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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광활면의 들판에 핀 억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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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의 시간은 다른 계절에 비해 유난히도 빨리 흘러간다. 가을 여행에 나서면 눈으로, 마음으로 스케치하기에 바쁘다. 단풍, 억새, 갈대, 추수, 곶감, 안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 여행자들은 가을의 바람 사이사이로 거미줄을 쳐놓고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풍경들을 소중히 낚으려 한다. 추억담을 넉넉히 간직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다. 디카 하나 어깨에 걸치고 전북 지역의 가을 여행 명소들을 찾아나선다.
<지평선의 고장 김제>
단풍이란 것이 이 땅에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시네마스코프라면 누렇게 벼가 익어가는 김제의 들판은 이 땅의 흰 옷 입은 백성들이 계절의 주인임을 새삼 각인시켜주는 판소리 한 마당이다.
황금 들판 중에서도 김제를 첫 손에 꼽는 것은 그곳에 지평선이 있어서이다. 하늘과 땅이 온전하게 만나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 전북 김제 지방임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진봉반도 서쪽 끄트머리의 바닷가로 나가면 수평선을, 썰물 때면 백합조개의 보고였던 갯벌이 한없이 드러나는 뻘평선을 만날 수 있기에 김제는 3평선의 고장이라고도 한다. 우리 나라 쌀의 약 40분의 1 정도가 ‘김제시’라는 한 지자체에서 생산된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인 동시에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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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포 망해사에서 맞이한 낙조. 하루를 마감한 붉은 해가 고군산열도 뒤로 넘어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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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제의 금만평야(또는 금만평야)를 찾아가는 길은 아주 쉽다. 서해안고속도로 서김제 나들목을 빠져나가 서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전후 좌우로 보이는 땅이 죄다 ‘징계 맹경 외애밋들’이다. 오늘의 우리가 황금 벌판이라고 축복하며 지나가는 지평선 마을 광활면은 사실 아픈 역사 속에 조성된 땅이다. 김제읍과 진봉면 일대 농토를 손아귀에 쥔 아베라는 일본인은 1925년 일본 정부의 보조금을 합해 동진농업주식회사를 세우고 1931년까지 7년에 걸쳐 진봉면 해안에 길이 10km 정도의 방조제를 쌓았다. 1929년부터 한국인 소작농을 입주시켜 쌀농사를 짓게 했다. 이 간척지에서 생산된 쌀은 여지없이 수탈당하고 군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실려갔다. 해방이 되고 1949년 진봉면에서 분리, 광활면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광활면에서 지평선을 감상한 다음에는 진봉반도의 서쪽 끝에 위치한 거전마을이나 심포항으로 가서 갯벌이 빚어낸 뻘평선과 고군산군도에 걸친 수평선 감상에 나서본다. 거전마을이나 심포마을 사람들은 경운기를 타고 마을 앞 갯벌로 나가서 백합조개나 죽합조개 등을 캐면서 생활하고 있다. 이곳 갯벌은 만경강과 동진강의 퇴적물이 수천년 동안 쌓여서 형성된 것. 물이 빠지면 십리도 넘게 빠져 내륙에 금만평야가 있다면 바다에는 갯벌평야가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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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제 진봉반도의 특산물인 백합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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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포항에는 20여 개의 횟집이 밀집해있다. 활어회도 좋지만 백합조개 요리를 맛봐야 한다. 백합은 전복 다음으로 값이 나가는 패류. 이 지역 사람들은 생합이라고 부른다. 날로 먹고, 살짝 데쳐먹고, 탕으로 끓여먹고, 알미늄 호일에 싸서 구워먹고, 죽으로도 끓이고, 먹는 방법도 여러 가지. 각 횟집에서는 백합조개를 팔기도 한다. 한두 자루 사서 집으로 가져가면 이 가을은 물론이요 겨울을 지나 이듬해 봄까지도 두고두고 맛있는 식재료로 활용된다. 심포 바닷가는 고군산군도를 배회하면서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낙조를 감상하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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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주군의 작은 마을들을 돌아다니다보면 감나무가 쉽게 눈에 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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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낙조 감상 명소는 망해사 옆 전망대. 심포항에서 진봉면 소재지로 1.6km를 가면 망해사 입구이다. 바다를 바라보는 절, 망해사. 해발 72m의 진봉산을 사이에 두고 심포항과 마주 서는 위치에 자리잡은 망해사는 671년 신라 문무왕 때 지어졌다고도 하고 642년 백제 의자왕 때 부설거사가 세운 가람이라는 기록도 있다. 절 옆 전망대에 오르면 심포항의 불빛, 만경강이 빚어낸 갯벌, 그리고 낙조 등이 골고루 보인다. 문득 뒤를 돌아다보면 금만평야와 저 멀리 금산사를 품은 모악산도 붉게 저녁노을에 물들고 있다.
