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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인간 유병언--기업과 종교는 분리되어야 한다.
http://blog.donga.com/milhoon/archives/4140
뒤집어진 세월호
네 차례 연재를 통해 유병언씨 문제를 다뤄보았다. 유병언씨를 변호하는 글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연재를 한 것은 검찰이 바로 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것으로 연재를 끝내서는 안된다. 유병언씨와 구원파의 책임도 따져보아야 한다.
큰 사건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온다. 때문에 많은 국민이 놀라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게 된다. 큰 사건 뒤에 엄청난 음모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큰 사건은 충격이 커서 그렇지 사건 자체는 단순한 경우가 많다.
세월호 참사는 세월호의 무리한 구조 변경, 실은 짐을 제대로 묶지 않은 것, 그리고 해경 요원들의 프로 근성 부족 등이 맞물려 일어난 것이다. 좀 더 들어가면 세월호의 실재적인 오너로 지목받은 유병언씨 측이 가져간 것으로 보이는 돈도 거론될 수 있을 것 같다.
세월호 사건이 충격으로 다가온 또 다른 원인은 구원파 때문일 수도 있다. 오대양과 관련돼 있다는 의혹과 함께 이단 시비를 받는 구원파가 세월호 배후에 있다고 하니 더 큰 충격이 만들어진 것 같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맞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을 향해 ‘우리가 남이가’라는 플래카드를 내건 구원파를 보며 많은 이들은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순진한 광신도들
오대양 사건 현장
기자는 몇 차례 이단 또는 광신자 단체로 불리는 종교집단을 취재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얻어낸 결론 중의 하나가 ‘광신도일수록 순진하다’는 점이다. 의심이 많고 교활한 사람은 절대로 광신도가 되지 못한다. 열광하는 주위의 신자들을 따라 같이 목청을 높일 수는 있어도 순교나 자신을 던지는 헌신은 절대로 하지 못한다.
광신도란 소리를 듣는 사람일수록 거짓말에 서툴다. 예외가 교주나 그들이 모시는 신을 위한 거짓말을 할 때이다. 그 외 분야에서 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신도가 순진해야 교주라고 불리는 이가 신도들을 제대로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은 어떠한 교주도 어떠한 리더도, 어떠한 CEO도 거짓말을 하는 이를 신용하진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종교단체는 일체성이 매우 강하기에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이는 신도로 들어오기 어려다.
구원파 사람들이 그러한 것 같다, 그들은 거의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오래 전에 만나본 오대양 생존자들은 더 순진했다. 구원파가 이단 소리를 듣는 것은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구원파에는 목사가 없다. 구원파는 평신도 복음회로 시작한 종단이다. 목사가 없이 평신도들이 만든 종단인 것이다.
이들은 기존 교회는 하나님이 아니라 목사를 예찬한다고 본다. 하나님을 빙자해 목사를 떠받는 것이 기존 교회라는 시각이다. 때문에 목사가 해주는 성경 풀이는 그 목사가 생각한 풀이이지 하나님의 말 그 자체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이들은 교회를 치장하는 것을 거부한다. 신도가 많은 교회일수록 많은 성금을 받아 교회가 거룩하고 엄숙하게 보이도록 치장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은 이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치장은 하나님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교회를 운영하는 목사의 권위를 높이는 역할만 한다고 한다. 이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적은 것이 성경이니 이것을 읽어서 직접 그 뜻을 접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쉽게 말하면 목사가 필요 없다는 태도다. ‘신의 말을 적은 경전을 이해하려면 성직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가’, ‘아닌가’는 종교에서는 오랜 논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상당한 공부가 된 사람들은 성직자들보다 더 경전을 잘 풀어내니, 그런 이들은 성직자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구원파들은 신도가 자기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목사의 해석을 따라가지 말고 스스로 성경을 읽고 이해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평신도 복음회로 시작을 했다. 신도들이 종단을 만드는 예는 다른 나라에서도 발견된다.
