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 많은 인연들 중 유독 가슴에, 그리고 기억 속에 남는 분이 박정 학회장님이십니다. 저뿐만 아니라 가족들 여기 계신 선생님들께서도 그러실거라 생각됩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제가 가슴벅차게 꿈꾸던 치료사의 길을, 또한 삶의 길을 먼저 앞장서서 걷고 실천하셨던 고 박정 학회장님의 1주기가 되었습니다.
의식적으로 지난 1년간 학회장님 생각을 잊고 지내다 추모사를 쓰며 떠올려보니 1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어찌나 많은 추억들이 있었는지....
저는 학회장님을 1996년 봄 ‘심의(心醫)’라는 동양의학모임에서 처음 뵈었습니다. ‘심의’를 만들고 ‘전국물리치료학과학생학술대회’를 만든 분이라는 선배들의 소개를 듣고 얼마나 설레었는지 모릅니다. 바쁜 임상의 일과를 마치고 경남 하동에서 대구까지 특강을 하러 오셨던 그 날의 모습, 슬리퍼를 신고 동네아저씨의 푸근한 인상을 저는 잊을 수 없습니다.
동양의학에 대한 열정으로 평일 밤 9시에 시작된 강의는 새벽 1시를 훌쩍 넘어서야 끝났습니다. 그 당시 학회장님은 2개의 치료실을 오가며 치료 중이셨고 대구보건대 동양의학 강사로도 활약 중이셨습니다. 강의료도 없고 평일 늦은 밤에 진행되는 후배들을 위한 특강을 단지 심의를 만든 초대회장님이라는 사실만으로 매주 그렇게 달려오셨습니다. 심지어 피곤함에 졸음운전으로 여러 번의 사고 위험을 무릅쓰고 말입니다.
제가 뵌 학회장님의 모습은 이렇게 항상 토론하고 새로이 알게 된 배움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알려주고자 애쓰시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강의 속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고 누구나 알 수 있게 쉽게 알려주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 때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렇게 열정적이시고 환자의 마음까지 치료하고자 하시는 분이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넘지 못하면 어쩌나’하고요. 참지 못하고 질문 드렸더니 “그럼 나는 열정과 이상에 미친 채로 죽겠다. 미친 채 죽는 사람은 행복할거니까.”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셨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는 학회장님이 계시는 병원에서 실습을 하고자 여름방학 한 달여를 학회장님댁에서 지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학회장님께 배우고 싶어 하는 모든 후배들과 임상의 선생님들께도 마음껏 실습할 수 있도록 실습장소를 제공하는가 하면, 서재 가득한 치료에 관한 책도 서슴없이 주시며 아낌없이 나눔을 실천하셨습니다.
치료실에서도 잠깐이라도 짬이 나면 어르신들의 손톱까지 깎아 주시며 진심으로 환자들과 마음을 나누는 심의셨습니다. 학회장님을 기억하는 환자분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그렇게 임상에서 환자들과 교감하고 특강을 다니며 지내시다가 사모님의 큰 결심을 받침으로 2007년 11월 11일 한국전통물리치료학회를 창립하셨습니다. 그 동안 공부하고 강의하신 내용들을 집대성하여 학회의 기초를 마련하시고, 기본강좌, 사주체질강좌까지 이어가셨습니다. 그리고 노력과 열정의 결실로 ‘한국전통물리치료학회입문서’,‘근육치료노하우’라는 책을 편찬하시며 세상에 당당히 뿌리내리셨습니다. 이 기간 동안에도 학회의 많은 선생님들의 멘토가 되어 주시어 가는 곳마다 환영을 받으셨습니다.
저는 학회장님을 생각하면 ‘뜨거움, 미친 열정, 끊임없는 토론, 항상 변화하는 목(木), 환자들에 대한 자애로운 웃음, 한전통에 대한 깊은 애정이 생각납니다.
전통의학과 동양의학을 물리치료에 접목하여 많은 환자들을 행복하게 하셨던 박정회장님, 치료사들에게 많은 환자들을 행복한 마음으로 치료할 수 있게 해 주신 박정회장님....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다시 없을 멘토로 누군가에게는 잊을 수 없을 스승으로 누군가에게는 피를 나눈 형제처럼 돌보고 아껴준 맏형으로 가족들에겐 더없을 사랑의 가장으로 이 땅에서 만난 모든 이들에게 항상 아낌없이 베풀고 나누고자 하셨던 박정 회장님.. 보고 싶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다른 어떤 이들에게도 이해불가였던 저의 치료사적 기질을 유일하게 깊이 이해해주시고 이끌어 주셨던 멘토이자 동료였던 박정 선배님....
이제 하늘로 돌아가셨지만 회장님이 만들어 놓으신 기틀 위에서 저희 한국전통물리치료학회는 더욱더 발전하겠습니다.
그리고 박정회장님께서 많은 후배와 선생님들에게 노력과 열정을 나눠주실 수 있었던 큰 원동력이자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셨던 사모님, 박정회장님께서 생계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고 학회를 시작할 수 있게 용기주신 사모님, 회장님이 사랑하셨던 사모님과 두 따님은 남은 저희가 힘내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학회장님이 저희에게 항상 그러셨듯 말입니다.
박정 회장님! 늘 그러셨듯 넉넉한 미소로 지켜봐 주시기를 소망합니다.
이상으로 추모사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전 수 미 올림-
첫댓글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ㅠㅜ
선생님 보다는 이모, 라고 부르면서 지내왔던 우리의 긴 인연의 세월이었지요.
늘 마음으로 존경하고, 든든히 생각했던 선배를 잃어버린
이모의 아픔앞에서 무슨 말로 덮어줄 수 있을까요?
아무튼 건강 잘 챙기고, 그런 한 사람 우리곁에 두었음을 감사히,
행복하다 말합시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어떤 이들에게도 이해불가였던 저의 치료사적 기질을 유일하게 깊이 이해해주시고 이끌어 주셨던 멘토이자 동료였던 박정 선배님...."===너무나도 공감이 가는 말씀이시네요..^^ 참 사람이 그립습니다.
그런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_()_!!!
감동입니다.
생전에 만날일이 없었던 분을 처음 만난게 영정사진 앞이었네요, 그시절 몇몇분들이 그런 마음으로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주려고 했었지요, 그 어떤 선생님들보다도 더 많은 것을 주다가 가신 박정 선생님,, 가고 난 자리가 너무나 크다 보니까 많은 선생님들이 그리는 모양입니다. 어떤 이유에서 어떤 이치에서 결과가 그렇게 되었는지 알수는 없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박정 선생님과 인연 되어신분 또한 인연은 없더라도 치료사로써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모두가 아픈분들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몇자 적고 갑니다. 이 학회가 많은 발전을 하기를 기도 합니다.
진심어린 위로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큰 발전을 이루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전수미(학술이사) 이렇게 답글 주시니 고맙습니다. 한종철의 친구이고 배헤진 선생과 함께 밸런스원 운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김옥일 여사님도 몇번 만나고 그런 그런 인연이네요, 얼굴은 보니 못했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선생님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