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주막과 회룡포가 있는 경북 예천 기행
- 용궁양조장, 용궁역, 회룡대, 회룡포뿅뿅다리, 삼강주막, 박달식당의 순대국밥 -
경북 예천 용궁면의 '용궁양조장'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던 경북 예천의 회룡포 마을. 싸륵싸륵 송이 눈이라도 내리려나, 계절은 아직도 이렇듯 차기만 한데, 미끄러지듯 고속도로를 달리온 여행자는 경북 예천군의 용궁면소재, 용궁양조장에 첫발을 내딛는다.
망각(忘却), 그래 잊었었구나. 용궁양조장의 인심좋은 사모님이, 양은그릇에 내민 막걸리를 한 잔 들이키매 술받으러 다니던 어린시절 주막거리의 추억이 새록 되살아난다. 인심좋은 양조장 사모님은 주당(酒黨)이라도 만난듯 맑은 청주(淸酒)를 또 한 사발 권하니, 주당 아닌 주당은 넉살좋은 인심을 거부하지 못하고 이내 얼굴이 빨개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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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군 용궁면 소재, '용궁양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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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맛있는 '용궁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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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양조장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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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양조장 사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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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양조장
용궁역에서
간이역을 무심히 지나쳐버리는 특급열차처럼 그렇게 달려왔던가. 정말 그랬던가. 좀 더 여유를 가져보기 위해 떠나온 용궁에서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저멀리 작은 간판 용궁역으로 가본다. 역장도 없고 역무원도 없는 이 작은 간이역에 기차 한대가 경적을 울리며 들어온다. 기차는 어김없이 용궁역에 서고, 늙수그레 영감님들을 몇 명 내려놓고는 또 저 멀리 꼬리를 감춘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기차가 지나간 따뜻한 철로 위에 네 가족 모두 서 본다. 삶은 자유다. 삶은 구부러지고 휘어지더라도 이 얼마나 거룩한 것인가. 좀더 너그러움을 배우기 위해, 좀더 여유를 찾기 위해 저 철로처럼 낮게, 저 기차처럼 느리게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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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역에서
회룡대에서
장안사(長安寺) 입구, 매점 지붕위에 상수리나무 잎새가 소복히 쌓여 있다. 장안사 외벽 찰흙담이 이채롭다. 대웅전 팔작지붕이 낮게 내려앉은 하늘과 닿을듯 선학처럼 날개를 펴고 있다. 대웅전 앞에 서서 합장(合掌)을 하고 부처님께 절을 한다. 절에 와서 부처님에게 절을 하는데 수십 년의 세월이 걸렸다. 예절은 언제나 쑥스러웠고, 삶은 언제나 대강대강이었다. 만약 장안사의 스님을 만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다행히도 장안사에서 스님은 만나지 못했지만, 아무래도 스님에게까지 합장을 하고 절을 하기까지는 앞으로 또 수십 년은 걸릴듯하다.
장안사에서 나와 회룡대로 오른다. 구부렁길이다. 구부렁길 산비탈에 소나무가 봄바람에 차다. 왼쪽으로 내성천을 내려다보며 회룡대에 오르니, 먼저 올랐던 선객들이 자리를 양보해준다.
'아, 좋다.' 내성천은 비룡산 소나무에 반쯤 가려있건만, 회룡포마을은 내성천에 감겨 있건만, 가려있든 감겨있든, 내성천은 이미 전신을 다 드러냈고, 회룡포는 처음부터 자유로운 몸이었음을 회룡대에 오른 나그네는 이내 눈치채고 만다. 낮게 낮게 흐르는 강, 그래서 소리없이 흐르는 강, 그 강에 싸인 강마을 회룡포는, 신선도 조물주도 어쩌지 못한, 사람냄새 풍기는 사람들만이 모여 사는 곳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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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사 찰흙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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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룡포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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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룡대(회룡포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회룡포 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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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룡포마을
회룡포 뿅뿅다리
산이 높다. 강이 흐른다. 봄바람은 시샘을 부린다. 사람들은 산을 오르고 또 내려간다. 산에서 내려온 여행자는 길을 걷고, 또 강을 건넌다. 모래가 얕기에 깊이를 알 수 없는 강, 엊저녁 내린 비에 강은 황토빛을 띠고 있다.
