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신인류는 더 나아질 것인가?
최재붕. (2019). 『 포노 사피엔스 』쌤앤파커스
이강문
‘포노 사피엔스’는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신인류’를 뜻한다. 휴대전화를 의미하는 ‘포노’(Phono)와 생각, 지성을 의미하는 ‘사피엔스’(Sapiens)의 합성어로, ‘생각하는 인류’를 뜻하는 ‘호모 사피엔스’에서 차용한 신조어이다. 원래 이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15년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로, 호모 파베르(도구를 사용하는 인간)나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처럼 21세기의 인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인간’이 되었다는 뜻한다.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출시한 이후 ‘포노 사피엔스’는 전 세계 인구의 40%를 차지하게 되었다. 저자는 ‘포노 사피엔스’의 등장으로 세상은 새로운 사회 기준, 새로운 도덕 기준, 새로운 상식을 요구하는 급격한 변화의 시대를 맞이했다고 주장한다.
확실히 스마트폰의 등장은 우리의 일상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제는 한 순간도 스마트폰 없는 삶을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일어나는 순간 날씨를 확인하고 SNS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살핀다. 종이 신문을 읽지 않은 지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계산해볼 수도 없다. 앱을 통해 쇼핑을 하고 은행 업무를 처리한다. 젊은 친구들은 더 이상 TV도 보지 않는다. 예전에는 온 가족이 안방극장에 모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등 저마다의 개인 기기로 접속하여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본다. 더 이상 방영 시간을 기다리는 법도 없다.
스마트폰은 개인의 삶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구조도 바꾸어 놓았다. 온라인 시장은 날로 확대되고 있고, 급성장하는 기업의 순위도 온라인과 연결된 기업들이다. 농업 혁명에 5,000년, 산업 혁명에 200년, 디지털 혁명엔 30년이 걸렸지만, 스마트폰 혁명엔 채 10년도 걸리지 않았다. 이제 스마트폰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사람이다. 때문에 저자는 이와 같은 혁신의 시대에도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시장이 급격히 변하고, 조직문화가 달라지며, 사업방식이 변화되었다고 해도, 결국 이 모두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사람이다. 때문에 부지런히 공감하며 연결하는 사람 공부가 절실히 필요한 시대이다.
스마트폰은 도구이다. 이 도구를 누가, 어떤 사람이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때문에 사람을 이해하는 인문학적 소양은 여전히 필요하며, 사람됨이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신학적 고민도 여전히 유효하다. 스마트폰이 우리의 삶을 혁신적으로 편리하게 만들어 준다고 하여, 포노 사피엔스가 저절로 선해지거나 위대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19년도에 출간되어서 지금 읽기에는 신선도가 조금 떨어져 보인다. 과학기술의 혁신은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급성장을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더 나아지고 있는지 묻는다면, 어느 누구도 희망적으로 말할 수 없다. 여전히 전 세계에는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가난과 기후위기는 전혀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의 습격은 과학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인류를 전멸시킬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게 만들었다. 혁신적인 과학 기술을 다룰 만큼 인류가 혁신적으로 나아질 수 있을까? 그 답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