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화. 마지막화. 최후의 처단
신성한 매실 758
헉!
“뭐야? 뭐야?”
둘은 손을 높이 들었다.
“너희를 원지 둔치 살인·방화 용의자로, 또 여의도 방화 살인 사건 용의자 탈출 공모죄로 체포한다.”
최림은 둘에게 재빨리 수갑을 채웠다.
그리곤 김유리가 묶여 있는 나무 근처로 데려가서 둘을 묶었다.
“장은태, 아버지가 몹시 걱정하고 계신다. 죄지은 만큼 벌을 받고 후에 아버지에게 잘 해드려.”
최림은 시계를 보았다.
대략 11시 50분 경이었다.
조금만 있으면 미오팀이 올 거로 예상한 최림은 본채로 먼저 갔다.
벌컥!
“누, 누구냐?”
깜짝 놀란 민채원의 수행원이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최림이 더 빨랐다.
뒤돌아 돌며 놈의 안면을 정확하게 바로 차버렸다.
억!
간단히 놈을 제압한 최림은 이제 전두태를 만나러 갔다.
최림은 마지막으로 예의를 갖추었다.
똑똑.
“누구냐?”
놈이 문을 열어 최림을 확인하자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네 놈이 여길? 하. 날 어쩌려고? 설마 체포하러 왔어?”
“아니, 널 영영 이 세상에서 없애려고 왔지.”
그러자 놈은 크게 웃었다.
그동안 최림이 환상 속에서 늘 듣던 비열한 웃음이었다.
“날 없앤다고? 너 같은 애송이가?”
그때였다.
최림의 뒤에서 호방한 웃음과 함께 이런 말이 터졌다.
“아니, 우리도 있지.”
미오였다. 그녀의 옆에는 두어 명의 B조 요원도 있었다.
시간에 맞춰 온 것이다.
그 뒤엔 김유리의 언니가 겁먹은 듯 서 있었다.
“누나!”
“아니, 이게 누구야? 꼬마도 왔네? 오랜만이다. 미오.”
“꼬마라니? 잠시 뒤에 뜨거운 맛을 볼 놈이 별소리 다 하시네.”
“뜨거운 맛? 좋아, 누가 맛볼 건지 한번 겨루어 보지.”
전두태가 완전체로 변신할 때였다.
최림이 손을 들어 놈에게 물었다.
“그전에, 이거 하나만 물어보자.”
“뭔데?”
“왜 너의 연인이자 수족이었던 민채원을 죽였지?”
그건 같은 마을 주민이었던 김유리의 언니도 궁금한 사항이었다.
“민채원? 그야 그년이 나에 관해 너무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지. 아니 그보다도 내가 없는 사이에 그년은 나보다 마을을 더 장악했어. 하늘에 태양이 둘 아니듯 내게 방해되니까.”
그 말에 김유리의 언니가 더 경악했다.
“교주님!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민 국장님은 진정으로 교주님을 신으로 모셨는데.”
“아주머니도 오셨군요. 그냥 우리 밥이나 해주면 될 걸, 뭣 하러 이런 연놈들에게 엮이셔서 쯧. 그래, 민채원을 죽인 건 미안합니다. 그런데 그게 그년의 운명이었다니까. 하하.”
최림은 놈의 말에 허탈했다.
얼른 전두태를 처치하는 게 민채원의 언니에게 보답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전투 태세는 전두태가 빨랐다.
휘리릭~.
어느새 놈은 변신하여 반투명으로 공중에 떠 있었다.
“우리도 준비!”
미오가 요원들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그들도 투명체로 공중으로 올라갔다.
그 광경을 본 김유리 언니는 기겁했다.
번뜩!
갑자기 빛이 나더니 놈이 투명 검을 휘둘렀다.
이에 맞서 미오와 요원들이 방패로 막으면서 손에서 나오는 광선을 쏘았다.
번쩍! 챙, 챙, 챙.
이러기를 수십 번. 승부가 나지 않았다.
이번에 최림이 나섰다.
어제 훈련한 대로 최림은 공중을 날아 놈의 등을 발로 세차게 찼다.
퍽!
헉!
그리곤 사뿐히 착지하였다.
그 틈을 이용해서 미오가 놈의 면상을 방패로 깠다.
그러자 놈이 바닥에 떨어졌다.
“비켜봐요.”
최림이 김유리의 언니를 밀치고 목공으로 놈의 복부를 찔렀다.
순식간에 복부에서 하얀 피가 철철 흘렀다.
헉!
하지만 놈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이내 반동으로 일어서더니 재차 공중으로 날랐다.
이번엔 놈이 미오와 요원들을 향해 불을 뿜었다.
쏴아아아아 ~.
순식간엔 불에 싸인 요원 둘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둘은 고통으로 신음하더니 이내 숨을 거두었다.
이제 최림과 미오만 남았다.
최림이 재차 공중으로 날랐다.
그리곤 놈을 중심으로 미오와 동그라미를 그리며 돌았다.
휙휙.
놈의 복부에는 아직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를 노리고 미오가 방패로 놈의 배를 한 번 더 쳤다.
퍽!
우욱!
그런데도 놈은 더욱 살아나고 있었다.
역시 상대하기엔 버거운 완전체였다.
심지어 놈은 입에서 불뿐만 아니라, 기이한 광선도 내뿜었다.
그런데 최림 점점 힘들어할 때였다.
미오가 바닥에 내려가더니 무얼 하나 들고 왔다.
“최림!”
“네, 누나.”