강을 건너오니 넓은 백사장이 펼져져 있다. 강가 젖은 모래밭에 발을 디뎌본다. 디녀놓은 발자국에 물이 고였다 이내 다시 모래속으로 스며들고 만다. 뒤늦게 강을 건너온 큰 녀석이 발을 잘못 디뎌 아예 발목까지 빠져버리고 만다. 양말까지 흠뻑 젖어버렸다고 큰 녀석은 연신 투덜거린다. 투덜거리는 녀석의 신발을 벗겨 모래를 털어주고 운동화끈을 다시 조여준다. 투덜댈줄만 알았지, 위기상황을 극복할 줄 모르는 큰녀석에게 이번 여행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을지.
백사장을 지나 회룡포마을로 들어간다. 육지속의 섬 회룡포마을, 몇 가구 있지 않은 작은마을에 개가 짖어댄다. 그렇게 사람들이 살고 있나보다. 꽃다지는 어디에 피어 있을까. 미나리아재비는 어느 논 둠벙에서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을까. 나는 이 마을에 무엇을 바라고 찾아온 것일까. 내가 찾아온 이마을 지붕이 초가지붕이 아니라고, 골목길마다 반듯하게 쌓아올린 담이 무너질듯 버티고 있는 돌담이 아니라고, 마당한켠 매어있는 개들이 누렁이 똥개가 아니라고, 나는 더 이상 아쉬워하지 않는다. 내게는 이곳이 여행지이지만 이마을 사람들에게는 이곳이 삶 자체임을 나는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봄바람이 차갑던 회룡포마을, 다시 내성천을 건너온 여행자는 주모를 만나러 삼강주막으로 발길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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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룡포의 뿅뿅다리를 걷는 '동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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뿅뿅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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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룡포의 뿅뿅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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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동범과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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뿅뿅다리를 걷는 젊은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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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아버지와 손자들
삼강주막에서
삼강주막은 낙동강, 내성천, 금천이 만나는 강나루에 있다. 용궁에서부터 물어 물어 주막에 도착하니 웬 길손이 그리도 많은지, 나그네 잠시 앉아 목을 축일 공간도 없다. 나 주모 보고파 먼길 왔다오, 나 주모 술 한잔 받고파 나그네 됐다오 설레발치며 허풍선이 되고 싶지만, 주모는 간 데 없고, 식당 아줌마만 12,000원짜리 한 상 드리냐며 눈웃음친다.
삼강주막 초가지붕 위로 회화나무가지가 앙상한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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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강주막의 지금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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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강주막의 옛모습(사진)
박달식당의 순대국밥
삼강에서 시오리쯤 떨어진 용궁면에 다시 들어선다. 아침에 봐 두었던 용궁역앞 박달식당으로 간다. 막창순대국밥과 오징어불고기가 별미다. 식당으로 들어가니, 웬 식객들이 그렇게 많은지, 종업원의 말로는 10분 이상 기다려야 될 것 같단다. 이사람 저사람 기웃기웃거리며 뭘 먹을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그 때 식당 안방에서 한 팀이 자리를 뜬다. 그래서 그 자리 못 맡을까봐 헐레벌떡 치우지도 않은 상을 차지해 버린다. 그런 내모습이 얼마나 웃기던지 나도 모르게 그만 실피 웃음이 난다. 밥따로국밥과 수육 한 접시를 시킨다. 한그릇에 4,000원 값도 싸고 정말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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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면 소재, 박달식당의 순대국밥
돌아오는 길
문경을 지나 연풍을 지나 돌아오는 길,
차 트렁크에서는 지인들 주려고 산 용궁막걸리 열댓병이 달그락거리고 있었다.
삼강주막과 회룡포가 있는 경북 예천 기행
2010. 3.7.
글/사진 : 신광철
첫댓글 아주 여유있어 보입니다. 가족과의 나들이(나드리가 아닙니다) ,할아버지 따라나서는 손자만 봐도 행복해 보입니다. 좋은 글, 사진 즐감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