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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식의
'탱고의 향기(Scent of a Tango) - II.'
< 탱고 레슨 - The Tango Lesson
: La Leccion de Tango >
‘영화 만들기에 관한 영화’ 로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당당히 장식하며 많은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감독 샐리 포터.
그녀는 여성 모델 3명과 하반신이 불구인
패션 디자이너가 범인을 알 수 없는 살인사건에
휘말려 죽어가는...
스릴러 영화 < 분노 - Rage > 의 시나리오
작업에 착수하지만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과의
마찰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일에 지쳐 머리도 식힐 겸 헌팅을 위해
파리에 간 샐리는 아르헨티나 최고의 명댄서
파블로 베론의 탱고 공연을 보며 한눈에
매료되지요.
- 파블로 베론의 탱고 쇼... 그 첫만남
: 아니발 트로일로 'Queias de Bandoneon'
https://youtu.be/c--E0BolF40
샐리가 파블로에게 건넨 첫마디...
"천사의 동작이네요!"
그녀는 파블로에게 자신의 영화에 출연시켜
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탱고 교습을 부탁합니다.
이미 50을 바라보는 나이였음에도, 10대 시절
발레로 몸을 단련했던 샐리 포터는 탱고의
세계에 익숙해져 가지요.
하지만 그럴수록 영화 제작은 난항을 겪게
됩니다.
“난 걸음마도 못하네요" 라며, 음악도 없이
서먹한 채로 진행된 첫번째 레슨은 당연히
쉽지않게 풀어지죠.
스텝(걸음마) 훈련부터 진행하던 파블로는
뒤로 걷는게 어렵다는 샐리에게 그럼 앞으로
걸어보되, '중심을 잘 잡으라' 고 이릅니다.
무모하게도(?) 혼자서 댄스 클럽에 갔던 샐리는
형편없는 춤 실력으로 철저히 외면받죠.
결국 두번째 레슨은 뼈아프지만 값진 교훈으로
남게됩니다.
< 분노 > 의 각본 작업을 이어가던 샐리는
거실 바닥에서 심하게 벌어진 '틈'(crack)을
발견하죠.
수리공은 균열이 심각해 큰 공사를 벌여야되니
2주 정도 여행을 다녀오는게 좋을거 같다고
권합니다.
그녀는 몇번이고 수리공에게 "Bad?" 라고
묻죠.
그 균열은 어쩌면 샐리에게 있어 '일탈' 의
구실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녀는 지구 반대편인 '탱고의 고향'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날아가 파블로의
친구들로부터 세번째 탱고 레슨을 받게
되지요.
"스텝의 오픈은 남자 파트너의 정면에서
해야 돼요. 더 힘차게 다리를 차요!"
그들로부터 강도높은 훈련을 받은 샐리...
그녀는 부쩍 향상된 실력으로 도심 밀롱가에서
탱고 솜씨를 선보이곤,
"훌륭한 댄서이십니다. 최고네요!" 라는
찬사까지 듣습니다.
샐리는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파리로
돌아왔지만 바닥공사로 엉망진창인 집은
아예 천장까지 물이 새는... 꼴이 말이
아니지요.
다시 만난 파블로와의 네번째 레슨.
몇 스텝을 맞춰보던 그는 "그동안 연습을
많이 했나봐요" 라고 심드렁히 반응하며...
음악을 틀고 본격적인 레슨에 돌입합니다.
샐리는 묻지요. "왜 탱고를 선택했죠?"
파블로는 화답합니다. "탱고가 나를 선택한
거에요"
'예전 파트너와 헤어졌다' 는 파블로를 향해
샐리는 '각본이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다' 고
응수합니다.
두사람은 달빛 교교(皎皎)한 세느 강변에서
환상적인 탱고를 추며 서로의 꿈을 고백하지요.
오래전부터 품어왔던 '배우' 와 '댄서' 의 꿈을...
다섯번째 레슨에서 파블로는 진지한 질문을
건넵니다.
"운명이 있다고 믿어요?"
샐리는 연장자(?) 답게 차분히 답해줍니다.
