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주는 것은? >
청소년 시절, 저는 정말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공부도 운동도 특별히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항상 중간 정도여서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죠.
남들 앞에 나서는 것도 주목받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서
초, 중, 고등학교 시절 반장이나 회장 같은 임원도
한 번 맡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키도 체격도 늘 평균 정도를 유지하는 조용한 학생 중 한 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성당에만 오면 저는 무언가 특별한 존재처럼 느껴졌습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 시작한 전례부에서는 그저 앞에 나와
또박또박 기도문을 읽고 내려왔을 뿐인데 큰 칭찬을 받았고,
매주 성당에 빠지지 않고 나가기만 해도
선생님들과 신부님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성당에 오면 저를 필요로 하는 작은 일들이 있었고,
그래서 더욱 열심히 빠지지 않고 미사와 주일학교에 참여했습니다.
성당에만 오면 마음이 편안했고, 학교에서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먼저 손들고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학교에서는 반장 한 번 해본 적 없던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학생회장까지 맡아서 학생회를 이끌고
주일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나 성당에서나 똑같은 사람인 제가
유독 성당에서만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제가 만났던 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특히 주일학교 선생님들이
저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었던 작은 일도 칭찬해 주시고,
제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을 만들어 저를 주일학교에 필요한 사람이 되게 해 주셨고,
늘 따뜻하게 웃는 얼굴로 저를 반갑게 맞아주셔서
저도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해 주셨던 것입니다.
그 덕분에 저는 주일학교 선생님들을 통해 받은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으로
청소년 시기를 많은 추억 속에서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주일학교 교사가 된 계기도 그러합니다.
제가 받은 사랑과 은총을 언젠가 꼭 청소년 친구들에게 돌려주어야겠다고 다짐했고,
대학 합격 소식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달려간 곳도 성당이었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성당에 오는 친구들을 밝은 웃음으로 따뜻하게 반기는 일로
매 주일을 시작했고, 캠프에서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 설렘으로
온 방학을 성당에서 보내기도 했습니다.
성당에 오는 친구들이 저를 통해 하느님 사랑을 느끼며,
청소년 시기의 잊지 못할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교사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하느님께서는 제가 내어놓은 것보다
늘 더 큰 것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제가 사랑한 것보다 더 큰 사랑을 주셨고,
그 사랑이 다시 청소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교사 생활이 어느새 20년을 훌쩍 지났지만,
아직 지치지 않고 교사를 시작하던 첫 마음 그대로
함께할 수 있으니 감사드립니다.
‘청소년의 웃음소리는 하느님의 음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우리 교회에 청소년들의 웃음소리가 더 가득해져서
하느님께 즐거운 음악이 되기를 꿈꿉니다.
백근재 도미니코 사비오 |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중고등부 교육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