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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8. 3. 21 - 3. 27 갤러리이즈 (T.02-736-6669, 인사동)
2018. 3. 28 - 4. 6 순천예술회관 (T.061-749-8612, 순천)
윤인자 개인전
화면 뒤에서 배어나오는 풍경
윤인자는 의도적으로 거칠고 누르스름한 색감을 지닌 캔버스의 뒷면 천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그 뒷면의 조건을 그대로 용인하면서 그것을 자신의 그림의 성격과 결부시키고 있다. 올이 굵고 거친 표면은 물감이 균질하고 찰지게 묻혀지지 않고 대략적으로 얹혀지는 편이다.
글 :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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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130.3x130.3 Oil on canvas 2018
본래 그림은 땅바닥에 그려졌다가 이후 벽을 거쳐 캔버스라는 인위적인 공간으로 이동했다. 서구의 경우 르네상스 시대에 베네치아에서 처음으로 캔버스가 발명되면서부터 이후 캔버스라는 공간은 그림이 이루어지는 절대적인 공간이 되었다. 천으로 이루어진 그 화면의 정면을 물감으로 도포 하면서 외부세계를 재현하는 것이 그림이 된 것이다.
그런데 윤인자는 그림의 정면성을 위반하고 역설적으로 화면을 뒤집어서 이를 이용했다. 그림의 영역에서 배제되었고 외면당했던 공간을 가시적 영역으로 이끌어 낸 것이다. 공장에서 제작되어 나오는 캔버스의 정면은 말끔하게, 흰색으로 처리된 것에 반해 뒷면은 거친 천의 결과 본래의 자연적인 색감, 누르스름한 색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이 뒷면의 천은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 용이하지 않다. 물감과 붓질이 묻어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오히려 그러한 조건을 이용해 그림의 두드러진 요소 내지는 특징으로 끌어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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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자는 의도적으로 거칠고 누르스름한 색감을 지닌 캔버스의 뒷면 천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그 뒷면의 조건을 그대로 용인하면서 그것을 자신의 그림의 성격과 결부시키고 있다. 올이 굵고 거친 표면은 물감이 균질하고 찰지게 묻혀지지 않고 대략적으로 얹혀지는 편이다. 정교한 표현보다는 물감의 질료적인 성질, 이른바 물성이 두드러지게 올라오고 그에 따라 상당히 촉각적인 감각이 느껴진다. 그것은 세부묘사보다는 분위기와 느낌을 고조하고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작가는 붓과 함께 나이프로 물감을 조율하고 있다. 표면에 나이프의 맛이 묻어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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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60.6x60.6 Oil on canvas 2017
작가는 그러한 방법론을 이용해 적조한 자연풍경을 표현한다. 사계절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감촉되는 풍경화다. 상당히 간략하게, 자연풍경의 핵심적인 부분만을 묘출해내고 있다는 느낌이다. 자잘한 묘사나 표현보다는 단순한 몇 가지 색감과 물감의 질감만을 통해 자연에서 받은 직관적인 인상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니 특정한 장소를 재현한 것이라기보다는 다소 관념적인 풍경이다. 구체적인 장소에서 받은 인상을 이후 재구성하고 단순화해서 이미지화한 그런 풍경화다. 산에 가득 핀 진달래, 수직으로 솟은 가을 나무, 눈 덮인 겨울 산과 짙고 어두운 상록수들이 지극히 간략하게, 단순화해서 표현되고 있다. 올이 성긴 표면에 다소 희박하게 올라와 붙은 물감이 달라붙고 긁히고 문질러지면서 문득 어렴풋이 특정한 시간대와 계절의 느낌이 환하게 번져 나오는 그런 그림이다. 퍽이나 운치가 있고 시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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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72.7x60.6 Oil on canvas 2018