"기회와 운명 중 뭘 믿느냐에 달렸죠. 난 기회가
운명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의지에 달렸죠."
자못 철학적으로 이어지는 두사람의 문답...
"그럼 쉬운 질문 하나 할게요. 신을 믿어요?"
"인간의 행동을 통제하는 절대자를 인정할 수
없기에 난 무신론자라 할 수 있죠. 하지만...
난 유대인에요."
완성된 시나리오와 함께 투자 협의 차
미국으로 떠나는 샐리.
파블로는 공항 터미널에서 그녀를 배웅하며
익살스런 탱고를 선사합니다.
그러곤 첫키스...
하지만 '프랑스어 대사의 무대 위 연쇄적 살륙'
이라는 작품 배경과 언어 문제는 물론,
전체적으로 '미와 죽음의 찬미' 주제 자체가
설득력과 흥행성이 떨어진다며...
샐리의 영화는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말지요.
아무 소득없이 파리로 돌아온 샐리를 위해
파블로는 독특한 탭 댄스 스타일의 탱고를
주방과 거실 페치카 위에서 즉흥적으로
춰보입니다.
여섯번째 레슨인 셈입니다만...
'분노' 영화 작업을 거두고 개인적인 작품,
곧 '탱고' 영화 를 만들 생각이라는 그녀에게,
파블로는 파리 탱고 쇼에 초대받았다며
파트너를 해줄 것을 부탁하지요.
둘은 새해 첫날을 함께 보내기로 약속합니다만...
황당하게 바람을 맞아 자존심이 상한 샐리는
사뭇 곤혹스러워 합니다.
화났냐고 묻는 파블로에게 샐리는 그저
슬플 뿐이라고 얘기하죠.
그러자 파블로는 우리 사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 선을 좀 긋는게 좋겠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일곱번째 레슨은 지나가지요.
파블로는 자신의 입장을 계속해서 강변합니다
"예전에 공과 사를 혼동해 곤경에 빠진 적이
있죠. 모든게 망가질 수도 있어요.
개인적인 관계를 일로 승화시켰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우리에겐 약간의 거리가 필요해요."
그러곤 샐리의 침대에서 잠들어 버리는 파블로...
여덟번째 레슨 역시 혼곤한 잠 속에 빠져듭니다.
이어진 아홉번째 레슨에서도 파블로의 주문은
여전히 까다롭고도 강압적이죠.
"좀더 자연스럽게... 잡념을 버려요!
긴장을 풀고, 단순하게 해봐요.
머리로 춤추는게 아니에요,
생각을 많이 하지 말아요.
힘이 들어갔어요.
머리는 흔들지 말고 중심을 잃으면 안돼요.
당신은 멋대로 하고 있어요!"
"비판만 하지말고 격려는 해줄 수 없나요?" 라며
주저앉아 울고 마는 샐리...
파블로는 그런 그녀를 다시 일으켜 세워줍니다.
" 아무 생각말고 나에게 맡겨요.
그저 날 믿고 따라오면 돼요."
이제 무도회장으로 가는 두사람...
하지만 그곳에서 이전 파트너와 다정하게
재회하는 파블로의 모습에서 샐리는 미묘한
질투의 감정을 느낍니다.
시종 느릿하고도 단조로운 목소리의 샐리...
그녀의 속내를 읽은 한 손님은 눈치껏 얘기합니다.
" 지금 흐르는 '펜살로 비엔'(Pensalo bien)...
가사가 재미있죠."
'스텝을 내딛기 전에 잘 생각해봐,
내일이면 아마 돌아 올 수 없을지도 몰라
잘 생각좀 해봐...내가 너를 그렇게 사랑했는데,
너는 다른 사랑때문에 나를 망각속에 내던져 버렸지'
그런 샐리를 향해 파블로는 얘기하지요.
"나도 질투에 빠지기 쉬워요. 하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폭력적이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거나, 또 극적이길
원치 않는다고요.
신파는 더욱 질색이고요..."
그럼에도, 탱고 쇼를 위한 레슨은 강도있게
계속됩니다.
"준비 동작을 해보죠.
점프는 수직으로! 팔은 움직이지 말고요.
