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사 가는 길
김 정 미
수요일은 운수사 불교대학을 가는날이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출근준비를 한다
오전 7시쯤에난 카톡방에
스님의 일기같은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시를 기다린다.
오늘은 어떤 신비로운 글
오늘은 어떤 신비로운 사진
기대하면서....
기분좋게 하트랑 엄지척을 남기고
감동하고 감사하고 행복한 아침을 연다
출근 전 남편은 오늘 수요일이네
저녁에 누구차 타고가?
난 대답한다
당신이 데려다 줘야지....
알았다 퇴근시간에 전화할게~~~
수요일 아침에는 자연스러운 대화이다
간혹 남편이 약속이 있는 날은
운수사 가는 차편이 내심 걱정인가 보다
택시타고 가..
다른 사람들 불편하게 하지말고 남편의 말이다
참 고맙다
참 감사하다
너무 당연하게 생각됐던 남편이 마음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9시 출근 길
나의 손에는 핸드백과 함께 ‘말이 힘이다’가 새겨진 에코백이 들려 있다
그 가방안엔 운수사 불교대 노트랑 책
그리고 명찰이 들어있다
지하철 타러 내려가는 길
지하철 엘리베이트엔 연세드신 어르신들이 만원이다
젊은 청년이 열림버튼을 붙잡고 있어 문이 닫히질 않는다
난 빨리 안내려가면 지각인데 갑자기
화가 났다. 짜증도 났다
살짝 눈을 흘겼다
순간... 나의 팔에 걸려있는 말이 힘이다
가방을 보고 후회를 했다
야!!! 김정미. 너 참 이기적이고 나쁘다
저 청년은 참 잘 자라고 반듯한 청년인게 분명하다
얼마나 배려심이 깊고 예의 바르니...
늦은 것은 너의 잘못이고 저 모습은 칭찬받아 마땅한 모습인데...
순간 쓴 웃음과 반성으로 마음을 바꿨고
순간 화도 짜증도 사라졌다
신기하다
내 맘먹기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다니
모든 것은 마음작용 이라는 스님의 법문이 진짜구나 감탄하면서
웃으면서 행복한 출근을 한다
사무실 책상옆에 불교대 가방을 얌전히 올려놓는다
어느날 부터인가 나의 옆에 자리잡았다
오늘도 긍정으로 감사하면서
행복하게 복짓는 사람이 되자 생각하면서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종일 컴퓨터와 핸드폰. 서류더미. 고객들
그틈에서 정신없이 보내다 어느새 저녁6시 쯤이 되었다
보통의 다른날에는 퇴근시간이다
어김없이 남편에게 전화가 온다
집에가서 보리 데리러 간다~~~~
20분까지 사무길 앞으로 갈테니 준비하고 있어라~~~
난 김밥 두줄을 사고 생수를 사서 남편을 기다린다
그렇게 남편을 만나 보리랑. 셋이서 운수사 불교대로 향한다
오늘 있었던 이야기
딸 이야기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보면 운수사 주차장이다
난 도착하자마자 대웅보전을 향해 합장을 하고
사진을 찍는다
매번 다른 느낌이다 참 신비롭다
하늘도 구름도 법당도 공기도 나무도 내려다 보이는 도시의 풍경도
항상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참 경이롭고 감격스럽다
남편은 보리랑 산책하고 있을테니 잘 갔다오라고
너무나 당연히 두어시간 정도를 기다려준다
또 너무나 감사하다
108계단을 오르면서 생각한다
스님의 번호수업에서 듣는 주옥같은 말들이 새겨져 있다
초록도 노랑도 분홍도 여전히 함박웃음으로 한계단 한계단 오를때마다
나를 행복하게 한다
가장 행복한 것은 도반님들의 미소이고 인사이다
신비롭다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표정들이다
눈물겹게 감사한 얼굴들이다
반갑게 맞이하시는 삼보회 운영진 여러분들의 아름답고 행복한 목소리는
마치 부처님의 음성같고 미소같다
난 아직도 부끄럽고 수줍지만 합창하면서 응대한다
스님의 배려와 관심으로 양반다리 방석에 앉지 않고 수업할 수 있다
어느 자리에 앉을지
아는 도반님들과 서로 인사도 주고 받고
나를 운수사 불교대에 입문하게 해주신
이설빈원장님이 어디계신지 두리번 거리기도 한다
명품 범일스님의 법문이 시작된다
명품스님 자뻑스님
맞습니다 맞아요
범일스님만의 지혜로운신 유모와 위트 자신감 내공으로
2백명이 넘는 학생들을 휘어잡으십니다
집중과 몰입도 최강입니다.
기타도 치시고 아코디언 연주도 하시고
다양한 퍼포먼스로 학생들을 압도하십니다
한시간 정도의 법문은 그렇게 열광의 노가니속에서 끝이 납니다
이제는 108배의 시간입니다
나는 운수사 불교대학에 와서 첨으로 108배를 접했습니다
첨에는 힘들고 시간이 안가고 어려웠습니다
언제끝나지 언제끝나지를 계속 생각하다 끝에 도달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감사한 인연 고마운 인연
나의 잘못 나의 실수 나의 여러 가지들을 생각하면서 108배를 합니다
때로는 너무 감사함에 눈물이 흐르기도 하고
때로는 감사함에 너무 행복하기도 하고
때로는 감사함에 너무 미안해지기도 하는
신비로운 108배입니다
도반님들과 출석체크하고 인사를 나누고 떡보시 하신 불자님 덕분에
맛난 떡 받아서 집으로 향합니다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선 오늘 스님의 법문을 남편과 나누면서
배고팠을 남편에게 떡으로 고마움을 주면서
비밀도 없고 정답도 없고 영원한것도 없다는 스님의 법문 되새기면서
지금 이 순간도 이 행복이 이 감사함이
부처님의 자비로우신 불심인지 범일스님의 명품법문 덕분인지
남편의 정성덕분인지 도반님들의 사랑인지
참으로 신비로운 수요일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