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생긴 사람은 정말 착할까?
이덕하
2007-08-08
머리말.. 1
지능.. 2
성격과 인간성.. 2
인류학적 연구.. 3
만약 상관 관계가 없다면?. 4
인간은 다른 인간의 얼굴에서 많은 정보를 얻어낸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얼굴만 보고 성별을 거의 정확하게 맞힐 수 있으며 나이도 대강 알 수 있다. 또한 얼굴 표정을 보고
그 사람의 감정을 알아낼 수 있으며 안색을 보고 건강 상태도 대강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또한 얼굴을 보고 이런 정보를 얻어내는 능력은 적응(adaptation)임에 분명하다.
얼굴을 묘사하는 단어에는 위에서 언급한 것과 관련된 것들이 여럿 있다:
남자 같이 생겼다, 여자 같이 생겼다
어려 보인다, 젊어 보인다, 늙어 보인다
아픈 것 같다, 팔팔해 보인다
화난 얼굴, 무서워하는 얼굴, 기쁜 표정
하지만 다음과 같은 단어들도 있다:
똑똑하게 생겼다, 멍청하게 생겼다
착하게 생겼다, 사악하게 생겼다
순박하게 생겼다, 교활하게 생겼다
순하게 생겼다, 험악하게 생겼다
쪼잔하게 생겼다
고집스럽게 생겼다
청순하게 생겼다, 섹시하게 생겼다(헤프게 생겼다)
과연 얼굴에 대한 이런 평가들도 적응일까?
중증 정신 지체자들의 얼굴은 표시가 난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는 그들의 얼굴을 보고 멍청하게 생겼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하지만 과연 중증 정신 지체자 또는 정신 지체자 전체를 제외하면 어떨까? 과연 이 때에도 사람들의 직관은 정확할까?
이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다.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얼마나 똑똑하게 생겼는지를 점수 매겨 보라고 한 후 지능 검사 결과와 대조해 보면 된다. 나는
아직 이런 연구가 실제로 행해졌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모른다.
만약 사람들이 매우 똑똑하게 생겼다고 지목한 사람들의 IQ가 매우
높다는 것이 드러난다면, 사람들이 얼굴을 보고 정신 지체자 뿐 아니라 지능이 매우 높은 사람도 상당히
정확히 구분해 낼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나는 것이며 “똑똑하게/멍청하게 생겼다”라는
직관이 적응이라는 가설이 힘을 얻을 것이다.
성격과 인간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연구할 수 있다. 순하게 생긴
사람이 정말 순한지, 쪼잔하게 생긴 사람이 정말 쪼잔한지, 사악하게 생긴 사람이 정말 사악한지를 위와 같은 방법으로
조사할 수 있다. 만약 얼굴에 대한 이런 직관과 실제 성격 조사가 상당히 잘 들어맞는다면 이런 직관들
역시 적응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런 직관이 진화한 이유도 어렵지 않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예컨대
여자의 바람기와 얼굴의 생김새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그런 상관 관계를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이 남자에게 있다면 번식 경쟁에서 유리할 것이다. 여자의 얼굴을 보고 바람을 안 피울 것
같은 여자(청순하게 생긴 여자)와는 결혼을 하고 바람을 잘
피울 것 같은 여자(헤프게 생긴 여자)와는 하룻밤 정사를
벌이면 될 것이다.
만약 정신병질자(psychopath)가
평균적으로 보통 사람들보다 더 사악하게 생겼다면 적응 가설이 큰 힘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정신병질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오히려 반대라고 이야기한다. 그들은 정신병질자가 사악하게 생겼기는커녕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생겼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통계적으로 엄밀하게 조사하고 그런 말을 하는지는 상당히 의심스럽다. 매력적인 정신병질자가 더
많은 사람들을 더 효율적으로 갈취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자들이 그런 인상을 받는 것 같다.
적어도 한국인들은 얼굴을 보고 여러 가지 판단(사악하다, 고집스럽다)을 내리는 것 같다. 만약
한국인들만 이런 판단을 내린다면 그런 직관이 적응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다양한 문화권의 인간들을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모든 문화권에서 표정에 대한 판단이 비슷하듯이 얼굴을 보고 성격에 대해
판단하는 것도 비슷하다면 적응일지 모른다는 의심을 해 보아야 한다.
우선 각 문화권에서도 한국에서처럼 “고집스럽게 생겼다”는 등의 표현을 쓰는지 조사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얼굴을 보여주고 그 사람이
선하게 생겼는지 사악하게 생겼는지, 또는 고집스럽게 생겼는지 여부를 묻는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 만약 모든 문화권에서 비슷한 대답을 한다면 적응 가설에 힘이 실릴 것이다. 물론
그 비슷한 대답이 실제의 성격 조사와 일치해야 더 확실한 증거가 될 것이겠지만 말이다.
만약 상관 관계가
없다면?
조사 결과 “똑똑하게/멍청하게 생겼다”라는
직관이 중증 정신 지체자를 제외하고는 실제와 상관 관계가 없다는 것이 드러난다면, 또는 “사악하게/착하게 생겼다”라는
직관, “청순하게/헤프게 생겼다”라는
직관 등이 실제와 상관 관계가 없다는 것이 드러난다면 어떨까?
이 때에도 여러 가능성이 있다.
첫째, 실제 성격과 직관과는 상관 관계가 없을지라도 다양한 문화권의
얼굴 판단이 비슷할 수 있다. 즉 어떤 문화권에서 청순하게 생겼다고 보는 얼굴을 다른 문화권에서도 청순하게
생겼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실제 성격과 직관 사이에 상관 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각 문화권에서 서로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 어떤 문화권에서 똑똑하게
생겼다고 보는 얼굴이 다른 문화권에서는 멍청하게 생겼다고 보는 식으로 말이다.
셋째, 얼굴을 보고 지능, 성격, 인간성을 판단하는 것은 일부 문화권에만 한정된 현상일지도 모른다.
만약 첫째라면 도대체 왜 사람들이 왜 서로 비슷하게 얼굴 판단을 하는지가 설명되어야 한다. 만약 둘째라 하더라도 왜 모든 문화권의 사람들이 쓰잘 데 없이
얼굴을 보고 성격, 인간성 등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지가 설명되어야 한다. 만약 셋째라 하더라도 도대체 한국인들이 왜 그러는지가 설명되어야 한다.
첫댓글 이 분야는 아직 미지의 분야군요. 근데 제가 봐도 수구보수꼴통들의 생김새는 확실히 꼴통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