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 대첩
영화계에 ‘흥행은 도박’이라는 말이 있다. ‘영화판은 2할 타율’이라고도 한다. 그만큼 운이 따르는 게 영화 흥행이다. 그럼에도
‘대박’ 영화에는 시대를 반영하는 특별한 메시지가 있다. 역대 1000만 관객 기록을 세운 〈실미도〉(2003년), 〈태극기 휘날리며〉
(2004), 〈왕의 남자〉(2005), 〈괴물〉(2006), 〈해운대〉(2009), 〈도둑들〉, 〈광해〉, 〈7번방의 선물〉(이상 2012),〈변호인〉
(2013) 등이 대표적이다.
영화 〈명량〉이 한국영화 흥행사를 새로 쓰고 있다고 한다. 개봉일 최다 관객(68만명) 기록을 시작으로 평일 최다 관객
(70만명), 역대 최단 기간 500만명(6일) 돌파, 일일 최다 관객(125만명) 등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꿈의 기록이라는
1일 관객 100만명도 가뿐하게 넘어섰다.
〈명량〉은 사극에 대한 관심, 영화 성수기인 여름철 개봉, 그리고 믿고 보는 배우 최민식·유승룡 등 흥행의 요소는 골고루
갖췄다. 하지만 그동안 이순신 장군을 다룬 영화가 수없이 많았다는 점에서 신기록 행진을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평론가들도 높은 점수를 주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곧 〈아바타〉(2009)가 세운 최다 관객 1330만명을 넘어 1500만명 기록까지 점치는 분위기다. 〈명량〉에 이처럼
관심이 높은 이유가 뭘까. 우선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사회적 불신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명량〉의 전후 사정은 오늘의
‘세월호’와도 고스란히 겹친다. 1597년 임진왜란 6년, 이순신은 단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선을 물살이 센 진도 앞바다 울둘목
(명량)에 몰아넣고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둔다. 장군은 말한다. “무릇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417년이 지난 2014년, 공교롭게도 똑같은 진도 앞바다 팽목 맹골수로에 세월호가 침몰하고 304명이 억울하게 생매장된다.
여기서 상황은 엇갈린다. 우리 시대엔 국가기관의 위기관리 능력 부재, 사회에 만연한 부패와 책임의식 실종만 드러나고
위기를 반전의 기회로 바꾸는 지도자는 없었던 것이다. 영화 속에서 백성들은 이렇게 말한다. “후손들이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한 것을 알아줄까.” 어렵고 불안한 사회가 이순신 장군과 〈명량〉의 대첩을 불러냈다.
경향신문 김석중 논설위원
첫댓글 보슬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어제 오후 아내와 같이 명량을 관람했습니다.
시기적으로 적절한 좋은 영화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정말 한국 사람들 영화 잘 만듭니다.
저는 이 영화를 모든 국민이 보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CGV에서 삼성카드로 보면 50%할인입니다. 영화 보기가 돈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이겠지요.
친구들 안사람, 바깥양반 모시고 한번 가보세요. 훨씬 삶이 풍성하고 따뜻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