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타임스>
“새의 깃처럼 곱고 양의 이처럼 착한” - 넉줄고사리(骨碎補)
학명: Davallia mariesii T.Moore ex Baker
양치식물 고사리강 고사리목 넉줄고사리과의 다년생초본
넉줄고사리의 속명 다발리아(Davallia)는 스위스 식물학자의 이름을 적었으며, 종소명 마리에시(mariesii)는 영국인 식물채집자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영어명은 다람쥐의 발처럼 생긴 고사리(Squirrels-foot Fern)로 표현했다. 세계의 열대에서 온대에 걸쳐 9속 100종 이상이 분포하며 우리나라에는 넉줄고사리 1종 1속이 있다. 우리 이름 넉줄고사리의 유래는 잎이 4회(넉줄) 우상(羽狀)인 것으로부터 왔다고 하는데, 또 ‘넋’을 앞세운 ‘넋줄고사리’로 설명하기도 한다. 이 뿌리줄기의 인상이 마치 네발 달린 작은 짐승의 다리나 꼬리처럼 생겼고 땅을 무섭게 기는 털벌레들 같아서 무춤 징그럽기까지 한 것을 보고 금줄, 인줄, 혼줄, 넋줄로 연결하여 표현하였을 것이다. 금줄(禁―)은 볏짚을 왼 돌기로 꼬아 성인남자의 새끼손가락 굵기인데, 이 줄로 출산을 하였을 때 대문에 치거나 간장독을 두르기도 하고 치성의 대상이 되는 고목이나 바위, 당산나무, 장승에도 걸었다. 넉줄고사리의 근경은 이 새끼줄의 굵기와 경계의 이미지에 잘 부합한다. 요새는 이 기이한 뿌리와 단아한 잎을 안방에서 관상하고 분재의 거죽에 붙여서 즐기는 화훼식물로 널리 사랑을 받고 있다.
넉줄고사리는 비교적 밝은 숲 반음지의 약간 건조한 곳에 서식하며 가을에는 황토색으로 단풍이 들고 차차 갈빛으로 말라가는 하록성의 양치식물이다. 산기슭에서 산정까지 주로 화강암계열의 암벽이나 큰 나무의 기둥을 기반으로 착생하며 회갈색빛 인편에 보드라운 질감의 털이 밀생한 뿌리줄기를 길게 포복하며 사방으로 뻗는다. 포자낭군(胞子囊群)은 열편(裂片, 잎조각)에 1개씩 달리며 포막(包膜, 포자낭군을 싸는 얇은 막)은 컵 모양이다. 넉줄고사리는 지상에 노출된 뿌리의 공기호흡으로 자라기 때문에 탁 트인 산지대의 비교적 바람이 잘 통하는 환경을 좋아하며 뿌리줄기의 왕성한 번식력 덕분에 잔뿌리도 잘 발달되어 있다. 이 우단을 입은 뿌리로 건조한 조건에서도 수분을 잘 관리하며 휴면하듯이 죽지 않고 겨울을 날 수 있다.
다른 이름들도 있다. 토각궐(兎脚蕨, 토끼다리고사리), 곡궐(槲蕨, 떡갈나무고사리), 골쇄보(骨碎補, 부서진 뼈를 보한다) 등인데, 뿌리의 털을 제거하고 약재로 쓰는 골쇄보는 맛이 쓰고 성질은 따뜻한데, 간· 신경으로 들어가 보신하고 뼈를 튼튼히 하며, 어혈을 흩고 부러진 뼈를 잘 붙게 하는 효능이 있다. 수족냉증이나 냉대하, 탈모, 고지혈증, 골다공증, 이명, 이롱, 치아가 흔들리는 것을 치료한다. 골쇄보와 함께 보골지, 접골목(딱총나무), 골담초, 지골피(구기자나무 뿌리)처럼 ‘골(骨)’자가 들어간 식물들은 모두 신장에 좋은 약재들이다.
양치식물(羊齒植物)은 잎이 ‘양의 이빨을 닮은 식물’이라는 뜻이며, 또 영어로 테리도파이트(pteridophyte, 양치류)는 '깃털 같은 식물'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한다. 양치식물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식물이다. 지구상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식물(약 26만종)은 물관부와 체관부가 있는 관다발식물이지만 이 가운데서 양치식물은 꽃이 피지 않는 식물을 지칭한다. 무성세대(암컷과 수컷의 구별이 없이 무성번식을 하며 생활하던 시기)에서 만들어진 포자가 자라서 편평한 녹색의 잎 뒤에 조정기(造精器)와 조란기(造卵器)를 만들어 암수 배우자 모두를 생산하고 여기에서 만들어진 정자와 난세포가 정받이를 하여 양치류 식물이 된다. 과연 고사리류에는 어딘지 원생(原生)의 미감이 서려있다. 넉줄고사리는 이파리를 원추형의 나무처럼 꼿꼿이 세워 늙은 바위를 뒤덮는다. 어린 이파리들은 언제 보아도 새의 깃털처럼 곱고 양의 이빨처럼 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