점프를 해서 정지하는 듯한 순간이 오면 그대로
있어요...멈춰야 돼요."
어렵사리 '일시적 정지의 미학' 을 체감한 샐리는
탱고 쇼에 파블로의 파트너로 정식 무대에 나서
큰 박수갈채를 받습니다.
그러나 막상 공연이 끝나자 파블로는 샐리를 심하게
질책하지요.
"당신은 힘과 긴장을 혼동하고 있어요.
강함은 침착함에서, 빠름은 느림에서 나오는건데...
망쳤어요, 이건 뒤죽박죽이지 춤이 아니에요!"
춤을 가르치는 선생이자 탱고를 이끄는 남성으로
집요할 정도로 되풀이되는 파블로의 요구에,
샐리의 혼돈스러운 마음은 급기야 폭발하고 맙니다.
”당신은 솔로처럼 행동했고 나의 존재는 무시했어요.
당신은 나의 자유를 파괴한 거죠.
마치 낯선 사람과 춤추는 기분이었단 말에요.
당신은 관객에만 신경 쓰고 있었다고요.
당신을 잃은 느낌이에요... 난 더이상 춤을 출 수가
없어요.
당신은 대체 어디 있는 거에요?“
감독으로서 현장을 장악하는데 익숙한 샐리와
댄서로서 춤을 이끄는데 익숙한 파블로...
둘은 숙명적으로 부딪히게 된 것입니다
각자 자기 세계를 고수하는 두 사람이 쉽사리
합일되지 못하는 게지요.
파블로는 그런 셀리를 비난합니다.
"춤출 때는 과거의 잡념을 버리라고 했잖아요.
그냥 나만 따르란 말이에요.
아니면 내가 움직일 자유조차 빼았는단 말입니다!
왜 자기 생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거에요?
그건 감정의 나약함이에요!"
샐리는 분연히 맞받아칩니다.
"무슨 소리에요, 명색이 난 영화감독이에요.
그건 감정의 나약함이 아니라 표현의 풍부함이라고요.
당신은 춤만 추고 말만 할 뿐, 제대로 볼 줄 몰라요.
내가 하는 영화의 세계, 연출 작업도 이해하지 못하죠.
그저 보고 싶지 않을 뿐일지도 모르지만...
당신이야말로 독선적이에요!"
격렬한 싸움 후, 세인트 셀뢰스 성당에 걸린 '야곱과
천사의 씨름' 그림을 보는 샐리...
그녀는 파블로에게 구약성서 속 유대인 얘기라며,
낯선 사람(천사 또는 자기 자신)과 밤새도록 씨름했던
'야곱의 우화' 를 화해의 메시지로 에둘러 건넵니다.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고조됐던 위기는...
싸움을 멈추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샐리의 청과
함께 열번째 레슨에서야 겨우 풀어지죠.
비록 둘간의 과거와 생각은 완전히 매듭짓지 못했지만...
그들은 결국 샐리의 새로운 탱고 영화 속에서 콜라보를
다져가기로 합니다.
"탱고에선 당신이 선생이지만, 영화에선 내가
선생이에요. 각오는 돼있죠?"
두사람은 마치 세례식처럼 분수대의 물로 서로를
정화해줍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 함께 날아온 파블로에게
고향에 온 기분이 드냐고 묻는 샐리...
두사람은 도심 거리에서 빗속에서조차 자유로운 열정의
탱고를 거침없이 춘 후 밀롱가에 입장해 뜨거운 환영을
받지요.
"신사 숙녀 여러분, 7년 만에 옛친구 파블로 베론이
돌아왔습니다!"
친구 둘과 더불어 누에보 탱고 동작을 안무하는
파블로...
'이젠 내가 리드할 차례' 라는 열한번째 레슨을 통해
탱고 수업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합니다.
하지만 샐리는 '우는 역의 신파극' 은 하기 싫다는
파블로와 다시금 부딪히게 되지요.
댄스 클럽에 가는 택시에서 흐르는 '갈로 시에고'(Gallo
Ciego) 음악을 알아 맞히는 샐리에게 운전기사는
놀라면서도 의미심장한 말을 합니다.
