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거리 1.435미터>>
<탈> 外 45편
지식과 감성
오래전이었습니다. 나는 낙타의 혹부리 등에 올라앉아 광활한 사막을 여행했습니다. 낙타는 눈 까만 새끼들을 등에 업고 고달픈 삶을 걷고 있었던 게지요. 낙타는 무쇠로 만든 심장과 다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폭풍의 모래언덕도 거뜬히 넘어가는 쓰러지지 않는 거대한 바오밥나무였지요. 사막의 오아시스였고 전능한 점술사였습니다. 언제나 필요한 물과 기댈 수 있는 등이 되어주었습니다. 사구(砂丘)를 헤쳐나가는 지혜와 우물의 위치를 가늠해주었습니다. 그런 낙타가 있어 나는 행복했습니다.
태양이 불바람을 일으키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입 안 가득히 모래를 문 채 그만 숨을 놓고 말았던 게지요. 무쇠심장이 멈추고 무쇠다리가 꺾이는 순간이었습니다. 낙타를 너무 믿었던 것일까요. 나는 두려움에 떨며 낙타를 끌어안았습니다. 처음으로 등에서 내려와 낙타의 슬픈 눈을 보았던 게지요. 눈망울 가득 새끼들의 걱정이 그렁그렁 젖어 있었습니다. 어린 새끼들을 등에 업고 긴 노역의 밤을 건너온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그날 어미 낙타는 울지 않고 나는 오랫동안 울었습니다.
몇 갈피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옛날 어미낙타가 가늠해준 별자리를 따라서 어린 새끼들을 등에 지고 사막을 걷습니다. 험한 모래언덕을 오르면서 지난날 어미낙타의 단단했던 무쇠다리를 생각합니다. 매운 눈물을 흘리면서 낙타의 눈썹이 길어진 까닭을 생각합니다. 어느새 내 등에 돋아난 혹부리 굳은 살을 만지며 낙타의 고단했던 삶을 생각합니다. 한 방울의 체액마저 남김없이 짜내고 울지 못하던 낙타의 주름진 눈을 생각합니다. 숨을 놓은 순간까지도 지친 내색조차 않던 낙타의 슬픈 습성을 생각합니다. 파르스름한 사막 너머 별자리를 뒤적이는 밤, 어미낙타 한 마리 오늘도 내 꿈 밖을 서성이고 있습니다.
-<울지 않는 낙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