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제가 사는 마을 골목을 아이와 산책하다 찍은 사진이에요.
스티로폼 상자 모아 고추 키우고, 지붕에서 모여 우수관을 따라 흐르는 물을 살뜰이 아껴 텃밭에 쓰시는 모습을 보면
기후위기 대안을 생각하며 하시는 것도 아니고, 생태적 삶을 생각하며 하시는 것도 아니지만
그저 삶에 늘 배여 있던 대로 아끼고 순환시키며 살아오신 어르신들의 고운 심성이 존경스럽습니다.
(한편, 빗물 재활용 사업으로 돈 들여 마을 곳곳에 설치해놓은 빗물 저금통은 대부분 고장나거나 거의 쓰이지 않아요.)
하지만, 지연님 나누어 주신 대로 개인적 차원에서의 대응이 갖는 한계를 알지 않으면, 착한 소비의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는 구조적으로 우리 삶의 동선과 욕망을 조작하는데, 그 구조 안에 갇혀 있으면서 개인으로 대응하는 것은 적을 알지 못하는 전략이지요. 구조적인 문제에는 구조를 바꾸는 것에서 답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 이런 고민을 했던 철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의 결론이기도 합니다. 다만, 세계적 구조를 바꾸는 것에서 찾으려 하면 다시 적의 프레임에 빠지고 마는 것이니, 그 판을 무엇을 중심으로 짜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부터 필요한 것 같습니다. 고운 심성을 함께 기르고 구조화 시켜 갈 수 있는 판이 되어야 겠지요.
기후위기라는 문제가 2030년에 종지부를 찍을 문제는 아니기에, 운동의 결과 (예를 들어, 석탄 발전소 하나를 끄는 문제) 만큼 이 운동을 통해 어떤 주체가 길러지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운동을 해 가는 이들이 매일 더 행복하고 더 창조적이고 지속가능하게 운동해 간다면, 이 싸움에 승산이 있겠지요. 그런 운동과 공부가 무엇인지를 잘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 갈무리 나눔 때 기후위기 공부하면 무기력감에 빠지곤 하는데, 에너지 너머에서 공부하며 희망찬 마음을 품게 되었다고 몇 분들이 이야기 해 주셨어요. 함께 공부한 시간이 소중한 대안적 구조를 만들어간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함께 공부해서 좋았습니다. 앞으로 여러 장에서 관계 이어 가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운동을 해 가는 이들이 매일 더 행복하고 더 창조적이고 지속가능하게 운동해 간다면, 이 싸움에 승산이 있겠지요. 그런 운동과 공부가 무엇인지를 잘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말씀해주신 부분 마음에 많이 남습니다. 우리가 남길 열매와 성과가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해주는 나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