"탱고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반드시 밑바닥 생활을
거쳐야 한답니다... 지금 외로우시죠?"
촬영 스튜디오를 물색하다 지친 샐리에게
파블로는 조심스레 물어봅니다.
"괜찮아요? 당신은 지금 정신이 다른데 있는거
같아요. 어제 탱고를 출 때 느꼈어요."
한데... 샐리는 갑작스레 파블로에게 탭 댄스 시범을
보여달라고 부탁합니다.
파블로의 리드로 두 친구가 어우러지는 탭 댄스
파드 트루아(3인무).
화면은 스튜디오 바깥 긴 회랑으로 연결되며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Libertango)' 로 충일하게
채워지지요.
샐리의 탱고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이자 댄서들인
세명의 남자와 어우러지는,
'파드 캬트르(4인무)' 의 경쾌한 탱고 시퀀스를 통해
샐리는 비로소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춤추게 됩니다.
어느덧 영화의 피날레...
파블로와 샐리는 서로를 응시하지요.
"뭘 보고 있나요?"
"스크린 속의 당신을요."
"당신은 그러면 스크린 바깥에 있겠군요.
카메라 밖에서 날 바라보면서요."
"그게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방식이에요.
보면서 말입니다... 그건 나의 일이니까요."
파블로는 토로합니다.
"알고 싶어요, 왜 우리가 만났는지.
유대인의 느낌이란 어떤가요?
파리는 낯설고 여기도 고향같지 않아요.
난 두려워요. 뿌리를 잃은 느낌 말에요.
내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요.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까 봐 두려워요."
샐리는 그런 파블로를 위로해 주지요.
"그래서 우리가 만난 거에요..."
두사람은 뜨겁게 서로를 포옹합니다.
이제 누구의 시선 대신 오직 상대 댄서만을
존중하는 파블로와의 열두 번째... 그 '마지막 탱고
레슨' 에서 샐리는 'I am you' 를 노래하죠.
”춤을 출 땐 확실해져요
오래 전부터 당신을 안 듯한 느낌
당신은 나...나는 당신
하나는 하나...하나는 둘"
탱고와 삶에 대한 예술적 탐색과 사유의 결과로
만들어진 < 탱고 레슨 >...
이 작품은 영화 만들기의 본령이 결국 누군가와,
곧 세상과 ‘함께 하는 것’ 임을 깨닫게 만듭니다.
음악에 몸을 맡기고 하나가 되는 탱고의 희열을
나누는...
하여, 열정과 정염(情炎)의 도가니가 아닌
차가운 도도함의 매혹으로 빠져들게 하는
< 탱고 레슨 >.
영화는 그렇게, ‘나’ 는 ‘당신’ 이 되고,
‘당신’ 은 ‘내’ 가 되는 것에 대한 갈망을
남겨줍니다.
1. < 탱고 레슨 - The Tango Lesson > Trailer'
https://youtu.be/9RsBpwV5Pb0
세계적인 카메라맨 로비 뮬러가 펼친 모노크롬
의 영상은 감독 샐리가 줄곧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생각일 것이죠.
댄스를 과도하게 미화하는 일없이 감상과 허식을
배제한... 돋보이는 조명과 촬영 말입니다.
네번째 레슨 이후 서로 매혹된 두 사람이 세느 강변에서
춤추는 아름다운 장면 속,
유람선 바트뮤쉬의 불빛을 배경으로 한 로맨틱한 숏에서
빛을 발하는 스탭진의 창의와 기술이 그러하지요.
아울러 황량하게만 보이는 투르넬 강변에 가로등을
총총히 세워 놓고 나무에는 백열등을 장식해 놓아
고혹적인 영상미를 시현해주고 있습니다.
탱고를 배우는 샐리, 또 영화에 대한 꿈을 가진
파블로...
두사람은 각각 탱고를 통해, 또한 영화를 통해 삶과
사랑을 가꾸어 나갑니다.