◆여행정보(지역번호 063)
김제시청 홍보 담당 540-3221, 심포항 맛집/김제횟집(생합탕, 543-6535), 심포횟집(활어회, 543-3800), 전망좋은집(회, 543-4608), 김제시내 매일회관(한정식, 542-7345), 서해회관(아구탕, 545-1800) 등.
<애기단풍이 예쁜 순창>
해마다 가을철이면 순창의 강천산군립공원은 단풍 감상을 목적으로 찾아오는 여행객들로 붐빈다. 순창읍내에서 북서쪽에 위치한 강천산(583.7m)은 비록 산은 낮아도 깊은 계곡과 형형색색의 단풍, 그리고 기암절벽이 병풍을 치듯 늘어선 모습으로 ‘호남의 소금강’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단풍나무가 유난히 많은 강천산은 애기단풍이 곱게 물들 때면 장관을 선사한다. 등산로는 가파르거나 험하지 않고 곳곳에 강천사, 삼선대 등의 문화유적이 있어 가족 동반으로 또는 연인끼리 찾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등산로 초입부터 병풍바위를 비롯 용바위, 비룡폭포, 금강문 등 명소들이 즐비하고 금성산성도 옛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오밀조밀한 산세에 감탄케 된다. 이같은 아름다움에 힘입어 우리 나라 최초의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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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천사 입구의 애기단풍숲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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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천사는 신라 진성여왕 1년(887)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고려시대 충숙왕 때는 1천여 승려가 있었고 암자만 해도 열두 개나 거느렸던 큰 절이었다고 한다. 한국전쟁 중 건물이 모두 불에 타버려 지금 있는 건물들은 모두 근래에 새로 지은 것들이다. 다만 대웅전 앞의 오층석탑만큼은 옛 것으로 고려 충숙왕 3년(1316)에 세운 것이다.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92호로 지정되어 있다. 경내에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담장 바깥에는 3백년 묵은 모과나무가 한 그루 서있어 강천사의 분위기를 더욱 신비스럽게 만든다.
순창 여행 시 전통고추장민속마을을 지나칠 수 없다. 이곳의 제조업체는 총 40여개. 집집마다 보물로 여기는 항아리에는 고추장, 된장, 간장 외에도 여러 가지 장아찌가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 고추장 민속마을 내에는 순창군 장류 체험관이 있다. 고추장 만들기는 물론이고, 빈대떡 부쳐먹기, 떡 만들어 먹기, 군밤 쪄먹기 등 행사가 다채롭고 재미나다. 1kg 정도의 고추장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체험시간은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체험비는 개인당 2만4천원, 어린이 1만4천원, 40명 이상일 경우 1만8천원이다. 문의 장류연구사업소(063-650-1733).
◆여행정보(지역번호 063)
순창군 문화관광과 650-1364, 맛집/새집(한정식, 653-2271), 남원집(한정식, 653-2376), 강천산매운탕집(추어탕, 652-5408), 방축리 토종 순대집(순대국, 652-156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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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안군 어디에서도 눈길을 끄는 마이산의 암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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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산을 품은 진안>
무주, 장수와 더불어 진안은 너른 들판을 자랑하는 전북지방에서 고원지대에 속한다. 진안읍내 어느 방면에서나 잘 보이는 마이산은 이름이 철에 따라 네 가지이다. 봄에는 안개를 뚫고 나온 두 봉우리가 쌍돛배 같다 하여 돛대봉, 여름에 수목이 울창해지면 용의 뿔 처럼 보인다고 용각봉, 가을에는 단풍 든 모습이 말의 귀 같다 해서 마이봉, 겨울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여 문필봉이다.
마이산 오르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유명한 마이산 탑사가 있는 남쪽에서 오르는 코스이고 다른 하나는 북쪽에서 내려가는 코스이다. 마이산에는 조선시대 태조가 임실군의 성수산에서 돌아가다가 백일기도를 드렸다는 은수사, 강한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다는 80여개의 돌탑을 거느린 탑사 등이 있다.
