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중년 남자와 몇 년 살던 그녀 우리 집에 들어와서는 내게 착 안기는 것이다 처음에는 엉덩이를 뒤로 빼며 수줍어했지만 저를 반색하는 내가 영 싫지는 않은 것이다 나도 네가 처음이라고 앞으로 잘 지내보자는 신호로 가늘고 긴 그녀의 목을 감싸 안아보는 것이다 손가락으로 몸통의 상처 자국들을 지그시 누르며 힘주어 더 더운 숨결 불어 넣을 때마다 그녀는 높은 소리로 비명을 지르다가 이내 낮은 소리로 흑흑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다 다시 그녀를 안고 입을 맞추면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다가도 이내 슬픔에 체한 듯 몸서리를 치는 것이다 무릎을 세우고 앉아 꼭 곡절이 있는 모양으로 얼굴을 묻고 흐느끼는 그녀를 안고 토닥토닥 벨벳 손수건으로 그렁그렁한 눈물을 닦으며 그녀의 야윈 등을 자꾸 쓸어내리면 울음소리 멈춘 목으로 한동안 끅 끅 슬픔의 딸국질 이어지는 것이다 생의 어두운 터널로 이어지는 음표들을 따라 외마디 비명도 못 지른 채 내달리며 헐떡이던 가녀린 그녀의 거친 숨소리가 울음 뒤에 여운처럼 이어지는 것이다