샐리 포터는 < 탱고 레슨 > 에서 장소의 다양한
이동을 통해 탱고를 아낌없이 보여주는 역할에
충실함과 동시에,
사랑에 속박되고 싶지 않은 파블로와... 사랑을 함께
나누고픈 그녀 자신의 감정 변화를 감각적으로
터치하죠.
샐리는 '탱고' 라는 춤에 비범하고도 예민한 감수성을
불어 넣어주고 있습니다.
극 중 탱고는 단순한 춤이나 기예가 아닌...
주인공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주요한 매개체로
자리매김하죠.
"왜 날 두려워하냐" 고 묻자, "당신의 나약함이 두려울
뿐" 이라 답하며 샐리와 파블로는 서로의 마음을
탱고 뒤에 숨기기로 약속하지만,
탱고는 그 짧은 '3~4분의 시간' 에도 속내를 숨길 수
없게 만듭니다..
열두 차례의 레슨을 통해서야 두 사람은 질투와 오해,
갈등을 이겨내고 비로소 '하나' 로 되지요.
덕분에 < 탱고 레슨 > 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자,
두 예술가의 창조에 관한 대화로,
나아가 남성 대 여성이라는 케케묵은 대립이
해소되는 페미니즘 영화로 자리하게 됩니다.
탱고의 속성처럼, 엇갈리는 특성들을 변증법적으로
중층화하고 통일시키는 감독의 탤런트는 가히
일품이지요.
샐리 포터 자신의 실생활과 픽션이 아우러진 듯한,
사랑과 탱고의 격정을 흑백의 영상으로 담아낸
<탱고 레슨>...
영화는 여성과 남성의 예술적 주도권 쟁탈, 또한
연상녀와 연하남의 기묘한 애정을,
초보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능숙한 샐리 포터의
몸동작 위로 풀어나갑니다.
'현실은 영화처럼, 허구는 현실처럼 만드는 것' 은
모든 감독의 꿈일 터... 샐리 포터의 그러한
'최선의 의도’ 가 생생하게 숨쉬고 있는 것이죠.
탱고에 실린 깊은 미의식을 섬광의 이미지와 대하의
리듬으로 그린 감성미가 압권으로,
관객들은 샐리 특유의 '낯설게 하기’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탱고와 음악에, 이미지에, 화술에,
그리고 메시지에 흠뻑 취하게 됩니다.
1997년도 작품답지 않은... 몽환적이면서도
무미건조한 사운드와 낡고 거친 흑백 필름은
영화 속 탱고에 복고적이면서도 뭔가 특별한
아우라를 부여해주고 있지요.
더욱이 샐리와 파블로가 한창 탱고 연습에 열중할 때
뒷 배경의 사운드로 산만한 도시의 소음이나 오가는
자동차의 생경한 크락션 소리를 듣는 것 또한
진기한 경험으로 다가옵니다.
감독은 자신의 경험에 기초해 앵글로 색슨과
라틴 아메리카의 문화들, 남성과 여성, 또 보는
사람과 보이는 사람과의 반대항을 섬세하게
묘사하죠.
그것은 탱고춤처럼 서로를 밀고 당기는 역학관계
속에서 균형을 이룰 때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포인트인 겁니다.
춤에 관한 영화로서도 재미있게 볼 수도 있겠지만...
< 파리 텍사스 >, < 브레이킹 더 웨이브 >,
< 데드맨 > 을 촬영한 로비 뮬러의 미학적인
카메라의 움직임을 보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죠.
2. < 탱고 레슨 > 속 탱고 Scene
버지니아 울프의 원작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올란도>(1993) 로 페미니즘 영화를 대표하는
주요 감독으로 거론된 샐리 포터.
그녀는 이후 할리우드의 주류로 편입되지 못하고
좌절을 겪어야 했던 시절... 탱고와의 자전적 체험을
<탱고 레슨> 에 옮겨냈습니다.
영화는 첫번째 레슨에서 열두번째 레슨까지
12개의 장으로 나누어,
처음에는 탱고를 배우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곧 그것은 삶과 사랑에 대한 레슨과 혼재되지요.
영화 속 대부분의 배우들이 실명 그대로 출연하여
리얼리티에 충실한 자아의 모습을 반영합니다.