신도 중심의 불교 종단인 일본의 SGI
일본의 절은 대개 가업으로 어이진다. 일본의 스님들은 결혼을 해 자녀를 낳는데, 그 자녀가운데 한 명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승려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의 절은 절 단위로 형해화(形骸化)돼 있다. 수많은 절을 묶어 놓은 종단이 있지만 종단의 힘보다는 절 하나하나의 힘이 더 센 것이다. 일본의 절은 가업으로 주지를 이어가기에 종단으로부터 상당히 독립적이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는 스님으로부터 불경을 배우겠다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적다. 승려가 아닌 이들이 직접 불경을 읽어 이해하고, 그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옳다고 보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따라서 스님이 아닌데도 불교 공부를 많이 한 신도들이 많다. 이러한 신도들이 모여 종단을 만든 것이 있는데, 최근 이제는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세를 크게 넓히고 있는 SGI가 바로 그것이다.
SGI는 ‘쇼가 각가이 인터내셔널’을 줄인 것으로, 한자로 바꾸면 국제창가학회(創價學會)가 된다. 창가학회는 일본에서 자민당과 자주 연합을 하는 공명당을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창가학회는 분명한 불교 종단이지만 승려가 없다. 일반인처럼 머리를 기른 사람들이 종단을 운영한다. 지금은 이케다 다이사쿠라는 이가 창가학회를 이끌고 있다.
이와 비슷한 것이 구원파인지도 모르겠다. 구원파에는 목사가 없다. 신도 가운데 성경을 가장 잘 해석해 그에 동조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그 세력이 중심이 돼 교회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물이 바로 유병언씨였다.
유병언 설교 모습
평신도 복음회로 출발한 구원파
그러나 구원파를 만든 고 권신찬씨는 목사였다. 그는 목사였지만 기존 교회가 목사를 찬양하고 교회를 치장하는 것에 반발해, 신도 중심의 교회 운영을 외쳤다. 이들은 구원을 받는 것이 중요하지 그밖의 것이 뭐가 중요하나고 주장했기에, ‘평신도 복음회’라는 이름을 가졌었다.
때문에 목사들이 운영하는 기존의 기독교 종단과 많은 마찰을 빚었다. 이들은 구원을 받은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기에 이들을 비난하는 쪽에서는 이들을 “구원파”로 불렀다. 구원파는 이들을 비난하는 의미를 담고 있었지만 이들은 구원은 좋은 뜻이라며 구원파로 불리는 것을 저어하지 않았다. 그러다 교단 이름을 ‘기독교 복음 침례회’로 바꾸었다.
권목사는 사위인 유병언씨와 사이가 좋았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날 유씨가 “당신도 목사‘라고 하면서 장인-사위 관계가 틀어졌다고 한다. 그후 유씨는 구원파 교회에 가지 않고 그가 이해한 성경을 풀어갔는데, 구원파의 많은 신도들이 그의 해석에 쏠리면서 그는 구원파 교회에 가지 않으면서도 가장 큰 구원파 집단을 이뤘다. 권신찬 목사가 타계한 다음에는 그는 명실상부한 구원파의 리더가 되었다.
유씨는 기업을 운영했다. 기업을 운영하려면 회계가 제일 중요한데, 그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는 일종의 결벽증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는 그것은 남에게 맡기고 자신은 뭔가를 개발하는 것에 집중했다. 집중력이 좋고 영감이 많았던 그는 반짝이는 아이디어 상품을 많이 내놓아 사업가로 성공을 했다. 그러나 회계 부분은 철저히 하지 않았다.
회계 부분을 철저히 하지 않았다
회사의 실질적인 대표인 그가 개발한 제품은 구원파 사이에서 잘 팔려나갔다. 그가 개발한 제품의 주소비자가 구원파라는 것 때문에 반(反) 구원파 세력으로부터 그는 신자들의 부를 착취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구원파 안에서는 그러한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의 기업은 성공가도를 걸었으니 회사 측은 최초의 아이디어를 낸 그에게 많은 사례를 했다. 이것은 또 자기 회사 돈을 빼돌리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여기에서의 사례는 대표서의 임금이나 주주로서의 배당 외의 것을 말한다. 개발을 한 데 대한 대가인데, 이 금액에는 정가란 것이 있을 수 없다. 이 ‘개발비’ 때문에 그는 구원파의 돈을 착취한다는 비난을 들었다.
아무튼 이러한 방법으로 그는 큰 돈을 모아 외제차를 타고 다녔다. 이번 그의 변사사건에서 그는 현금 8억3000만원과 미화 16만 달러를 갖고 있었던 것 같은데 이러한 자금도 이러한 방법으로 마련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병언씨는 오대양 사건으로 투옥됐다 출감한 다음에는 조금 변한 모습을 보였다.