아마도 작가는 자신이 특정한 자연 공간에서 받은 아름다움이든 혹은 매력적인 느낌 등을 기억해내고 이를 그림으로 다시 복원하고 싶었던 듯 하다. 그것은 사라진 것, 그러나 기억에 의해 강하게 남아있는 것, 이미 사라지고 없는 것이지만 없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을 애써 호명하는 일이다. 모든 그림의 저간에는 이러한 상기의 고통이나 깊고 깊은 향수가 자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진달래로 뒤덮인 풍경은 사실 거의 분홍빛으로 칠해진 색면 추상회화에 가깝다. 우리가 진달래꽃이 가득 핀 풍경을 이미 보았고 그 장면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기에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진달래꽃임을 인지한다. 사실 그림을 보고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기억 때문일 수 있다. 그러니 작가는 우리의 기억에 자리하고 있는 특정 장면을 건드리는 매개를 던져놓고 있다고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림이다. 따라서 지나치게 세부적인 묘사나 재현에 의해 그려질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그것이 가능하지 않기는 하다. 보는 이들이 그 특정 공간, 장면을 연상할 수 있는 매개로서의 화면/그림으로도 충분하다. 윤인자의 그림이 바로 그런 경우를 매우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구상과 추상 사이에 걸쳐 있기도 하고 실재와 환영 사이에, 보이는 것과 기억하고 있는 것 사이에서 이 그림은 이루어진다. 그러니 이 그림은 특정 장소의 관찰에 의한 재현이나 현실을 재생하는 묘사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자연의 모습을 빌어 그 가시적 너머의 비가시적 기운이나 내밀한 생명력을 지닌 자연 혹은 우리가 미처 알 수 없는 타자성으로 빛나는 자연의 한 기운이 홀연 드러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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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90.9x72.7 Oil on canvas 2018
글 : 윤인자(서양화가)
나는 진달래꽃이 주는 전체적인 뉘앙스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시각적으로 멋을 부린다든지 잘 그려 보이려 하거나 정교하게 묘사하려하지 않는다. 그 보다는 가슴으로 다가오는 색채의 파동을 더 고려한다. 작업과정에서 올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다소 거친 캔버스 뒷면을 발견했다. 마직고유의 텍스추어를 활용하는 일은 나로서는 사소한 즐거움이다. 가급적이면 인공적 표면처리가 되지 않은 날 천이 주는 자연스러움이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내가 그리는 진달래꽃도 같은 문맥으로 그린다. 캔버스 지지대라는 물성 위에 다소 단순한 붓 자국이 남겨지도록 했다. 꽃 사이사이 보이는 줄기도 일부러 그렸다기보다는 물감의 흔적에 더 가깝다. 꽃을 지탱하기 위한 줄기의 역할을 굳이 극명하게 보여줄 필요는 없다. 나의 그림은 부분보다는 전체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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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업은 몇 가지 제한된 색채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진달래 그 자체에 몰입하기를 원하는 나로서는 거기에 복잡한 외부적 요인이 들어가는 일은 가급적 억제한다. 절제된 색상 속에서도 미묘한 톤의 변화를 찾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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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꽃 72.7 x53.0 Oil on canva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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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자 Yun, In ja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 졸업
2018 순천예술회관 초대개인전
2018 개인전 (이즈갤러리)
2018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예술의전당 제7전시실)
2017 싱가폴 아트페어 / 부산 아트페어
2017 홍콩 아트페어 / 자카르타 아트페어
2017 26인초대전 (제주 현인갤러리)
2017 싱가폴 아트페어 / 2016 장은선갤러리 초대개인전
2016 부산국제아트페어 (부스개인전)
2016 광화문 국제아트페스티벌 (세종문화회관)
2015 구상대제전 부스개인전 (한가람미술관)
2015 광화문 국제아트페스티벌 (세종문화회관)
2014 탐라를탐하다 10인초대전 (미술세계갤러리)
2013 구상대제전 부스개인전 (한가람미술관)
2012 개인전 (수갤러리)
2009 SCAF 부스개인전 (한가람미술관)
2009 개인전 (KBS 시청자갤러리)
2007 미술과비평 아트페스티벌 부스개인전 (세종문화회관)
기타 그룹 및 단체전 150여회
대한민국 미술대제전 심사
순천대학 작품소장
한국미술협회, 상형전, 광화문아트포럼 회원
서울시 서초구 효령로 34길 79, 5동 705호
M : 010.3266.0837 E : yuninj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