화면 속엔 그 어떤 과장된 표현이나 제스처도,
멋진 의상도, 장미가 흩날리는 열정적인
클로즈업도 없지요.
전체적으로는 흑백 영화의 톤을 유지하면서도
극 중 샐리 포터 자신이 시나리오를 구상 중인
스릴러 < 분노 > 의 화면은...
< 탱고 레슨 > OST 제목처럼 '빨강, 노랑, 파랑'
('Red ,Yellow, Blue') 의 강렬한 원색 대비로
채워집니다.
2-1. 세번째 레슨
- 후안 드'아리엔조 'El Flete'
https://youtu.be/PBbUIMQDGOM
한 동작 한 동작 탱고를 배우며 샐리는 그 과정을
영화로 구상하는데요...
팔로우로서의 남녀 역할이 확연히 구분되어 있는
탱고.
이 영화에서 탱고라는 소재는 그것을 익히는
과정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그리고 남성과 여성인 파블로와 샐리의 관계를
자연스레 역전시키며,
그것을 통해 서로가 진정한 하나가 되는 조화로운
춤과 삶이라는 주제를 드러내줍니다.
우아하면서도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샐리와
그녀를 부드럽고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파블로의
동작...
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 강함과 부드러움이라는
서로 상반된 두 가지 속성이 대립되는 것으로만
획일적으로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두 사람이 일체화된 하모니의 미학을 보여줄 수
있게 하는 게지요.
그러한 영화의 내용은 한 장의 포스터로
너무 잘 표현되었습니다.
포스터 뒷 배경에는 역동적인 탱고 동작의 고풍스러운
그림(실은 구약성서 속 '야곱과 천사의 씨름' 장면) 이
있지요.
그런데 강하게 앞으로 뻗어나가는 남성과 그를 받아
안는 천사의 춤 동작...
그 앞에서 같은 동작을 취하고 있는 샐리와 파블로의
자리가 반대임을 알 수 있습니다.
2-2. 네번째 레슨
- 아스트로 피아졸라 'Zum'
https://youtu.be/v1o7z4YdU-s
각본과 연출, 연기에 노래까지... 1인 4역 샐리 포터의
다채로운 예술적 역량이 분출된 <탱고 레슨> 은,
남녀의 분명한 역할 구분과 남성의 일방적인 주도로
이루어지는 탱고라는 소재를 예민한 젠더적 감성으로
접근합니다.
남성의 선택으로 시작되며, 철저히 남성의 시선 및
행동과 공간의 통제 속에서 이루어지는 탱고라는
장에서,
샐리는 여성의 위치와 행동의 자유를 섬세한
시선으로 탐색하지요.
음악에 몸을 맡기고 하나가 되는 탱고의 희열을
나누기 위해,
샐리 포터는 한쪽의 완벽한 통제를 바탕으로 다른
이에게 주어지는 '허락된 자유’ 의 불합리를 파헤치고
있습니다.
- 세느 강변 레슨
: 후안 드'아리엔조 'Amor y Celos'
https://youtu.be/2EJRhLgf1yU
2-3. 다섯번째 레슨 : 공항 Scene
- 클레즈 마틱스의 'Doyna'
https://youtu.be/T6Q2Kw49w9s
2-4. 여섯번째 레슨 : 주방 Scene
https://youtu.be/tXRCvdg63Lw
2-5. 아홉번째 레슨
- 후안 드'아리엔조 'Milonga de mis amores'
https://youtu.be/l3Z0qbFGm70
- 후안 드'아리엔조 'Pensalo bien'
https://youtu.be/-G66F6Ig37c
- 탱고 쇼
: 오스발도 푸글리이세 'La Yumba'
https://youtu.be/dkvkv4-XxhA
2-6. 열번째 레슨 : 빗속의 탱고
- 'Tangueando en la lluvia'
https://youtu.be/ANY6g1qulMU
- 밀롱가 Scene
: 후안 드'아리엔조 'Milonga de mis amores'
https://youtu.be/5wo0MkvkaeU
2-7. 열두번째 레슨
- 아스트로 피아졸라 'Libertango'
https://youtu.be/KHBYrbn8ndU
- 피날레 Scene
: 샐리 포터 노래 'I am you'
https://youtu.be/shRiiug7sc4
'오래 전부터 영화배우가 꿈’ 이었던 댄서 파블로는
얼마 전 파트너와 헤어졌고,
'내 꿈은 무용수가 되는 거' 였던 감독 샐리의
시나리오는 할리우드 관계자로부터 외면당합니다만...