2차 오대양사건 때 그가 이끌던 (주)세모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큰 비판을 맞았다. 은행들은 대출연장을 해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의 기업들은 무너지지 않았는데 이는 위기의식으로 구원파들이 똘똘 뭉쳤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구원파 직원들은 저임금도 수용했다고 한다. 그의 기업들은 IMF 외환위기 때 무너졌다.
IMF 외환위기가 끝난 후 그는 하나씩 회사를 되찾아 갔다. 다른 기업을 해서 번 돈을 부도가 나 매각된 회사를 사들인 것이다. 다른 기업이란 그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해 구원파 등에게 파는 회사이다. 그때부터 그는 회사 지분을 갖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표 같은 직책을 갖지 않고 주식도 없이 오로지 개발비만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이 개발비가 문제가 되고 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검찰은 즉각 천해지 해운 등으로부터 유씨 일가가 수백억원을 횡령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어떻게 유씨가 회사 자금을 횡령한 것을 파악했을까. 이 문제에 대한 구원파의 생각은 이러한 것 같다.
“삼성이나 SK 등 재벌집단을 보면 지주회사가 있다. 지주회사는 갖고 있는 자회사 주식을 이용해 자회사들을 통제한다. 배당금도 받고 있다. 그리고 배당금과는 별도로 로고 사용료를 받는다. 삼성이나 SK란 이름을 사용하는 수많은 자회사로부터 로고 사용료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그 금액은 ‘정하는 대로’이다.
자회사인 그 기업들이 많은 돈을 번 것은, 기업이 잘한 탓도 있겠지만 글로벌 기업명이 된 삼성과 SK를 회사명으로 쓴 탓도 있으니 지주회사는 그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받아내는 것이다.
유씨 일가가 주식도 갖고 있지 않은 자회사로부터 돈을 받는 것도 비슷하다. 유씨는 작명의 대가인데, 작명을 해준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다. 이는 국세청에 다 신고하는 것이라 숨길래야 숨길 수가 없다. 세월호 사건 후 검찰이 바로 횡령액을 계산해 낼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신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유씨 일가의 횡령을 대단한 범죄인 것처럼 몰고 갔지만 세금 신고가 다 된 것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문제로 유씨 일가를 처벌한다면 검찰은 다른 재벌 지주회사들도 처벌해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법 집행이다.”
구원파 신도들이 금수원에서 집단으로 모여있다
구원파의 떳떳함 그러나…
이러한 배경이 있기에 구원파들은 떳떳해 한다. 그러나 기업과 종교를 분리하지 않는 그들의 행태는 과연 올바른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것이 유병언씨를 얽어맨 올가미가 되었으니까.
구원파 논리대로 한다면 유씨는 기업가이다. 그런데 그는 종교지도자의 권위를 누렸다. 그의 기업은 정신적으로도 하나가 된, 단결력이 대단히 강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단결력이 구원파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로만 맞춰졌다면 문제가 된다. 그들이 운영한 기업이 생산한 것은 구원파만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씨의 기업들은 스쿠알렌 등 건강식품을 많이 제조했다. 건강식품은 거의 모든 이에게 좋은 것이니 일반인들이 먹는다고 해서 특별히 불이익을 받는 것은 없다. 건강식품 제조는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을 전제로 하니 나쁜 제품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그러나 유람선회사를 운영한다는 이야기는 달라진다. 유람선은 해양 수송이라는 여행과 함께 안전도 제공해줘야 한다. 안전이 깨지면 배는 가라앉을 수 있으니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그렇다면 유람선을 운영할 때는 안전한 건강식품을 만드는 것처럼 안전 운항에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그의 회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천해지 해운은 세월호에 유씨 작품을 전시할 공간을 짓기 위해 증축을 했다. 물론 필요한 법적 절차는 밟았을 것이지만, 목적을 우선시 했기에 적법이 아니라 통상적으로 하는, 그리하여 약간의 부정이 있는 절차를 밟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이들은 기업적이 아니라 종교적이었다.
세월호에 실린 차량을 철저히 고박하지 않은 것도 일반적인 룰을 따라간 것이다. 그들이 진짜로 소비자를 생각하는 기업을 했다면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 화주들의 저항이 있더라도 제대로 고박을 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있어 그들은 철저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익 증가를 최우선으로 한 일반 기업과 같은 행태를 보였다.