“이것 받아!”
놀랍게도 그건 천계에서 최림이 사용하던 ‘천상검’이었다.
천신이 천계를 어지럽힌 죄로 인간 세상에 내려간 딸을 애처롭게 생각하고, 몰래 미오에게 전해 준 검이었다.
마침내 최림은 이 검으로 소드마스터가 되었다.
번쩍
최림은 놈의 눈에 칼을 비추었다.
그러자 놈의 인상이 바로 굳어지더니 휘청거렸다.
이때다!
최림은 바로 칼을 휘둘렀다.
그리곤 무자비하게 놈의 목을 베었다.
헉!
그런데 잘린 목 부분은 공중에 여전히 떠 있었고 놈의 몸만 바닥에 떨어졌다.
텅.
그때였다.
미오가 얼른 품에 찼던 병을 꺼냈다.
그리곤 주문을 외었다.
주문이 끝나자 놈의 잘린 머리가 병으로 빨려 들어갔다.
쑤욱 ~.
그제야 최림과 미오는 바닥에 내려올 수 있었다.
“수고했어요. 누나.”
“너도. 참 이 병은 내가 가져갈게.”
“왜요?”
“천계에 올라가 제시해야 할 증거니까.”
“아니, 우리도 사체가 있어야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데요. 머리는 없고 몸만 있으면 곤란합니다.”
그러자 미오가 웃었다.
“알아. 저길 봐.”
놀랍게도 전두태의 몸에 머리 부분이 붙고 있었다.
놈의 얼굴은 원래 대로 붉은빛의 여우 형상이었다.
“이게 도대체 뭐죠?”
“병 안에 있는 건 놈의 악령이야. 호호.”
그때였다.
김유리의 언니가 최림에게 물었다.
“우리 유리는요?”
“아, 참! 그렇지. 저기 있습니다. 약속대로 김유리는 자수한 겁니다.”
그렇게 김유리는 언니와 재회하였다.
최림은 김유리, 장은태와 친구를 무사히 조 팀장에게 인계하였다.
전두태가 잡혔다는 소식은 전 언론과 TV에서 떠들썩하게 보도되었다.
최림은 이 공로로 표창과 함께 일 계급 특진 되었다.
미오는 천계로 떠났고 그날부로 남아 있던 ‘악령전담 퇴치반’을 해체되었다.
미국에 있던 마이클이 축전을 부쳐주었다.
최림은 부모님과 무림 거사의 무덤 앞에 표창장을 내려놓았다.
그리곤 그 앞에서 한없이 울었다.
‘아버지, 어머니 드디어 제가 부모님의 원수를 갚았습니다.’
‘스승님, 스승님이 못다 이룬 꿈을 이 부족한 제자가 이루었습니다.’
또한 최림은 민채원의 언니에게 그녀가 맡긴 편지와 목걸이를 전했다.
J 시의 원룸 주인도 찾아가서 아들의 체포 소식과 유감을 전했다.
그런 후 최림은 특별 휴가를 받아 서울로 향하였다.
수애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당연히 수애도 이 사실을 기뻐했다.
둘은 수애의 부모님 묘소에 가서 이 사실을 고했다.
그뿐만 아니라, 둘의 사랑에 관한 맹세도 하였다.
그렇게 둘만의 사랑을 키우고 있을 때, 미오가 나타났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었다.
천계를 다녀온 미오는 더는 꼬마가 아니었다.
제 나의 원숙한 미를 뽐내는 여인이 되어 나타났다.
여기에 더하여 이 세상에선 일반인들에게도 보여지는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누나, 뭐야? 원래 이렇게 예쁜 여자였어?”
최림이 놀리자 미오는 수줍기까지 했다.
“그만 놀려. 사람 무안하게 말이야.”
“그런데 세상엔 웬일이에요?”
수애가 묻자 미오가 환한 웃음을 보였다.
“좋은 일을 알려주려고 온 거야.”
미오의 말에 최림은 혹시 천계에서 무슨 말이 있지 않았나 싶었다.
“좋은 일?”
미오가 전해준 말은 다음과 같았다.
천계의 천신은 최림이 드디어 전두태를 처단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매우 기뻐했다.
그래서 최림 더러 예전의 저승사자 겸 무장 자리를 재차 주겠다고 제안했다.
물론 과거의 일은 불문에 부친다는 약속도 있었다.
즉, 한 마디로 다시 올라오라는 말이었다.
“어때? 이만하면 좋은 조건이지?”
말을 마친 미오가 최림은 표정을 보았다.
그때 수애도 물었다.
“저는요?”
“아유, 수애 공주님도 당장 올라오라고 하세요. 그건 당연하죠.”
하지만 최림은 아직 해결되지 않는 그 무엇이 있다고 보았다.
최림이 되물었다.
“그건 그렇지만, 나와 수애 문제는 왜 말 안 해?”
최림의 말에 미오도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좀 어렵다고 봐.”
“왜?”
“천신께서도 따님이신 수애 공주님을 매우 보고 싶어 해.”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신분 차이로 결혼은 어렵다고 하셨어.”
미오의 말이 끝나자 최림과 수애는 눈을 맞췄다.
“싫어. 천계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느니, 우린 가난하더라도 이 세상에서 사랑하며 살 거야. 그렇게 전해줘.”
최림과 수애는 두 손을 꼭 잡았다.
천신의 밀명을 받았지만, 실패한 미오는 난감했다.
휘리릭~.
그런데도 하늘로 올라가는 미오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