탱고의 호흡과 리듬에 점차 젖어가며 샐리는
파블로와 사랑에 빠지게 되죠.
탱고의 자유로움과 열정에 매혹된 그는 파블로와
부에노스아이레스 남자 댄서 둘과 함께 영화 작업을
시작합니다.
이처럼 서로를 연인이자 쇼 무대의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탱고 레슨' 은 비로소 탱고라는 아름답고 몽환적인
예술의 장에서 작동하게 되죠.
하여, 샐리와 파블로가 함께 하는 <탱고 레슨> 은
본격적으로 '영화 만들기의 장' 으로 이동하며,
감독과 배우라는 새로운 관계 역학을 만들어내지요.
3. < 탱고 레슨 > OST
3-1. 휴고 디아즈 '슬픈 밀롱가'(Milonga triste)
- 배경 영상 < 탱고 레슨 >
https://youtu.be/zFIJyrzxJEo
"아, 나는 생각한다.
댄스를 하듯 살아가는 것을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허세를 부리거나 자만심을 갖지 않고, 겸허하게 일을
배운다면 얼마나 좋을까.
강하게 그리고 자신이 넘쳐 흐르게, 열린 음으로
열심히 일하며 환희 속에서 있을 수만 있다면...
나는 아마도 본래의 내 모습을 볼 수 있겠지."
그렇게...리듬으로 무장된 샐리 포터 감독의 속내를
통해 그녀만의 감성과 지성미가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 + 'I am you'
https://youtu.be/ofLnhuBx9sM
'I am you'
- 샐리 포터 노래
'Where did you come from?
Where... oh, where?
From earth, from water
from fire...or air?
When we're dancing
Then I'm sure
I know I know you from before
당신은 어디서 왔나요?
어디에서... 오, 대체 어디에서
왔나요?
흙으로부터? 물로부터?
아니 불로부터...혹은 공기로부터
왔나요?
우리가 춤을 출 때면,
나는 확신해요
난 알아요, 당신을 알아요,
아주 오래전부터
Travelling man... man in my heart
Man on stage, man of his art
Swiftly speaking with his feet
I hear you, I see you
There we meet
맴도는 당신...내 마음 속을 맴도는
당신
무대 위, 당신의 예술 속에서
스텝으로 바람같이 말하는 그대
나는 당신을 듣고, 당신을 바라보아요
우리가 만난 그곳에서
Where eyes and ears
receive the world?
Where what is spoken
can be heard?
눈과 귀는 어느 곳에서
세계를 받아들이나요?
뱉어진 말들은
어느 세계에서 들을 수 있나요?
You are me, and I am you
One is one, and one are two
One is one, and one are two
You are me, and I am you
당신은 나, 그리고 나는 당신이에요.
하나는 하나, 그리고 하나는 둘이죠
하나는 하나, 그리고 하나는 둘이죠
당신은 나, 그리고 나는 당신이에요'
https://youtu.be/shRiiug7sc4
3-2. 'Now'
프레드 프라이스, 샐리 포터, 토마스 블로흐,
온데스 마르테노트
https://youtu.be/dZ4RQI5RLRs
3-3. 'Red, Yellow, Blue'
- 프레드 프라이스, 토마스 블로흐, 샐리 포터,
온데스 마르테노트
https://youtu.be/RcFKItGvncQ
3-4. 카를로스 가르델 'Mi Buenos Aires querido'
- 마리솔 레돈도
https://youtu.be/_kNWITvWVDU
- 영화 < Cuesta Abajo > 피날레 신
: 카를로스 가르델 주연
https://youtu.be/YgzPuzMibNA
3-5. 'Rage'
- 프레드 프라이스, 샐리 포터, 토마스 블로흐
https://youtu.be/U1T0AlQuP7U
3-6. 'Danse de Cuisine'
- 프레드 프라이스, 샐리 포터, 토마스 블로흐,
파블로 베론
https://youtu.be/n8pKTAc6WSc
3-7. 'Jacob and the Angel'
https://youtu.be/Sjk_bzDgYGk
3-8. 오스발도 푸글리이세 'Gallo Ciego'
https://youtu.be/jOwKz8BiR7M
3-9. 카를로스 디 살리 'Bahía. Blanca'
https://youtu.be/IMkqVH810Mg
4. 요 요마 뮤직 비디오
< 탱고의 영혼 - Soul of the Tango >
: 피아졸라 '리베르탱고(Libertango)'
< 탱고의 영혼 > 에 흐르는 '리베르탱고' 엔
샐리 포터 영화 < 탱고 레슨 > 속 한 장면이
품어져 있습니다.
