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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 착잡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습니다.
‘학습은 가장 기본적 인권’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25일에 이어 오늘도 양덕초등학교 상당수 어린이들이 학교에 등교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6.25 한국전쟁 때 포탄이 떨어지는 전쟁 통에서도 야외수업을 받으며 학습권을 지켰습니다. 시골출신인 저 역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수십리 길을 걸어서라도 학교 가는 길이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제 상상 조차할 수 없던 소식을 접했습니다.
승마장건설을 반대하는 부모를 따라 많은 아이들이 교실대신 서울 시위장으로 떠났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서울 시위현장에 따라 가지 않은 몇몇 어린이들은 승마장 공사현장에 몰려나와 ‘승마장 반대’ 피켓을 들었고 밤에는 촛불을 들었습니다. 학교에 나온 학생들도 텅 빈 교실에서 영문도 모른 채 친구들의 빈자리를 우두커니 지켜봐야 했습니다.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어린이들의 학습권은 지켜져야 합니다. 천재지변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본인의 의사결정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할’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목적을 위해 위험이 도사리는 도로변 시위현장의 제일 앞자리로 내 몰렸습니다.
어제 오후,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을 보고 다시 놀랐습니다. 포항에서 올라간 어린이의 고사리 손에는 연필 대신 격렬한 시위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들려 있었습니다.
가슴이 저며 왔습니다. 밤을 새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제가, 우리시가 승마장을 짓는 가장 큰 이유도 “포항의 모든 유치원,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말 등에 앉혀” 어린시절부터 선진 생활스포츠체험으로 정서안정과 인성함양에 큰 효과를 얻도록 하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민원해결의 압박을 위해 의무교육대상인 어린이를 학교 대신 시위현장으로 내보내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누구의 책임여부를 떠나 어른들의 문제로 아이들의 학습권이 단 하루라도 침해받는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현재 공정률은 90%를 넘어섰지만 이 시간이후로 승마장 건설공사는 당분간 중단될 것입니다. 그 기간 동안 주민과의 대화하겠습니다. 대화를 통해 주민을 설득하고, 또 타 지역 승마시설 견학을 안내하고 토론할 것입니다.
진정성을 갖고, 지금은 반대편에 서있는 주민들이 승마장이 혐오시설이 아니라 친환경 국민체육시설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때 까지 설득해 나갈 것입니다.
이번 일로 많은 충격을 받았을 아이들의 상처가 빨리 아물고 등교거부가 아닌 대화, 타협의 민주주의를 배웠으면 합니다. 학습권의 주체는 바로 '학생'이며 학습권이 볼모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