이는 유병언씨 측이 기업가 카드와 종교인 카드를 필요에 따라 적절히 써먹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해양수송이 갖는 낭만뿐만 아니라 해양 소송이 내포한 사고도 생각하고 그에 대처했어야 한다. 그러나 하지 못했다.
사람은 동시에 두 개를 하기 어렵다. 유병언씨도 기업가와 종교지도자 가운데 하나를 택했어야 한다. 둘을 함께 가져가고자 했다면 철저히 분리시켰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종교와 기업을 함께 하는 몇몇 집단들이 있다. 이들은 유씨의 실패 사례를 참고해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낭만만 보고 안전은 보지 않았다
유씨는 일찌감치 유람선 사업에 눈을 뜬 사람이었다. 그는 선진국이 되면 자연히 해상여행, 유람선 이용자가 증가한다고 보고 준비를 했다. 그러나 장밋빛만 보았다. 낭만에만 주목한 것이다. 바다라고 하는 자연이 순식간에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은 덜 생각한 것이다.
그가 안전에도 주목했다면 아이디어가 많은 그는 안전을 위한 여러 장치도 개발해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그도 Think the Unthinkable을 하지 못했다. 안전까지 생각하는 철저한 기업가 길을 걷지 않은 것이다.
오대양 사건으로 억울하게 당했다면 그는 사회의 변덕스러움을 알고 억울함을 당하지 않는 준비를 했어야 한다. 농약을 치지 않는 안전한 음식을 만드는 노력을 해온 것처럼 안전한 여객선을 만드는 노력도 했어야 한다.
세월호 사건과 유병언씨 사건은 누구도 시대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1993년 서해페리호 참사사건을 겪은 후 우리는 큰 해양사고를 당하지 않았다. 그것이 방심을 불러왔는지 모른다. 선박 건조술이 발전했으니 안전 문제는 간과하고 이용만 극대화한 것이다.
기업과 종교는 분리돼야 한다
안전을 의심하지 않으니 너도나도 유람선 사업에 편승하면서 ‘해피아’ ‘관피아’를 양산했다. 유람선 사업을 지켜보아야 할 워치 독(watch dog)들이 한편이 됐으니 고양이이게 생선을 맡긴 격이었다. 그리고 304명을 잃는 엄청난 참사를 당하게 되었다.
기업과 국가을 운영하는 요체는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 그리고 분할 통치(devide and rule)라고 본다. 국가나 기업을 운영하려면 누가 속이는 사람이 있는지 살피는 사정기관을 반드시 운영하여야 한다. 그리고 불편하지만 권력을 쥔 이들을 무조건 비판하는 야권세력을 존치시켜야 한다.
그래야 운영집단이 보지 못한 실수를 발견해 미연에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 그래서 권력은 분산시켜 특정 세력이 독점하지 못하게 한다.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다. 반면 종교기관은 특정 신에게 모든 것을 맡기니, ‘하나로 몰빵’을 거는 특성이 있다. 이렇게 기업과 종교집단은 성격이 다르다. 그래서 기업과 종교는 하나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검찰의 수사권 독점하는 것이 문제이듯, 기업과 종교가 하나가 되는 것도 문제다. 기업은 기업인이, 종교는 종교인으로 나누어져야 한다. 그래서 전통 있는 교단은 똑똑하지 못한 성직자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음에도 별도로 성직자를 둔 것으로 보인다.
종교생활을 잘 할 수 있는 이들은 종교로 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사회생활을 하겠다고 한다면 사회의 룰을 따라야 한다. 정치와 군, 정치와 정보가 분리되야 하듯이, 정치와 정교, 기업과 종교도 분리하여야 한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유병언씨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종교지도자라면 희생자들에 대한 조의부터 표해야 했는데, 그는 2차 오대양 사건 후 여론 재판에 말려 검찰에 억울하게 당했다는 것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 결과 검찰에 잡힐 수 없다는 것에 집착해 볼썽 사나울뿐만 아니라 그 뒤도 좋지 않았던 도피극을 연출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이단 시비와 오대양 관련으로 의혹을 받는 것에는 단호히 저항하더라도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고 나오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그러나 그는 신도들의 틈에 숨어 있다가 여러 곳으로 도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체력도 떨어졌다니 그의 신념이 흔들렸을 가능성이 높다.
그의 도피는 구원파를 더 이상한 집단으로 보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다. 구원파 신자들도 유씨의 도피를 보면서 실망한 이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유병언씨가 사라진 구원파는 계속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