운장산휴양림의 갈거계곡도 가을철이면 제 빛을 발한다. 장장 7km에 걸쳐 굽이쳐 흐르는 갈거계곡 곳곳에는 비경이라 이름 붙여진 많은 볼거리가 숨어있는데 이 비경들을 찾아보는 것도 운장산 휴양림에서는 놓칠 수 없는 재미다. 특히 산림문화휴양관 못 미쳐 마주하게 되는 마당바위의 모습은 무척이나 멋스럽다. 이외에도 제방바위와 이끼바위 그리고 학의소 등 많은 비경이 여기저기에 숨어있다.
마이산과 갈거계곡의 가을 풍경을 감상한 다음에는 용담호 드라이브를 즐겨야 진안 여행을 제대로 한 것이다. 용담호는 2001년 용담댐이 만들어지면서 생겨난 인공호수이다. 61km에 이르는 호반도로는 구간구간 제 나름의 멋스러움을 간직하고 있지만 용담면에서 정천면에 이르는 795번 지방도로는 그 중에서도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을만하다. 용담호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용담대 전망대도 놓치지 말자.
◆여행정보(지역번호 063)
진안군청 문화관광과 관광진흥 담당430-2227, 맛집/월평댁(민물어죽수제비, 432-3323), 진안관(애저찜, 433-2629), 한국관(더덕구이 정식, 433-0719), 소나무회관(흑돼지 삼겹살, 433-3634)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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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둔산도립공원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쉽게 단풍 감상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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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둔산도립공원>
대둔산은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릴 만큼 기기묘묘한 암벽이 6km나 이어지는 멋진 산이다. 가을이면 기암괴석 사이사이로 빨간 단풍이 곱게 수를 놓아 주말나들이에 나선 여행객들의 가슴을 활활 타오르게 만든다. 정상에 오르면 중부지방의 너른 들판이 발 아래로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깔리고 서해바다도 아스라히 눈에 들어온다. 오가는 길에 화암사나 송광사 등 완주지방의 문화유적지도 들러보면 더욱 알찬 가을주말여행이 된다.
대둔산(878m)은 ‘큰 봉우리에 나무와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봄의 운해, 여름의 신록,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아 옛부터 ‘호남의 소금강’이라고 불린다.
충남쪽의 산세는 대체로 완만하고 수림이 좋다. 골짜기도 깊어서 석천암에서 군지계곡을 거쳐 수락계곡으로 흘러내리는 맑은물은 대둔산의 명물이며 논산시민의 식수로 사용되고 있다. 대둔산의 남쪽인 전북 완주쪽은 기암절벽을 이루는 산세라 풍광이 뛰어나다. 1990년 11월에 해발 600m 지점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설치한 케이블카도 이 점에 맞춰 전북쪽에 설치되었다.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곧바로 구름다리 밑에까지 갈 수 있다. 구름다리는 금강다리라고도 부르는데 뾰족한 입석대와 임금대를 잇는 높이 81m, 폭 1m, 길이 50m의 공중다리로 한꺼번에 2백명 이상이 건너면 위험하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다리를 건너는 맛은 아찔하고 가슴이 서늘해지는 쾌감에다가 상쾌한 바람을 맞아보는 것은 대둔산 등반의 또다른 재미를 맛보게 한다.
삼선구름다리는 하늘로 치솟은 철계단이 127개나 되며 해발 878m인 정상 마천대로 이어진다.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라는 뜻의 마천대에 날씨가 맑은 날 오르면 덕유산과 변산반도 부근의 서해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케이블카는 대둔산온천관광호텔 뒷편에서 출발해 해발 600m까지 올라간다. 대둔산 케이블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파르게 설치되어있으며 대둔산의 기암괴석을 편안히 감상하기에 알맞다.
완주의 가을 정경은 대둔산뿐만 아니라 대아수목원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대둔산 입구에서 17번 국도를 타고 전주 방면으로 내려가다 경천면소재지를 지나고 고산면에 이르면 왼쪽으로 대아저수지와 동상저수지, 대아수목원으로 향하는 길이 이어진다. 완주군 드라이브를 즐기다보면 곳곳에 감나무가 많아서 눈으로 보기만 해도 절로 배가 불러진다.
◆여행정보(지역번호 063)
완주군청 문화관광과 240-4224, 양지 대둔산 삭도(케이블카) 263-6621, 맛집/고향전주식당(산채정식, 버섯전골, 263-9151), 청산관광농원(꿩요리, 262-3333), 화산식당(붕어찜, 263-5109), 왕소나무집(닭백숙, 243-0306), 화심순두부(순두부찌개, 243-8268)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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