https://youtu.be/WpEpS1FX5ic
5. 샐리 포터 감독 인터뷰 파트 I.
https://youtu.be/6q7DmuYzyng
6. 샐리 포터 감독 인터뷰 파트 II.
https://youtu.be/FyDd5P4VBWc
- 李 忠 植 -
첫댓글 1. 샐리 포터 감독 인터뷰 파트 I.
https://youtu.be/6q7DmuYzy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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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 포터 감독 인터뷰 파트 II.
https://youtu.be/FyDd5P4VBW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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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고 레슨 - The Tango Lesson > Trailer
https://youtu.be/9RsBpwV5P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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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레슨 - 후안 드'아리엔조의 'El Flete'
https://youtu.be/PBbUIMQDG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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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레슨 -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Zum'
https://youtu.be/v1o7z4Y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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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느 강변의 레슨 'Amor y Celos'
- 후안 드'아리엔조
https://youtu.be/2EJRhLgf1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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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레슨 : 주방 Scene
앞치마를 두르고 상추를 찢으며 주방에서
신나게 탱고를 추는 파블로.
귀여운 듯 그런 그를 흔연스레 바라보는 샐리...
https://youtu.be/tXRCvdg63L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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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번째 레슨 - 후안 드'아리엔조의
'Milonga de mis amores'
https://youtu.be/l3Z0qbFGm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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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롱가 Scene
https://youtu.be/5wo0Mkvka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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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번째 레슨 : 빗속의 탱고
- 'Tangueando en la lluvia'
https://youtu.be/ANY6g1qul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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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번째 레슨
-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Libertango'
https://youtu.be/KHBYrbn8n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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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블로 베론의 탱고 쇼... 그 첫만남
https://youtu.be/c--E0BolF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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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번째 레슨 : 탱고 쇼
- 오스발도 푸글리이세의 'La Yumba'
https://youtu.be/dkvkv4-Xx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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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salo bien'
https://youtu.be/-G66F6Ig37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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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고 레슨 - La leccion de Tango >
- 피날레 신 'I am you : Milonga triste'
: 샐리 포터 노래
https://youtu.be/shRiiug7sc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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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가르델의 'Mi Buenos Aires
Querido' - 카를로스 가르델 주연 영화
< Questa Abajo > 피날레 신
https://youtu.be/YgzPuzMib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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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마의 뮤직 비디오 < 탱고의 영혼 -
Soul of the Tango > 속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Libertango)' 신에는
샐리 포터 영화 < 탱고 레슨 > 의
마지막 열두번째 레슨 신이 품어져
있습니다.
https://youtu.be/WpEpS1FX5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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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드'아리엔조의 'Pensalo bien'
https://youtu.be/-G66F6Ig37c
'Pensalo bien,
antes de dar ese paso,
que tal vez mañana acaso
no puedas retroceder
'그 걸음을 내딛기 전에
잘 생각해봐,
내일이면 아마 돌아 올 수
없을지도 몰라
Pensalo bien,
yo que tanto te he querido,
y me has echado al olvido
tal vez por otro querer
잘 생각좀 해봐,
내가 너를 그렇게 사랑했는데,
너는 아마 다른 사랑때문에
나를 망각속에 내던져 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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