저녁 햇살을 뒤로 하고 회향됐다.
첫댓글 역시
전문가의 사진이라
입체감이 날 정도로 선명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김종기기자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